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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자연은 참 오묘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섭리를 품고 있죠. 자연을 알기 위해서 과학이 걸어간 길을 따라서 걸어봅니다. 김상욱 교수와 함께여서 더욱 재밋는 여정이 될 것 같네요.
-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 (스위스 제네바),
해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우주의 원리를 밝히는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실험은 연구소 아래 지하 100미터에서 진행됩니다. 거대 강입자 가속기 (Large Hadron Collider), 세상에서 가장 큰 실험장치 거대 강입자 가속기입니다. 5층 건물 높이의 이런 거대 검출기가 4대나 있습니다. 우주의 시작을 알고 싶은 인류의 염원을 모아 2010년 첫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빅뱅 이후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생겨났을 거로 보고 그 상황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김태정/한양대 물리학과 교수/한국CM실험팀: 충돌할 때 에너지가 거의 우주 초기 상태 에너지 빅뱅 상태의 에너지라고 보면 돼요. 입자들이 검출기에 남긴 자취를 보고 입자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추적해 내는 거죠.
해설: 각 검출기 속에서 137억 년 전 빅뱅 직후의 뜨거운 우주가 재현됩니다. 둘레만 27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터널이 입자가속장치입니다. 시공간과 물질, 세상이 처음 만들어지는 순간이 재현되는 겁니다.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에너지를 높힙니다. 거리가 좁혀진 입자는 충돌과 붕괴를 통해 흔적을 남깁니다. 그 흔적을 파악하면 기본물질과 에너지를 추적할 수 있는 원리입니다.
리사 랜들/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 우주 공간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다고 확신해요. 새로운 에너지 층을 탐구할 때마다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고 있어요. 이런 발견은 계속될 겁니다.
해설: 세상의 시작에 가까이 가면 생명에서 우주까지 기본을 이루는 물질과 에너지를 만나게 됩니다. 양자역학의 세계죠. 양자역학은 또 세상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게 합니다. 모든 출발점은 빛이었어요.
이성민/사이언스 워크: 좋네요. 이처럼 오랜만에 숲을 걸으니까 자연의 숨결도 느낄 수 있고 마음도 편해지고 생각도 정리가 되고~ 그냥 보는 것 보다는 걸으면서 보니까 좀 더 많은 세상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신기해요.
김상욱/물리학자: 과학적으로 움직이면서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서 그런데 사실 본다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신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긴 해요. 본다는 게 정확히 뭘까요?
이성민: 글쎄요. 본다는 거는 뭘까요? 하~하~ 본다는 건 축복이죠. 신이 인간에게 주신 축복~ 최소한의 인간에게 주어진 소통~ 그런 거 같애요.
김상욱: 하지만 본다고 다 알 수 있을까요? 보는 것으로 모든 것을 충분히 다 알 수 있을까요?
이성민: 본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나타난 현상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김상욱: 빛의 본질은 뭘까. 빛의 본질은 뭘까요. 딱 만져지지가 않찮아요. 어렸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해 봤어요. 이게 뭘까 도대체~
이성민: 빛이 있으라~
김상욱: 오죽하면 종교에서도 빛이 있으라는 것이 세상이 존재하게 되는 첫번째 문제이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빛은 모든 근원 모든 세상의 근원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은~
이성민: 우리 인류에게~ 자연에게~ 우주에게~ 빛은 뭔가요?
김상욱: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서 빛은 파동이라고도 하고요. 또 입자라고도 합니다.
이성민: 이상하네요. 이해가 잘 안 되네요.
김상욱: 아직 그걸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
이성민: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게~ (돌을 집어 호수에 던지니까 물 위에 파동이~) 예를 들어서~
김상욱: (물의 파동이~) 이게 입자의 전형적인 예죠.
이성민: 그렇죠. 파동이라면은~ (호수에 파동~) 저게 동심원을 그리는 거잖아요.
김상욱: 그렇죠, 동심원이 퍼져 나가죠. 저게 파동~ 그런데 빛은 원래 저렇게 파동인줄 알았어요.
이성민: 아~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거는 입자인 돌이 저렇게 동심원을 그리는 파동이 될 수 있는 거죠?
김상욱: 저건 사실 물이 흔들려서 만들어낸 패턴인 거잖아요. 저 패턴을 파동이라고 그래요. 하지만 지금 던지신 이 돌맹이는 여기 있거나 입자 하나가 이렇게 밖에 존재할 수 없거든요. 입자는 소리와 같은 파동은 동시에 여러 장소에 한꺼번에 존재할 수가 있죠. 아까 제가 이야기 했지만 이게 입자이기도 하거든요.
이성민: 모순이네~ 그런데 과학은 모순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김상욱: 모순이라는 것이 뭘까. 사실 우리 인간이 단지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인간에게 입자이면서 파동인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는 것, 또 그런 개념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돼요. 저도 놀라운 점은 오늘 제가 이야기할 원자, 이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도 파동과 같은 성질이 있다는 거예요. 입자라고 생각했던 원자도 파동이다.
이성민: 여전히 모순이에요.
해설: 텅 빈 하늘 조차 원자들이 요동치는 분주한 세계입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있죠. 전자는 원자핵 주위를 띄엄띄엄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양자란 말도 거기서 나왔습니다.
박제근/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그렇게 연속적이지 않아요. 에너지 준위 자체가 불연속적이다. 띄엄띄엄 있으니까 띄엄띄엄 있는 걸 소위 양자화됐다는 개념을 씁니다. 퀀타이즈(quantize) 라는 단어가 쉽게 우리 일상생활로 치면 연속적이 지가 않고 불연속적이라는 겁니다.
해설: 전자가 불연속적으로 돌고 있는 작디 작은 세계로 들어가면은 돌맹이처럼 입자형태를 가지는 게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박제근: 원자 크기가 되면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이 10의 마이너스 11승 미터쯤 돼요. 10의 마이너스 10승 미터라고 하는 게 뭐냐면 여러분 손톱이 10분의 1초 동안 자라는 거리입니다.
양윤기/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10의 마이너스 10승 미터, 제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정도 되는 조그만 세상으로 가면 (전자가) 특정 공간에 더 이상 딱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쫙 진동하면서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원자 안에 있는 전자는 특정 궤도에 전자가 쫙 퍼져 있습니다.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거는 어떤 거냐면 진동하면서 전 우주에 다 퍼져 있는 겁니다. 전 우주에 퍼져 있기 때문에 특정한 위치가 없는 거죠.
해설: 전자의 성질에 대한 유명한 실험입니다. 두 개의 구멍을 뚫어놓고 전자를 쏘았더니 간섭무늬가 벽에 생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중슬릿실험 Double-slit experiment-전자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 전자가 물결처럼 닿은 겁니다. 전자는 파동일까 이번에는 사진기로 관측하면서 실험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벽에는 두 개의 줄 무늬가 생깁니다. 입자로 구멍을 통과해 부딪힌 거죠. 파동이던 전자는 관측을 하니까 입자로 변한 걸까요.
