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동국여지승람 제52권 / 평안도(平安道) / 강서현(江西縣)
【인물】 본조 김반(金泮) 양촌(陽村) 권근(權近)의 문인으로 태종(太宗) 조에 급제하여 벼슬이 첨지중추원사(僉知中樞院事)에 이르렀다. 김반은 경서(經書)에 정통하여 성균관에서 40여 년간 있으면서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이름난 선비가 많이 그의 문하에서 나왔다. 일찍이 서장관(書狀官)으로서 중국에 들어갔는데 어룡족자(魚龍簇者)를 제(題)하라 하니 김반이 제하기를, “뉘 가벼운 비단폭에 그렸는가, 바람물결에 운무(雲霧)도 몽롱하구나. 비단 비늘은 벽해(碧海)에 번쩍이고, 용은 하늘에 올라가누나. 잠김과 나타남은 형상은 다르지만, 하늘을 날려는 뜻이야 같네. 만약 자른 꼬리 태워 버릴[燒斷尾 당대(唐代) 대신이 처음 관에 나아갈 때 헌식(獻食)의 예를 말하며 일설에는 호랑이가 변하여 사람이 될 때 꼬리를 불사른다는 말이 있다.] 수 있다면, 하늘에 있는 용을 붙잡을 것이네.” 하니, 중국 사람은 탄식하면서 소미(燒尾)의 예(例)라고 말하였다. 선생은 사람됨이 돈벌기를 좋아하지 않아 늙어서 현에 돌아가서도 아주 검소하게 살다가 죽었다.
人物
本朝 金泮。陽村權近門人。我太宗朝中第,官至僉知中樞院事。泮精於經書,在成均館前後四十餘年,敎誨不倦,名士多出其門。嘗以書狀官入皇朝,有求題魚龍簇者,泮題云:“誰畫輕綃幅?風濤雲霧濛。錦鱗飜碧海,神物上靑空。潛見形雖異,飛騰志則同。若爲燒斷尾,攀附在天龍。” 華人嘆賞,謂之“燒斷尾先生”。爲人不營産業,退老于縣,頗窮約而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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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 이준록(彝尊錄) / 이준록 상(彝尊錄 上)
선공사우 제삼(先公師友 第三)
김반(金泮) 강서인(江西人)으로 양촌(陽村)에게서 수업(受業)하였고, 벼슬은 성균 사성(成均司成)에 이르렀다. 일찍이 사명을 받들고 명(明) 나라에 조회갔을 때, 화어(畫魚)를 두고 지은 시에 “숨고 드러남은 형체가 비록 다르나 날아오르려는 뜻은 한가지라오. 어떻게 하면 꼬리를 태워 끊어버리고 하늘에 있는 용을 부여잡고 오를꼬.[潛見形雖異 飛騰志則同 若爲燒斷尾 攀附在天龍]” 하였으므로, 중조인(中朝人)들이 그를 지목하여 소단미 선생(燒斷尾先生)이라고 하였다. 뒤에 강서로 돌아가서 늙었는데, 조석(朝夕)의 끼니도 잇지 못하고 궁곤하게 살다가 작고하였다.
金泮江西人。受業於陽村。歷官至成均司成。嘗奉使朝明。賦畫魚詩云。潛見形雖異。飛騰志則同。若爲燒斷尾。攀附在天龍。中朝人目爲燒斷尾先生。後歸老江西。朝夕亦不給。窮困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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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여지지 卷九 / 平安道 / 江西縣
人物
本朝 金泮。少從權近受業。恭靖王朝登科,官至僉知中樞院事。泮精於經學,在成均館前後四十餘年,敎誨不倦,名士多出其門。嘗以書狀官入大明,有求題魚龍簇者,泮題云:“誰畫輕綃幅?風濤雲霧濛。錦鱗飜碧海,神物上靑空。潛見形雖異,飛騰志則同。若爲燒斷尾,攀附在天龍。” 華人歎賞,謂之“燒斷尾先生”。平居不營産業,退老于縣,家貧晏如。諡文長。
[주-D001] 術 : 底本에는 “述”로 되어 있다. 《東覽ㆍ江西縣》 山川에 根據하여 修正하였다.[주-D002] 諡文長 : “文長”은 同時代에 成均館에서 敎授하였던 “金鉤”와 “金末”의 諡號이며, 金泮의 諡號는 찾을 수 없다. 傳寫 過程에 誤謬가 생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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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려실기술 제3권 / 세종조 고사본말(世宗祖故事本末) / 세종조의 유종(儒宗)
김반(金泮)
김반은 자는 사원(詞源)이며, 호는 송정(松亭)이고, 본관은 강서(江西)이며, 양촌(陽村) 권근(權近)의 문인이다. 정종(定宗) 을묘년(1399)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대사성에 이르렀으나, 강서에 돌아가 늙었는데 조석 끼니를 잇지 못하다가 죽었다.
○ 공은 경서(經書)에 정통하여 성균관 직에 있은 지 40여년 동안 명사가 많이 그 문하에서 나왔다. 과거에 사신으로 명 나라에 들어갔을 때에 물고기와 용을 그린 족자에다 시 쓰기를 청하는 자가 있었다. 공이 쓰기를,
뉘라서 이 가벼운 비단에 / 誰畵經綃幅
바람 물결 운무를 그렸던고 / 風濤雲霧濛
고기는 깊은 바다에 뛰놀고 / 錦鱗翻碧海
용은 푸른 하늘에 솟아오르네 / 神物上靑空
형상은 비록 다르나 / 潛見形雖異
날아오르려는 뜻 같으리니 / 飛騰志則同
행여 꼬리타서 끊는 날엔 / 若爲燒斷尾
하늘에 있는 용을 따르리라 / 攀附在天龍
하였더니, 중국 사람들이 그를 ‘소단미선생(燒斷尾先生)’ 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