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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는 93세의 교수가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다---------------
에드워드 윌슨/하버드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대멸종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드러내는 말이죠. 우리가 많은 동식물을 모든 곳에서 멸종시키고 있어요. 이번 세기 안에 절반의 종을 잃을 수 있어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해설1: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습니다. 인간이 지구 환경을 바꾼 인류사의 시대, 짧은 시간 하나의 종이 다른 종들을 멸종에 이르게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야생은 죽음으로 지구의 여섯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해설2: 사람들은 그 불을 인류의 재난이라고 불렀습니다. 2019년 9월, 호주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 호주 남동부에서 시작해 무려 6개월간 호주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피해 면적이 약 천백오십만 헥타르, 우리나라보다 넓습니다.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터와 집을 버리고 대피했습니다. (호주 캥거루섬). 야생의 낙원이라 불리우던 캥거루 섬은 특히 피해가 컸습니다.
에리카 마틴/HSI 호주 대표: 지옥으로 걸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파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동물의 시체가 있었죠.
해설: 야생은 그들의 터전이었던 숲을 미쳐 떠나지 못했습니다.
에리카: 여기서 볼 수 있는 정말 슬픈 장면 중 하나입니다. 불을 피해 도망가려던 엄마와 아기 캥거루죠. 결국 화염에 휩싸였고 이렇게 굳어버렸죠. 이 지역에는 이런 일이 많지만, 엄마와 아기 캥거루를 볼 때 더 슬퍼요.
해설: 화염에 휩싸인 숲에선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의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산불로 호주에서 약 10억 마리의 동물들이 불에 타 죽었습니다. 잔 불은 오랫동안 계속됐습니다. 폭우로 호주 대부분 지역에서 화재가 진정됐을 때도 비가 내리지 않았던 캥거루 섬, 잔불은 고온 건조한 바람을 타고 번져나가 숲의 마지막 생존자들 까지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습니다.
구조원: 불에서 막 꺼내 온 포섬(주머니쥐)이에요.
해설; 살아남은 야생동물들은 이상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멸종 위기 동물 코알라~ 움직일 기력조차 없는 듯 주저앉아 있습니다. 캥거루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엔 뒷다리로 점프해 이동하지만 걷는 것 조차 힘듭니다. 캥거루가 이토록 위태로운 횡단을 하는 이유는 풀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화재로 전멸한 숲에 도달한 새싹~ 턱없이 적은 양이지만 이거라도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호주의 갈라파고스 라고 불리울 만큼 숲과 덤불이 풍부한 야생의 보고였던 캥거루 섬, 검은 재앙의 땅이 됐습니다. 불은 초지를 타고 더 빨리 번져나갔습니다. 들플은 확산속도가 산불보다 두배 이상 빠릅니다. 캥거루 섬은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불탔습니다.
윌 스테판/지구시스템 과학자: 들불이 발생한 2019년 호주는 가장 더운 해였습니다. 극도의 고온은 역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했죠. 이보다 2년전인 2017년에도 역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했어요. 호주 동남쪽에 많은 화재가 발생했죠. 이 두 가지 극도의 고온과 점점 건조해 지는 경향 모두 기후변화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해설: 기후 변화의 직격탄은 쏟아졌습니다. 특히 코알라의 피해가 컷습니다.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행동이 느린 코알라, 빠르게 번지는 불을 피하지 못해 8천 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살아남은 코알라들은 사람이 주는 물을 받아마셨습니다. 코알라 라는 이름은 원주민 말로 물이 없다는 뜻, 유카립투스의 수액을 마셔 평소 물이 필요하지만 수분을 섭취할 방법이 사라지자 야생의 습성을 버렸습니다. 평소 맹수만큼 힘이 세고 공격적 캥거루, 며칠을 굶었는지 구조팀이 접근해도 저항하지 못합니다. 동물보호소엔 매일 화상을 입거나 탈진한 동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뜨거워진 지구가 만들어낸 야생의 비극이었습니다.
에리카: 이번 화재는 정말 극심했어요. 호주에 건조한 가뭄이 계속됐어요. 낙엽 등 숲 속 모든 것이 굉장히 건조했어요. 과거와 비교해 이들 불은 훨씬 강력했어요. 섬 주민과 이야기 하면 전에 본 적 없던 강한 불길이었다고 할 거예요. 기후 체계가 만들어 낸 화재였어요.
(태국 타 타키압)
해설: 태국 타층사오 주에 위치한 타 타키압 마을, 매일 밤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주민: 조금 전에 네 마리 내려왔어요.
해설: 인근 농경지엔 침입자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습니다. 야생 코끼리입니다. 불빛을 비추어도 피하는 기색이 없자 농부들은 다급히 폭죽을 터뜨립니다. 일단 몰아냈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불을 피워 접근을 차단합니다. 지난 밤 마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열매가 한창 익어가는 파인애플 밭, 나무가 뿌리 채 뽑히고 무참히 뭉개졌습니다.