김상욱: 사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본다고 합니다. 본다고 해서 맞으세요? 제가 본다고 해서 몸이 움직이거나 그렇지는 않찮아요. 그건 우리가 커서 그래요.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전자는 너무나 작아서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은데요. 그런 것들은 빛에 맞는 것만으로도~빛도 입자니까 돌맹이처럼 때리거든요. 빛에 맞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위치가 바뀔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이 대상에 영향을 줄 수 있죠. 보지 않았다면 파동처럼 행동하고 보면 입자같이 행동한다는 뜻이죠. 즉 이걸 어려운 말로 관측이라고 하거든요. 관측하는 것이 대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양자의 크기의 가장 큰 원리예요. 우리가 보면~
이성민: 그런데~ 과학이라는 것은 좀 더 명확해야 하지 않나요?
김상욱: 그렇죠, 여기서 지금 문제가~ 보는 것이 대상에 계속 영향을 주면 거기서 보아서 얻어낸 정보들은 언제나 불확실하게 돼요 부정확하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이것을 양자역학에서는 불확정성 원리라고 부르거든요 (불확정성 원리-대상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대상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확률을 써서 기술하는 방법 외에는 대상에 대한 정확한 기술은 불가능하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돼죠.
이성민: 확률로만~
김상욱: 뭐가 나올지 모를 때 사용하는 방법이 확률이거든요. 사용하는 게 마음에 드세요?
이성민: 마음에 들지 않아요.
김성욱: 그래서 아인슈타인도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멋있는 표현이죠. 양자역학처럼 확률을 써서는 안돼. 이 말을 주사위를 던진다는 게 확률을 쓴다는 표현이란 같은 거죠. 그래서
이성민: 아니~ 과학자가 신 얘기를 꺼낸다는 건 어떤 의미죠. 확률에 대한 얘기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인정하지 못했다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또 어떤 의미인가요?
김상욱: 본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라고 생각해요. 아인슈타인은 반격 못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요. 사실 아인슈타인은 확률 얘기만 한 게 아니었고요. 아까 제가 관측의 대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을 했잖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전자라는 녀석의 위치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건가 이런 질문도 할 수 있어요. 내가 안 본 것 뿐이지 거기 있을 것 아냐.
이성민: 그렇다면은 제 등 뒤에는 저수지가 있고 아까 있었어요. 근데 저는 지금 저수지를 보지 않고 있어요. 그러면 저수지는 저에게 있는 건가요 없는 걸까요.
김상욱: 이게 어려운 질문이 되는 거죠.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던졌던 유명한 문장이 있는데 딱 말씀하신 그거예요. 저기 달이 보이지 않냐고 물어봐요. 양자역학을 만든 사람들한테~ 달이 보이는 데요~ 달은 내가 보지 않을 텐데 달은 나를 보지 않으면 달이 저기 없는 건가? 하고 물어보거든요. 결론은 달은 인간의 측정과 관련 없이 존재해요. 그게 지금 우리의 답인 거예요. 우주는 물질과 시공간과 관계가 있거든요. 관계가 맺어지면 인간의 인식이나 내가 보았다는 느낌 같은 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죠.
이성민: 그러면 세상은 어쩌면 확률이 쌓아 올린 모래성 같은 거 아닌가? 불확실하고 모호하고 그런 건가요?
김상욱: 흔히 양자역학에 대한 오해가 그런 건데요. 양자역학은 뭔가 불확정하고 확률만 쓴다고 하니까 이거는 이론으로서 쓸모가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을 가지시는 분도 있는데요. 놀랍게도 양자역학의 이론은 어떤 실험결과를 예측하는 정밀도에서 인간이 가진 어느 이론보다도 더 정확해요. 양자역학은 유효숫자를 열다섯개까지 알 수 있어요. 즉 키로 얘기하면 174.3478859134214397 이런 정밀도로 양자의 각은 우리에게 원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데요. 그런데 우리가 자꾸 확률을 얘기해야 되고 불확실하다고 얘기하냐면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당연히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양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구요. 예를 들어 위치 같은 거~반면에 에너지 라는 미량이 있거든요. 아까 들어 보셨을 거 같은 데요. 원자의 에너지 같은 것은 엄청난 정확도로 알 수 있어요. 양자의 역학은 에너지를 설명해 주는 이론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을 강조할 때는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서 그렇다는 거지~ 이론 자체는 사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이론 보다도 정밀한 이론인데요. 양자역학이 나왔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전자공학과 첨단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성민: 불확실 속에 깃든 확실성 같은 하여튼 수수께끼 같은~
김상욱: 그렇죠, 그런 표현이 가능하겠네요. 불확실성 속에 있는 확실성~
-서울대학교
해설: 박제근 교수는 입자간 상호 작용이 강한 움직이는 물체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입니다. 자성을 띤 원자들로 그래핀과 같은 2차원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박제근: 물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차원은 2차원이에요. 저는 2차원의 물질을 만드는데 자성을 띤 물질을 찾고 싶었습니다. (삼황화린니켈 NiPS3-자성 반데르발스 물질), 니켈과 황을 합성해서 만든 자성을 가진 2차원 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은 매우 특이했습니다. 미시적인 양자의 세계를 손에 닿는 물질에 구현해 놓은 것이죠. 이 물질 속에서 양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저희가 찾은 건 니켈이 주위에 있는 황이랑 얽혀 있고 주변에 있는 니켈과 니켈이 다시 항을 끼고 얽혀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양자역학개념이 동시에 들어가 있는데 하나가 양자중첩이고요. 다른 하나가 양자얽힘인데 두 개념은 잘 알듯이 오래 전부터 알려진 개념입니다.
해설: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 두 개의 양자 상태가 함께 할 수 있으며 (양자중첩) 떨어져 있을 때도 얽혀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 (양자얽힘)는 양자의 성질을 말합니다. 서로 얽히게 되면 두 개라도 마치 하나처럼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작용을 갖게 됩니다. 하나가 위로 향하면 다른 하나는 자동으로 아래를 향하게 되는 것이죠. 뾰죽한 그래프가 양자중첩과 얽힘을 의미합니다. 박교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에서 양자 세계의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박제근: 통상적인 양자역학의 이해로 보면 미시적인 세계에서 얽힘이나 양자중첩이 거시적인 세계로 오면 어딘 가에서 그런 양자적인 현상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찾은 건 놀랍게도 제 손 안에 놓을 수 있는 물질 속에서 그런 양자얽힘 상태가 온도가 낮긴 합니다(영하 155도). 온도가 낮긴 하지만 거시적인 세계에서 발현된다고 하는 걸 보인 거예요.
