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설렘으로 시작된 주자이거우 여행
2026년 7월 3일 금요일 아침.
평소보다 훨씬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15분. 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늘 그렇듯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깬다. 창밖에는 여름 장마철 특유의 흐린 하늘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마음만은 맑고 화창했다. 몇 달 전부터 기다려 온 주자이거우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내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마지막으로 짐을 점검하고 있었다.
“여권 챙겼지?”
여행을 갈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해외여행에서 여권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또다시 가방을 열어 여권을 확인한다. 이번 여행이 벌써 7~10회 정도 중국 방문이지만 설렘은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용인 동백의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매일 보던 익숙한 풍경인데도 오늘은 왠지 다르게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경비실 앞을 지나는데 마치 먼 나라를 향해 떠나는 탐험가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강남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는 단체 카카오대화방 알림이 끊임없이 울렸다.
종철 : “여권 챙기기!”
아내 : “넵~”
유덕 : “챙겼습니다.”
재호 : “광주에서 07:00 출발합니다.”
종철 : “터미널 대기 중.”
재호 : “승차장 17번으로 오세요.”
종철 : “알았습니다.”
아내 : “조심히 오세요~^^”
재호 : “인천공항 35km 남았습니다.”
이런 사소한 대화들이 계속 이어졌다. 생각해 보면 여행의 진짜 시작은 비행기가 아니라 이런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함께 떠나는 사람들의 기대와 설렘이 하나씩 모여 여행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기대했다.
‘친구들과 아내들이 주자이거우를 보고 이런 말을 해주면 좋겠다.’
“와! 물 색깔이 정말 최고다!”
강남대역에서 공항버스로 갈아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창밖으로는 수도권의 익숙한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주자이거우는 오래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중국 쓰촨성 깊은 산속에 숨겨진 신비의 계곡.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 에메랄드빛 호수와 환상적인 풍경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곳. 그리고 황룡 풍경구까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정상적으로라면 오전 11시 3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공항버스는 승객이 있든 없든 모든 정류장에 정차하며 운행했다. 결국,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를 조금 넘긴 12시 1분이었다.
공항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노랑풍선 미팅 장소로 향하는데 멀리서 재호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고생했어!”
몇 년째 함께 여행을 다니는 친구들이지만 공항에서 만날 때마다 학창 시절 소풍을 떠나던 기억이 떠오른다..
재문 부부와 종철 부부도 이미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먼저 여행사 미팅부터 시작했다.
8명이 모이자 주변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종철이가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 같다.”
그 말에 아내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탑승 절차를 마친 뒤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 제1터미널 4층 손수헌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출국 심사를 통과한 뒤 면세점 앞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창밖 활주로에는 거대한 항공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곧 우리가 탑승할 CA402편 중국국제항공 항공기도 어딘가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드디어 탑승시간이 되었다.
비행기에 올라 좌석에 앉고 안전띠를 맸다. 그러나 출발 시각이 지나도 비행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약 25분이 흐른 뒤 엔진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비행기는 활주로를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몸이 살짝 뒤로 밀리며 하늘로 떠올랐다.
인천대교가 점점 작아지고 서해가 눈 아래 펼쳐졌다. 한국 땅이 서서히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구름 위로 올라서자 눈 부신 햇살이 기내를 가득 채웠다.
친구들도 창가를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저 아래 큰 강 보이지?”
재호가 말했다.
“강이 아니라 구름인데?”
종철도 맞장구를 쳤다. 강이다
한동안 창밖 풍경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제부터는 전부 여행 사진이다.”
재호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기내식이 나오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중국 상공에 진입했다. 창밖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과 강줄기가 펼쳐졌다. 광활한 대륙의 풍경은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규모였다.
얼마 후 기장의 성도 도착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창문 아래로 거대한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층빌딩과 넓은 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건물들. 바로 쓰촨성의 중심도시 성도였다.
오후 5시 50분.
마침내 성도 땅을 밟았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중국 특유의 공기가 느껴졌다. 낯선 언어와 새로운 풍경,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황룡과 주자이거우의 신비로운 자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자 노랑풍선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가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모든 일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친구들과 아내들, 모두 여덟 명.
앞으로 며칠 동안 함께 웃고 감탄하며 추억을 쌓게 될 우리들의 주자이거우 여행.
그 잊지 못할 여정의 첫 장이 그렇게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