농부1: 코끼리가 이렇게 망쳐놨어요. 여기 발자국이 있네요. 발이 정말 큰 코끼리네요.
해설: 코끼리의 발자국은 인근 논까지 이어졌습니다.
사와이 인타차트/마을 주민: 숲에서 걸어나와 논밭으로 옵니다. 쌀을 먹습니다. 팜나무 줄기도 먹고 심어놓은 코코넛이 남아나지 않아요.
아난 루지라트/마을 주민: 매일 밤 찾아와요 한번에 40, 50, 30 마리씩 와요. 우리 집 앞으로 최소 7~8마리는 옵니다. 손자도 울어요. 코끼리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매일 집 앞에 향을 피우고 신에게 빕니다. 코끼리가 너무 무서워요.
해설: 사찰 또한 피해를 당해 왔습니다.
피아냐트 비구/승려: 때때로 승방을 훼손시키는 데요. 여기 창문을 다 깨트려놨네요. 유리창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았나봐요. 아마도요 자신의 얼굴을 보았겠죠.
해설: 사찰은 코끼리가 사는 숲과 마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더욱 피해가 컸습니다.
피아냐트: 여기는 코끼리가 이 주변에 올 때 마다 출입하는 통로입니다. 이 길로 나옵니다. 이 길로 나와서 마을로 가죠.
해설: 승려는 이 길목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주시해 왔습니다. 무리생활을 하는 코끼리, 우두머리를 따라 대여섯 마리가 함께 이동을 합니다. 사찰의 울타리를 넘은 코끼리, 사람들의 밭으로 직행합니다. 농민들이 가꿔온 밭은 코끼리에겐 잘 차려진 밥상입니다. 때로는 나무를 뿌리 채 뽑아버립니다.
분미 부아룽/마을 주민: 폭죽을 사용하여 코끼리를 쫓아내니 코끼리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뭇가지와 나무와 같은 무엇인가를 지나쳐 가면 다 뽑아 버려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부러뜨립니다.
해설: 야생에서 살아가던 코끼리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걸까. 달라진 건 기후입니다.
주민1: 반나절 밖에 일을 못합니다. 오후에는 너무 더워서 살이 타는 것 같아요.
주민2: 전보다 더 나빠진 것 같아요.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더위는 참을 수가 없어요.
트중락 흐무엔사탄/마을 주민: 지구 온난화 때문이죠. 물이 부족해서 고무나무에서 고무 채취도 잘 안돼요. 농사가 매년 어려워지고 있어요.
해설: 코끼리가 사는 숲도 변했습니다. 높아진 기온과 가뭄으로 숲의 모든 것이 매말라가고 있습니다. 먹이와 물을 찾아 코끼리는 사람의 마을을 찾아갑니다. 살아남기 위해 매일 약 300 킬로그램의 풀과 열매 100 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주민: 산림 내의 먹이와 물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죠.
수패짓 비느폰사와/산림생물학자: 산림 내의 먹이나 물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죠. 산림자원이 줄어들면 먹이를 찾기 위해 숲 밖으로 나가는 것이 코끼리가 숲을 떠나는 가장 주된 요소입니다.
해설: 그 길은 위험천만 합니다. 인근 도로에선 먹이를 찾아헤매는 코끼리들 때문에 교통정체가 자주 일어납니다. 길을 트기 위해 코끼리를 차로 밀어내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하죠. 그 와중에도 배고픈 코끼리는 먹이를 찾습니다.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밀엽으로 지난 40년간 태국의 코끼리 90%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도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농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레인저들, 여러 팀으로 흩어져 코끼리를 수색합니다.
레인저1: 코끼리가 강을 건너 반 노이나니 쪽으로 이동 중이다. 대략 20 마리다
레인저2: 알겠다.
해설: 야행성인 코끼리는 밤 늦은 시간 먹이를 구하러 다닙니다. 연합작전을 편 끝에 코끼리를 발견했습니다. 사람을 보고 놀라 도로로 뛰어든 코끼리, 농경지 쪽으로 달아났습니다. 서둘러 쫓지 않으면 밭이 초토화될 상황, 조명을 비추어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대형 폭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저녁 식사를 포기하는 코끼리, 굶주린 채 아침을 기다려야 합니다. 멸종위기종 코끼리의 위태로운 하루 하루입니다. 지난 46억년 동안 지구상엔 모두 다섯번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지금 진행중인 여섯번째 대멸종이 이전과 다른 것은 그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에드워드: 우리가 알 고 있는 종들이 멸종하는 속도가 인류가 있기 전보다 100배 에서 1000배 빨라졌어요. 멸종 속도는 더 올라가고 있죠. 인간이 더 많은 활동을 하니까요.
해설: 도시는 인류가 지구 위에 이룩한 문명과 혁신의 결과물입니다. 야생에겐 어떨까요.
(미국 필라델피아)
스티븐 마제스키: 제 이름은 스티븐 마제스키입니다. 2008년부터 새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는 필라델피아 시내 19번가 입니다. 저는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8시까지 새를 찾아다녀요.