해설: 한 쌍의 입자에서 하나가 아래를 향할 때 다른 입자는 볼 것 없이 위를 향합니다. 이런 양자얽힘은 고전 물리학과 기존의 철학으론 설명이 불가능한 개념입니다. 광화문에 있는 입자가 위로 회전하는게 관측되는 순간 마치 텔레파시 처럼 짝이 되는 입자는 250만년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타에 있더라도 즉각적으로 아래로 회전합니다 (안드로메타 은하 Andrometa galaxy). 양자얽힘은 수십년 실험에 의해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제근: 여전히 저희는 양자역학으로 얽혀 있는 상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구조와 실제 양자역학이 보여주는 세상의 괴리입니다. 항상 세상이 직관하고 일치될 필요는 없잖아요. 양자얽힘이 실제로 존재하는 걸 우리가 알고 있고 그걸 응용하는 게 대표적으로 양자컴퓨터입니다.
정연욱/성균관대 양자정보연구지원 센터장: 양자역학은 수학적으로 굉장히 아름다운 이론이고 굉장히 정교한 이론이고 지난 100년간 한 번도 틀린 적이 없고요. 정말 놀라운 일들을 사람들이 보기 전에 예측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어요. 우리 눈에 양자역학이 막 보이는 것처럼 작동하는 기계가 생긴 거예요. 그게 양자컴퓨터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광역시)
해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지하에는 양자컴퓨터가 두 대 있습니다. 5 큐비트의 양자 프로세서가 영하 270도 두 대의 극저온 냉장고 안에서 가동 중이죠. 극저온이라야만 외부환경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되어 양자세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희수/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 연구소장: 전자들이 정말 질서있게 움직이려면 에너지를 받으면 안되거든요. 전자들이 다른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서 다른 데로 튀어버리면 질서가 깨지기 때문에 에너지를 받지 않는 상태란 곧 온도가 아주 낮은 상태 (영하 270도)를 뜻합니다.
해설: 냉장고 속에 감추어져 있던 양자컴퓨터 본체입니다. 샹들리에라는 별명으로 불리죠. 바닥에 있는 프로세서는 저온을 유지하기 위한 선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양자 프로세서나 중첩과 얽힘의 양자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박희수: 양자 역학적인 중첩상태를 만들었을 때 그게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는가 또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중첩을 만들려고 했을 때 얼마나 높은 품질로 이상적인 상태에 맞게 만들 수 있는가 또 측정할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이 품질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해설: 전기저항을 막는 소자 안에서 양자 프로세서의 큐비트 칩이 보호받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비트는 0과 1 중 하나만 표현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0이거나 1이거나 0과 1 둘 다를 표현할 수 있는 중첩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정연욱: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를 많이 모아놓는 거예요. 사실 많이 모을수록 점점 더 강력해 집니다. 많이 모아놓는데 그냥 따로 따로 놀면 아무런 이득이 없어요.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 끼리는 얽힘이라는 상태를 만들어야 되는 데요. 오른쪽 큐비트를 한 번 들여다 보고 나면 왼쪽 큐비트를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이 0인지 1인지 알게 되는 거죠. 양자 컴퓨터가 생김으로 인해서 중첩이나 읽힘을 이제 자주 보게됩니다.
해설: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미로 찾기로 생각해 볼까요. 0과 1 중 하나인 비트는 한 번에 하나의 길을 갈 수 있지만 0과 1이 중첩되고 얽힌 큐비트는 한 꺼번에 여러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속도는 큐비트의 속도만큼 2의 n승 배로 커지죠.
정연욱: 50개의 큐비트를 갖다 놓으면 2의 50승이 되는데 2의 50승이 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슈퍼컴퓨터도 그렇게 큰 메모리를 갖고 있지 못해요. 큐비트가 한 300개쯤 되면 2의 300승이 되는데 2의 300승이 되면 우주 전체에 있는 원자 수보다 많아요. 양자 컴퓨터가 굉장히 커지고 굉장히 강력해진다면 암호를 푸는 데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 외에도 인류의 병을 고치거나 사람을 먼 우주로 보낼 수 있거나 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됐을 때는 기존 컴퓨터는 어차피 못 푸는 문제지만 양자컴퓨터가 잘 풀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메세지예요.
순다르 피차이/구글 최고경영자(CEO): Quantum Computing, 양자 컴퓨터는 중대한 변혁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이 세계를 자연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연구실: 이것은 20 큐비트 양자컴퓨터입니다. IBM Q 네트워크상에서 사용될 예정입니다.
해설: 인류의 온갖 난제를 풀 꿈의 컴퓨터, 양자컴퓨터 개발에 세계 굴지의 기업과 국가들이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어떤 현상에선 이미 슈퍼컴퓨터를 넘어섰죠. 하지만 양자상태를 계속 규제하는 건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정연욱: 이게 성공할지 안 할지 정말 몰라요. 하지만 양자역학적으로 완벽하게 작동을 해서 우리가 궁금해했던 양자역학적인 세상을 똑같이 계산해 주는 어떤 신비로운 기계가 나올 거냐에 대해서는 저는 나올 거 같습니다. 큐비트가 100개 정도 되는 회로들을 이제 큰 회사들은 이미 만들고 있는 상황이에요. 양자 상태로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느냐를 결맞음 (양자중첩과 얽힘) 이라고 하는데 결맞음이 어떻게 깨져나가고 어떤 것들이 결맞음을 깨고 있는지를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그걸 다 알았다면 우리는 양자 상태를 영원히 보존할 수 있겠죠.
해설: 우리의 일상은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컴퓨터, 통신, 센서, 전자공학의 편리한 발명품들은 양자역학이 알려준 자연의 원리를 응용한 겁니다. 생명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 물질을 이루는 모든 건 전자의 이동과 결합의 산물입니다. 양자역학이 만물의 이론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성민씨와 김상욱 교수가 호수가에 산책하며 등장---------------
이성민: 물고기가 있네요.
김상욱: 오리도 있고~ 생명으로 가득한~
이성민: 신기하네요. 세상이 다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김상욱: 그 말은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 지금 한눈에 보이는 이 식물도 원자로 되어 있고요. 저 오리도 원자로 되어있고~ 모든 생명체~ 생명만이 아니죠~
이성민: 저도 원자로 되어 있고 선생님도 원자로 되어 있고
김상욱: 저의 몸도 다 원자로 되어 있죠.
이성민: 이렇게 다른 데~ 같은 원자로 되어 있고
김상욱: 뭐가 다르죠?
이성민: 생긴 게~
김상욱: 생긴 것만 다른 거죠. 원자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 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사실 원자를 그냥 네고블록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가 편해요. 원자는 모든 세상 물질의 네고블록이기 때문에~ 네고 블록을 모아서 우리가 여러가지 형태를 만들 수 있잖아요. 여기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그 여러가지 형태죠.
