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무정한 당신,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찡하게.>
뉴턴의 무정한 세계 정인경, 2014, 돌베개
부제, 우리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과학사
누군가 신은 죽었다고 했다. 나에게 과학은 그랬다. 과학의 세계가 무정한지 유정한지 관심이 없었다. 과학은 과학만이 최고라는 오만함이 있고, 과학연구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지도 않고 인공지능은 인간 위에 군림하는게 아닌가 비관적이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서양 근대과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몰랐다. 일제강점기에 전철이 놓이고 부전강 수력발전소와 질소비료공장이 만들어졌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랬는지 역사를 통해 드러나 있다. 과학은 과학이고 역사는 그냥 역사인가. 일제강점기 근대과학에 분노한 적이 있는가. 나는 없었다. 과학과 과학사에 무지했으므로. 부끄럽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 “이 책의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근대과학을 상징하는 뉴턴과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연결했다. 1910년대 이광수가 접촉한 서양의 근대과학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삶의 뿌리를 해체시키는 무정하고도 잔혹한 세계였다.”(p13) 저자 정인경은 한국의 문화적 토양에서 ‘과학기술하기’를 고민하며 어린이와 청소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좋은 과학서를 쓰고, 과학기술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일제강점기의 문학작품과 근대과학을 연결하면서 우리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과학사를 알려준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는 이광수의 무정, 다윈은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에디슨의 빛과 그림자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아인슈타인의 휘어진 공간은 이상의 날개로 각각 1부, 2부, 3부, 4부를 구성한다. 소설 속 한 장면이 제시되고 소설의 배경, 혹은 작가의 삶을 통해 과학과 우리 과학사를 알려준다. 우리의 근대과학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출발했는지가 보이고 소설 작품들도 다르게 보인다. 덤으로 이 책을 읽으면 과학에 정이 없던 사람도 과학에 정이 간다. 갈릴레오의 살아남은 자의 아픔은 감동을 주고, 아인슈타인의 휘어진 공간은 신기하게도 나에게 환희를 남겼다.
한편 이 책은 가슴 아프고 분노하고 울컥하게 한다. “공장의 기계는 우리의 피로 돌고/아리랑 아라리요.”(p199) 과학기술에 짓밟힌 조선인의 눈물, 조선인 과학기술자의 삶, 합성섬유 비날론을 개발하고도 밤새도록 통곡한 리승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이상. 이상의 시에 수많은 근대과학 용어가 등장하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시도 있다. 이상은 1937년 도쿄에서 ‘불량한 조선인’으로 체포된 뒤 죽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느끼지 않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는 없다.”(p273)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사실은 상식적 차원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세계를 바꿀 것이다.‘(p275)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책 내용이 다시 복기되네요.
이 책에 대한 돌멩이님의 감정과 생각이 잘 드러나네요.
<감정적으로 느끼지 않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는 없다>
정말 공감되는 말이죠.
책읽기도 토론도 글쓰기도..
나의 느낌과 감정에 충실하게!!
라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