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해 전국을 떠돌던 그는 사촌 동생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의 나이는 38살
이었다. 돈을 벌어야하기에 결혼할 생각조차 못했던 그였다. 결혼 당시 그의 부인은 초등학교 2학년
딸이 하나 있었다. 그는 힘들게 마련된 가정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했다. 윗형과 함께
온양에서 목수일을 시작했다. 자연히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했다. 그때부터 아내는 병을 앓기
시작했다. 전 남편과 헤어진 것에서 부터 지금 남편과도 할 수 없이 떨어져 살아야하는 데서 그의
부인은 우울증이란 병마와 긴 싸움을 시작했던 것이다. 남편이 있는 듯 없는 듯 새 아빠가 생긴 딸과
둘이서 살아가기가 그리 녹녹치 않았다. 그러나 부인은 간혹 찾아오는 남편에게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늦게 부인도 만나고 큰 딸도 얻었기
때문이었다.그러던 어느날 그는 큰 집을 맡아 공사를 시작했다. 부인으로 부터 천8백만원을 얻어
집짓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에게 쉽게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공사도 제대로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만 것이다. 공사대금도 받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돈마져 다 날리고 말았다. 부인에게 차마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고 부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그는 아무 말없이 고향 산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그러나 희안하게 고향의 산에 온 뒤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고향의 자연은 그를 보듬어줬고 새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는 용기를 내서 부인에게 용서를 빌었고 고향땅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텐트
하나 들고 들어와 폐자재를 이용해 집을 지었다. 목수일을 한 것이 집을 짓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컨테이너를 하나 힘들게 구입해 안과 밖을 손질했다. 바깥에는 황토자루를 쌓고 안에는 황토와
나무를 덧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후 딸이 결혼을 하자 그는 부인에게 산으로 같이 갈 것을 제안했고 부인은 흔쾌히 받아드렸다. 그는
인생이 새로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이제 정말 제2의 인생이 열린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의 부인의
마음에 우울증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부인은 이년동안 그와 함께 산중생활을
했다. 같이 채소도 심고 같이 음식도 만들고 땅도 일굴고..
그러나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인과 같이 산중생활을 한지 2년정도 지난 어느날 산에서
약초를 캐고 돌아온 그를 맞아준 것은 부인의 따사로운 미소가 아니라 싸늘한 시신이었다. 부인은
더이상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의 상심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딸 옆에 둘 것을 괜히 산으로 가자고 했는가...젊은 날 돈 번다고 집을
자주 비워 결국 이런 사태를 맞게 됐는가... 왜 부인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했을까 하는
죄책감이 그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좌절만 할 수는 없었다. 일단 부인의 유해를 그동안 가장 좋아했던 나무에 산골시키는
수목장을 했다.그리고 자신은 일어나야만 했다. 평생 불행하게 살았던 부인을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더욱 힘을 내서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이 먼저간 부인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조경을 했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멋진 정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연못을 파고 잉어와 붕어를 키웠다. 울타리를 제대로 만들어 염소와
닭을 키웠다. 염소와 닭은 자신의 가족들과 같다. 집주변에 심어둔 꽃나무들을 손질하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일과요 낙이다. 예쁜 꽃이 피면 저 세상에 먼저 간 부인도 기뻐할 것 같기 때문이다.
부인은 꽃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나무가 꽃을 잘 피울 수 있도록 가지를 잘 손질한다. 그래야
예쁜 꽃을 많이 피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