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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신검 飛流神劍 비류신검 飛流神劍 제1권 지은이 : 김 용 옮긴이 : 김석신 - 차례 - 1. 무양무음진경 2. 만화신검 3. 잔금섭혼신편 4. 유실 속의 노인 5. 혈육의 비밀 6. 사면초가 7. 흑의인의 반격 8. 수중 탈출 9. 거두칠마 10. 도살장의 살인귀들 11. 장문인의 최후 12. 귀신들의 잔치 13. 네 개의 그림자 옮기고 나서 무협소설을 이야기할 때 김용을 빼놓을 수 없듯이 그에게는‘무협소설의 왕태자’니‘신필’이니 하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그의 소설을 보고 있으면 잘 만들어진 웅대한 스케일의 헐리웃 영화를 보는 것 같다.그것은 독자들을 무아의 지경으로 빠뜨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겐[영웅문]이 소개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철저한 고증으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여 글을 쓴다는 사실이다. 어느 땐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마저 모호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탁월한 여성들의 심리묘사도 그 인기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소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사이에 둔 여인들의 신경전이야말로 또 다른 재미를 더해 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듣도 보지도 못한 무기들과 무림의 고수들이 벌이는 싸움의 장면도 압권이지만, 영웅문의 목염자가 그랬듯이 홍부용의 비류신을 향한 애틋하고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사랑도 독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이다. 김용의 주인공들이 늘 그렇듯 비류신도 그리 똑똑치 못 한 데다, 그는 감추고 싶은 과거까지 있으니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김용으로 인해 무협 소설의 격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금년엔 김용이 절필의 고집을 꺾고 많은 작품을 발표해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옮긴이 김석신 1. 무양무음진경(無陽無陰眞經) 비밀에 싸인 강호 무림의 신비궁 지령보. 지령보에 숨겨진 천수비경을 떠올리자 비류신의 눈에서는 싸늘한 광채가 무섭게 반짝거렸다. 그가 천수 비경의 무공을 연마하여 경맥에 응결되어 있는 진기를 흩어 버리는 날, 그는 천하무적의 고수로서 중생의 생살권을 쥐는 것은 물론 천추에 맺힌 원한을 풀게 될 것이다. 석 줄로 늘어서 있는 마구간의 중간 줄에서 돌연 젊은이 한 사람이 서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말먹이 두 통을 한 줄로 뻗어 있는 빈 먹이통 옆에 가볍게 내려놓았다. 군데군데 꿰맨 자국이 나 있는 낡고 허술한 청삼(靑杉)옷을 입고 있는 젊은이의 행색은 쌀쌀한 이 늦가을 저녁엔 몹시 추워 보였다. 그의 옷차림으로 보아 분명 하인이나 마부(馬夫) 같았지만, 그러나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에 태도까지 늠름한 것이 남자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건강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깨알같이 박힌 검은 점들만 없다면 그는 아주 뛰어난 미남이라 할 수 있었다. 샛별같이 번쩍이는 눈에 칼날 같은 눈썹, 우뚝 솟은 코와 엷은 입술이며 얼굴 윤곽은 모두 미남자의 특징들이었다. 더욱이 그의 칼날 같은 눈썹과 번쩍이는 눈에서 냉혹하고 살벌한 기운이 은근히 뻗쳐 나오고 있었다. 이 마구간 쪽에 기거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령보(地靈堡) 밖 개울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옥사에 거처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강호 무림의 기인이사(奇人異士)와 같은 신비의 인물이 끼여 있었다. 이 젊은이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샛별 같은 눈으로 개울의 시들어 버린 연꽃잎을 쓸어보면서 처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한숨소리는 분명 고독하고 쓸쓸한 신세를 한탄하는, 또 가슴 가득히 비통하고 처참한 심사(心事)를 품고 있는 듯했다. “아… …” 그는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잠꼬대하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벌써 이년 구 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삼 개월이 남아 있다. 이것을 짧은 기간이라고 할 수 없지. 만일 그 동안에 천수비경을 찾지 못한다면 이 삼 개월 밖에 남지 않은 삶에서 나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복수! 나는 아직도 원수가 누구인지 단서도 잡지 못했다. 원수를 찾는다 해도 이 병든 몸으로는 소원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흠.” 