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대도 无極大道
■ [무극대도 -사마달 作] ----- 제1권 차례 -----
서 문
제1장 왜 이리도 잊혀지지 않는가
제2장 악몽(惡夢)에서 벗어나다
제3장 도적 떼가 되다
제4장 첫 살인의 이름은 복수(復讐)였다
제5장 녹산영웅문(綠山英雄門)
제6장 검문과의 싸움을 위하여
제7장 또 하나의 복수(復讐)
제8장 완벽한 승리
제9장 사곡(蛇谷)을 떠나다
제10장 강북무림(江北武林)으로
■ [무극대도] ♣ 서문(序文) ♣
①
이십 장 높이의 낭떠러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서 싸움놀이를 하고 있던 다섯 아이 중에 하 나가 소리쳤다.
"장훈(張勳)아, 저기 좀 봐!"
손끝을 따라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장훈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나 왔다.
"왜? 엇! 저 새끼는?"
저만치에서 비스듬한 언덕길을 오르고 있는 한 인영.
여기저기 기운 흔적이 요란한 흑의단삼을 입은 인영이었다.
덩치로 본다면 다 자란 성인이나, 기실 장훈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열 살의 소년이었다.
소년은 무슨 고민이 있는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어깨를 축 늘어 뜨린 채 발에 닿는 돌멩이를 틱틱 걷어차면서 오고 있었다.
장훈은 눈알을 또르르 굴렸다.
없었다.
언제나 따라다니며 보호해 주던 소년의 형인 단천목(端天木)의 모 습이 보이지 않았다.
장훈의 눈빛이 돌연 야릇하게 변했다.
한 시진이 넘도록 계속되어 온 같은 놀이에 슬슬 싫증을 느끼던 차였다.
"숨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느티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느 티나무는 그들의 몸을 다 가리고도 남을 만치 컸다.
흑의단삼을 입은 소년 즉, 단호삼(端昊森)은 자신을 노리는 악동 (惡童)들이 있음을 모르고 잘도 올라왔고, 그가 막 느티나무 앞까 지 오자 다섯 악동들은 숨을 때와 마찬가지로 동시에 튀어나오며 저마다 한마디씩 쏟아 부었다.
"짜짠―!"
"멈춰!"
"놀랬지롱."
순간,
"어엇―!"
뜻밖의 사태에 직면한 단호삼은 심장이 털컹 내려앉는 충격에 주 춤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후다닥!
벼락같이 몸을 돌려 비탈길을 향해 내달음질쳤다.
다섯 아이들!
장훈을 두목으로 한 아이들은 바로 청강현(淸江縣)에서 기침 깨나 하는 집안의 자식으로 개구쟁이라는 차원을 넘어선 악동들이었다.
그런데 지난여름 장마 때 산사태로 부모를 잃은 단천목, 단호삼 형제에게 무슨 철천지원수라도 졌는지 보기만 하면 못 잡아먹어 난리 굿이다.
'큰일이다! 형도 없는데…….'
새파랗게 질린 단호삼은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멈추었다.
턱!
어느새 앞질러온 장훈이 앞을 가로막고 목검(木劍)으로 단호삼을 찌르며 어린애답지 않은 잔인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잘 만났다, 호삼."
"장훈 형……."
"어딜."
"어헉!"
뒤로 물러나던 단호삼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딱딱한 물체가 등을 찔렀기 때문이다. 보지 않아도 그게 무엇인지 안다.
퉁방울 같은 단호삼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단호삼이 덩치 큰 토끼라면, 이들은 작은 늑대였다. 무릎을 꿇는 토끼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타고 흘렀다.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늑대 대장은 자신의 어깨를 치켜올리며 목검으로 단호삼의 고개를 받쳤다.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단호삼은 눈을 끔벅거렸다. 자신이 과연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 하고 되새기던 단호삼은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몰라."
"모른다고?"
반문하던 장훈은 잔인한 미소를 띠고 네 소년에게로 고개를 돌렸 다.
"모른대?"
그 말에 하관이 길게 빠지고 눈매가 날카로운 박기택(朴紀澤)이 삐죽하니 웃었다.
"모르면 우리가 가르쳐 줘야지, 안 그래?"
"맞어."
다들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견이 일치된 것이다. 그럼 실행만 남았다.
"일도양단(一刀兩斷)!"
장훈의 말에 따라 두 손으로 목검을 잡고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왼발은 슬쩍 앞을 디딘다.
