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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등반기는 있었던 사실을 더도 덜도 숨김없이 대원들 간의 대화 내용 까지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자 하며 일부러 미사어구 또는 다른 글의 인용 등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등반기나 기타의 내용 등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의 별난 개똥철학 때문이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하지만 호랑이는 죽어서 절대로 가죽을 남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호랑이가 죽었을 때 사람이 그 가죽을 벗겨 가지만 않는 다면 호랑이는 죽어서 모든 것을 자연에 반납하고 영혼만을 가지고 저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기록만 남기지 않았더라면 자연 속에서 살다가 자연 속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자기가 한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통에 지금과 같은 세상이 도래했지만... 그래서 우리가 이처럼 문명을 누리고 살지만.... 반면에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결국 파멸의 길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이 쯤 해서 서론은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 원정대는 2005년7월30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같은 날 카나다의 벤쿠버에 도착을 했다.(서울과 벤쿠버의 시차는 16시간임)
비행기가 카나다에 접어들었을 때 하늘에서 보는 록키산맥의 설산들은 나의 등반 의욕을 더욱더 부채질했었고, 그래서 옆자리에 앉자 있던 여포에게
“야 등반욕구가 마구 솟구치지 않냐”
고 했더니 여포는 씨익 웃으면서
“니나 마이 해라~~ 난 울 언니랑 놀란다~~”
라고 하는 것이다. 난 이 말을 그저 농담이라 생각했었는데, 나중에야 들어서 안 이야기지만 훈련 때 있었던 사고 이후로 암벽등반이 무서워졌단다. 그래서 원정을 오고 싶지 않았지만 자기 자신이 원정을 포기하면 원정계획이 무산될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왔단다.(참 고마운 여석이다.^^)
드디어 비행기가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을 했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입국심사대에 아주 착한 모습으로 줄을 서서 기다렸고, 이제 우리 차례가 되어 내가 제일 먼저 심사관 앞에 섰다.
나는 그가 묻는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했고, 다른 대원들의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하여
“우리 모두는 한 팀이고 스콰미시에 등반을 하러 왔다.”
고 그에게 이야기를 하자 그는
“모두 몇 명이냐?”
고 물었고 나는 아주 자랑스럽게
“7명이다”
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그는 우리들의 모습과 숫자를 해아려 보더니 나에게
“좋은 여행을 하라”
고 하면서 나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지영이와 여포가 나오고 우리는 짐을 찾기 위해 컨베어밸트 앞에서 .......
(이후 중간 생략: 지영이의 등반기로 대신한다.)
지영이 등반기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가 빌려간(김형일 강사에게) 스콰미시 가이드북은 1999년 판으로 오래된 책이었다.
김형일 강사도 이처럼 등반조건이 많이 다라졌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빌려간 책에는 인공등반 루트가 무려 30개나 실려 있었는데...
새로 산 2005년도 책에 있는 인공등반 루트들은 대부분 15~20m 짜리 한 피치들 이고 우리가 원하는 거벽등반 루트는 불과 3~4개에 불과 했다.
나는 원정대장으로서 어떤 결정을 해야만 했다.
모두에게 고른 등반기회가 주워져야 하고, 또 3일 후면 귀국을 해야 하는 지영이와 용국이게 한 루트만이라도 끝내고 귀국을 할 수 있게 해야만 했다.
나는 책을 이리저리 뒤지고 지영이의 의견을 반영하여 비교적 쉬워 보이고 등반 거리가 짧은 카나비스월 이라는 5피치짜리 루트를 이들에게 맞기고(김지영, 조용국, 이선아), 다른 한 루트는 가장 어려워 보이는 니그로레즈비언이라는 루트를 등반하기로 결정을 했다.
(리그로레즈비언은 A4로 책에 소개가 되어 있으며, 4피치에서 7피치 사이는 엄청난 루프를 극복해야 하고, 산 정상으로 연결이 가능한 등반루트이다.)
목요일 아침이 밝았다. 나는 김지영을 팀장으로 하고 조용국과 이선아를 팀원으로 하는 한조를 구성하고 이들은 포타랫지 야영을 준비 시켜서 출발시켰으며,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할때가 되면 반듯이 팀장의 결정에 따를 것을 이들에게 지시를 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4명.... 나는 여정숙을 팀장으로 하고 김영희와 허성정을 한 팀으로 구성을 했다. 사실 이때 까지도 여정숙과 김영희는 리딩을 못해봤고 허성정은 캠프만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등반 기회를 주고 싶었다.
(최소한 허성정에게는 거벽에서 주마링 만이라도 해보게 하고 싶었다.)