그는 하늘이 자신에게 내려준 불공평한 운명에 대해 원망을 품고 있는 듯 우울한 표정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아, 무양무음진경(無陽無陰眞經)의 무예를 연마한 것이 후회되는 구나. 나의 무예가 정묘하고 절륜하여 천하무적이라 할지라도 내 몸에 남아 있는 병은 나의 생명을 삼 년으로 단정해 놓았으니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그때 갑자기 말을 탄 아가씨 한 사람이 마구간 앞에까지 달려와 말을 멈추고 내리는데, 그녀는 사냥에서 막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이봐요! 말에게 먹이를 좀 주겠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당신 이름이 뭐지요?” 그는 약간 멈칫했다. “이름이랄 것은 없고요… 비류신(飛流身)이라고 합니다.” “비류신?” “소저,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왜? 저하고 이야기하기 싫어요?”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 “호호호… 잠깐만 있어 봐요.” 여자는 뭐가 우스운지 비류신을 바라보며 웃는데, 그야말로 하늘의 옥황상제(玉皇上帝)를 모시는 선녀(仙女)보다 아름답고, 연못의 갓 피어난 연꽃처럼 아름다웠다. 그녀는 바로 지령보주의 무남독녀 소월녀(蘇月女)였다. 소월녀는 비류신의 말을 듣고 눈썹을 찡그리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한 번 쓸어 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매번 사냥을 갔다 돌아올 때마다 당신은 울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상심하는 거죠?” 그녀의 음성은 꾀꼬리처럼 청아하여 듣는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능력이 있었다. 소월녀는 지령보주의 딸인 만큼 신분이 높다. 그런 그녀가 일개 하인과 얘기를 나눈다는 것은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류신은 자못 쑥스러운 듯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소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소인은 곧… 소저의 말에게 먹이를 주겠나이다… …” 말을 마친 비류신은 곧장 그녀의 곁을 지나 광장에 서 있는 백마에게로 향했다. 소월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에게 가는 비류신을 급히 불렀다. “이봐요… …” 비류신은 곧 몸을 돌리고 물었다. “소저, 저에게 무슨 분부가 계십니까?" “당신은 말을 돌보는 일이 몹시 고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비류신은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고되지 않습니다.” 소월녀는 다시 물었다. “당신이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되었죠?” “소인이 이곳에 온 지 이미 삼 개월이 지났습니다.” 소월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당신은 정말 무공을 모르세요?” 비류신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습니다. 무공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을 하며 밥을 빌어먹는 것입니다.” 이곳 지령보를 소원해 자원한 사람들 중에 무공을 지닌 강호 인물은 저쪽 옥사에서 삼 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고, 무공을 지니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면 지령보의 일반 잡역을 맡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무공을 모르는 사람도 지령보 안으로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삼 년간의 시험에서 합격해야만 했다. 그녀는 쓸쓸한 표정으로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이곳에 온 지 삼 개월 밖에 안 되고 또 무술에 대해 모르고, 내가 당신을 동정한다 해도 보(堡)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군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보의 규칙을 어길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당신에게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지 말해 봐요. 내가 당신에게 돈을 줄 터이니 가서 장사를 하도록… …”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비류신은 마치 칼에 가슴 한복판을 찔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만약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는 진정 감사하게 받았을 것이다. 