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초로 첫 출근 하는 날.
새벽 지각하는 꿈으로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학교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정들었던 신은초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아쉽고 서운한 마음입니다.
출근길.. 남부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신월IC로 빠져서 내려가는 길
신은초에 가는 출근길이 보이니 갑자기 코 끝이 찡해집니다.
'안녕, 신은초'
향수병처럼 얼마 동안은 그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
빨리 새 학교에 정 붙이고 살아봐야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신강초가 많이 어색하진 않습니다.
단골 맛집 미스차이나 덕분인가 봅니다.
"보안관님 안녕하세요. 5층에 새로운 복지사예요."
"네~ 안녕하세요. 익힐 때까지는 인사하고 지나가세요."
"네~"
교무실에서 부장님께 잠시 인사를 하고
학교 밖을 둘러봤습니다.
신강초 아이들은 어디서 등교를 하는 걸까요?
신강초 주변은 어떨까요?
삼삼오오 등교하는 아이들 모습이 보입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서 걸어오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가는 길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받아주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습니다.
"애들아. 너네는 어디서 오니? 육교 건너편에서 오는 거니?"
"네. 저 건너편에서 왔어요."
"왜 안 들어가고 여기 서있어?"
"친구랑 45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저 녀석이 45분에 출발했대요. 저기~ 핸드폰 보고 오는 애 보이죠?"
처음 만나는데도 대답 잘해줍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교실로 올라가려는데 1층 입구에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가까이 가보니 이제 2~3학년이 된 아이들이 신발장에 실내화를 갈아 신고 있었습니다.
신강초는 1층에 비치되어 있는 신발장에 실내화를 갈아 신고 교실로 가나 봅니다.
학교 전교생 수가 적으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저학년 아이들은 자기 반과 번호를 몰라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몇 명 아이들에게 안내하자 기다렸다는 듯 저에게 다가와 묻습니다.
"선생님, 2-4반은 어디예요?"
"선생님, 저 몇 번인지 몰라요."
"선생님, 다 갈아 신으면 교실 가요?"
"선생님, 2-3반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나름의 최선으로 설명했습니다.
아이들과 짧은 만남을 하고 앞으로 복지실이 될 교실에 올라가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교육복지실 신규 설치 공사를 해야 하기에 미리 통화한 업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후 2시쯤 실측을 하러 오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위클래스, 돌봄 교실, 도서실에 방문해서 담당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교실을 참고해 둘러봤습니다.
도서실 선생님은 저와 같은 일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신강초 입사 동기라 같이 잘 지내보자 인사했습니다.
위클래스 상담교사 선생님은 이제 3년 차 되셨다고 합니다.
처음 학교와 발령받고 위클래스실 설치를 직접 하셨다고 합니다.
앞으로 함께 서로 도와가자고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습니다.
돌봄 선생님께 인사했습니다.
"학교에서 복지사 선생님 기다렸어요. 누가 오신다고 해서 학교에서 좋아하셨어요.
이전에도 복지사 선생님과 같이 잘 지냈어요. 저도 잘 부탁드려요."
반갑게 맞아주시고 학교에서는 복지사 선생님이 학교에 오시길 기다렸다고 하시니
안심과 안도가 되었습니다.
개별적으로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동안 교육복지실의 새 이름 공모전을 할 계획입니다.
교무실무사 선생님께 가정통신문 예시자료가 있는지 묻자 신강 공유 폴더를 알려주셨습니다.
컴퓨터에 실행이 안되자 전산 선생님께서 직접 와서 도와주셨습니다.
가정통신문을 1차로 완성하고 교실을 둘러보니
정리되지 않은 옛 물품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아무리 공사를 한다지만 기본적은 정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책, 문구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모두 담았습니다.
1차 정리를 하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신강초는 급식실이 따로 없습니다.
1층 회의실에 모여 식사를 합니다.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고 어색해서 편히 밥 먹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건물이 하나라 아담하고 좋다 생각했는데..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제 실과 끝과 끝입니다.
처음이라 잘 찾기 못해 하교하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애들아. 여기 분리수거장이 어디야?"
"여가 바로 뒤에 있어요."
"고마워. 6학년이구나?"
"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보니 계단만 있는 곳이었습니다.
버릴 책 잔뜩인데.. 혼자서는 5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와중 쌓아놓은 책이 우르르 떨어집니다.
그걸 보고 있던 아이들이 떨어진 책을 주워줍니다.
"애들아. 혹시 괜찮으면 선생님 이거 버리는 거 도와줄 수 있을까?