해설: 매일 새벽 고층 건물 아래선 새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이번처럼 기절해 있는 새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죠.
스티븐: 유리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돼요. 유리창에 반사되는 것이 보이시죠? 새도 빛이 반사되는 것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려다 유리에 부딪혀 기절한 상태로 있는 것입니다. 대개 아래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누가 밟고 지나갈까봐 겁나네요. 그래서 저는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줍니다. 그냥 밟거든요. 또 있네요.
해설: 불과 5붖 사이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새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주민: 방금 다녀간 곳이잖아요.
스티븐: 맞아요. 정말 빨리 발생하죠.
해설: 그는 오듀본 이라는 조류보호단체의 회원으로 180만명의 동료들과 함께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의 실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 연평균 약 6억 마리의 새가 이렇게 죽어갑니다. 거대한 도시 한 켠에서 이토록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회원: 이 새를 수거해서 공원에 풀어줄 거예요.
청소직원: 저희가 치울게요.
회원: 그만 해요. 하지 말라니까. 그냥 놓아둘래요? 프로젝트 중이에요. 세상에~ 공원에 데리고 가서 풀어 줄 거에요. 방금 보신 것처럼 저런 분이 쓰레기와 같이 치워버립니다. 아니면 누가 밟고 지나가요. 이곳에 내버려 두면 위험해요.
해설: 그대로 두면 낙엽이나 쓰레기와 함께 진공청소기 속으로 사라져도 모를 작은 생명들입니다. 철새들이 무리지어 이동할 무렵엔 대형참사가 일어납니다.
회원: 저것이 CTC 빌딩이에요. 밝은 조명이 꼭대기에 있죠. 10월 2일 금요일은 필라델피아 새들에게 재앙이었어요. 평소처럼 새 모니터링 하러 나왔는데 하늘에서 새들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한 두 마리가 아니라 10 마리씩 떨어졌어요. 새들을 주우면 10 마리가 더 떨어졌죠. 특히 이 건물에서 심했어요. 건물 주변이 다 그랬죠. 건물 관리인이 모아놓은 75 마리 새를 제 앞에서 버렸어요. 살았든 죽었든 가리지 않고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가방에 넣었어요. 호텔에서는 살이 있는 새들을 상자에 담아주셔서 받았어요. 그러더니 5층에 있는 지붕에 올라갈 수 있는데 거기에 수백 마리가 더 있다고 말해 주더군요. 가도돼냐고 물어봤죠.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허락해 주더군요. 새들을 데려가도 된다고 해서 지붕에서 100 마리 정도 접근 불가능한 유리 캐노피에서도 85 마리를 더 찾았어요.
해설: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촬영해 세상에 알렸죠.
시민1: 한 시간 정도 전부터 계속 이랬다고요?
시민2: 말도 안돼 이것 좀 봐요. 당신도 안에 있다가 소리 들은 거죠? 영화의 한 장면 같네요. 미친 것 같아요.
해설: 수많은 야생이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이 도시에서 죽어갑니다.
회원: 마음이 아려요. 새를 좋아하거든요. 어릴 적부터 새를 좋아했어요. 50년 동안 새를 지켜봐 왔어요. 이 생명체를 사랑하고 여기 토종 새는 정말 아름다워요. 매일 온기가 남은 사체를 발견하고 수거할 때마다 그리고 다친 새가 회복할 수 있게 안전한 곳으로 옮길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해설: 캐나다에서는 연간 약 2천5백만 마리의 철새가 건물에 충돌해 폐사하고 있습니다. 그중 수거된 사체 약 5천마리, 조류 보호단체 클럽에서는 이들을 모아 도시가 죽인 야생의 얼굴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부산)
해설: 문명의 덫은 바다에도 있습니다. 토종 새돌고래, 상괭이, 우리나라에 서해와 남해가 세계 최대 서식지인 멸종위기 생물입니다. 상괭이는 돌고래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생김새가 다릅니다 (상괭이-쇠돌고래에 속하는 해양 포유류 서해와 남해에 주로 서식). 둥그런 머리에 뭉툭한 주둥이를 가진 상괭이, 사람의 웃는 얼굴을 닮아 웃는 돌고래 라고도 불리웁니다. 상괭이는 연안에서 가족단위로 두 세 마리씩 무리지어 살아갑니다. 바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죠. 경쟁자는 하늘에 있습니다. 상괭이가 사냥을 할 때면 새들이 모여들어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곤 합니다. 이번 경쟁에 승자는 가마우지입니다. 더 쉬운 먹잇감을 찾아 상괭이는 사람의 곁으로 옵니다. 남해의 한 양식장, 어부가 물고기를 버리면 재빨리 처리하는 청소부가 있습니다. 상괭이입니다. 폐호흡을 하며 상괭이는 2~3분에 한번씩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쉽니다. 노련한 사냥군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죠. 연안의 얕은 바다에서 생활하는 상괭이는 예로부터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상괭이는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충남 태안군 신진항, 조업을 마치고 들어온 배에 상괭이가 실려 있습니다. 어부의 그물에 혼획되어 잡힌 상괭이, 살아있을 땐 은빛이지만 숨을 거두면 흑빛으로 변합니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상괭이는 포획과 유통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바다에서 혼획했을 때는 신고하고 처리를 위탁해야 하지만 신고율이 높지 않습니다.