그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서서히 입을 떼었다. “소저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속담에 사람은 재물로 인하여 죽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고 했는데, 어찌 저 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재물은 본래 신외지물(身外之物)이라서 태어날 때 가져올 수 없고 죽을 때도 가져갈 수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소인 비록 무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떳떳한 인간이라 자부하기 때문에 재물을 썩은 흙같이 여기고 있습니다… …” 소월녀는 속으로 그의 사람됨에 감탄하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얼굴에 깨알 같은 검은 점만 없다면 극히 준미(俊美)한 남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기질을 보니 하인의 신분 같지는 않은데… …’ 소월녀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얼굴에 한 가닥 홍조가 떠올랐다. 그녀 자신도 무엇 때문에 그에게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없었다. 소월녀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비류신은 나직이 탄식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소저, 소인은 소저께서 보살펴 주시는 데 대해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인은 불후한 운명을 타고나서 어릴 때부터 혈혈단신으로 천하를 떠돌아 다녔습니다. 만일 보주나리께서 저를 불쌍히 여겨 이곳에 편안히 살 수 있게 하지 않으셨다면 저는 지금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을 것입니다.” 소월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이곳에서 삼 년 동안 묵고 있어요! 그러니 내가 책임지고 당신을 보 안으로 들여보내겠어요.” 말을 마친 소월녀는 비류신의 대답도 듣지 않고 날씬한 몸을 살짝 돌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백마 곁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말안장 위에서 장검(長劍)과 화살통을 내렸다. 그리고 안장 밑에 걸린 꿩을 집어 들고 지령보 안으로 사뿐히 걸음을 옮겼다. 비류신은 자신의 처량한 심정을 가벼운 한숨으로 달랬다. 그가 백마를 끌고 마구간에 매고 나오자, 그의 나무집 옆 간에서 돌연 사람 하나가 뛰어나왔다. 허수아비처럼 비쩍 마른 중년 사나이, 얼굴은 까무잡잡했으나 몹시 청수(淸秀)한 모습이었다. 그는 낭랑하게 웃더니 말했다. “청복(淸福), 소저가 그토록 자네에게 인정을 베풀어 은자까지 주려 했는데, 자네는 무엇 때문에 은자를 받아서 일생을 편안히 지내려 하지 않는가? 아, 이 비쩍 말라 가죽뿐인 나 같은 인간에겐 은자를 주려는 사람이 없어 한인데… 나 같으면 그런 사람을 마누라로 삼아 평생을 행복하게! 살 것인데.” 비류신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 까무잡잡하고 수척한 사나이는 이곳에서 마부 노릇을 하고 있던 터였다. 비류신은 이 사람의 성격이 거칠면서도 호탕하여 가끔 그와 담소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나 나머지 세 명의 마부와는 삼 개월 동안 말 한마디도 나누질 않았다. 중년 사나이는 무공을 모르는 마부로 행세하고 있었지만, 비류신은 이 사람이 무공이 고강한 무림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이 사나이가 무엇 때문에 이런 곳에 은거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 비류신은 나직이 웃으며 대꾸했다. “수형, 농담하지 마십시오. 우리 같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천한 사람으로 정해졌는데 어찌 그런 복을 누릴 수 있겠소? 이렇게 하루하루 뱃속에 한 끼 음식을 채울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 거요.” 비쩍 마른 중년의 사나이는 빙그레 웃었다. “청복, 그게 무슨 말인가.나는 평생 동안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천하의 온갖 것을 경험하여 인상술(人相術)이라는 걸 약간은 알고 있지. 내가 보기엔 자네는 절대로 앞길이 막힌 사람이 아니네. 농담이라고 생각은 말게… 허허, 못 믿겠다면 어디 두고 보겠나?” 비류신은 속으로 놀라며 생각했다. ‘혹시 이 사나이가 나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게 아닐까… …’ 중년 사나이는 원래 강호의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비류신이 이곳에 왔을 때 그는 곧 비류신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를 채고 있었다. 비류신은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수형의 단언에 감사드립니다. 아… 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목욕을 한 후 잠을 자둬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 “오, 그렇지! 오늘밤 할 일이 있지. 나도 잠이나 자야겠군.” 중년 사나이가 말을 하면서 다시 초라한 나무 집으로 들어갔다. 비류신은 그의 마지막 말을 듣자 얼빠진 사람 마냥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중얼거렸다. ‘이 사나이의 마지막 말은, 내가 오늘밤 지령보에 잠입하려는 것을 가리키거나 그 자신이 잠입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만약 이 사람이 강호 무림 인물들을 비밀리에 조사하기 위하여 지령보에서 파견한 앞잡이라면 큰일이구나. 