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오면서 너그러움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너그러움이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비결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는 너그러움에 많이 인색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상처받으며 스트레스를 쌓았습니다. 이제 내 삶을 너그러움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특히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싶습니다.
영국 속담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 삶도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부지런히 여기저기 찾아다닙니다. 때로는 삶이 고단하고 허무하지만 미루고 미루었던 일의 마무리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다녀오니 마음이 개운합니다. 앞으로 마무리 못 한 일들을 정리하는 데 하루하루 아끼며 보내려 합니다.
인생살이에도 마지막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아지게 되겠지요. 젊은 날에는 많은 실수로 허물을 남겼습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마무리 잘하면 지난날의 모든 허물도 시행착오도 보석같이 빛날지 모릅니다. 야구 경기에 9회 말 홈런으로 지고 있던 경기를 역전승할 때도 있습니다. 내 인생을 9회 말 홈런처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귀한 일이겠습니까!
지난날에 멍청하게 살아왔던 일들에 너그러워지고자 합니다. 나의 삶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인생 마무리가 훨씬 더 평안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내가 나를 용서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멍청하게 부족하게 보낸 지난날들에 보상하고 싶습니다. 내 인생 9회 말 홈런으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내 삶을 멋지게 깔끔하게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지난 수필집에서 표제를 ‘행복한 삶’에 ‘아름다운 삶’, ‘즐거운 삶’, ‘지혜로운 삶’, ‘여유로운 삶’을 더해 봤습니다. 책의 표제처럼 삶을 아름답고 즐겁고 지혜롭고 여유롭게 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이번에는 ‘너그러운 삶’을 하나 더 보태봅니다. 너그럽게 살고 싶어 또 만용을 부렸습니다. 독자들께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기 실린 작품 읽고 행복하고 너그러운 삶 이어 가시기 바랍니다.
하늘을 쳐다봅니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다닙니다. 어느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부끄럼이 없기를’ 노래했습니다. 저는 시인만큼 대국적(大局的)이지 못합니다. 삶이 두껍지 못해 나를 돌보기에 바빴습니다. 주머니 속 작은 행복을 만지작거리며 만족했습니다. 그래도 내 삶을 너그러운 눈으로 마음으로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8월
행복한 사람 전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