어부: (어부들이 상괭이 사체를) 안 가져온다는 거죠.
기자: 잡히기는 잡히는데
어부: 가져다 버린다는 거죠. 가져다 버려요.
(대한민국 제주)
해설: 상괭이 사체가 부패한 채 떠내려 왔습니다. 제주 해양경찰에 접수되는 상괭이 관련신고는 한 해에 약 40~50건,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되지 않은 죽음이 더 많습니다. 우리 바다 전역에서 한 해 천 마리 이상의 상괭이가 폐사합니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 사이에 우리나라 연근서 상괭이 60%가 감소했습니다. 까나리가 제철을 맞은 봄, 밤샘 조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해의 어부들은 안강망 이라고 불리는 이 그물을 이용해 고기를 잡습니다.
선장: 양으로 따지면 한 차, 약 한 3백만원, 3백만원이 조금 넘는 거죠.
해설: 안강망은 특종 어종을 잡기 위한 그물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새우부터 꽃게 오징어 갈치까지 다양한 어종들을 가두죠. 그 중엔 상괭이도 있습니다. 사람처럼 폐호흡을 하는 상괭이는 걸리면 질식해 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폐사하는 상괭이의 약80%가 이렇게 혼획으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어부들에게 판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어부들은 잡은 즉시 바다에 페기합니다. 상괭이는 어떻게 포획되는 걸까. 상괭이의 무덤이 되는 안강망, 안강망은 자루 모양의 그물입니다. 입구의 폭이 약40미터 길이가 140미터에 이르는 대형그물이죠. 조류가 센 지역에 자루형태의 안강망을 고정해 놓으면 일대를 지나던 물고기 떼가 물살을 타고 그물에 안쪽으로 밀려 들어옵니다. 조류를 따라가다 보면 물고기들은 막다른 골목에 겹겹이 쌓이듯 갇히고 말죠. 어떤 물고기라도 걸려들 수 있는 그야말로 함정입니다. 상괭이 역시 먹이를 쫓다 조류에 휩쓸려 이 함정에 빠집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죽음의 블랙홀입니다. 현행법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어선 한 척당 운영할 수 있는 안강망의 그물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어업현장에서는 기준보다 훨씬 많은 안강망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상괭이 같은 멸종위기종의 대량 폐사로 이어집니다. 상괭이의 사체를 수거하는 한 업체의 창고, 혼획되어 죽은 상괭이가 가득합니다.
조항오/상괭이 수거업자: 1년에 5천 마리라고 계산하고요. 예를 들어서 10년 이라고 하면 5만 마리인가요?
해설: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 상괭이의 최대 서식지인 우리나라, 바로 그 앞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현실입니다. 상괭이의 죽음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습니다. 상괭이는 몸집이 작은 데다 고래처럼 등지느러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었죠. 국립수산과학원과 해양동물생태보존 연구소는 올해 처음으로 서해에서 조사하였습니다. 3월에서 6월 사이, 태안 일대에서 수거한 224구를 실측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전체 사체의 97.8%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상괭이였습니다.
장수진/해양동물 생태보전연구소 연구원: 재생산을 책임지는 개체들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딱 그 연령의 재생산 가능한 개체들을 오랜 동안 계속 제거한다고 생각하면 이미 이전 10년에 거쳐서 급격하게 줄은 상괭이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다시 숫자를 늘리는 데 좋은 영향은 분명히 아닐거고요. 멸종위기에 가까워진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애요.
해설: 어린 상괭이들은 그물에 걸렸을 때 빠져나가는 힘이 부족해 더 많이 희생당합니다. 안강망이 멸종위기에 몰린 상괭이에게 더욱 치명적인 이유입니다. 오늘도 서해 앞바다에는 죽어가는 어린 상괭이들이 있습니다.
어부: 저거 그물망 걸려 죽어서 내다 버렸네.
해설: 멸종위기에 몰린 지구의 오래된 식구입니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동부)
해설: 세계에서 가장 큰 노천광산입니다. 이곳의 주인은 본래 오랑우탕이었습니다. 나무를 곧 잘 타는 어린 오랑우탕, 솜털이 아직 보송한 것으로 보아 서너살 정도로 추정됩니다. 보통 7~8살 까지는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 오랑우탕, 웬일인지 이 녀석은 혼자서 둥지를 만듭니다. 나뭇가지로 뼈대를 만들고 이를 푹신하게 만든 둥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 이용하는 숲 속의 보금자리죠. 하지만 오랑우탕의 숲은 반동강이 난지 오래입니다. 광산의 불빛과 소음 속에 밤을 보낸 오랑우탕, 석탄을 실어 나르는 트럭 소리에 잠을 깹니다. 오랑우탕은 야생상태에서 절명되기 직전 단계의 매우 심각한 위기종입니다. 생의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 가장 영리한 영장류, 집을 지을 나무와 열매가 있어야 생존 가능한 동물이죠. 개발이 점점 숨을 조여오는 숲 속에서 살아가는 아기 오랑우탕, 땅으로 내려와 아침 거리를 구하지만 텅 빈 벌판엔 먹이가 없습니다. 숲을 밀어낸 자리에서 사람들이 먹다 버린 람부탄을 주어먹습니다. 어린 오랑우탕은 왜 혼자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석탄 광산이 생긴 이 일대에선 이렇게 어미 잃은 어린 오랑우탕이 종종 발견되고 있습니다.
