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도시와 시민의 새로운 선택
해운대에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①
해운대에서 보는 ESG와 지속가능성
지난 6월 3일 출범한 새 정부는 여러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나, 특히 주목되는 변화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다.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산업전환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한국 사회가 지속가능성의 경로로 들어서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이제 지역사회 또한 ESG 관점에서 스스로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해운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해안도시이자, 연간 천만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동백섬, 마린시티, 장산과 같은 자연·도시 자산이 공존하는 해운대는 도시개발과 환경보전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히 미관을 가꾸거나 관광수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ESG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의 ‘지속가능성’ 개념을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중심으로 한 경영 전략과 잘 융합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더 이상 건물의 높이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자연을 보전하면서도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탄소를 줄이며, 도시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가는 계획도 중요하다. 국제사회에서 “해운대 지역의 재생에너지 추진 실적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 올 때, 우리의 대답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하며, 해운대 지역사회의 ‘에너지전환’(기존의 화석연료 사용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도 특별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운대는 공공시설과 주차장, 아파트 단지, 유휴부지 등 태양광 설치에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주차장 태양광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 재생에너지 모델이다. 주차장에 설치한 태양광은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여름철 차량 그늘막 역할을 하여, 시민들에게 특별히 더 인기가 많은 정책이다. 공사도 비교적 쉽고, 설치비용이 비교적 저렴하여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공공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하되, 시민단체, 협동조합, 지역커뮤니티 방식으로 시민참여형 발전소를 추진하고, 그 수익금으로 지역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햇빛연금’, ‘바람연금’도 적극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동해와 남해를 모두 접하고 있는 해운대 앞바다는 해상풍력의 잠재력 측면에서도 뛰어난 곳이다. 물론 조망권, 어업권,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사전 협의와 소통 과정도 중요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해상풍력을 통해 국가 전력 수급을 안정화하고, 지역경제를 부흥시키며, 수익의 일부를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모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 관광도시 해운대. 아름다운 경관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이 도시가 앞으로 더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탄소 발생을 줄이고, ESG와 지속가능 경영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해운대 지역사회가 ‘ESG’와 ‘지속가능성’목표를 향해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황상규 / ESG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