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균 <추일서정>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가을날의 황량한 풍경을 매우 독특한 비유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나라의 1930년대 모더니즘이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황량한 분위기 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화자의 모습도 함께 드러내고 있는 이미지 중심의 작품이다. 따라서 이 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고독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독한'은 이 작품의 주된 정서를 가리키고, '그림'은 이 작품의 모더니즘적 특징을 반영해 준다.
이 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11행까지는 쓸쓸한 가을날의 풍경이 다양한 비유로 제시되어 있다. 망명 정부의 지폐와 같은 쓸쓸한 낙엽, 풀어진 넥타이와 같이 초라하고 구불구불한 길, 담배 연기와 같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열차, 그리고 포플라나무, 공장, 철책 등의 소재를 통해 가을날의 황량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2행부터 마지막 행까지의 뒷부분은, 앞부분에서 묘사된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 고독감에 방황하는 화자의 모습이 제시되어 있다.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에 공연히 풀벌레 소리 들리는 풀섶을 발로 차 보기도 하고, 공중에 돌을 던지기도 한다. 특히 돌을 던지는 행위는 이런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도 있는데, 결국 반원을 그으며 잠겨 가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화자는 벗어날 수 없음을 암시한다.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성격 : 회화적, 주지적, 감각적
제재 : 가을날의 풍경
주제 : 가을날의 황량(荒凉)한 풍경과 고독감
특징
① 은유와 직유 등의 비유를 많이 사용함
② 시각(회화적)적, 곰감각적 심상을 사용함
③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감과 삶의 우수가 서린 어조를 노래함.
출전 : <인문평론> 1940
◆작품 연구실 : 가을 풍경의 형상화
이 시의 화자는 가을날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비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속 비유에 사용되고 있는 원관념과 보조 관념의 시어들은 가을과 관련되어 조락과 소멸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거나 도시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서구적 이미지와 관련되어 도시의 가을 풍경에서 느껴지는 황량함과 고독감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연구실 : 김광균의 시 세계
김광균은 김기림, 정지용과 더불어 1930년대 우리 나라의 모더니즘, 그 중에서도 이미지즘 시 운동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시인이다. 그는 도시 문명적 소재를 시각적으로 새롭게 형상화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또한 공감각적 이미지를 적절히 사용하여 감각적 묘사에도 뛰어난 성과를 드러냈다. 더 나아가 김광균은 관념적인거나 정서적인 내용마저 회화적으로 그려서 표현함으로써,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는 데 기여한 시인이다.
김 광균은 이러한 묘사와 함께 도시인이 느끼는 허무감이나 고독감 등을 아울러 나타내고 있다.
◆작품 연구실 : 1930년대 모더니즘의 시대적 배경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와 현대 기계 문명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30년대 식민지 조선 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930년대는 식민지 공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로, 세계 대공황으로 경제 위기에 처한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는 한편 대륙 침략을 단행함으로써 위기를 탈출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은 군사 기지의 목적으로 중화학 공업이 발달하게 되고,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즉, 1930년대 모더니즘은 이와 같은 시대적 사회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미 모더니즘 이론의 영향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