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
① 大韓民國은 民主共和國이다.
②大韓民國의 主權은 國民에게 있고, 모든 權力은 國民으로부터 나온다.
I. 헌법 제1조의 의미와 헌법원리로서의 민주주의
헌법전의 첫 번째 조문에 어떤 규정을 둘 것인가는 매우 커다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비록 조문의 순서가 곧바로 효력상의 우열관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 제1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그 헌법이 어떤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헌법 제1조는 헌법 전체의 성격을 이해하는 기준 내지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연방헌법 제1조가 미국 연방의회의 권한 및 활동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의회의 역할에 특별한 의미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에 독일 기본법은 제1조에서 인간존엄의 불가침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나치의
경험 및 제2차 대전의 비참상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여 인간존엄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우선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헌법 제1조는 프랑스 공화국과 해외영토의 국민이 공동체를
창설한다는 점과 그 공동체는 이를 구성하는 국민의 평등과 연대에 기초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프랑스의 공화주의적 전통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각국의 헌법이 제1조에서 각가 다른 규정을 하고 있는 것은 그 헌법의 성격 내지 강조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규정은 제1조로 삼았던 것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식민지에서 해방되어 독립된 주권국가를 창설하면서 건국의 의미를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였던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규정을 헌법 제1조로 하였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62년 헌법 이래로 제헌헌법의 제1조와 제2조의 규정을 묶어서 헌법 제1조의 제1항과
제2항으로 규정하였고, 현행헌법에 이르기까지 헌법 제1조는 민주공화국 및 국민주권을 내용으로
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 헌법 제1조는 민주주의에 관한 기본 규정이 되었다. 즉, 의회를
제1조에 놓았던 미국 연방헌법이나 인간의 존엄을 제1조에 놓았던 독일 기본법과는 달리
우리 헌법은 민주주의를 제1조에 놓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에 관한 헌법규정이 제1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전문을 비롯하여 헌법
본문의 수많은 조문들 속에서 민주주의와 관련된 규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규정들을 체계적. 통일적으로 해석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전체상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
헌법 제1조의 의미는 매우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II. 헌법 제1조의 연혁
1. 제헌헌법의 규정
제헌헌법 제1조는 "大韓民國은 民主共和國이다"라고 규정하였으며, 제2조에서는 "大韓民國의 주권은
國民에게 있고 모든 權力은 國民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였다.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하여 제헌헌법의 기초자인 유진오 박사는
대한민국의 국체와 정체를 함께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세습적인 군주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공화국임과 동시에, 독재정체(나치독일이나 파시즘 당시의 이태리)라 소련식의 소비에트 체제를
취하지 않고 권력분립을 기본으로 하는 공화국임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민주공화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의 국체는 공화국이고 정체는 민주국인데 이를 합하여
민주공화국이라 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2조의 규정은 헌법 전문에서 대한국민이 대한민국을 건립하였음을 명시한 것과 상응하여
국민주권의 원칙을 채용했음을 명시한 것이라고 한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2조에서 이를 명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2조의 전단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한 이후에 다시금 후단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
것은 당시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국민주권사상 자체를 경험하는 터이기 때문에 이를 더욱 강조하는
의미를 가졌던 것으로 설명된다.
2. 제3공화국, 제4공화국, 제5공화국의 규정
1962년 헌법 제1조는 제1항에서 "大韓民國은 民主共和國이다."라고 규정하였으며, 제2항에서 "大韓民國의
主權은 國民에게 있고, 모든 權力은 國民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였다. 제헌헌법의 제1조와 제2조가
하나의 조문으로 합쳐진 것이다. 이처럼 내용의 변화 없이 두 개의 조문을 하나로 합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제3공화국 헌법, 즉 제5차 개헌이 제헌헌법 이후 최초의 전문개정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의
전체적 형식을 손질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구헌법의 제1조와 제2조가 하나의 조문으로 통합되었지만, 그 내용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론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제3공화국 당시의 헌법학자들은 제1조를 해석함에 있어서 민주공화국
이므로 군주제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국민주권주의를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으로 강조하였다.
그리고 제4공화국 하에서는 헌법 제1조 제1항의 규범성을 더욱 강조하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헌법 제1조
제1항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이상 규범적 효력을 가지고 당연히 헌법의 다른 규정을 구속한다. 따라서
이는 우리 나라 헌법의 기본성격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또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기본적 국가형태를 선명하는 우리 헌법의 핵심이므로 헌법개정의 절차에 따르더라도 개정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7조 제3항의 정당해산규정, 헌법 제32조 제2항의 일반적 헌법유보조항을 근거로
제정된 형법,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등이 우리 나라의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성격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제1조 제2항의 국민주권은 국민대표제, 직접민주제, 정당제도 및 지방자치제,
직업공무원제 등을 통해 구현되며, 헌법개정의 한계라는 점이 인정되었다.
제5공화국 헌법의 해석과 관련해서도 이러한 해석은 기본적으로 유지되었다. 헌법 제1조 제1항의 민주공화국은
"우리 헌법구조상의 국가적 질서가 전제. 독재. 전체주의. 인민공화국 등을 부정하는 그러한 공화국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되면서,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형태는 헌법개정절차에 의해서도 개정
할 수 없으며 이를 변형시키려고 할 때에는 형법, 국가보안법 등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강조되었다.
나아가 제1조 제2항의 국민주권은 "헌법 각 조항을 비롯한 모든 법규범을 해석함에 있어서 그 기준이 되고,
국가권력발동의 정당성에 근거가 되며, 헌법개정절차에 의해서도 폐기할 수 없는 헌법개정의 한계요인이 된다."
고 인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