흥… 제기랄! 그 자가 진정 지령보에서 파견한 첩자라면 너는 그를 죽여 버려야만 한다. 그리고 천수비경을 수중에 넣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복수도 생명도 마지막이다.’ 천수비경을 떠올리자 비류신의 눈에서는 싸늘한 광채가 무섭게 반짝거렸다. 그가 천수비경의 무공을 연마하여 경맥에 응결되어 있는 진기를 흩어버리기만 한다면, 그는 천하무적의 고수로써 중생의 생살권(生殺權)을 쥐고 천하의 무림인들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비류신은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고 등불을 밝혔다. 황혼의 등불 빛은 그의 검고 추한 얼굴을 비췄다. 그는 세면대 옆으로 가 품속에서 조그만 병을 하나 꺼내더니 누런 약가루를 맑은 물에 약간 탄 후 그것으로 얼굴을 씻었다. 그러자 비류신의 추한 얼굴은 즉시 준미한 모습으로 변했다. 피부는 희면서도 약간 붉은 빛이 떠오르며 그 추하던 검은 반점은 간 곳이 없었다. 원래 비류신은 화장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지령보의 사람들이 강호의 소문처럼 그렇게 도의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가 이 지령보에 들어온 것은 지령보주의 천수비경을 훔쳐내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그는 남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하여 본래의 모습을 숨겨 왔던 것이다. 비류신은 옷을 갈아입고 재빨리 등불을 끄고 침상에 누워 초경(初更)이 되기를 기다렸다. 중년 사나이가 거처하는 앞방으로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드르렁드르렁 코고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가 어떠한 인물이든 간에 일이 닥쳤을 때 방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 비류신은 침상에서 일어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품속에서 한 권의 얇은 책자를 꺼내었다. 창문으로 비쳐 드는 밝은 달빛에 무양무음진경(無陽無陰眞經)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는 마지막 몇 장까지 넘기더니 두 눈에서 형형한 신광(神光)을 쏟아내며 책의 글자와 그림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구천회전(九天回轉), 역기회전(易氣回轉), 성묘호월(星繞皓月),우주곤비(宇宙坤秘)… 아… …’ 비류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날카로운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 사식(四式)을 정확하게 펼칠 수만 있다면 서서히 경맥에 모여 있는 진기를 치료할 수 있겠는데… 그러나 그 중에 반드시 어떤 허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매일 초식대로 연습할 때마다 피가 거꾸로 흘러 혈도(穴道)에 충격을 주고, 또 진기가 뒤집히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잘못 연습을 했단 말인가… 아니다. 반드시 이 책이 잘못되었을 것이다.’ 비류신은 책에 기재된 대로 다시 일식(一式)부터 연마하기 시작했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뿜어내면서 두 팔을 평행으로 펴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마구 휘둘러 댔다. 처음에는 질풍 번개같이 재빠르게 휘두르던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속도는 줄었다. 이때 그의 머리에서는 한 가닥 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공중에 감돌았다. 그의 안색은 차츰 창백해지기 시작하면서 이마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얼굴 근육은 고통으로 경련을 일으켜 비류신은 심한 고통을 참느라고 무척 애를 쓰는 듯했다. “아… …” 그는 아주 처량하게 한숨을 내쉬더니 즉시 손을 멈추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안되는군, 안 돼! 이 사식으로 도저히 경맥에 응결되어 있는 진기를 치료할 수 없을 뿐 아니라,도리어 치료에 방해가 된다. 무엇 때문에 이 심오한 기서(奇書)를 쓴 고인은 후세에 책을 얻은 사람에게 이토록 해를 끼치는 것일까… 만약 천수비경 속의 무예도 이 사식과 마찬가지로 허위라면 나의 생명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어머님이시여, 이 자식을 보살펴 주옵소서… …” 그는 어머니 생각이 나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당시의 비참했던 일은 비류신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으며, 더욱이 그의 모친이 예리한 비수로 배를 찌르고 선혈을 콸콸 뿜어내면서 처절하게 울부짖던 참상은 진정 그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듯 못 견디게 만들었다. 찰칵! 