미화원 아저씨 추모하기
목화송이
봉천동 현대시장 노천에 가면 생선 파는 아줌마가 있다
아줌마 가게엔 어둠을 가르고 새벽을 건너 온 싱싱한 조기와
땡땡 언 동태와 가재미랑 임연수랑 꽁치랑 고등어가 가지런하다
아줌마 남편은 등이 굽은 체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환경미화원으로 거리를 청소하셨던 아저씨는
사람들이 흘리고 간 양심의 찌끼거나 마음의 때를 쓸어 담아 쓰레기차에 실었다.
길에 버려진 것들은 아주 못된 것들이 대부분이거나
흔하게 널부러진 낙엽처럼 아쉬움 같은 것들이었다
어떤 남녀가 호흡에 겨워 쏟아버린 정액이거나
싹수 노란 젊은 것들이 틱틱 뱉어낸 가래침에 섞인 버르장머리 등 이었다
도시의 아스팔트는 욕망의 거미줄에 걸려 걸레처럼 찢어진 마음들이
말라 비틀린 피자조각처럼 뒹굴며 새벽을 거부했다
아저씨는 오렌지색 발광선이 둘린 야광복을 입고
새벽을 닦고 또 닦아서 떠오르는 해에게 선물했다
거리엔 빗자루로 쓸어내기 힘든 것들도 더러 있었다
신체포기각서라거나 연쇄살인범이라거나
마그마처럼 지하로 흐르는 거대한 돈다발이라거나
바람에 떠도는 뭉칫돈이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고리대금이거나
조폭들이 옆구리에 끼고 도는 살인명부 따위들이었다
검은 도심을 가르는 도박사들의 야심들이
들숨 날숨으로 아저씨의 폐에 종양을 키웠다
아저씨 옆에서 기다란 갈치가, 놀짝한 조기떼가
등 푸른 고등어 떼가 아저씨 죽음을 줄지어 눈물 흘린다
------ 여기에 자작글을 올려도 될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