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계서원면과 남한산성면
2022-10-14 오전 8:04:47
김윤수(성균관 부관장, 일두기념사업회이사장)
1. 세계문화유산 면이름
2014년 6월22일에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여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은 2015년 10월16일 남한산성면으로 명칭 변경하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경상남도 함양군 수동면도 2019년 7월10일 남계서원이 ‘한국의서원’ 9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여 남계서원면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어떠한가.
수동면은 일제시대인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사근면, 모간면, 도북면, 백토면을 통폐합하여 남계천의 동쪽에 있다고 하여 명칭한 것으로, 의미나 가치가 있는 지명이 아니다. 사근도찰방이 주재하던 사근역이 있던 곳이라서 사근면이라고 그대로 칭하였다면 역사성이 있었을 것이다.
경기도 광주시가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을 기념하여 남한산성면으로 개칭한 것을 본받아 세계문화유산 남계서원도 가치가 있으니 그런 의미를 담은 지명인 ‘남계서원면으로 개칭’할 것을 제안한다. 남계서원은 남계서원길에만 존재하지 말고, 함양군 남계서원면에 존재하길 희망한다. 수동면도 세계문화유산 보유 면에서 세계문화유산 명칭의 면이 되면 더 영예롭지 않겠는가.
2. 구초(九初)의 서원
함양군 남계서원면이 되면 남계서원은 또 다른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소수서원은 한국 최초의 서원, 남계서원은 선비가 세운 최초의 서원으로 최초의 기록이 7~8개는 된다. 최초를 서너 개 보유한 서원은 있을지 몰라도 7~8개 보유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팔초(八初)의 서원에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남계서원면 남계서원이 되면 서원명으로 면이름을 삼은 최초의 서원이 되어 구초(九初)의 서원이 되는 것이다.
함양군 남계서원면이 된 후 함양산삼엑스포가 성황리 끝난 뒤에 한국 최초기록 최다보유 서원인 남계서원을 중심으로 산업이 아닌 문화의 서원세계박람회를 주최한다면 다시 한 번 함양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① 선비가 세운 최초의 서원
② 퇴계학파, 남명학파 통틀어 양대학파 최초의 서원
③ 창건사액 일인겸비(서원의 창건자, 사액신청자, 성공자, 배향자, 서원기작성자, 초대원장, 사액서원초대원장) 최초의 서원
④ 동방오현 최초의 서원
⑤ 조선시대 인물 제향 최초의 서원
⑥ 서원표준양식(전학후묘, 전저후고) 최초의 서원
⑦ 사액서원 표준명칭(소지명) 최초의 서원
⑧ 서원 권선문(천령서원수곡통문) 최초의 서원
⑨ 서원명칭이 읍면의 명칭으로 부여된 최초의 서원
시·군·구의 명칭 및 지명개칭은 쉽지 않은 것 같고, 읍·면의 명칭 지명개칭은 시·군 단위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다. 군의회에서 명칭변경조례만 제정하면 된다. 전국 지도를 보면 다른 것과 조금 다른 읍·면 이름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모두 필요에 의해 개명한 것이다.
그 유형을 살펴보면 나라와 사람 이름에서 취한 읍·면 이름, 그 지역에 존재하는 산, 고개, 곶, 면소재지 땅이름에서, 온천과 역원(驛院) 이름에서, 관광자원과 특산물에서, 문화재나 문학유산에서, 세계문화유산에서 취한 면이름 등이다. 세계문화유산의 자랑스러운 명칭변경 사례의 광주시 남한산성면 개칭에 이어 함양군 남계서원면이 개칭되길 기원한다. 읍·면개칭 유형을 참고로 부기한다.
3. 지명개칭
우리나라에서 지명개칭한 것을 보면 지역단위는 대개 면단위가 많고 찬반시비가 적어 적당하다. 시·군명칭을 개칭한 것은 없고, 구(인천광역시 미추홀구→2018년 남구로 개칭)와 읍(경북 고령군 대가야읍→2015년 고령읍으로 개칭) 이름을 개칭한 것은 하나씩 있다. 사람 이름 지명은 극히 희귀하다. 그만큼 짜다는 뜻이다. 훌륭한 사람을 존경하는 의식이 약하고 질투가 강해서 그런가. 근래 사라진 충무시는 예외다.
지명에서 도로명은 위인들의 인명, 정확히는 호나 시호 또는 성씨가 사용된다. 을지문덕의 을지로는 성씨, 퇴계나 율곡의 퇴계로·율곡로는 호, 충무로와 충장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충장공 김덕룡 장군의 시호이다. 금남로는 금남군 정충신 장군의 봉호이다.