가벼운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비류신은 어느새 번개처럼 창문을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밝은 달이 높이 걸려 있었고, 무수한 별들은 달빛으로 인해 희미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싸늘한 바람이 수양버들을 스치고 지나가자 마치 먼 파도소리처럼 시원스럽게 들렸다. 이때-- 비류신은 갑자기 지령보 밖의 겹겹이 늘어서 있는 옥사에서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쏜살같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 검은 그림자는 독수리처럼 단번에 삼사 장 높이로 솟구쳐 오르더니 곧장 지령보의 안쪽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다. 비류신은 흠칫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이경(二更)으로 접어들 무렵인데, 지령보 안의 사람이 순찰을 하러 들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강호 무림의 인물이 지령보의 내막을 탐지하려고 들어가는 것일까? 지령보 밖의 식객들 중에는 나처럼 위장을 하고 있는 인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령보에 누구나 들어가긴 해도 나오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저 사람도 중요한 일로 온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 지령보는 사십 년 동안 무림에 명성을 떨쳐 왔기 때문에 강호의 인물이라면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오늘밤 처음으로 들어갈 결심이 내린 비류신에겐 내심 공포와 초조감이 엄습해 왔다. ‘들어가자마자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한 비류신은 이를 악물고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나는 비록 심후한 내공은 없으나 기묘한 초식으로 적과 겨룬다면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나의 경신술(輕身術)은 체내 진기의 구속을 받지 않으니까 보통 수준의 고수는 능가할 수 있다.’ 그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몸을 솟구쳤다. 마치 커다란 새처럼 가벼운 바람소리를 내면서 삼 장 높이로 치솟아 오른 다음, 반공에서 득의의 미소를 짓고 몸을 한 번 굽혔다가 세차게 폈다. 이어 발로 땅을 밟지도 않고 하늘을 날아도는 독수리처럼 사지를 펼치면서 사 장 밖에 있는 한 그루 수양버들 가지로 날아갔다. 비류신의 지금 같은 경신술은 강호 무림의 일류 고수들 틈에 끼일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더욱이 그의 기묘한 신법(身法)은 실로 천하에서 당할 자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나무 위에서 사방을 한 번 훑어 본 다음 약간의 공력을 끌어올려 다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두어 번 몸을 솟구쳤다 내렸다 하자 그의 몸뚱이는 벌써 이 장 높이의 지령보 붉은 담장 위에 엎드려 있었다. 비류신이 나무 위에서 몸을 날릴 때, 방금 그가 서 있던 곳에는 어느새 수척한 중년 사나이가 나타나 있었다. 그는 비류신의 경신술을 보더니 나직이 경탄해 마지않았다. ‘이 사람은 젊은 나이에 벌써 이런 무공을 지니고 있으니 진정 무림의 젊은이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일 것이다. 그러기에 감히 지령보의 내막을 탐지하려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의 공력은 지령보 사람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으니, 아직은 계란으로 돌을 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헛되이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그의 기질을 보면 우리 편 사람 같은데, 이 고화룡(高火龍)도 의제(義弟)의 생사를 염탐하러 왔으니 역시 이때에 행동을 개시해야겠구나.’ 강호 무림의 인물은 실로 신비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눈에 차지 않는 이 깡마른 사나이는 바로 중원(中原) 무림에 명성을 떨친 기협(奇俠), 풍운류랑인(風雲流浪人)고화룡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비류신은 담장 위에 넙죽 엎드려 앞을 바라보았다. 무수한 지붕마루가 면면히 이어져 있고,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높은 누각들이 솟아 있었다. 그러나 순라군들은 찾아볼 수도 없고 등불도 보이지 않았다. 천하 무림을 진동시키고 있는 지령보는 추호도 경비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이런 무방비 상태일수록 공포와 위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었다. 비류신은 가볍게 몸을 날려 소리도 없이 땅으로 내려선 다음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경공신법(經功身法)을 발휘하여 한 가닥 연기처럼 맨 앞쪽에 있는 정원을 스쳐갔다. 이때 갑자기 몸을 솟구쳐 공중으로 이 장 가량 날아올라 지붕마루 뒤쪽으로 사뿐 내려섰다. 