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금요스터디 방을 따로 만들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두 번째 시간이지만 이 방에서는 첫 일지입니다.
Szabo샘과 함께하는 금요일 오전 스터디 모임 두 번째 시간.
봄이 거의 다 왔나 봅니다. 햇살이 따숩기 그지 없는 2월의 내리막 날 오전, 샘물 아뜰리에에서 장명희 샘, 고인옥 샘, 저 세 명이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들풀 그리기 연습을 했습니다. 손톱깎기를 준비하라는 샘의 팁을 따라 오직 명희 샘만 준비해 오셨고 저와 인옥 샘은 나이프를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는 위의 사진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떤 그림이 손톱깍기의 흔적일까요?
아무래도 나이프는 날카롭고 미끄러져 버려서 잎새의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샘의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 !!!
중간 색으로 배경을 칠하고 아래 마른 면에 여러 색을 겹쳐 두껍게 칠하기 시작해서 배경의 젖은 면까지 진행합니다. 젖은 배경의 번짐 효과를 노려볼 만 합니다.
두텁게 칠한 여러 색이 마르기 전에 손톱깍기로 긁어내어 잎새와 가지를 표현합니다. 사이사이 마른 붓 터치를 가미합니다. 그리고 눈의 굴곡을 칠하면 완성.
색을 따라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나니 기분 내키는 대로 너무 나간 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연습 활동 옆에 멋지게 그려진 해안 풍경을 따라 그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연습은 해 놓고 해안 풍경의 풀숲에 손톱깍기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고 우리도 그만 깜빡해서 그걸 적용해볼 생각을 못했네요. 젖은 배경의 번짐도 다 잊어버렸습니다. 연습은 왜 하는 건지, 다음엔 Szabo샘이 깜빡하시더라도 우리는 적용하는데 신경을 좀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바다색을 글레이징 기법을 활용해서 그린다고 했는데 명희샘의 열띤 설명에도 이해가 잘 안됐는데... 맑은 색을 칠해서 마르면 그 위에 겹쳐 칠하는 기법이라 합니다. 겹쳐 칠하면서 해변 가까이 오면 붓을 들어 올려주면서 마른 붓 기법을 내면 윤슬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남미 여행담을 듣다가 비분강개, 그만 흥분해서 바다에 침이 퐁당... 흔적이 보이시나요?
같은 그림, 다른 느낌이 늘 재미있습니다.
명희 샘께서는 지난 시간에 연습한 구름 마무리하면서 Szabo 샘이 그린 "야자수가 있는 바다 풍경"을 집에서 따라 그려서 가져오셨습니다. 습기 머금은 해변의 웅성이는 바람이 느껴지시나요?
그러다 느닷 없이 진지충이 출몰하여
"샘들은 사진이 있는데 왜 구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지요?" 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1."여행 중 받은 인상과 감동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할 때의 감흥이 더욱 특별하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기억을 다시 더듬으며 세부와 감정을 되새기게 되어 경험이 더욱 풍성하게 간직된다."
2. "사진 이미지를 보고 그리는 그림과 직접 대상을 접하며 그릴 때는 그림의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천리포 수목원까지 가서 스노우 드랍을 친견한 후 사진을 찍어왔다. 비록 사진이지만 직접 본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은 확실히 다르다"고 핸드폰을 열어 그림을 보여준 순간 와~~~~ 그림에서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3. "나는 세계를 어떻게 보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데... 여전히 사진을 보고 그리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림은 세계를 제대로 보게 하는 훈련이 아닐까? 사진에 길들여진 획일적 시각을 떨치고 싶은데...나는 여전히 사진처럼 보고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좀 절망이다. "
느낌"이란 감정이겠지요? 그래서 진지충은 그림은 형태가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친견한 스노우 드랍의 그림이 사진 보고 그릴 때와 다른 울림이 있었고, 그리고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진지충은 그림은 감정과 더불어 기운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식대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남겨지는 질문은... 전문 사진작가들은 사진을 통해서도 감정과 기운을 표현하는데... 왜 더디게 그림인가?
뭐... 그리고 있으면 재미있으니까... 셔터로 포착하는 한 순간을 오래 지속하는 즐거움. 인생은 짧기도 하지만 길기도 하니까... 라고 대충 마무리.
여러분은 사진과 영상 등 대량 복제의 디지털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살면서 왜 그림을 그리시나요????
......
다음 시간에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피어나는 꽃' 부분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예습을 안 해서 다음 시간 특별한 준비물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네요.
오늘은 그럼 이만 총총.
*** 인옥샘, 종소리가 나는 스노우 드랍 그림 꼭 이 방에 올려주세요. ^ ^
--------------------------------------------------------------------------------------------------------------------------------------
인옥샘의 스노우 드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