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신(曺伸,1454~1529) : 본관 창녕. 김천시 봉계에 거주하였음.
■작시 배경
*1522년경 개령향교중수시 참석한 중앙관리와 인근의 명사들에게 김산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조신이 지은 시로 추정.
*희도(希度) : ‘希度送訥齋詩 次韻黃進士友憲’‘希度混混亭十詠’등으로 미루어 조신 자신을 칭하는 것으로 추정.
*저본은 김천문화원 발간 <적암유고> p197를 참고로 하였으며. 탈초 및 번역은 카페지기가 하였음.
希度混混亭十詠
희도가 혼혼정 10영을 읊다
*혼혼(混混) : 공자가 “물이여, 물이여.”라고 찬탄한 까닭에 대해 맹자의 제자 서자(徐子)가 물어보자,
맹자가 “근원이 있는 샘물은 위로 퐁퐁 솟아 나와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밤이고 낮이고 멈추는 법이 없다. 그리고 구덩이가 파인 곳 모두를 채우고 난 뒤에야 앞으로 나아가서 드디어는 사방의 바다에 이르게 되는데, 학문에 근본이 있는 자도 바로 이와 같다. 공자께서는 바로 이 점을 취하신 것이다. 만약 근원이 없다면, 7, 8월 사이에 집중 호우가 내려서 도랑에 모두 물이 가득 찼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금방 말라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성과 소문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되는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하는 것이다.〔源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有本者如是 是之取爾 苟爲無本 七八月之間 雨集 溝澮皆盈 其涸也 可立而待也 故聲聞過情 君子恥之〕”라고 말한 내용이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나온다
1520년경 조신(曺伸,1454~1529)
黃岳暮雲
(황악산 저녁 노을)
西望名山洞壑幽(서망명산동학유) 서쪽에 보이는 명산은 골짜기 그윽하고
斜陽落盡片雲留(사양낙진편운유) 석양 빛 떨어지면 조각구름 머무네.
誰將一幅新裁練(수장일폭신재련) 누가 비단 한 폭 새로이 재단하여
岳面橫拕晩未收(악면횡타만미수) 황악산에 걸쳐 놓고 날 저문데 거두지 않는가.
平林細烟
(들판의 고운 안개)
長林簇簇水回環(장림족족수회환) 빽빽한 장림사이로 물이 돌아 나가고
一抹輕烟引素紈(일말경연인소환) 가벼운 안개 흰 비단처럼 펼쳐지네.
點點歸鴻投極浦(점점귀홍투극포) 점점이 기러기 먼 물가에 앉아있고
茫茫殘日下前灘(망망잔일하전탄) 아득한 석양은 앞 여울 따라 흘러가네.
晴川落照
(맑은 시내의 석양)
晴川溶漾白駒飛(청천용양백구비) 출렁이는 맑은 내에 흰 갈매기 날아오르고
紅暈穿林落照微(홍운천림낙조미) 숲을 뚫은 붉은 광채엔 낙조가 희미하네.
沙嶼石梁相往復(사서석량상왕복) 모래 섬 징검다리 서로 오가며
漁人兩兩趂虛歸(어인량량진허귀) 어부는 쌍쌍이 빈 집으로 달려가네.
遠郊靑草
(먼 교외의 푸른 풀밭)
眼分黃犢怨王孫(안분황독원왕손) 초롱초롱한 황송아지 봄풀을 그리워 하는데
十里平郊雨洗痕(십리평교우세흔) 십리의 너른 방천 비가 씻은 흔적있네.
一色萋萋生意滿(일색처처생의만) 파릇하게 우거져 생기가 가득하여
憶曾牧馬上高原(억증목마상고원) 말 먹이러 고원 오르던 지난 날 생각하네.
*원왕손(怨王孫) : 송(宋)나라 여류시인 이청조(李淸照,1084~1155)이 지은 사(詞). 사의 내용이 “정이 많아서 자꾸만 그리움이 인다네, 차마 잊지 못해라. 다시 또 한식이라네.(多情自是多沾惹, 難拚捨. 又是寒食也.)” 라는 구절이 있으며, ‘간절히 그리워 하는 마음’을 표현 시어로 쓰임 *생의(生意) :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아 기르는 기상을 말한다. 《근사록(近思錄)》 권1 도체류(道體類)에 “천지가 만물을 내놓는 기상을 관찰한다.[觀天地生物氣象]”는 정명도(程明道)의 말이 실려 있는데, 그 주(註)에 “주염계(周濂溪)가 창 앞의 풀이 무성해도 베지 않으면서[窓前草不除去], 저 풀 역시 내 속의 생각과 같을 것이다[與自家意思一般]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뜻이다.”라고 하였다.
