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월요일, 화창한 햇살이 제 아침을 깨웠습니다.
”아, 여행 가기 딱 좋은 날씨네!“
오늘은 드디어 삼형제와 여름 바캉스를 떠나는 날입니다. 그동안 우리 형제들이 열심히 준비한 만큼, 보람찬 시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날씨마저 도와준 덕분에, 이번 시간이 더더욱 저를 떨리게 했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짐을 들고, 집 앞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6516번, 복지관으로 가는 가장 빠른 버스입니다. 평소에 실습을 가는 길도 물론 설레는 기분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설레는 기분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세요!”
저만 설렜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만나기로 했던 08시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아이들이 세차게 인사했습니다. 삼형제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들리며, 들뜬 기분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2주 전에 처음 만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이미
동네 친구보다 더 친해져 있었습니다. 코인 노래방에 가서 신나는 노래도 불러보고, 포켓볼을 함께 치며 하하호호 이야기한 게, 소소해보일지라도 우리에겐 확실한 행복이자 친해지는 지름길이었습니다.
긴 논의 끝, 여행지로 결정된 곳은 ”강릉“이었습니다. 삼형제는 부산을 가고 싶다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습니다. 이에 조금은 더 가깝지만 바다를 볼 수 있기에 딱 좋은 강릉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선생님, 오늘 꼭, 강문해변 가야 해요!“
셋째가 말했습니다. 아직 바다에 가본 적이 없는 셋째는, 수영은 못 하지만 바다는 가보고 싶다며 여행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당연히 가야지! 재미있게 놀다 오자고~!!“
제가 이야기하며 슬쩍 첫째와 둘째를 살폈습니다. 이 친구들도 분명 가고 싶은 곳을 기대하는 듯 했지만, 형이기에 조금 더 의젓한 모습을 보이고 싶나 봅니다. 여행에 대한 기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표현하고 있으면서, 입은 꾹 다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셋째보다 마음을 조금은 숨기고 있는 첫째와 둘째와 소통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 아닐까요?
짐 정리를 다 마친 후, 저희는 복지관 선생님들께 차례로 인사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본관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부터, 관장님까지. 모두 웃으며 격려해주셨습니다. 한분은 당신도 여행을 가고 싶으시다며 부럽다고 표현해주셨는데, 아마 그 표현이 아이들의 마음에 가장 가닿았을 것 같았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들뜬 마음을 안고 서울역으로 향했고,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쌤, 저 KTX 처음 타봐요!“
역시나 셋째였습니다.
저 또한 KTX를 많이 타보진 않았지만, 역시나 고속 열차는 빨랐습니다. 눈 깜짝할 새에 강릉 역에 도착했고,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 평소 집에서 보이는 풍경과 다르면서도 무언가 낭만적인 곳이었습니다. 숙소는 첫째가 결정했습니다. 숙박비가 그리 비싸지도 않았으며, 탁 트인 테라스에서 바다를 보는 게 참 좋을 것 같다며 선정한 곳이었습니다. 맏 형다운 세심한 결정에 새삼 놀랐습니다.
짐을 다 내려놓은 저희는 이번에 둘째가 고른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점심 먹을 시간은 이미 좀 지났고, 배는 요동치고 있었기에.. 빠르게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둘째는 강릉에선 짬뽕 순두부를 먹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들 그래야 한다고 하던데요?!”
라며 자신이 검색한 맛집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둘째가 찾은 짬뽕 순두부 맛집은 형제들의 입맛에도 딱 맞았나봅니다. 다들 좋아했고, 서로의 여행 코스 선정 솜씨에 감탄했습니다.
점심을 깔끔하게 비운 뒤, 저희는 초당 순두부 마을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셋째가 찾은 곳이었습니다.
“여기 순두부 젤라또가 그렇게 맛있대요!”