티오 꼬사시/CAN 보르네오 활동가: 그날 아침 어미와 새끼 오랑우탕이 있었어요. 저기 있는 숲부터 관목까지 이동하는 걸 목격했죠. 많은 오랑우탕이 살아남기 위해 석탄 광산에서 먹을 것을 찾아요. 너무 불쌍해요. 보시다시피 전에는 숲이었지만 지금은 화성에 있는 것 같지 않아요? 화성처럼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죠. 물은 있지만 마실 수가 없습니다.
해설: 굶주린 야생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습니다. 아스팔트 너머에는 사람의 마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그들이 기르는 농작물이 있죠.
주민1: 람부탄 열매를 다 먹어 버렸네요.
주민2: 열매를 다 먹어 버렸네 빌어먹을
주민1: 보세요
주민2: 죄다 먹어 버렸네 세상에 저기 가봐요.
주민1: 내려온다 우리 쪽으로 온다 어머나
주민2: 내려와
주민1: 이쪽은 괜찮으니 이리와요
주민2: 위험한데요?
주민1: 젠장 쟤 바로 가는데요? 가네 저리로 도망간다.
주민2: 다시 여기 오기만 해봐
해설: 해 묵은 갈등은 잔혹한 살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근처에 한 마을, 람부탄 농민은 오랑우탕을 향해 총을 난사했습니다. 총을 맞고 쓰러진 오랑우탕의 몸에선 무려 130개의 탄환이 발견되었습니다. 오랑우탕은 결국 사흘만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산림벌채와 살육으로 75%의 보르네오 오랑우탕이 사라졌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오만은 지구상의 수많은 야생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에드워드: 멸종 위기에 몰리는 종이 많아질수록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쳐요. 숲, 호수, 산 등 생태계 전체가 붕괴합니다. 갈수록 더 심해지고 빨라지고 있어요. 지구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고 인간에게 훨씬 더 위험한 환경이 될 것입니다.
해설: 일평생 지구의 변화를 지켜본 93세의 생물학자는 인류에게 묻습니다. 인류가 저지른 이 위험한 폭주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해설: 1970년부터 현재까지 30%의 새가 감소했어요.
다니엘 클램/조류학자: 일년에 10억 마리의 새가 죽고 있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1406회 여섯번째 대멸종 1부 재앙의 서막에서 정리).
① 지구에서 지금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동식물이 모든 곳에서 멸종되고 있다. 이번 세기 안에 절반의 종을 잃을 수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인간이 지구 환경을 바꾼 인류사의 시대, 짧은 시간 하나의 종이 다른 종들을 멸종에 이르게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야생은 죽음으로 지구의 여섯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2019년 9월, 호주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그 불을 인류의 재난이라고 불렀다. 호주 남동부에서 시작해 무려 6개월간 호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피해 면적이 약 천백오십만 헥타르, 우리나라보다 넓다.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터와 집을 버리고 대피했다. 야생의 낙원이라 불리우던 호주 캥거루 섬은 특히 피해가 컸다. 지옥으로 걸어가는 것 같았다. 파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동물의 시체가 있었다
불을 피해 도망가려던 엄마와 아기 캥거루, 결국 화염에 휩싸였고 이렇게 굳어버렸다. 이 지역에는 이런 일이 많지만, 엄마와 아기 캥거루를 볼 때 더 슬프다. 화염에 휩싸인 숲에선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의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산불로 호주에서 약 10억 마리의 동물들이 불에 타 죽었다. 잔 불은 오랫동안 계속됐다. 폭우로 호주 대부분 지역에서 화재가 진정됐을 때도 비가 내리지 않았던 캥거루 섬, 잔불은 고온 건조한 바람을 타고 번져나가 숲의 마지막 생존자들 까지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다. 살아남은 야생동물들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멸종 위기 동물 코알라~ 움직일 기력조차 없는 듯 주저앉아 있다. 캥거루도 마찬가지다. 평소엔 뒷다리로 점프해 이동하지만 걷는 것 조차 힘든다. 호주의 갈라파고스 라고 불리울 만큼 숲과 덤불이 풍부한 야생의 보고였던 캥거루 섬, 검은 재앙의 땅이 됐다. 불은 초지를 타고 더 빨리 번져나갔다. 들플은 확산속도가 산불보다 두배 이상 빠르다. 캥거루 섬은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불탔다.