강원도 춘천시가 소설가 김유정을 기려 신동면을 김유정면으로 개명하고자 했으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고, 경춘선의 역이름이나 간신히 김유정역으로 고쳤다. 인명 별칭으로 강원도 영월군에 김삿갓면이 본디 하동면에서 개칭된 것이다. 왕명으로는 경상북도 경주시의 양북면이 2021년 1월에 문무대왕면으로, 경기도 여주시의 능서면이 2021년 12월에 세종대왕면으로 개칭되었다.
고속도로명은 지역을 강조한다. 88올림픽고속도로는 사건을 기념한 것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작품이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것이라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바뀌었다. 대구사람들이 주장했던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를 잇는 정취 있는 땅이름 달빛고속도로는 개칭이 무산되었다. 한자 위주는 한글전용법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사문화된 법도 필요하면 잘만 끌어쓰는 정부에서 왜 도로명은 법을 지켜 달빛고속도로 등 우리말 한글로 아니하나.
요새 수레길라잡이(네비게이션)는 고을을 지날 때마다 그 고을의 특징과 이름을 알려준다. 남양주시 경계에 들어서면 '다산의 얼이 깃든 남양주시'라고 한다. 꼭 다산의 얼이 깃든을 강조해야 하나.
다산이 살았고 죽더라도 존재하는 곳이다. 나 같으면 그냥 다산의 도시라고 하겠다. 이왕이면 고을 이름도 다산시라고 하겠다. 양주시의 남쪽을 떼어 만든 남양주시가 뭐가 좋을까. 양주 남쪽이라고 굳이 태생을 밝혀줘야 하나.
한국실학의 집대성 다산 정약용
실학의 고장 다산시
이 얼마나 좋은 이름인가. 이름도 뜻도 좋다. 인구감소시대에도 절실한, 딱 맞는 이름이 아닌가. 다산을 강조하는 다산시.
4. 읍·면개칭 유형
* 나라와 사람 이름에서 취한 읍·면 이름: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국면(사벌면2020), 경상북도 고령군 대가야읍(고령읍2015),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하동면2009), 경상북도 경주시 문무대왕면(양북면2021),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능서면2021)
* 산, 고개, 곶, 면소재지 땅이름에서 따와 붙인 면 이름: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내속리면2007),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면(부동면2019), 충청북도 영동군 추풍령면(황금면1991),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도암면2007),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대보면2010), 전라남도 화순군 백아면(북면2020), 화순군 사평면(남면2020),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동면2009), 정선군 여량면(북면2009)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은 청량산면으로 개칭하면 좋을 듯하다. 영주시와 함양군의 소백산면, 지리산면 개칭은 이웃 고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 온천과 역원(驛院) 이름에서 취하여 붙인 면 이름: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상모면2005), 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면(만승면2000), 충청북도 충주시 대소원면(이류면2012). 울진군 북면은 덕구온천 브랜드를 살려 덕구온천면이 좋을 것이다.
* 관광자원과 특산물에서 취한 면 이름: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서면2015), 영월군 무릉도원면(수주면2016), 강원도 양구군 국토정중앙면(남면2021),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서면2015), 울진군 매화면(원남면2015)
이와 같은 경우로 보면 산삼의 고장 함양군의 서상면은 산삼자연휴양림도 있고 산양삼도 많이 재배하고 군의 2021 산삼엑스포도 기념하여 함양군 산삼면으로 개칭하면 ‘산삼의 고장 함양’이라는 특산물의 홍보효과와 위상제고에 좋을 듯하다.
* 문화재에서 취한 면 이름: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가금면2014)
* 문학유산에서 취한 면 이름: 전라남도 담양군 가사문학면(남면2019)
* 기록유산에서 취한 면 이름: 경상북도 군위군 삼국유사면(고로면2021)
이와 같은 경우로 보면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을 기념하여 동의보감촌이 있는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은 동의보감면으로 개칭함이 어떠한가.
* 세계문화유산에서 취한 면이름: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중부면2015)
함양군도 세계문화유산에서 취한 면 이름 남계서원면으로 개칭함이 좋을 듯하다.
5. 수동면을 남계서원면으로 개칭하자
충주시가 수안보면, 대소원면, 중앙탑면의 개칭이 있었고 영월군이 김삿갓면, 한반도면, 무릉도원면의 개칭이 있었으니 최다 개칭 시군이다. 영월군 쪽은 “면 이름을 특색있게 바꾼 뒤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축제나 판매 때 큰 도움이 된다. 주민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양군 수동면이 일제에 의한 무의미한 작명이듯이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도 일제 강점기인 1914년 세종대왕릉(영릉) 서쪽에 있었다는 이유로 107년간 ‘능서면(陵西面)’의 명칭을 사용하던 것을 어느 면장의 의지로 여주시 세종대왕면으로 변경을 추진하였는데 찬반논란, 엎치락뒤치락,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고 불굴의 개혁정신이 있어야 지명개칭이 가능하다. 함양군도 과감하고 선도적으로 수동면을 세계문화유산에서 취한 면 이름 남계서원면으로 바꾸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