젤라또와 순두부의 조합은 꽤나 신선했습니다. 첫째는 순두부 젤라또를 우물거리다 꿀꺽 삼켰습니다. 제 눈에는 첫째가 순두부 젤라또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았지만, 막내의 기대하는 마음을 해치지 않고 싶은 형으로서의 면모도 같이 엿보였습니다. 첫째로서의 듬직한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성장해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순두부 젤라또를 다 먹고 경포호수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강릉 현지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성현동과는 사뭇 다른 풍경,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성현동과 비슷하게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며 둘째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살던 동네는 어떤 곳이에요?“
”음.. 선생님은 충청북도 청주에서 살았는데, 그곳도 이곳이랑 비슷했어. 각자 사는 모습과 풍경은 달라도, 서로 정을 붙이며 살아가고 있었지. 모두 다른 환경에서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끼리 살아가더라고.“
여행이란 그런 것 아닐까요? 익숙했던 곳을 벗어나 낯선 곳을 둘러보고, 자신의 생태를 돌아보는 것 말입니다. 이 형제들이 이번 여행에서 그 부분을 깊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녁으론 형제 칼국수에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첫째가 가장 먹어보고 싶어 했던 곳이었습니다. 청소년답지 않게 옛스러운 음식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동생들보다 어른스러운 면모가 멋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조금은 애기 티를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 먹은 후엔 강문 해변에서 산책을 했습니다. 밤바다를 산책하며, 실습생들이 준비한 깜짝 선물을 건넸습니다. 부모님께서 비밀리에 작성해주신 아이들을 향한 편지였습니다. 산책 중 잠시 멈춰 서서,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셋째, 둘째, 첫째 순으로 편지를 낭독하였습니다. 둘째까지는 감정에 북받치는지 말을 조금 더듬다가, 첫째가 되어서야 눈물이 터졌습니다. 부모님께서 써주시는 편지가 아이들의 마음을 진하게 울린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저희들은 잠깐 빠져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삼형제와 거리를 두고 산책을 했습니다. 그때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형제간의 우애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랄 뿐입니다.
산책을 마쳤더니 달은 이미 꼭대기에 서서 저희를 지켜보는 듯 했습니다. 얼른 들어가서 잠을 청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고, 이튿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의 강문 해변을 산책했습니다. 소소하게 여행이 어땠는지 소감도 나누었습니다. 셋째는 지금까지 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고, 둘째는 슬금슬금 만족해하는 표정, 첫째는 근엄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러면서도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 아마 아이들이 모두 여행을 만족스러워했던 것 같아 저 또한 감사했습니다.
강릉역으로 가는 길목, 포토이즘에서 마지막으로 저희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그렇게 강릉역으로 돌아가려던 때, 첫째가 외쳤습니다.
“선생님! 저희 친척 누나랑 편의점 아저씨한테 드릴 기념품도 챙겨야 해요!”
맞습니다. 삼형제가 여행 기념품을 꼬옥 챙기고 둘레 이웃분들한테 꼭 전달드리고 싶다 했습니다. 그렇게 강릉역으로 돌아가던 길, 잘 포장되어 있는 순두부 찹쌀떡이 보였고, 둘레 이웃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 고심하여 몇 개 골랐습니다.
이제 정말 여행의 끝자락입니다. 강릉역에 도착해 돌아가는 KTX에 올라탔습니다. 여행의 시작에는 들뜬 발걸음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진정되었지만 형제들의 발걸음에는 뿌듯한 가벼움이 담긴 듯 했습니다.
복지관에 도착했습니다. 복지관 복지사 선생님들께도 기념품을 몇 개 나눠드렸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참 따듯합니다. 선생님들께서 잘 다녀오셨다고 격려해주시고, 조만간 다시 보자고 하셨습니다. 내일은 둘레 이웃 분들에게 기념품을 드리며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오늘은 여독을 달래고 푹 쉬어줘야겠지요.
내일을 기약하며 저희들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얘들아 수고했다~ 조심히 들어가고 내일 또 보자!”
“선생님들, 같이 여행할 수 있어 너무 재밌었어요! 여행 준비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진 않네요! 다음엔 저희 가족 모두 데리고 여행을 가보고 싶어졌어요! 저희가 또 열심히 준비해서 다녀와볼래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삼형제의 여름 바캉스를 행복하게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