② 들불이 발생한 2019년 호주는 가장 더운 해였다. 극도의 고온은 역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이보다 2년전인 2017년에도 역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호주 동남쪽에 많은 화재가 발생했다. 이 두 가지 극도의 고온과 점점 건조해 지는 경향 모두 기후변화 때문에 생긴 것이다. 기후 변화의 직격탄은 쏟아졌다. 특히 코알라의 피해가 컷다.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행동이 느린 코알라, 빠르게 번지는 불을 피하지 못해 8천 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코알라들은 사람이 주는 물을 받아마셨다. 코알라 라는 이름은 원주민 말로 물이 없다는 뜻, 유카립투스의 수액을 마셔 평소 물이 필요하지만 수분을 섭취할 방법이 사라지자 야생의 습성을 버렸다. 평소 맹수만큼 힘이 세고 공격적 캥거루, 며칠을 굶었는지 구조팀이 접근해도 저항하지 못했다. 동물보호소엔 매일 화상을 입거나 탈진한 동물들이 모여들었다. 뜨거워진 지구가 만들어낸 야생의 비극이었다.
이번 화재는 정말 극심했다. 호주에 건조한 가뭄이 계속됐다. 낙엽 등 숲 속 모든 것이 굉장히 건조했다. 과거와 비교해 이들 불은 훨씬 강력했다. 섬 주민과 이야기 하면 전에 본 적 없던 강한 불길이었다고, 기후 체계가 만들어 낸 화재였다. 태국 타층사오 주에 위치한 타 타키압 마을, 매일 밤 추격전이 펼쳐진다. 인근 농경지엔 침입자의 흔적이 남아있다. 야생 코끼리다. 불빛을 비추어도 피하는 기색이 없자 농부들은 다급히 폭죽을 터뜨린다. 일단 몰아냈지만 안심할 수 없다. 불을 피워 접근을 차단한다. 열매가 한창 익어가는 파인애플 밭, 나무가 뿌리 채 뽑히고 무참히 뭉개졌다. 코끼리가 이렇게 망쳐놨다. 인근 논까지 이어졌다. 숲에서 걸어나와 논밭으로 온다. 쌀을 먹는다. 팜나무 줄기도 먹고 심어놓은 코코넛이 남아나지 않는다.
③ 매일 밤 한 번에 40, 50, 30 마리씩 우리 집 앞으로 최소 7~8마리는 온다. 손자도 운다. 코끼리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매일 집 앞에 향을 피우고 신에게 빈다. 코끼리가 너무 무섭다. 무리생활을 하는 코끼리는 우두머리를 따라 대여섯 마리가 함께 이동을 한다. 사찰의 울타리를 넘은 코끼리, 사람들의 밭으로 직행한다. 농민들이 가꿔온 밭은 코끼리에겐 잘 차려진 밥상이다. 때로는 나무를 뿌리 채 뽑아버린다. 폭죽을 사용하여 코끼리를 쫓아내니 코끼리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뭇가지와 나무와 같은 무엇인가를 지나쳐 가면 다 뽑아 버린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야생에서 살아가던 코끼리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걸까. 달라진 건 기후다. 반나절만 일을 한다. 오후에는 너무 더워서 살이 타는 것 같다. 전보다 더 나빠졌다.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더위는 참을 수가 없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물이 부족해서 고무나무에서 고무 채취도 잘 안된다. 농사가 매년 어려워지고 있다. 코끼리가 사는 숲도 변했다. 높아진 기온과 가뭄으로 숲의 모든 것이 매말라가고 있다. 먹이와 물을 찾아 코끼리는 사람의 마을을 찾아간다. 살아남기 위해 매일 약 300 킬로그램의 풀과 열매 100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④ 산림 내의 먹이나 물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산림자원이 줄어들면 먹이를 찾기 위해 숲 밖으로 나가는 것이 코끼리가 숲을 떠나는 가장 주된 요소다. 인근 도로에선 먹이를 찾아헤매는 코끼리들 때문에 교통정체가 자주 일어난다. 길을 트기 위해 코끼리를 차로 밀어내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한다. 그 와중에도 배고픈 코끼리는 먹이를 찾는다.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밀엽으로 지난 40년간 태국의 코끼리 90%가 감소했다. 하지만 사람도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농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레인저들, 여러 팀으로 흩어져 코끼리를 수색한다. 야행성인 코끼리는 밤 늦은 시간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연합작전을 편 끝에 코끼리를 발견했다. 사람을 보고 놀라 도로로 뛰어든 코끼리, 농경지 쪽으로 달아났다. 서둘러 쫓지 않으면 밭이 초토화될 상황, 조명을 비추어도 물러서지 않는다. 대형 폭죽을 쓸 수 밖에 없다. 저녁 식사를 포기하는 코끼리, 굶주린 채 아침을 기다려야 한다. 멸종위기종 코끼리의 위태로운 하루 하루다. 지난 46억년 동안 지구상엔 모두 다섯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지금 진행중인 여섯번째 대멸종이 이전과 다른 것은 그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들이 멸종하는 속도가 인류가 있기 전보다 100배 에서 1000배 빨라졌다. 멸종 속도는 더 올라가고 있다. 인간이 더 많은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도시는 인류가 지구 위에 이룩한 문명과 혁신의 결과물이다. 야생에겐 어떨까. 미국에서 2008년부터 새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금 여기는 필라델피아 시내 19번가다.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8시까지 새를 찾아다닌다. 매일 새벽 고층 건물 아래선 새의 시체가 발견된다. 새가 기절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유리창에 부딪힌 것이다. 새도 빛이 반사되는 것을 보고 유리창 안으로 들어가려다 유리에 부딪혀 기절한 상태로 떨어져 있다. 대개 아래에 웅크리고 있다. 누가 밟고 지나갈 수 있다. 불과 5분 사이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새가 목숨을 잃었다.