이성민: 인간은 비교적 완벽한 원자배열의 산물인가요?
김상욱: 전혀 그렇지 않죠, 그냥 원자가 모인겁니다. 다시 한번 인간 중심주의를 깨닫는데~원래 과학은 그 역사에서 본의 아니게 인간중심의 세상에서 인간이 벗어나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왔죠. 우리는 흙이나 저 달이나 똑 같은 원자들의 하나의 배열일 뿐이다 라는 것이 양자역학이 이야기 해주는 놀랍다면 놀라운 사실이죠.
이성민: 생명은 입자의 배열이고 블록 쌓기와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면 궁금한 건 인간이란 생물이 있단 말입니다. 어떤 같은 원자, 박사님이나 저나, 같은 원자의 배열과 구조로 쌓여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저희가 일반적으로 흔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린 분들이 계세요. 그런 경우는 어떤 가요?
김상욱: 사실 우리 인간을 만드는 여러 중요한 정보, 원자들을 어떤 식으로 배열해라 하는 그 중요한 정보는 바로 유전자에 씌여 있어요. 부모의 유전자가 자식에게 전달될 때 이게 완벽한 형태로만 언제나 전달된다면 생명체는 처음 생겨난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 변화가 없어야 될 거예요. 유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언제나 약간의 오류가 일어날 수가 있구요. 그 오류가 심각할 때는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개체가 죽기도 하고 그런데 어쨌던 이런 변화가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이 변화 때문에 어떤 경우는 그 팔이 하나만 있던 생명체가 두 개가 생길 수도 있고 그런 급격한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데~이런 변화들이 조금씩 조금씩 누적이 돼요. 처음에는 단 하나의 생명체에서 출발한 지구에서~
이성민: 오케이~ 오케이~
김상욱: 점차적으로 진화하여 지금 현재 우리가 보는 것 같이 수많은 생명의 다양성을 이루게 된 거죠.
해설: 지구상에는 현재 하나의 세포에서 진화하여 온 870만 여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명의 다양성이 원자배열의 작은 오류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칠레), 우주의 진화가 하나의 점, 빅뱅으로 시작되었다는 것 또한 실감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인류는 지구 각 대륙에 망원경을 연결하여 블랙홀을 관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은하 ‘M87’ 블랙홀, 2019년 관측), 블랙홀은 우주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쥐고 있었습니다.
손봉원/한국천문연구원 박사/사건지평선망원경(블랙홀관측) 연구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천문학적 발견 중 하나가 모든 은하의 중심에는 적어도 하나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일인데요. 더욱 놀라운 것은 은하의 질량과 블랙홀의 질량이 매우 좋은 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블랙홀과 은하가 함께 진화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요.
해설: 수천 수백억 년 전 과거에선 별빛을 보며 존재 무상함을 떠올립니다. 우주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이성민: (천문대에서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며) 좋네요, 오랜만에 별을 보니까 근데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게 기억이 없네요.
김상욱: 옛날 사람들은 별을 많이 봤을 텐데요.
이성민: 그렇죠, 저도 어렸을 때 많이 봤어요. 별이 많았던 게 아니라 주변이 많이 어두웠던 거 같애요. 그래서 잘못 본 것 같애요.
김상욱: 사실 저 별들이 지금은 잘 보이지만 아주 아주 먼 미래에는 별을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성민: 왜요?
김상욱: 별이 사라져 가거든요.
이성민: 나의 가슴에 무너지는~ 별이 사라진다는 게 무슨?
김상욱: 물론 어마어마한 시간이 지나야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우주는 현재 팽창~ 커지고 있거든요.
이성민: 아~ 우주가~ 근데 이해가 안 되는 게~ 우주라는 거는 흔히 중력이라는 게 작용을 하고 있잖아요. 중력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잖아요. 근데 은하와 은하 사이가 벌어진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데~그건 어떻게?
김상욱: 아주 정확한 지적을 하신 건데요. 별들~ 은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 밖에 없는데요. 제가 동전을 위로 던지면 올라갔다가 떨어지죠. 초기에 제가 이 동전을 던진 것 처럼 이유는 모르지만 어떤 거대한 폭발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이 동전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이 빅뱅이 팽창하기 시작한 우주도 중력으로 서로 간에 당기기 때문에 이 동전이 속도가 느려지지 올라가는 동전이 빨라지지는 않거든요. 그걸 정말 이해할 수가 없게도 아까 제가 처음 얘기한 것처럼 팽창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데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요. 이거는 사실 현재 우리 물리학이 가지고 있는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인데요.
이성민; 그러면 우리 인간들이 아는 물질은 어느 정도일까요?
김상욱: 저희가 오늘 내내 얘기했던 먼저 눈에 보이는 것들이죠. 원자는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4% 정도 되는 거지요. 4%의 정체는 저희가 알고 있고요. 96%에 대해서는 정확히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암흑~ 땡~땡~이렇게 부르고 있는 겁니다.
이성민: 우주에 뭔가가 있네요. 우리가 모르는 괴물 같은 뭐가~
-CERN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스위스 제네바)
해설: 유럽입자물리연구소는 2년여의 정비를 마치고 이제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55개국 5천 명에 달하는 연구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4대의 거대 검출기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에너지와 입자를 찾을 겁니다. 2010년 본격 가동한 이래 벌써 59개의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고 그 중에는 50년간 예측만 했던 힉스입자도 있습니다.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기본자로서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이 완성됐죠. 그 실험에는 한국의 기술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김태정: 오랫동안 거의 50년 이상 찾지 못했던 힉스입자를 여기서 제가 만든 검출기를 이용해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뿌듯했습니다.
해설: 한국 연구진 150여 명도 우주 초기연구에 매진 중입니다. 1초에 1억권 이상의 가속기 입자충돌, 거기서 얻어진 어마어마한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신호를 찾아야 하죠. 빅뱅 직후 세상과 함께 생겨난 보이지 않는 그것, 암흑물질의 열쇠를 쥔 입자입니다. 모두가 그 입자의 발견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루카 말제리/CERN 수석연구원: 암흑물질이 기본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가속기 충돌의 잔해 속에서 생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미래의 탐지기 뿐만 아니라 현행 탐지기에서도 암흑입자의 신호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어요.
양운기: 별을 본다는 것은 별에서 나온 별 빛을 보고 상호작용을 하는 거죠. 그런데 암흑불질 이라는 건 그러한 상호작용보다 세기가 더 약해서 우리가 관측을 못하는 거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20배 이상 받으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물리학자들도 있습니다.
해설: 이론 물리학자 리사 랜들은 여러 차원이 극적으로 비틀려 있으며 우리는 그 중 한 차원의 우주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우주 모양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은 다중 우주론을 낳았습니다. 우주의 경계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는 겁니다. 이중 스위스 실험에서 관측으로 전자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처럼 양자역학적인 선택에 따라 무수히 많은 우주로 나눠진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암흑이라는 이름의 알 수 없는 존재는 혹시 우리와는 다른 우주인이 있는게 아닐까요.