그는 천하에 위명(威名)을 떨치고 있는 지령보가 소문에는 경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암암리에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지령보는 용담호혈(龍潭虎穴)과 같아 앞쪽에는 매복이 없지만 뒤쪽 정원엔 틀림없이 매복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비류신은 지붕 위로 뛰어오르자 즉시 용마루 뒤쪽에 엎드려 몸을 엄호하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사정은 그의 짐작과 달랐다. 둘째 번 정원에도 역시 지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불어오는 밤바람에 그윽한 꽃향기가 실려와 둘러보니 둘째 번 정원에 각종 꽃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비류신은 오랫동안 지붕 위에 엎드려 살펴보았으나 나타나는 사람이 없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들어온 이상 이처럼 종적을 감출 필요가 무엇인가?’ 그는 생각을 바꾸자 갑자기 호기(豪氣)가 솟아 지붕에서 뛰어내린 다음 흰 돌로 포장된 길을 따라 질풍같이 달려갔다. 사실 비류신이 어찌 알겠는가. 그는 처음 지령보로 들어설 때 벌써 적에게 발견되었던 것이다. 둘째 번 정원의 커다란 소나무 위에서 별안간 두 줄기의 인영(人影)이 날아 내렸다. 그러나 그 인영이 소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싹! 하고 바람소리가 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들의 시체 곁에는 키가 훤칠한 사나이가 우뚝 서 있었다. 그는 바로 풍운류랑인 고화룡이었다. 비류신은 여러 곳의 정원을 뚫고 지나 한 식경이 지난 후에 지령보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시종 그를 가로막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의 마음은 다른 것으로 인해 한층 더 초조해졌다. 지령보는 정원과 누각이 중첩해 있어서 방만해도 천 칸 이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찾으려고 하는 천수비경이 도대체 어느 곳에 숨겨져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지령보의 금은보화와 서적들은 모두 한 채의 누각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 누각이 어느 곳에 있는지 비류신으로서는 도통 알 수 없었다. 별안간-- 비류신의 뇌리로 영감이 스쳐갔다. ‘보물을 숨겨둔 누각은 반드시 지령보 안에서 가장 높은 누각일 것이니 가장 높은 누각을 찾아봐야겠다.’ 비류신은 즉시 공중으로 몸을 솟구쳐 지붕 위로 올라가 번갯불 같은 시선으로 재빨리 사방을 쓸어 보았다. 그러나 눈이 모자랄 정도로 집들이 면면히 이어져 있어서 동서남북의 방향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보물이 숨겨진 누각을 찾기란 더욱 어려웠다. 비교적 높은 누각들이 삼사십 채나 있는데, 그것도 온 정원의 각 귀퉁이로 분산되어 있어서 도저히 어느 것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라리 지금 큰 소리로 외쳐 지령보 안의 사람을 뛰어나오게 하여 그 중 한 놈을 붙잡고 보물이 감춰진 누각의 소재를 말하도록 위협하는 게 좋겠구나!’ 이때 별안간 일진의 거센 밤바람이 불며 죽은 듯이 조용하던 정원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죽음 직전에 부르짖는 소리처럼 날카롭고 처절하여 듣는 사람의 모골을 송연케 했다.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 뒤 주위는 다시 공포의 적막 속에 잠겨들었다. 비류신의 안색이 싹 변했다. ‘이 비명소리는 아마 나보다 먼저 들어온 그 야행인(夜行人)이 질렀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천수비경을 훔치겠다는 희망은 도저히 이루지 못하겠구나. 그것은 고사하고 헛되이 목숨만 잃게 될는지도 모른다. 아까 본 그 야행인은 경공술이 결코 나에게 뒤떨어지지 않았으니 일찌감치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 침침한 달밤에 거센 바람이 소나무와 대나무 숲을 스치자 그 소리는 마치 귀신이 처량하게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렸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그림자는 흡사 마귀가 팔을 휘두르며 입을 크게 벌리고 사람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비류신은 간담이 써늘하여 물러가야겠다는 마음을 더욱 굳혔다. 별안간-- 그는 마음 밑바닥에서 부끄러운 감정이 치솟아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비류신! 비류신아! 대장부는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렇게 두려움으로 위축되어 물러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구나 천수비경은 너의 생명과 관계되는 것인데, 네가 제 때에 천수비경을 찾지 못한다면 너는 백일 후에 경맥이 터져 죽고 말 것이 아니냐… …’ 그 처참한 광경이 뇌리를 스쳐가자 그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 비류신은 돌연 신법을 발휘하여 질풍처럼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던 곳을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그는 오 층 누각 앞에 이르렀다. 