얼마 전에 청강검도장(淸江劍道場)에서 배운 육합검법(六合劍法) 의 일도양단의 기수식이다. 육합검법은 육합권(六合拳)과 함께 시 세말로 세 살박이 어린애도 안다고 할만큼 널리 알려져 있으며, 검술을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알아야 할 기초적인 무공이다. 사실 이 정도가 무슨 무공이라 할 수가 있겠느냐마는.
②
"어어! 형들……!"
두려움에 찬 단호삼의 말이 채 끝나기 전,
바바바빠빡―!
두 눈에서 불똥이 튀고,
"아악!"
단호삼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머리통에 금세 혹이 불쑥불쑥 솟아났다.
"네 잘못은… 횡단천지(橫斷天地)!"
퍼퍼퍼퍽―!
옆구리며, 엉덩이며, 얼굴로 목검이 쏟아진다.
"아얏!"
단호삼의 손이 머리에서 몸으로 옮겨졌다.
"우리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다시 일도양단!"
"아― 악! 제발… 엉엉엉… 내가 잘못했어."
단호삼은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새우처럼 웅크린 자세에서 뒹굴며 무조건 잘못했다고, 다시는 형들 눈에 띄지 않겠 노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악동들의 무차별적인 이유 없는 폭력은 시간이 더할수록 더욱 잔인해지고만 있었다.
"흐흐흐……."
단호삼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는 그들의 흉폭성에 기름을 부었고,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용서를 구하는 약자(弱者)의 모습은 묘한 흥 분을 가져다주었다. 짜릿한 그 무엇이 말초신경을 거쳐 대뇌까지 전달되었다.
몸서리치게 즐거워진 그들은 목검을 팽개쳤다. 이는 중간 매개체 를 통하는 것보다 맨주먹과 발로 직통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었 기 때문인지 몰랐다.
"으으……."
이제는 웅크릴 힘도, 정신도 없는지 패대기쳐진 개구리처럼 사지 를 쭉 뻗고 가는 신음을 흘릴 때였다.
"멈춰! 이 새끼들아―!"
독기 서린 대갈(大喝)에 이어,
휙휙―!
주먹만한 돌멩이 두 개가 악동들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떤 놈이야?!"
벼락같이 목을 돌린 악동들은 능선에 서 있는 소년을 보는 순간 일시 움찔했다.
문제의 소년이 나타난 것이다.
단천목(端天木).
그는 단호삼의 형으로써 나이는 열넷이다. 그러나 체구는 동생보 다 훨씬 작았고, 악동들보다도 작다.
하지만 단천목은 생김새답게 총명했으며 악바리였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단천목은 얼마 전 악동들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오 대 일로 싸웠다.
결과는 악귀같이 물고 늘어지는 단천목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 날 이후로 악동들은 단천목을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이미 피맛을 본 악동들은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육합검법을 익히고 있지 않은가.
"흐흥, 새끼… 잘 만났다."
장훈이 땅에 떨어진 목검을 잡자, 나머지 소년들도 음충맞은 웃음 을 흘리며 목검을 쥐었다.
그 순간,
휙휙!
사태의 불리함을 깨달은 단천목은 돌멩이를 던졌다.
"어이쿠!"
"악!"
좀 전과는 달리 이마에 직통으로 맞은 두 소년이 몸을 웅크릴 때 를 이용해 바람같이 달려온 단천목은 어느새 주먹을 날리고 있었 다.
근접 거리에서는 무기가 필요 없다. 눈 깜짝할 사이 그들은 한 덩 어리가 되었다. 그 중,
데굴데굴.
두 소년이 굴렀다. 호적수인 단천목과 장훈이었다.
어느 순간,
단호삼은 '악!' 하고 터져 나오는 비명을 주먹으로 틀어막고 말았 다.
커다랗게 부릅떠진 망막을 뚫고 단천목과 장훈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투영되었다. 그 모습은 마치 경극(京劇)에 서 배우들이 천천히, 느리게 동작을 취하는 것 같았다.
단천목은 둥글게 솟은 바위에 허리가 꺾인 채로 하늘을 보고 있었 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고, 숨도 쉬 는 것 같지 않았다.
말도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는 단호삼의 눈에서 슬픔이 소리 없이 흘러내릴 때, 깡마른 손이 나타나 단천목을 안았다.
"네 형은 죽지 않았다."
꿈결처럼 들리는 음성에 단호삼은 고개를 돌렸다. 뿌옇게 피어 오 른 물막 사이로 보이는 것은 흐릿한 사람의 형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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