리사: 다중우주와 비슷한 면도 있어요. 우리가 여분 차원 우주의 한 부분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완전히 다른 에너지가 존재하는 것도 있겠죠.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익숙하죠. 앞뒤, 좌우, 상하 그런데 우리가 못보는 다른 차원이 있을 수도 있죠. 우리가 분리된 다른 차원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입자, 다른 에너지가 존재하겠죠.
해설: 우주의 형태를 짐작해 보면서 우주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봅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양자역학을 통해서 우주의 끝에 대한 자세한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죠.
리사: 양자역학이 없다면 블랙홀은 증발하지 않을 거예요. 양자역학에서 입자들은 쌍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블랙홀 표면에 온도가 있으면 복사가 일어날 수 있죠 (호킹복사). 블랙홀 표면에 쌍입자가 생성되면 하나는 나갈 수 있고 하나는 들어올 수 있죠. 결과적으로 블랙홀(질량)이 변화하면서 증발하는 거죠.
손봉원: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블랙홀들만 남으면 아주 차가운 우주가 됩니다. 그러면 그 차가운 우주에서는 은하만큼 무거운 블랙홀이 서서히 호킹 복사라는 과정을 통해서 증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일이 부단히 반복해서 발생하면 블랙홀의 질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마지막에는 블랙홀이 사라지고 블랙홀이 복사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가벼운 입자들만이 우주에 남게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해설: 우주 만큼이나 생명에 대해서도 우린 아직 모르는게 많습니다. 양자역학은 또 어떤 답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 지는 군요.
--------------------이상민과 김상욱이 산책 중------------------
이성민: 생명이라는 건 죽지 않으려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단순히 죽지 않으려는 구조로 만들어진 원자 덩어리가 그냥 덩어리 채로 있다고 해서 살아있는 건 아니죠?
김상욱: 그렇죠, 살아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떤 구조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이건 있지 못해요. 서서히 무너져 갑니다. 이게 자연법칙이거든요. 산도 시간이 지나면 허물어지고 스스로 부서져 가는 걸 막을려는 경향이 있어야 생명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에너지가 필요해요. 우리와 같이 동물에 속하는 생명체의 경우에는 반드시 해야 되는 게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는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있어요. 그게 뭐죠?
이성민: 숨쉬고 있는 거~
김상욱: 그렇죠, 숨을 쉬어야 돼요. 숨을 쉬지 않으면 죽잖아요. 바로 이 숨을 쉬는 행위가 에너지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 세포마다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들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그 제조공장을 미토콘드리아 라고 불러요.
해설: 20억년 전 단세포 생물 한 마리가 박테리아를 삼켰습니다. 박테리아가 가진 놀라운 능력 덕분에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가 이루어졌죠. 그것이 미토콘드리아입니다. 생체 에너지 ATP는 모든 동식물의 세포 소기관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집니다. 미토콘드리아는 마치 반도체처럼 전자(electron)를 잘 따릅니다. 음식의 양분에서 얻은 전자를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로 전달하죠. 이때 생기는 동력으로 ATP(생체 에너지)를 만들고 전자를 얻은 산소는 물이 되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김동은/건국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 우리가 포도당 한 분자를 산소가 없이 산화시켜서 얻어내는 ATP는 2개입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가 얻어내는 ATP의 양은 30개에 달할 수 있어요. 그래서 효율이 굉장히 좋은 것이죠. 미토콘드리아는 탄수화물을 산화시킴으로써, 전자를 전달함으로써 에너지를 축적하고 그 에너지를 ATP를 만드는 데 쓰는 것이죠. 세포가 생명을 다한 것은 ATP를 안 만들면 생명이 다한 것입니다.
-건국대학교
해설: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은 당연히 노화에도 관여합니다 시력을 잃게 만드는 병인 황반변성도 그 중 하나입니다. 김동은 교수는 황반변성 환자의 망막을 주의 깊게 살펴 보았습니다.
김동은: (모니터 화면에서) 보시는 바처럼, 파란색은 망막 세포의 핵에 해당하고 빨간색으로 보이는 이 부분이 미토콘드리아의 모양입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미토콘드리아는 모양새로서는 이렇게 길쭉길쭉한 모양으로 세포 전체에 잘 퍼져 있어요.
해설: 황반변성 환자의 망막 세포와 미토콘드리아는 손상되어 부풀어 올랐습니다. 전자전달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죠. 세포마다 많게는 2000개나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 그 손상을 복구하는 방법이 발견되었습니다.
김동은: (연구 실험실에서) 이 미토콘드리아의 형태를 주목해서 미토콘드리아에 산화 스트레스를 줘서 시간대 별로 증가시켜 봤더니 망막세포 미토콘드리아가 계속 부풀어 오르는 거예요. 이렇게 동그랗게 그런데 여기다가 골격 단백질을 많이 생기게 하니까 (미토콘드리아가)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현저히 줄어들어서 작게 됐어요.
해설: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속도를 늦춰 전자전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손상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김동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막는 것은 다 독이에요. 청산가리나 시아나이드 이런 것들은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을 막는 독 물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세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지게 되면 그 조직이 망가지고 조직이 망가지면 기관이 역할을 할 수가 없고 우리가 아픈 곳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소위 말해서 퇴행성 질환의 하나의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그것이 개체의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것이죠.
해설: 생명에서 우주까지 만물의 모든 현상은 최후의 쉼터를 찾아가는 전자의 끊임없는 여정이라고 양자역학은 말하고 있습니다.
-------------(저수지 풀밭 계단에서) 김상욱/물리학자와 이성민/사이언스 워크의 대화--------------
이성민: 생명은 참 수 없이 다양하고 끊임없이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그럼에도 왜 생명은 영원히 살지 못할까요?
김상욱: 정말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살아 있는 것보다 죽어 있는 게 훨씬 많아요. 땅 덩어리 전체가 다 죽어 있는 거구요. 하늘에 있는 수많은 별들, 다 죽어 있는 거죠. 그래서 사실 이 우주에서 지금까지 지구상에 있는 요 생명체 말고는 살아 있는 걸 아직 과학자들이 본 적이 없어요.
이성민: 그렇죠.
김상욱: 외계 생명체를 본 적이 없다는 뜻인데~ 가장 자연스러운 원자들의 배열은 죽어있는 물질이라는 거죠. 그게 자연스러운 거구요. 왜냐면 본 적이 없잖아요. 이 지구상에만 이렇게 생명이 있는 거니까. 이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원래 원자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인 죽음의 상태에 영겁의 시간을 머물다가 어떤 이상한 일로 배열이 차자작 되었을 때 생명이 되는 거죠 (원자배열이 생명을 얻은 경이로움), 그런데 우리는 항상 여기에 뭔가 가치를 부여하고 우열의 관계 좋고 나쁨을 이야기 하지만 원자 그 자체는 좋고 나쁜 건 없죠. 다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들이예요. 원자 입장에서는 모든 게 평등하죠.
