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의 다섯 번째 시집 ‘강물 위로 점핑하는 잉어’가 2024년 11월 5일자로 이얼출판사에서 간행됐다. 가로 13센티미터와 세로 21센티미터의 사이즈로 176페이지의 분량에 제1편 ‘육생(肉生)’과 제2편 ‘평정’ 그리고 제3편 ‘강물 위로 점핑하는 잉어’로 편집돼 25편씩이 수록됐고, 제4편 ‘흐테드’에는 인간의 몸과 마음이 분리된 타락성과 구원을 다룬 8편의 시가 수록됐다.
특별히 이번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제3편에 수록된 시들은 Chat GPT가 써 준 영시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편집한 것들이다. 아무리 AI가 만능이라고 하더라도 시까지 써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입력창에 ‘Write a poem relating to spring coming, please!’라고 입력해서 엔터 키를 눌렀더니 대번에 24행의 시가 쭈루룩 출력됐다. 너무 기가 막혀서 컴퓨터의 모니터를 한참 동안 멍하게 들여다봤다.
시인마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시 한 편을 쓰기 위하여 무수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Chat GPT의 입력창에 제목만 입력하면 곧바로 시 한 편이 창작된다는 사실은 시인의 머릿속이 하얘지도록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Chat GPT가 써 주는 시에는 창작시로서의 독창성이 결여된다고 할지라도 그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재창작의 문학성이 또 다른 모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아직 본 시집에서 후각을 자극하는 신내는 안 나고, 오히려 풋내가 난다. 언젠가 숙성된 냄새를 풍기게 될 날의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후원문의 ; libuha@naver.com/micheon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