"네! 도와드릴 수 있어요."
그렇게 흔쾌히 대답한 아이들이 책을 다 옮겨 주었습니다.
"고마워. 너네 몇 반이니?"
"6학년 2반이요."
"선생님, 오늘 처음 왔는데요. 5층에 교육복지실이라는 곳이 생길 거야. 다음에 꼭 놀러 와."
"네~."
귀여운 4명의 아가씨 천사들 덕분에 수월하게 짐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짐이 남은 상황
다시 5층으로 올라가 짐을 싣고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길로 돌아 내려왔는데... 멉니다.
신강초에 지내는 동안 운동이 저절로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동장을 지나고 있는데 아까 만난 아이들을 또 만났습니다.
먼저 다가와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시 아이들 도움을 받았습니다.
"애들아. 우리 이렇게 만났는데 사진 찍을까?"
"좋아요~"
입학식으로 만들어 놓은 현수막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신강초 첫 친구들, 만나서 반가웠어요. 우리 종종 만나요.
아이들은 어디나 참 예쁩니다.
쓰레기 정리를 하고 쉬면서
작년 교육복지활동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참여한 아이들 명단을 찾아 2022학년도 학년 반으로 기입 수정했습니다.
일단 아이들 이름이 익숙하게 반복적으로 봐야겠습니다.
한 학년 4반이라 금방 외우지 않을까 싶습니다.
복지사업이라고 복지 아이만 골라 살피기 어렵습니다.
복지 아이를 중심으로 하되 두루두루 알아가고 친해져야 합니다.
2시 넘어 인테리어 업체가 방문했습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예산이 한정적입니다.
10년 전 1500만원이 아직도이니.. 단가가 맞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요.. 어렵습니다.
이런 예산은 많이 주면 좋겠습니다.
일단 해봐야지요. 며칠 궁리해봐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갔습니다.
첫 출근은 정시퇴근!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시작될까요.
잘 적응하고 살아봐야지요.
[오늘의 감사]
1. 교감 선생님께서 아침에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2. 서로가 어려보인다고 칭찬 나눔 한 사서 선생님, 점심식사 장소 챙겨주고 식수 관련해서도 알려주셨습니다. 퇴근길 동행할 수 수 있었습니다.
3. 주무관님께서 새로운 복지사냐고 인사해주셨습니다.
4. 보안관님들께서 문 앞에서 친절히 맞아주시고 퇴근길도 인사해주셨습니다.
5. 이진 선생님께서 여러 질문에 답을 주셨습니다.
6. 돌봄 선생님께서 학교의 여러 상황을 살짝 귓듬해주시고 반가워해주셨습니다.
7. 전사 실무자 선생님께서 컴퓨터 관련해서 안내해주셨습니다.
8. 분리수거 도와준 6학년 시은, 나진, 은서, 민서, 시은이 고맙습니다.
9. 오며가며 인사받아준 신강초 아이들
10. 아름 선생님이 새 학교 출근 응원해주고 이전에 썼던 글을 기억나게 해줬습니다.
11. 여러 선생님과 복귀, 첫 출근 소식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12. 무사히 출근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선생님~ '학교사회복지사 업무일지' 신강초편인가요??ㅎㅎ 신강초등학교에서의 첫 출근기록 너무 재미나요! 앞으로도 기록들 종종 보며 응원하겠습니다 ~
신강초 편은 아니고~ 첫 출근만 남겨보았어요. 우리 혜숙 선생님은 어디서 무얼 하고 지내나요~
1년을 알차게 잘 보내보세요.
이렇게 기록을 보니 쌤의 마음이 생생히 떠올라요~~ㅎㅎ
앞으로도 건승건승!
아름샘 기록도 기다릴게요.
익숙한 풍경이 보여서 괜히 반갑네요ㅎㅎ 나중에 선생님 뵈러 놀러갈게요!!
첫날부터 벌써 아이들과 관계를 맺으시다니 대단하세요. 선생님과 함께 학교생활할 아이들 정말 복받았네요!ㅎㅎ
앞으로 신강초에서의 펼쳐질 모든 일들도 다 응원해요 선생님!!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함께해요♡
센터 있을 때 다녔던 동네 일까요??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주었는 걸요.
그리고 이제 나도 나이가 있어서 인지 전에 있었던 낯가림이 없어졌어요. 누구한테든 그냥 먼저 말걸고 묻고 그래요.
나이가 든다는 건 용감도가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 혜민 선생님도 오늘 하루 씩씩하게 잘 보내기를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