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해가 저물어 갈 즈음 평화누리길 10코스
고랑포에서 숭의전까지 걸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영화 제작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작은 딸아이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딸아이는 연천군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영화 촬영을 하는데
이번 성탄연휴에도 근무를 한다기에 딸 아이도 만나고
근처에 있는 평화누리길중 하나의 코스를 걸어 보기로 했다.
일시:2023년 12월 25일
걸었던 길 :평화 누리길 10코스,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에서 미산면 숭의전(숭의전지)까지
걸은 거리 : 16.2km (30,000보) 쉬엄 쉬엄 5시간 소요.
글을 쓴 날 : 2023년 12월 28일
2023년 12월 25일 성탄절 날 평화누리길 10코스 연천군 고랑포에서 숭의전까지 걸었다.
딸아이는 연천군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영화촬영을 하는데 딸 아이도 만나고 근처에 있는 평화누리길중 하나의 코스를 걸어 보기로 했다.
평화누리길은 DMZ 접경지역을 따라 서해안 행주산성에서 경기도의 파주와 연천군 그리고 철원과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도보로 걷는 길인데 연천군 농촌마을의 논이나 밭, 그리고 임진강 제방길이나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길이며 현재는 14개의 코스가 강원도 어느 지점까지 만들어 진듯하고 총180km의 구간의 길이였다.(정확한 정보는 추후 더 기술 하겠씀)
지난밤 딸 아이 일행들과 저녁 식사자리에서 적당한 음주와 젊은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도 경청하는 시간을 보냈었다.
이른 아침 연천군 일대에 하얀 눈이 내렸다. 성탄절을 맞아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25일 아침 10시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에 도착하여 코스 안내 현판을 보는데 "평화 누리길" 외에도 "평화의 길" "경기도 둘레길" 등등 서로 길 이름은 다른데 고랑포에서 숭의전까지 정작 코스는 같았다. 간밤에 눈이 내려 혹여 길을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으나 하나의 코스를 가지고 세개의 이름이 붙여진 길이여서 안내 리본과 방향 화살표시가 잘 되어 있어 초행길 이여도 걷기 편했다.
현황판에서 인증사진을 찍었고 타고 온 승용차는 딸 아이가 가져 가고 우린 걷기 시작하는데 은여사는 기분이 좋은지 어린아이 마냥 폴짝폴짝 뛰며 즐거워 한다. 이제 2차선도의 한쪽길을 따라 걷다가 마을 안쪽으로 접어 들어 밭길을 따라 걷고 다시 차도로 나오길 반복하며 걸었다. 민가 마을을 지나는데 사람들은 보이질 않고 논에는 까마귀와 겨울 철새 무리들이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고 한참이나 말 없이 걷기도 했다. 나는 1980년 대학 1학년 겨울에 대학생 교련 교육의 일환으로 연천군에서 4박 5일간 군부대 입영을 했었는데 당시 기차로 올라와 문산역에서 내려 어떤 부대로 입소한 경험은 40여년이 지나 까마득한 옛기억이 되어 엷은 흔적으로만 조금 남아 있다.
최근 어떤 50대 가장이 학업을 포기한 두 아들을 데리고 매일 걷기를 하였 단다. 이미 그 아들들은 컴퓨터 게임에 깊숙히 빠져 고등교육도 포기한 상태였으나 아버지와 두아들은 매일 걷기를 반복하고 마침네 수천km 걸은 후 공부를 하기 시작하여 최근에 두 아들이 서울대학에 입학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단순히 걸어서 터득한것은 아니고 부단히 노력을 하였겠지만 어떻든 걸으면서 성찰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계기가 된 듯한 훈훈한 뉴스였다. 걷는 것은 그렇게 자기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정신건강이나 신체 건강에 모두 참 좋은 일이다.
마을과 논밭 길을 걷다가 임진강 작은 냇가 징검다리를 두개나 건넜다. 흐르는 물은 깊은 산 계곡의 물처럼 맑았고 한곳에서는 두꺼운 얼음 덩어리가 돌다리에 걸쳐져 있어 조심스럽게 건너고 큰 제방에 올라 임진강 둑방길과 제방 아래 원시림같은 숲길도 한참을 걸었다.
제방과 강 사이에는 야생 멧돼지의 남하을 막는 1.5m의 높이의 철책이 촘촘하고 단단하게 철치되어 있었다. 북한에서 야생 멧돼지가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라는 질병이 발병하여 파주와 문산지역까지 감염되자 정부에서는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전 구간에 걸쳐 멧돼지의 남하를 막는 철책을 설치 하였던 것이였다. 이 철책을 두고 혹자는 비 효율적이라는 말도 있었으나 바이러스 보균 멧돼지의 남하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효과는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12시 비룡대교 큰 다리 마을에 도착하고 순대국밥 식당에 들어가 따끈한 순대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맑은 물 소주도 한잔 했다. 한 시간정도를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이후 구간은 거의 임진강 줄기를 따라 걸었다.
임진강은 한반도 중부지역에 흐르는 강물로 북한의 두류산에서 발원하여 강원도로 남하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연천군과 파주시를 경유하여 서해로 흐르는 강이고 강폭도 넓고 깊었으며 여름철에 큰 비가 내리면 강물이 무섭게 흐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오후 15시 숭의전에 도착하였다. 숭의전은 조선시대 이전 고려의 왕건을 포함한 8왕의 위패을 봉안하고 신하 복지겸과 정몽주등 16명의 고려충신의 위패을 모시고 있는 사당이였다. 잠시 사당을 둘러 보며 역사적 현장을 보고 나오는데 사당 아래 임진강물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고 너른 대지 들판의 백성들은 몇 백년 동안 왕조가 수 없이 바뀌는 동안에도 삶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근대 전쟁의 포화속에서도 현세에 누군가는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숭의전
시인 전윤호
왕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
고려에서 조선을 지나
아직도 입시중인 신하들
나라는 사라져 어디에 있나
개성은 길이 막히고
잠두봉 아래 임진강만 흐르네
대문앞 오백살 먹은 느티나무
아직도 희망이 남아
솔부엉이 부부 새끼 둘 품었다.
부엉부엉 하늘 연천을 날아
철조망을 넘고 시간을 건너
비단 배 넘치는 벽란도로 가려나
왕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