해설: 걷다 보면 막다른 길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다른 길을 찾아서 걸어가야겠습니다. 그때 마다 과학은 길을 밝혀 줄 겁니다.
김상욱: 양자역학의 아버지였던 릴스 보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인간의 언어는 우주를 기술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사실 양자역학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모순들, 이상한 것들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인간의 언어의 문제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이 정도를 알아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고 생각해요.
이성민: 음~ 우주는 어쩌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 같애요.
김상욱: 우리가 보는 것이 진짜 모습인지도 알 수 없잖아요.
이성민: 지금까지 저의 대화의 주제가 그거 아니었나요?
김상욱: 그렇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볼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세상을 이 나마 이야기 해준 거니까 결국에는 상당히 많이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끝. (KBS 다큐인사이트 89회 Science Walk 생명에서 우주까지 1부 양자역학에서 정리).
① 자연은 참 오묘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섭리를 품고 있다. 자연을 알기 위해서 과학이 걸어간 길을 따라서 걸어본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 (스위스 제네바)는 우주의 원리를 밝히는 실험을 하는 곳이다. 실험은 연구소 아래 지하 100미터에서 진행된다. 5층 건물 높이의 거대 검출기 4대가 지하에 있다. 우주의 시작을 알고 싶은 인류의 염원을 모아 2010년 첫 실험이 시작됐다. 빅뱅 이후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생겨났을 거로 보고 그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충돌할 때 에너지가 우주 초기 상태(빅뱅) 에너지라고 한다. 입자들이 검출기에 남긴 자취를 보고 입자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추적해 내는 거다. 각 검출기 속에서 137억 년 전 빅뱅 직후의 뜨거운 우주가 재현된다. 둘레만 27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터널이 입자가속장치다. 시공간과 물질, 세상이 처음 만들어지는 순간이 재현되는 것이다.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에너지를 높힌다. 거리가 좁혀진 입자는 충돌과 붕괴를 통해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을 파악하면 기본물질과 에너지를 추적할 수 있는 원리다.
②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리사 랜들 교수는 우주 공간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 확신한다. 새로운 에너지 층을 탐구할 때마다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였다. 이런 발견은 계속된다. 세상의 시작에 가까이 가면 생명에서 우주까지 기본을 이루는 물질과 에너지를 만나게 된다. 양자역학의 세계다. 양자역학은 세상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게 한다. 모든 출발점은 빛이다. 빛의 본질은 뭘까. 창세기에도 빛이 있으라는 말이 있다. 세상이 존재하게 되는 첫번째 문제다. 사실 빛은 세상의 모든 근원과도 관련이 있다. 빛을 파동이라고도 하고 입자라고도 한다. 우리 인간에게 입자이면서 파동인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 그런 개념도 없다.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도 파동의 성질이 있다. 텅 빈 하늘 조차 원자들이 요동치는 분주한 세계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있다. 전자는 원자핵 주위 궤도를 돈다. 양자란 말도 거기서 나왔다.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거는 진동하면서 전 우주에 퍼져 있다. 전 우주에 퍼져 있기에 특정한 위치가 없다. 전자의 성질에 대한 실험이다. 두 개의 구멍을 뚫어놓고 전자를 쏘았더니 간섭무늬가 벽에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전자가 물결처럼 닿은 거다. 전자는 파동일까 이번에는 사진기로 관측하면서 실험을 하였다. 벽에 두 개의 줄 무늬가 생겼다. 입자로 구멍을 통과해 부딪힌 거다. 파동이던 전자가 입자로 변하였다.
③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전자는 너무나 작아서 눈으로 볼 수 없다. 전자는 빛에 맞을 때 돌맹이처럼 때린다. 빛에 맞을 때 위치가 바뀔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이 대상에 영향을 준다. 보지 않았다면 파동처럼 행동하고 보면 입자같이 행동한다. 이걸 관측이라고 한다. 관측하는 것이 대상에 영향을 준다. 이것이 양자크기의 가장 큰 원리다. 보는 것이 대상에 계속 영향을 주면 거기서 보아서 얻어낸 정보들은 언제나 불확실 부정확하다. 이것을 양자역학에서 불확정성 원리라고 한다. 대상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확률을 써서 기술한다. 확률은 뭐가 나올지 모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만든 사람들한테 “달이 저기 보이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달이 보입니다. 달은 내가 보지 않을 텐데 달은 나를 보지 않으면 달이 저기 없는 건가 하고 물어본다. 결론은 달은 인간의 측정과 관련 없이 존재한다. 그게 답이다. 우주는 물질과 시공간과 관계가 있다. 관계가 맺어지면 인간의 인식이나 내가 보았다는 느낌 같은 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④ 양자역학은 뭔가 불확정하고 확률만 쓴다고 하니까 이론으로서 쓸모가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든다. 놀랍게도 양자역학의 이론은 어떤 실험결과를 예측하는 정밀도에서 인간이 가진 어느 이론보다도 더 정확하다. 양자역학은 유효숫자를 열다섯개까지 알 수 있다. 즉 키로 얘기하면 174.3478859134214397 이런 정밀도로 정확하다. 그런데 우리가 자꾸 확률을 얘기해야 되고 불확실하다고 하니까 우리가 상식적으로 당연히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양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위치에 에너지 라는 미량이 있다. 원자의 에너지는 엄청난 정확도로 알 수 있다. 양자의 역학은 에너지를 설명해 주는 이론이다. 그래서 우리가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을 강조할 때는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서 그렇다는 것이지 이론 자체는 그 어떤 이론 보다도 정밀하다. 양자역학이 나왔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전자공학과 첨단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
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제근 교수는 입자간 상호 작용이 강한 움직이는 물체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로 자성을 띤 원자들로 그래핀과 같은 2차원 구조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물질은 매우 특이했다. 이 물질 속에서 양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발견됐다. 니켈이 주위에 있는 황이랑 얽혀 있고 주변에 있는 니켈과 니켈이 다시 황을 끼고 얽혀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양자역학 개념이 동시에 들어가 있는데 하나가 양자중첩이다. 다른 하나는 양자얽힘인데 두 개념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개념이다.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 두 개의 양자 상태가 함께 할 수 있으며 (양자중첩) 떨어져 있을 때도 얽혀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 (양자얽힘)는 양자의 성질을 말한다. 서로 얽히게 되면 두 개라도 마치 하나처럼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작용을 갖게 된다. 하나가 위로 향하면 다른 하나는 자동으로 아래를 향하게 되는 것이다. 뾰죽한 그래프가 양자중첩과 얽힘을 의미한다. 박교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에서 양자 세계의 원리를 발견했다.
