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태백산 천제단(天祭壇)은 강원도 태백시 태백산에 위치한 제단으로, 중요민속문화재 제228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를 지내기 위해 쌓은 세 개의 제단(천왕단, 장군단, 하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단 각각의 특징과 역할 그리고 설립 시기를 민속학적인 시각으로 밝혀본다.
[글 싣는 순서] 1.장군단 2.장군단의 장군 3.천왕단 4.천왕단의 천왕 5.한배검 비석 6.천왕단의 둥근 석벽 7.하단 8.하단-칠성단 9.하단의 세 갈레 계단 길 10.하단의 진정한 정체
➊ 장군단 (將軍壇)
장산의 천제단과 몹시 닮은 제단, 장군단
지난 6월 3일~4일, 이무성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과 태백산 천제단을 찾았다. 태백시 유일사 방면에서 죽을힘을 다해 오르다 군데군데 산 주목과 죽은 주목을 보며 잠시 쉬고, 다시 온 힘을 짜내 오르다 보면 처음 만나는 것이 천제단 세 곳 중의 장군단이다.
장군단은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1,567m)에 있으며 둘레 20m, 높이 2m로 상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더 컸다. 장군단은 천왕단에서 북쪽으로 약 300m 떨어진 능선(장군봉)에 위치해 본단인 천왕단을 수호하는 형세다. 즉, 하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천왕단’ 근처에서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키는 장군신에게 제를 올리던 곳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무속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실제 무속인들에 따르면 천왕단보다 ‘신빨’이 더 세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이 제를 지내고 조국의 독립을 빌었다고 한다. 특히 의병장 신돌석 장군(1878~1908)의 이야기가 유명하다. 평민 출신 의병장으로 구한말 웅포(태백산·소백산·일월산 일대)를 누비며 일본군을 전율케 했던 신돌석 장군과 관련된 ‘장군단 제물’에 대한 설화에는 그를 영웅을 넘어 신령한 존재나 산신(山神)의 반열로 받들었던 민초들의 신앙과 염원이 담겨 있는 듯하다.
구전에 따르면, 신돌석 장군이 태백산과 일월산 일대에서 의병 활동을 할 때 장군단에서 하늘과 산신에게 제를 올리며 승전을 기원했다. 이때 민초들이 장군의 군대에 보태거나 장군단의 신령에게 바친 제물에는 독특한 전설들이 얽혀 있다.
전통적으로 장군신을 모실 때는 말(馬)이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신돌석 장군이 그가 타던 군마나 산신령에게 승전을 다짐하며 바친 제물로 ‘백마’나 ‘말의 피’가 구전에서 자주 언급된다.
장군단에는 입석 세 개가 세워져 있는데, 환인·환웅·단군이라고도 하며, 천·지·인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현재 장산의 천제단은 태백산의 장군단과 몹시 닮아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신돌석 장군은 1908년 부하의 배신으로 허망하게 암살당한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영웅은 우리 민족의 무속 신앙에서 강력한 ‘장군신(將軍神)’으로 좌정하게 된다. 장군단에서 제를 지내던 장군이 다시 장군신이 된 경우다. 오늘날 영덕의 신돌석 장군 유적지에서는 매년 6월 추모제를 열어 그의 영혼을 달래고 있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