⑤ 미국에 오듀본 이라는 조류보호단체가 있다. 회원이 180만명인데 그들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의 실상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연평균 약 6억 마리의 새가 이렇게 죽어간다. 거대한 도시 한 켠에서 이토록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도시에 떨어진 새들을 그대로 두면 낙엽이나 쓰레기와 함께 진공청소기 속으로 사라져도 모를 작은 생명들이다. 철새들이 무리지어 이동할 무렵엔 대형참사가 일어난다. 필라델피아 CTC 빌딩이다. 밝은 조명이 꼭대기에 있다. 10월 2일 금요일은 필라델피아 새들에게 재앙이었다. 평소처럼 새 모니터링 하러 나왔는데 하늘에서 새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두 마리가 아니라 10 마리씩 떨어졌다. 새들을 주우면 10 마리가 더 떨어졌다. 특히 이 건물에서 심했다. 건물 주변이 다 그랬다. 5층에 있는 지붕에는 거기에 수백 마리가 더 있다. 지붕에서 100 마리 정도, 접근 불가능한 유리 캐노피에서도 85 마리를 더 찾았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촬영해 세상에 알렸다.
⑥ 수많은 야생이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이 도시에서 죽어간다. 어릴 적부터 새를 좋아했다. 50년 동안 새를 지켜봐 왔다. 이 생명체를 사랑하고 여기 토종 새는 정말 아름답다. 매일 온기가 남은 사체를 발견하고 수거할 때마다 그리고 다친 새가 회복할 수 있게 안전한 곳으로 옮길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캐나다에서는 연간 약 2천5백만 마리의 철새가 건물에 충돌해 폐사하고 있다. 그중 수거된 사체 약 5천마리, 조류 보호단체 클럽에서는 이들을 모아 도시가 죽인 야생의 얼굴을 추모하고 있다.
대한민국 부산, 문명의 덫은 바다에도 있다. 토종 새돌고래, 상괭이, 서해와 남해가 세계 최대 서식지인 멸종위기 생물이다. 상괭이는 돌고래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생김새가 다르다 둥그런 머리에 뭉툭한 주둥이를 가진 상괭이, 사람의 웃는 얼굴을 닮아 웃는 돌고래 라고도 불리운다. 상괭이는 연안에서 가족단위로 두 세 마리씩 무리지어 살아간다. 바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상괭이가 사냥을 할 때면 새들이 모여들어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곤 한다. 쉬운 먹잇감을 찾아 상괭이는 사람의 곁으로 온다. 남해의 한 양식장, 어부가 물고기를 버리면 재빨리 처리하는 청소부가 있다. 상괭이다. 폐호흡을 하며 상괭이는 2~3분에 한번씩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내쉰다. 연안의 얕은 바다에서 생활하는 상괭이는 예로부터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상괭이는 사라져 가고 있다. 충남 태안군 신진항, 조업을 마치고 들어온 배에 상괭이가 실려 있다. 어부의 그물에 혼획되어 잡힌 상괭이, 살아있을 땐 은빛이지만 숨을 거두면 흑빛으로 변한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상괭이는 포획과 유통이 금지되어 있다. 바다에서 혼획했을 때는 신고하고 처리를 위탁해야 하지만 신고율이 높지 않다.