⑥ 한 쌍의 입자에서 하나가 아래를 향할 때 다른 입자는 위를 향한다. 이런 양자얽힘은 고전 물리학과 기존의 철학으론 설명이 불가능하다. 광화문에 있는 입자가 위로 회전하는게 관측되는 순간 마치 텔레파시 처럼 짝이 되는 입자는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타에 있더라도 즉각적으로 아래로 회전한다. 양자얽힘은 수십년 실험에 의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여전히 양자역학으로 얽혀 있는 상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어렵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구조와 실제 양자역학이 보여주는 세상의 괴리다. 항상 세상의 직관과 일치될 필요는 없다. 양자얽힘이 실제로 존재하는 걸 우리가 알고 있고 그걸 응용하는 게 양자컴퓨터다. 양자역학은 수학적으로 아름답고 정교한 이론이고 지난 100년간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정말 놀라운 예측을 해줬다. 그런데 우리 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우리 눈에 양자역학이 보이는 것처럼 작동하는 기계가 생겼다. 그게 양자컴퓨터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지하에는 두 대의 양자컴퓨터가 있다. 두 대의 5큐비트 양자 프로세서가 영하 270도 극저온 냉장고 안에서 가동 중이다. 극저온이라야만 외부환경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되어 양자세계가 유지될 수 있다.
⑦ 전자들이 에너지를 받으면 안된다. 전자들이 에너지를 받아서 다른 데로 튀어버리면 질서가 깨지기 때문에 에너지를 받지 않는 상태란 온도가 아주 낮은 상태 (영하 270도)이다. 냉장고 속에 감추어져 있는 양자컴퓨터 본체다. 바닥에 있는 프로세서는 저온을 유지하기 위한 선들로 둘러싸여 있다. 양자 프로세서나 중첩과 얽힘의 양자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양자 역학적인 중첩상태를 만들었을 때 그게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는가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중첩을 만들려고 했을 때 높은 품질 상태에 맞게 만들 수 있는가 측정할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품질이라고 한다. 전기저항을 막는 소자 안에서 양자 프로세서의 큐비트 칩이 보호받고 있다. 컴퓨터의 큐비트는 0과 1 중 하나만 표현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0이거나 1이거나 0과 1 둘 다를 표현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를 많이 모아놓는 거다. 사실 많이 모을수록 점점 더 강력해 진다. 많이 모아놓았는데 그냥 따로 따로 놀면 이득이 없다.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 끼리는 얽힘이라는 상태를 만들어야 된다. 오른쪽 큐비트를 한 번 들여다 보고 나면 왼쪽 큐비트를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이 0인지 1인지 알게 된다. 양자 컴퓨터가 생김으로 인해서 중첩이나 읽힘을 이제 자주 보게된다.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미로 찾기로 생각해 보자. 0과 1 중 하나인 비트는 한 번에 하나의 길을 갈 수 있지만 0과 1이 중첩되고 얽힌 큐비트는 한 꺼번에 여러 길을 갈 수 있다. 여기서 속도는 큐비트의 속도만큼 2의 n승 배로 커진다.
⑧ 50개의 큐비트를 갖다 놓으면 2의 50승이 되는데 2의 50승이 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슈퍼컴퓨터도 그렇게 큰 메모리를 갖고 있지 않다. 큐비트가 한 300개쯤 되면 2의 300승이 되는데 2의 300승이 되면 우주 전체에 있는 원자 수보다 많다. 양자 컴퓨터가 커지고 강력해진다면 암호를 푸는 데 매력이다. 그 외에도 인류의 병을 고치거나 사람을 먼 우주로 보내거나 하는 중요한 문제에는 기존 컴퓨터는 못 풀지만 양자컴퓨터는 풀 수 있다. 중대한 변혁이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이 세계를 자연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인류의 온갖 난제를 풀 꿈의 컴퓨터, 양자컴퓨터 개발에 세계 굴지의 기업과 국가들이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어떤 면에선 이미 슈퍼컴퓨터를 넘어섰다. 하지만 양자상태를 계속 규제하는 건 쉽지가 않다. 이게 성공할지 못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양자역학적으로 완벽하게 작동을 해서 우리가 궁금해했던 양자역학적인 세상을 똑같이 계산해 주는 어떤 신비로운 기계가 나올 거냐에 대해서는 나올 것 같다. 큐비트가 100개 정도 되는 회로들을 이제 큰 회사들은 이미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양자 상태로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느냐를 결맞음 (양자중첩과 얽힘) 이라고 하는데 결맞음이 어떻게 깨져나가고 어떤 것들이 결맞음을 깨고 있는지를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다. 우리의 일상은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 컴퓨터, 통신, 센서, 전자공학의 편리한 발명품들은 양자역학이 알려준 자연의 원리를 응용한 거다. 생명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 물질을 이루는 모든 건 전자의 이동과 결합의 산물이다. 양자역학이 만물의 이론이라 불리는 이유다.
⑨ 인간도 원자가 모인 것이다. 흙이나 달이나 똑 같은 원자들의 배열이다 라고 양자역학은 말해주고 있다. 인간을 만드는 여러 중요한 원자들을 어떤 식으로 배열해라 하는 그 중요한 정보는 바로 유전자에 씌여 있다. 부모의 유전자가 자식에게 전달될 때 이게 완벽한 형태로만 언제나 전달된다면 생명체는 처음 생겨난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 변화가 없어야 된다. 유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언제나 약간의 오류가 일어날 수가 있다. 그 오류가 심각할 때는 돌연변이가 되어서 개체가 죽기도 하고 어쨌던 이런 변화가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이 변화 때문에 어떤 경우는 팔이 하나만 있던 생명체가 두 개가 생길 수도 있고 급격한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변화들이 조금씩 조금씩 누적이 된다. 처음에는 단 하나의 생명체에서 출발한 지구에서 점차적으로 진화하여 현재 지금 우리가 보는 것 같이 수많은 생명의 다양성을 이루게 되었다.
