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야산방주변에는 새들이 참 많습니다. 화야산방 뒤로는 화야산이며 바로 앞에는 곡달산이 위치해 있으니 새들이 오직 많겠습니까. 무료하게 오후를 보내다가 오고 가는 새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들이 그냥 내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새들중에 그래도 덩치가 큰 종류는 까마귀 까치 어치 등입니다. 딱다구리도 있고 뻐꾸기도 있지만 화야산방 일대를 주름잡는 종류는 까마귀와 까치 그리고 어치입니다. 물론 참새 등 작은 새들이 있지만 그들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적들의 공격에 두려움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봅니다. 일대 일 싸움에서는 까치가 최고입니다. 정말 한 방이 있습니다. 덩치로는 까마귀가 가장 큽니다.
까치는 싸움을 잘 합니다. 덩치는 까마귀가 큰데 한 번 붙으면 까마귀가 도망갑니다. 하지만 요즘 어치가 엄청 많아졌습니다. 덩치로 보면 까마귀와 까치보다 작지만 떼로 덤비면 무섭습니다. 어디서인지 모르게 몰려들어 공격합니다. 싸움에서는 이력이 난 까치도 어치에게 밀리는 듯 합니다. 하지만 곧 평정을 유지하며 화야산방의 조류들의 세계는 조용해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듭니다. 새들은 만나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입니다. 마구 지저귀지는 않겠지요. 적이 온다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고 어디에 먹이거리가 많다던지 어느 집 근처에 잔치가 벌어졌으니 알고 있으라는지 조만간 대대적인 소독작업이 있으니 서로 조심하자는지 그런 이야기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까마귀와 까치 그리고 어치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싶지만 그럴 여력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귀여움을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예의범절을 갖춘 의식있는 새라고 알고 있어 까마귀들의 대화에 집중하려 하고 있습니다. 까마귀는 다른 새들에 비해 대뇌가 발달해 학습능력이 좋은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까치에 밀려 천대를 받지만요. 너무 검어서 그런가요. 하지만 동료 까마귀가 죽으면 함께 모여 추모를 할 정도로 예의를 지키는 새입니다.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독식하지 않고 동료들을 불러 함께 처리합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가 힘찹니다. 너무 시끄럽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요.
화야산방 주변은 까마귀들의 활공터입니다. 분지처럼 생겨 위에서 아래로 수직 비행 연습하기가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까마귀들이 상당수 모여 비행 훈련을 합니다. 왜냐고요. 최악의 상황에서 연습해야 정말 중요한 성과를 얻기 때문이지요. 최고 전투기 조종사들은 항상 최악의 기상에서 출격 훈련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중간 중간에 전봇대가 있다는 것도 비행에 좋은 조건이지요. 그들이 비행할때 정말 대단합니다. 저 멀리서 어미가 부릅니다. 출발하라 신호가 떨어지면 주춤거리며 새끼 까마귀가 첫 비행을 시작합니다. 비는 내리죠 바람은 엄청 불죠 정말 쉽지 않은 아니 목숨을 건 비행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어미는 정말 악악댑니다. 이때는 동네주민들은 까마귀들의 어려운 공부가 시작됐다며 안타까워합니다. 그렇게 목숨을 건 비행이 끝나면 새끼 까마귀는 홀로 서게 됩니다. 까마귀의 움직임을 보면 참으로 경이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까마귀들이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이제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주어온 이야기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할 이야기가 없어 모이지 않을 때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주변에서 모인 까마귀들이 떠드는 소리 들어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심심풀이 땅콩정도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8월 18일 화야산방 까마귀 대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