바로 이때였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날카로운 올빼미 울음소리와도 같은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에 초목이 흔들리는 음산한 달밤, 금방 귀신이라도 나타날 듯 으스스한 공포가 감돌았다. 웃음소리가 멎자 카랑카랑하고 냉랭한 음성이 뒤를 이었다. “귀하는 누구시오? 어째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괴상한 웃음을 터뜨리는 거요?” 비류신은 이 말소리를 듣자 자기의 행적이 탄로 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황급히 몸을 날려 어두침침한 곳에 몸을 숨기고 동정을 살피려 했다. 바로 그가 어둠 속으로 몸을 날린 전광석화와 같은 찰나, 싹!-- 일진의 바람소리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누각 앞의 광장엔 이미 한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몸매가 조그맣고 날씬한 흑의(黑衣)의 소녀, 등에 장검을 비스듬히 꽂은 채 정광(精光)이 번쩍이는 눈초리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지령보란 어떠한 곳인가? 지령보(地靈堡)! 당금 무림의 보(堡) 중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는 지령보는 그 규모의 광대함이 고금을 통틀어 보기 드물 정도였다. 이 신비에 쌓인 지령보의 보주는 야월광명지신도(夜月光明地神刀)란 긴 외호를 가지고 있는 소대호(蘚大虎). 백도(白道)와 흑도(黑道), 즉 정파(正波)와 사파(邢波)를 막론하고 도저히 해결하기 어렵거나 판가름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그가 나서기만 하면 모두 해결되었다. 그는 분쟁을 무마시킬 때 넓은 아량과 친절로써 대할 뿐 아니라,또한 공정한 입장에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게끔 하여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감복하게 하여 명령을 듣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복종하지 않는 자가 있다 해도 그는 무력으로 굴복시키려 하지 않고 넓은 도량과 위엄 있는 태도, 초인적인 언어로써 자연히 순종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그의 명망은 더욱 높아졌으며, 따라서 강호 무림에서는 모두들 그를 지나치게 존경한 나머지, 스스로 지령보에 가입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야월광명지신도는 그들을 대뜸 받아들이지 않고 엄격한 선택의 절차를 치렀다. 마치 명 스승이 제자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어쨌든 지령보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강호 무림 인물들은 모두 보 밖에서 삼년 동안 기다리며 시험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삼년 동안의 시험에서 합격한 자는 곧 지령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그 행운아들은 강호 무림에서 종적을 감추게 되어 다시는 그들의 행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이 지령보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지령보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그들의 행적을 알지도 못하고, 오직 소대호와 그들 자신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지령보에 들어간 행운아들 중 보안의 사람을 따라 다시 강호에 나온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 그들의 육친(肉親)과 형제, 친구까지도 알아보지 못했다. 이것은 지령보의 무수한 신비스러운 일들 중에서 하나의 예일 뿐이다. 그러나 이 신비스러움은 이미 온 천하 무림인들의 마음속에 의심을 심게 했고, 또 두려움까지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되자 몇몇 무림 고수들이 지령보의 신비를 탐지하기 위해서 심야에 보 안으로 몰래 들어갔지만, 그들이 한번 들어간 후 다시 나오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지령보에는 밤에도 조용하고 대낮에도 경비를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방대한 지령보 전체가 마치 인적이 없는 황폐된 곳과 같이 음침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음침한 분위기 속에는 비할 데 없이 무시무시한 살기(殺氣)와 음산한 공포가 서려 있었다. 이토록 겹겹이 둘러 있는 옥사(屋舍)에는 스스로 지령보에 가입하기 위해 삼년 동안의 시험을 받는 강호 무림 인물들이 천여 명이나 우글거렸다. 그들이 오랫동안 이곳에서 거주하는 관계로 집들이 점차 늘어나 보 밖으로 마치 작은 촌락을 이룬 듯 했다. 삼년 동안 시험을 받아야 하는 이들 강호 인물들은 삼 년간의 먹을 식량을 모두 지령보주 야월광명지신도 소대호에게서 공급받았기 때문에 하루 세끼 배를 채울 수 없는 무뢰한들까지 이곳으로 몰려들어 음식을 얻어먹기도 했다. 때문에 지령보 밖의 인물들 중에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이리하여 이곳은 천하 강호 무림의 숨은 인재들이 도사리고 있는 곳으로 변하였다. |
첫댓글 기대합니다.
기대됩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