⑦ 제주 해양경찰에 접수되는 상괭이 관련신고는 한 해에 약 40~50건,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되지 않은 죽음이 더 많다. 우리 바다 전역에서 한 해 천 마리 이상의 상괭이가 폐사한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 사이에 우리나라 연근서 상괭이 60%가 감소했다. 까나리가 제철을 맞은 봄, 밤샘 조업이 이어지고 있다. 서해의 어부들은 안강망 이라고 불리는 이 그물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다. 안강망은 특종 어종을 잡기 위한 그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새우부터 꽃게 오징어 갈치까지 다양한 어종들을 가둔다. 그 중엔 상괭이도 있다. 사람처럼 폐호흡을 하는 상괭이는 걸리면 질식해 죽는다. 우리나라에서 폐사하는 상괭이의 약80%가 이렇게 혼획으로 희생되고 있다. 어부들에게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어부들은 잡은 즉시 바다에 페기한다. 상괭이는 어떻게 포획되는 걸까. 상괭이의 무덤이 되는 안강망, 안강망은 자루 모양의 그물이다. 입구의 폭이 약40미터 길이가 140미터에 이르는 대형그물이다. 조류가 센 지역에 자루형태의 안강망을 고정해 놓으면 일대를 지나던 물고기 떼가 물살을 타고 그물 안쪽으로 밀려 들어온다. 조류를 따라가다 보면 물고기들은 막다른 골목에 겹겹이 쌓이듯 갇히고 만다. 어떤 물고기라도 걸려들 수 있는 그야말로 함정이다. 상괭이 역시 먹이를 쫓다 조류에 휩쓸려 이 함정에 빠진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죽음의 블랙홀이다. 현행법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어선 한 척당 운영할 수 있는 안강망의 그물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어업현장에서는 기준보다 훨씬 많은 안강망이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는 상괭이 같은 멸종위기종의 대량 폐사로 이어진다. 상괭이의 사체를 수거하는 한 업체의 창고, 혼획되어 죽은 상괭이가 가득하다. 1년에 5천 마리라고 계산하고 10년 이라고 하면 5만 마리이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해양동물생태보존 연구소는 올해 처음으로 서해에서 상괘이 실태를 조사하였다. 3월에서 6월 사이, 태안 일대에서 수거한 224구를 실측한 결과는 놀라웠다. 전체 사체의 97.8%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상괭이였다. 재생산을 책임지는 개체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딱 그 연령의 재생산 가능한 개체들을 오랜 동안 계속 제거한다고 생각하면 이미 이전 10년에 거쳐서 급격하게 줄은 상괭이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다시 숫자를 늘리는 데 좋은 영향은 분명히 아닐거다. 멸종위기에 가까워졌다. 어린 상괭이들은 그물에 걸렸을 때 빠져나가는 힘이 부족해 더 많이 희생당한다. 안강망이 멸종위기에 몰린 상괭이에게 더욱 치명적인 이유다. 오늘도 서해 앞바다에는 죽어가는 어린 상괭이들이 있다.
⑧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동부, 세계에서 가장 큰 노천광산이 있다. 이곳의 주인은 본래 오랑우탕이었다. 나무를 곧 잘 타는 어린 오랑우탕, 솜털이 아직 보송한 것으로 보아 서너살 정도로 추정된다. 보통 7~8살 까지는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 오랑우탕, 웬일인지 이 녀석은 혼자서 둥지를 만든다. 나뭇가지로 뼈대를 만들고 이를 푹신하게 만든 둥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 이용하는 숲 속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오랑우탕의 숲은 반동강이 난지 오래다. 광산의 불빛과 소음 속에 밤을 보낸 오랑우탕, 석탄을 실어 나르는 트럭 소리에 잠을 깬다. 오랑우탕은 야생상태에서 절명되기 직전 단계의 매우 심각한 위기종이다. 생의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 가장 영리한 영장류, 집을 지을 나무와 열매가 있어야 생존 가능한 동물이다. 개발이 점점 숨을 조여오는 숲 속에서 살아가는 아기 오랑우탕, 땅으로 내려와 아침 거리를 구하지만 텅 빈 벌판엔 먹이가 없다. 숲을 밀어낸 자리에서 사람들이 먹다 버린 람부탄을 주어먹는다. 어린 오랑우탕은 왜 혼자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석탄 광산이 생긴 이 일대에선 이렇게 어미 잃은 어린 오랑우탕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그날 아침 어미와 새끼 오랑우탕이 있었다. 저기 있는 숲부터 관목까지 이동하는 걸 목격했다. 많은 오랑우탕이 살아남기 위해 석탄 광산에서 먹을 것을 찾는다. 너무 불쌍하다. 전에는 숲이었지만 지금은 화성에 있는 것 같다. 화성처럼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다. 물은 있지만 마실 수가 없다. 굶주린 야생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아스팔트 너머에는 사람의 마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엔 그들이 기르는 농작물이 있다.
⑨ 해 묵은 갈등은 잔혹한 살상으로 이어졌다. 근처에 한 마을, 람부탄 농민은 오랑우탕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총을 맞고 쓰러진 오랑우탕의 몸에선 무려 130개의 탄환이 발견되었다. 오랑우탕은 결국 사흘만에 숨을 거두었다. 산림벌채와 살육으로 75%의 보르네오 오랑우탕이 사라졌다. 인간의 탐욕과 오만은 지구상의 수많은 야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멸종 위기에 몰리는 종이 많아질수록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숲, 호수, 산 등 생태계 전체가 붕괴한다. 갈수록 더 심해지고 빨라지고 있다. 지구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고 인간에게 훨씬 더 위험한 환경이 될 것이다. 일평생 지구의 변화를 지켜본 93세의 하버드대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인류에게 묻는다. 인류가 저지른 이 위험한 폭주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1970년부터 현재까지 30%의 새가 감소했다. 일년에 10억 마리의 새가 죽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