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명 서 ]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하라!
-차별과 배제야말로 또 하나의 바이러스이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온 나라가 초비상이다.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나가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교육현장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교육부는 3월 초·중·고교 개학을 1주인 미루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고, 모든 행사가 취소 또는 축소되고 있다.
재난 상황이면 직접적인 피해자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취소된 행사를 준비하던 일용직 노동자들, 취소된 공연을 준비하던 예술인들, 취소된 수업을 하려던 강사들… 이들은 갑자기 닥쳐온 급박한 상황에 직격탄을 맞고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이다. 이들에 대해서 정부와 교육당국은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여지껏 존재조차 거의 없었던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방학중 방과후학교 수업을 하던 학교들에서 2월의 마지막 수업을 뜻있게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모든 수업이 중단되었다. 전국 거의 모든 학교들이 1주일여 남은 방학 중 방과후학교 수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이 기간의 수강료도 대부분 환불하여 강사들이 그 피해를 떠안았다. 3월 개학도 1주일 미루기로 한 교육부의 강력한 조치로 강사들은 앞으로 또 어떻게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는 불확실함 앞에서 늘 교육당국과 학교의 행보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봐야만 하는 심정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2017년 포항 지진, 2018년 제주 식중독, 그리고 매년마다 찾아오는 태풍… 무슨 재난상황이 오기만 하면 ‘방과후학교만 휴업’하는 일이 자주 있어왔다. 심지어 미세먼지가 짙다고, 또는 학교의 체험학습이나 재량휴업에도 방과후학교를 휴업하고 이때마다 수강료를 환불하여 강사들은 손해를 보아왔다. 교과수업 개학 이후에도 예전처럼 ‘방과후학교만 계속 연기’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지 벌써부터 두려운 심정이다.
휴업을 하거나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급여를 반납할 일이 없는 정규직 교사들과 공무원들이라면 이러한 문제에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장 생계가 걸린 강사들의 이러한 처지에 늘 그랬듯 “심각한 상황이니 대승적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도움도 위로도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큰 재난 상황일수록 소수자와 약자들은 늘 피해를 일방적으로 짊어졌을 뿐 아니라 감정까지 위축시킬 만한 일들이 함께 있어왔다. 그들의 처우는 물론이고 감정까지도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성은 여러 차례 재난을 겪은 우리의 경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하나씩 따져보자. ▶재난상황이 오면 교과수업은 안전하고 방과후학교의 수업만 위험한가? ▶정규직 교사들에 비해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감염병 전파의 위험이 더 높다고 볼 근거가 있는가? ▶‘방과후학교만 휴업’하는 것으로 감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가? ▶휴업을 할 경우 교사들은 급여를 반납하지 않는데, 강사들만 수강료 환불을 하는 것이 정당한가? 교육당국은 이 질문들에 하나라도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가?
답은 나와 있다. 감염병을 이유로 ‘방과후학교만 휴업’하는 것은 아무 정당성도 없다. 강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학부모들의 불안을 달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부득이 휴업이나 개강 연기를 하더라도, 그 책임을 강사들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수강료를 환불하여 강사들에게 부담과 손해를 떠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행히 일부 지역에서 조금씩 변화가 보이고 있다. 전북, 경남, 대구, 광주의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길라잡이에는 최근 재난 상황으로 인한 휴업 또는 강사의 귀책으로 인한 휴강이 아닌 경우 임의로 환불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또 전라북도교육청은 최근 2월 말 중단된 방과후학교의 강사료를 교육청이 부담하여 강사들의 손실을 보전하도록 하였다는 소식이 확인되었다.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에 강사들과 노조가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고, 이를 받아들인 긍정적인 변화로 본다.
하지만 아직은 이렇게 부득이한 휴업에 아무 소통조차 없이 일방적인 환불을 하는 지역과 학교들이 많다. 일방적인 통보 한마디로 휴업을 하고 수강료도 환불하는 악성 관례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가 조금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정부에서도 경기 침체를 우려해 추경을 편성하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 하는데, 교육현장에서의 약자들인 강사들을 위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 방과후학교가 왜 학교에 있는지, 누구를 위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결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바이러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는다. 감염병의 고통은 누구에게든 찾아올 수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아픔과 부담 역시 모두가 함께 나누고 짊어져야 한다. 감염병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명제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늘 비정규직과 약자들만이 희생을 더 크게 짊어져야 하는 구조는 부당하다. 차별과 배제야말로 또 하나의 바이러스이다.
방과후학교는 교과수업에서 못하는 다양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교육이다. 우리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교과교육과 함께하는 공교육의 한 축이라는 큰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 방과후학교를 책임지는 강사들 역시 안전한 환경에서 수업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교육자가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교육의 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1. 학교와 교육청은 재난시 ‘방과후학교만 휴업’하는 차별적 운영을 중단하라!
1. 학교와 교육청은 재난으로 인한 방과후학교 휴업시 일방적인 수강료 환불을 중단하라!
1. 교육부와 교육청은 재난으로 인한 방과후학교 휴업시 강사료 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추경 예산에 반영하라!
2020년 2월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성명서 2020-02 코로나 휴업.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