⑩ 지구상에는 현재 하나의 세포에서 진화하여 온 870만 여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생명의 다양성이 원자배열의 작은 오류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우주의 진화가 하나의 점, 빅뱅으로 시작되었다는 것 또한 실감나지 않는다. 인류는 2019년 지구 각 대륙에 망원경을 연결하여 블랙홀을 관찰하는 데 성공하였다. 블랙홀은 우주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쥐고 있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천문학적 발견 중 하나가 모든 은하의 중심에는 적어도 하나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발견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은하의 질량과 블랙홀의 질량이 좋은 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블랙홀과 은하가 함께 진화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시간이 지나야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현재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런데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걸 현재 우리 물리학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⑪ 우리는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원자의 4% 정도는 정체를 알고 있고 96%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암흑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CERN 유럽입자물리연구소(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이제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55개국 5천 명 연구진이 매달려 일하고 있다. 4대의 거대 검출기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에너지와 입자를 찾고 있다. 2010년 본격 가동한 이래 벌써 59개의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고 그 중에는 50년간 예측만 했던 힉스입자도 있다.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기본입자로서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이 완성됐다. 오랫동안 거의 50년 이상 찾지 못했던 힉스입자를 여기서 한국 사람이 만든 검출기를 이용해서 찾아내었다. 한국 연구진 150여 명도 우주 초기연구에 매진 중이다. 1초에 1억권 이상의 가속기 입자충돌, 거기서 얻어진 어마어마한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신호를 찾아야 한다. 빅뱅 직후 세상과 함께 생겨난 보이지 않는 그것, 암흑물질의 열쇠를 쥔 입자다. 모두가 그 입자의 발견을 고대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기본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가속기 충돌의 잔해 속에서 생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미래의 탐지기 뿐만 아니라 현행 탐지기에서도 암흑입자의 신호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⑫ 별을 본다는 것은 별에서 나온 빛을 보고 상호작용을 하는 거다. 그런데 암흑불질 이라는 건 그러한 상호작용보다 세기가 더 약해서 우리가 관측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20배 이상 받으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물리학자들도 있다. 이론 물리학자 리사 랜들은 여러 차원이 극적으로 비틀려 있으며 우리는 그 중 한 차원의 우주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우주 모양을 제시했다. 우주의 경계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 스위스 실험에서 관측으로 전자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처럼 양자역학적인 선택에 따라 무수히 많은 우주로 나눠진다는 해석도 있다. 암흑이라는 이름의 알 수 없는 존재는 혹시 우리와는 다른 우주인이 있는게 아닐까. 다중우주와 비슷한 면도 있다. 우리가 여분 차원 우주의 한 부분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에너지가 존재하는 것도 있겠다.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익숙하다. 앞뒤, 좌우, 상하 그런데 우리가 못보는 다른 차원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분리된 다른 차원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입자, 다른 에너지가 존재하겠다. 우주의 형태를 짐작해 보면서 우주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본다. 놀랍게도 우리는 양자역학을 통해서 우주의 끝에 대한 자세한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다.
⑬ 양자역학이 없다면 블랙홀은 증발하지 않는다. 양자역학에서 입자들은 쌍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블랙홀 표면에 온도가 있으면 복사가 일어날 수 있다. 블랙홀 표면에 쌍입자가 생성되면 하나는 나갈 수 있고 하나는 들어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블랙홀(질량)이 변화하면서 증발하는 거다.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블랙홀들만 남으면 아주 차가운 우주가 된다. 그러면 그 차가운 우주에서는 은하만큼 무거운 블랙홀이 서서히 호킹 복사라는 과정을 통해서 증발하기 시작한다. 그런 일이 부단히 반복해서 발생하면 블랙홀의 질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마지막에는 블랙홀이 사라지고 블랙홀이 복사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가벼운 입자들만이 우주에 남게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주 만큼이나 생명에 대해서도 우린 모르는게 많다. 양자역학은 또 어떤 답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생명이라는 건 죽지 않으려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구조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이건 그냥 있지 못한다. 서서히 무너져 간다. 이게 자연법칙이다. 산도 시간이 지나면 허물어지고 스스로 부서져 가는 걸 막을려는 경향이 있어야 생명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 쉽게 얘기해서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와 같이 동물에 속하는 생명체의 경우에는 반드시 해야 되는 게 있다. 숨을 쉬어야 한다.
⑭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다. 숨을 쉬는 행위가 바로 에너지를 만드는 행위다.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마다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제조공장을 미토콘드리아 라고 부른다. 20억년 전 단세포 생물 한 마리가 박테리아를 삼켰다. 박테리아가 가진 놀라운 능력 덕분에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가 이루어졌다. 그것이 미토콘드리아다. 생체 에너지 ATP는 모든 동식물의 세포기관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진다. 미토콘드리아는 마치 반도체처럼 전자(electron)를 잘 따른다. 음식의 양분에서 얻은 전자를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로 전달한다. 이때 생기는 동력으로 ATP(생체 에너지)를 만들고 전자를 얻은 산소는 물이 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우리가 포도당 한 분자를 산소가 없이 산화시켜서 얻어내는 ATP는 2개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가 얻어내는 ATP의 양은 30개에 달할 수 있다. 효율이 굉장히 좋다. 미토콘드리아는 탄수화물을 산화시킴으로써, 전자를 전달함으로써 에너지를 축적하고 그 에너지를 ATP를 만드는 데 쓴다. 세포가 생명을 다하면 ATP를 못 만든다.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은 당연히 노화에도 관여한다 시력을 잃게 만드는 병인 황반변성도 그 중 하나다.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속도를 늦춰 전자전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손상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막는 것은 다 독이다. 청산가리나 시아나이드는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을 막는 독 물질이다. 세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지게 되면 그 조직이 망가지고 조직이 망가지면 기관이 역할을 할 수가 없고 우리에게 아픈 곳이 생기게 되고 소위 말해서 퇴행성 질환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결국 그것이 개체의 죽음으로 이르게 한다.
⑮ 만물의 모든 현상은 생명에서 우주까지 최후의 쉼터를 찾아가는 전자의 끊임없는 여정이라고 양자역학은 말하고 있다. 생명은 끊임없이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그럼에도 생명은 왜 영원히 살지 못할까. 세상에는 살아 있는 것보다 죽어 있는 게 훨씬 많다. 땅 덩어리 전체가 다 죽어 있다. 하늘에 있는 수많은 별들도 다 죽어 있다. 이 우주에서 지금까지 지구 생명체 말고는 다른 행성에서 살아 있는 걸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 외계 생명체를 본 적이 없다. 가장 자연스러운 원자들의 배열은 죽어있는 물질이다. 그게 자연스럽다. 이 지구상에만 생명이 있다. 이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원자는 자연스러운 상태인 죽음의 상태에 영겁의 시간을 머물다가 어떤 이상한 일로 배열이 짜자작 되었을 때 생명이 된다. (원자배열이 생명을 얻은 경이로움), 우리는 항상 여기에 가치를 부여하고 우열관계 좋고 나쁨을 이야기 하지만 원자 그 자체는 좋고 나쁜 게 없다. 다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다. 원자 입장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걷다 보면 막다른 길을 만날 때도 있다. 다른 길을 찾아서 걸어가야 된다. 그때 마다 과학은 길을 밝혀 줄 것이다. 양자역학의 아버지였던 릴스 보어가 이런 말을 하였다. “인간의 언어는 우주를 기술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사실 양자역학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모순들, 이상한 것들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인간의 언어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이 정도를 알아냈다는 것이 놀랍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세상을 이 나마 이야기하게 해주었으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많이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