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란 ‘그 별 우리 가슴에 빛나고’(시학 2020년) 나희덕 ‘가능주의자’(문학동네 2021년) 신용목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시간에 온다‘(문학동네 2021) 이재훈 ‘생물학적인 눈물’(문학동네 2021) 이현승 ‘대답이고 부탁인 말’(문학동네 2021)
내달 18일 최종 수상작 선정 … 4월 28일 동아일보 사옥서 시상식
강진군과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제19회 영랑시문학상 본심에 오른 후보작으로 총 5편이다. 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심사를 진행해 5개 작품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2000년 사단법인 영랑기념사업회가 발족되어 제정됐었다.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신달자 시인)는 올해 운영 요강과 심사위원 위촉 및 심사기준을 확정하고 예심과 본심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예심위원인 박종국 홍일표 이은규 시인은 등단한 지 20년 이상 된 시인이 2020년, 2021년 출간한 시집을 대상(기존 수상자 제외)으로 올 1월부터 15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 중 심사를 거쳐 5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25일 동아일보 기사(이호재 기자)에 따르면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후란 시인의 ‘그 별 우리 가슴에 빛나고’ 나희덕 시인의 ‘가능주의자’ 신용목 시인의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이재훈 시인의 ‘생물학적인 눈물’ 이현승 시인의 ‘대답이고 부탁인 말’이가. (가나다순) 김 시인의 ‘그 별에는…’에는 박목월, 윤동주, 정지용, 한용운 시인에 대한 헌사가 담긴 시들이 실려 있다. 이런 시에서 한국 시인들이 비극적 역사를 어떻게 견디며 시의 명맥을 지켜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데, 에심 심사위원들은 “시가 그려내는 별자리는 어느덧 한자리에 모여 미학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나 시인의 ‘가능주의자’에서는 오랫동안 시에 천착한 작가의 시선이 깊어졌다. 시인은 사회문제에 대해 회의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제한된 상황에 굴하지 않고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도록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시인의 ‘비에 도착하는…’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친 감정을 곱씹는다. 시인은 사랑과 이별, 운명과 필연, 생성과 소멸을 애잔하게 노래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지난 과거와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아름다움과 슬픔이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훈 시인의 ‘생물학적인 눈물’은 슬픔을 부정해야할 감정이 아니라 대면해야 하는 물질로 바라본다. 시인은 힘든 현실을 버텨내기 위해 환상으로 조망치지 않고 고통을 끌어안는다. “슬픔을 물질화한다는 것은 온전히 그것과 대면하는 행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현승 시인의 ‘대답이고 부탁인 말’에는 삶을 둘러싼 질문과 대답이 가득하다. 하지만 시인은 질문에 대해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뿐 단언하지 않는다. “시인의 언어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수용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나온 이유다. 심사위원들은 “다양한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시집들이 다수 출간됐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중견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들이 내포하고 있는 미적 감각과 깊이 있는 성찰에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본심은 다음 달 18일 열리고 시상식은 4월 28일 동아일보 사옥에서 개최된다. 상금은 3000만원이다.
영랑시문학상에 9000만원 기탁한 정철원 협성종합건업 회장 “국민이 시를 많이 읽어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힘이 생겨납니다” 정철원 현성종합건업 회장(76)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시를 읽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이 때문에 영랑시문학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020년 영랑 선생의 시문학정신을 높이는데 써달라고 9000만원을 강진군에 기탁했다. 정 회장은 “요즘 사람들이 시를 등한시하고 잊어버리는 게 안타까워 영랑시문학상 지원을 시작했다”며 “시를 읽으면 섬세한 감정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항상 시를 읽으라고 권한다”했다. 정 회장은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1학년 때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읽고 반했다. 그는 영랑생가가 있는 강진을 10여 차례 찾았고 직접 지은 아파트 단지 3곳의 벽면과 돌담에 영랑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을 쓴 조형물을 설치할 정도로 영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60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영랑의 토속적 시어와 민요적 운율을 늘 가슴에 담고 있었다”며 “영랑의 시와 영랑시문학상이 널리 알려져 제2의 영랑이 배출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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