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이란 이름은 옛사람들이 비가 올 때 비옷으로 사용하던 ‘도롱이’와 닮아서 붙여진 것이 아닐까 싶다. 머리 부분이 둥글고 마치 도롱이를 뒤집어 쓴 듯 몸통 부분은 편평한 것이 특징이다.
도롱뇽알은 개구리알과 비슷하고, 유충은 올챙이와 닮아 일반인이 구분하기 쉽지 않다. 백과사전에는 아가미에 털이 있으며, 몸에 검은 반점이 찍혀있고 사타구니에 노란 점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포획해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있을까?
아무튼 도롱뇽이 잘살아 가려면 시냇물이 항상 차가워야 한다. 그래야 산소가 달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차가워 물이 꽁꽁 얼어버리면 유충의 생명도 끝난다.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은 활엽수에서 떨어진 넓은 잎이다.
봄이 찾아오면 땅속이나 바위 밑에 숨어 있던 도롱뇽들이 알을 낳기 위해 물로 들어간다. 그리고 큰 활엽수 잎사귀를 안방 삼아 알을 낳고 기른다. 성충이 되면 작은 도마뱀같이 생겼지만, 도마뱀과 다르게 눈이 툭 튀어나왔고 피부는 비늘이 없이 매끈하고 끈적끈적하다.
주둥이를 보면 도롱뇽은 둥글고 도마뱀은 뾰족하다. 앞 발가락은 네 개, 뒷발가락은 다섯 개다. 사냥할 때 개구리처럼 혀를 내밀어 잡아먹는데, 개구리나 두꺼비보다는 좀 짧다. 낮에는 낙엽 아래나 돌 아래 숨어 있다가 밤에 먹이활동을 한다. 차가운 숲속 물에서 갑각류도 맛있게 먹어 치운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짧고 서식 범위도 좁다.
도롱뇽은 이른 봄 천적인 물고기가 적게 사는 웅덩이, 습지 등 흐름이 느린 물에 알을 넣는다. 큰 물고기가 알덩이를 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구리들보다 먼저 알을 낳는다. 산개구리가 먼저 태어난다면 도롱뇽의 알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산에 서식하는 도롱뇽도 2월 중순(2019년 기록) 산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2020년 기록은 못찾음)
도롱뇽 암컷은 낳은 알을 수초나 돌에 붙이기도 하고 안 붙이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도롱뇽의 생태를 보고 한 해 농사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도롱뇽은 그해 장마가 질 것 같으면 알을 돌이나 수초에 단단히 붙여 놓았고, 가뭄이 예상되면 물속 깊숙이 알을 숨긴다고한다.
또 만물이 소생한다는 경칩엔 개구리알과 함께 도롱뇽알을 건져 먹기도 했다. 봄에 가장 먼저 깨어나니 만물의 생기(生氣)라고 여겼다. 그만큼 흔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안산 도롱뇽도 서울시에서 2007년에 인위적으로 방사한 종이다.
도롱뇽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뛰어난 신체 재생능력이다. 도마뱀처럼 꼬리를 끊고 도망가기도 하고 발가락 같은 말단부뿐만 아니라 턱까지 재생된다. 게다가 심장도 재생할 수 있다. 더 무시무시한 건, 어린 개체는 뇌도 재생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재생능력 때문에 연구소에서 실험용으로 종종 쓰인다. 이 초재생능력의 근원은 세포 생존 및 증식에 관여하는 효소ERK라는 유전자를 몸속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롱뇽과 관련하여 우리의 기억에 남는 사건은 경부고속철 천상산 터널 사건이다. 원래대로라면 2008년 개통 예정이었던 경부고속철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비구니 지율이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파괴된다며 문제를 제기하여 터널의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다. 이때 지율 스님(조경숙)을 설득하려고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비서관도 왔다가 갔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고속철도 공사가 천성산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결한 후 공사가 다시 개시되었고, 2010년 개통하여 현재 정상 운행되고 있다. 분명히 이 터널 공사에 따른 환경평가가 잘못되거나 틀린 것이 없었다. 하지만 환경보호단체의 강경한 반대로 국책사업이 지연되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수십 억 원의 피해를 준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롱뇽 보호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도롱뇽은 그 지역이 청정지역인지 여부를 알려주는 지표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멸종된다는 것은 질병의 확산과 지구 위기를 알려주는 경고등이라는 사실만큼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