白沙明月
흰 모래밭에 뜬 밝은 달
潦縮平沙鋪遠汀(료축평사포원정) 모래밭에 물이 줄어 아득히 모래섬 펼쳐있고
有人亭上浩歌聲(유인정상호가성) 정자그늘 사람들 시끄러이 노래하네.
夜來皓月光相射(야래호월광상사) 밤이 되자 흰 달이 달빛 쏘아 비치어
目眩晶熒無限淸(목현정형무한청) 어두운 눈이 밝아져 끝없이 선명하네.
*백사(白沙) : 봉계앞 직지천변의 한 지점으로 추정됨.
邨店夜火
주막집 밤 불빛
農歸日暮燃松炬(농귀일모연송거) 해 저물어 돌아온 농부 소나무 횟불 밝히고
爨婦憂翁飯未曾(찬부우옹반미증) 찬부는 늙은이 밥 아직 못해 걱정하네.
租布公家有程督(조포공가유정독) 관청에서 조포(세금)를 독촉하고 있기에
夜深應是績麻燈(야심응시적마등) 밤 깊어도 이이 응해 등불 아래 길쌈하네.
烽岑白雨
봉화산 소나기
午夢愔愔忽自警(오몽음음홀자경) 고요히 낮잠 자다 홀연히 놀라 깨니
狂風驀地打牕聲(광풍맥지타창성) 광풍이 땅을 치며 창을 두드리네.
遠山白雨鳴林去(원산백우명림거) 먼 산에 소나기 숲을 울리며 지나가고
纔過纔過漏日明(재과재과루일명) 봉화산 지나는데 햇빛이 밝아오네.
*봉잠(烽岑) : 여기서는 ‘봉화가 있던 고성산’을 칭하는 듯
長橋倒影
큰 다리 위에 비친 그림자
長橋婉婉臥龍形(장교완완와룡형) 구불구불한 큰 다리 용이 누운 형상인데
橋上征人叱犢行(교상정인질독행) 다리 위 길손은 느린 걸음 꾸짖네.
影落水深丈六波(영낙수심장육파) 그림자 떨어진 깊은 물엔 여섯 길 물결 일고(배가 지나 가고)
波涵江日去無聲(파함강일거무성) 물결 이는 강물은 소리없이 흘러가네.
*장교(長橋) : 감천을 경유하는 김천도에 설치된 목교. 1384년경 김천역을 지나던 이첨(雙梅堂 李詹,1345~1405)의 시에서는 위교(危橋)로 표현하고 있음. 이 곳에서 개령현 유산이 보임. 현, 김천시 모암동과 지좌동을 지나는 다리로 추정.
柳山脩竹
유산의 수죽
遙望柳山山上亭(요망류산산상정) 아득히 보이는 류산엔 산 위에 정자있어
繞亭脩竹慣靑靑(요정수죽관청청) 정자 둘레 수죽은 여전히 푸르르네.
凉風掠地人來去(량풍략지인래거) 서늘한 바람 스치는 땅엔 사람이 오가는데
禽鳥和鳴客醉醒(금조화명객취성) 새들의 화답 소리에 취했다 깨어나네.
*류산(柳山) : 개련현 감천변에 있는 산. 산 위에 동락정(同樂亭)이 있었다고 함.
郭南腴田
성곽 남쪽의 기름진 밭
負郭腴田畝一鍾(부곽유전무일종) 성 근처 기름진 밭은 일묘에서 한 말 씩
西風擺稏慶吾農(서풍파稏경오농) 가을바람에 수확하니 우리 농부 경사 났네.
桔槹誰復憂枯旱(길고수복우고한) 누가 다시 깊은 가뭄에 두레박을 근심하는가?
自有長堤注水龍(자유장제주수룡) 긴 방천 저절로 있어 물줄기 대고 있네.
*일종(一鍾) : 종은 옛 중국의 곡식을 되는 말(斗)의 한 가지. *길고(桔槹) : 두레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