나는 여포에게 3피치까지의 등반을 지시했고 로프를 고정하라고도 지시를 했다.
(그래야 다음 날 내가 등반을 이어 갈 수 있으니까...)
나는 다시 한번 책을 펴놓고 여포팀에게 루트를 숙지시켰으며, 안전등반을 주지시켜 출발을 시켰다.
나는 이들이 떠난 자리를 약 30분간에 걸쳐 뒷정리를 하고 이들이 등반을 하는 곳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먼저 김지영팀에 도착해 보니 선아가 리딩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다음은 여포팀에 가보니 김영희가 제1피치 5.7구간을 자유등반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좀 까다로운지 바위의 이곳저곳을 연신 애무를 하고 있었다.
“야 임마 5.7에서 해매고 있을래?”
“야 지금 우리가 난이도 등반하러 왔니?”
“퀵드로 잡으라고~~~~”
이렇게 소리치자 그제서 퀵드로 잡고 올간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 두 번에 걸친 추락이 이어진다.
“너 내가 5.7에서 퀵드로 잡고 올라가다가 추락한거 꼭 너희 홈피에 올린다.”
라고 했더니 영희가 등반하면서 소리친다.
“형 그 것만은 좀 하지마라~~”
“제자들이 보면 쪽 팔리잖아~~~”
아무튼 나는 영희가 1피치 종료지점에 도착하는 것을 보고 다시 지영이 팀으로 이동했다.
이 곳에 와서 보니 선아가 팬듈럼을 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 시도는 실패....
“선아야~ 뛰어가야 하는 거리는 4m인데 3m만 내려와서 뛰면 어떻게 해~~”
“더 내려와~~ 더~ 더~ 더~”
“용국이는 줄 더 풀고 단단히 니 몸을 고정시켜~~ 딸려가지 말고~~”
이제 두 번째 시도.... 실패다. 이어지는 세 번째 시도... 역시 실패다.
안되겠는지 선아가 다시 올라간다.
“용국이형 줄 좀 당겨줘~ 올라가게”
“으쌰 이이그 끙 엄마야~”
연신 선아의 신음 소리가 이어진다.
다시 올라가서는 이리저리 손을 뻗어서 바위를 더듬어 보더니 훅을 꺼내서 걸고 일어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1피치 종료...
이후로 나는 여포팀과 지영팀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면서 등반을 지켜보았고 점심때쯤 산을 내려와서 아침에 먹고 남은 누른 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점심을 먹고 난 이후 얼마간의 휴식을 취하다가 망원경을 꺼내들고 두개조의 등반이 모두 보이는 도로가에서 망원경으로 우리팀의 등반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다른 등반팀들이 모두 내가 보는 곳을 한번씩은 모두 주시를 하고 지나간다.
이곳 사람들은 인공등반은 거의 하지안고 크렉을 위주로 한 자유등반을 조금하고, 대부분은 어께에 커다란 메트리스를 하나씩 짊어지고 볼더링 위주의 등반을 즐기고 있다.
지영팀은 2피치를 지영이가 등반을 하고 있고, 여포팀은 2피치를 여포가 등반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측으로 코스를 꺽었어야 하는데.... 2피치를 통과해서 지금은 등반을 안하는 블렉다이크 루트로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얼른 켐프로 달려가서 책을 가져와 책에 나와 있는 사진과 벽의 모습을 비교해 보며 루트를 확인결과 그들은 확실히 코스를 잘 못 파악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그들이 탈출을 하기위해서는 블렉다이크 3피치까지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책을 보고 확인한 결과 앞으로 약 10m만 더 가면 블렉다이크 3피치 종료 지점이 나온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여포가 블렉다이크의 3피치에 확보를 하는게 보였다.
이제 안심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그 곳이 니그로레즈비언 2피치로 인식하고 계속해서 진행을 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희가 장비를 수거하는 모습이 보였고.... 이들은 장비회수가 끝나자마자 바로 하강을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포팀이 캠프로 돌아왔다.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이들은 자기네가 니그로레즈비언 2피치까지 진행하고 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3피치로 진행을 하지 않은 것은 너무 위험서 란다.
실제로 여포는 낙석으로 허벅지를 다치고 이 돌이 빌레이를 보고 있던 영희에게 곧장 떨어져 영희는 팔에 부상을 당했다.
나는 이들에게 책을 보여주면서 루트파이딩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었고 다음날의 계획에 대하여 의견을 물었고 이에 여포는
“나 오늘 부로 인공등반은 종쳤다”
“내일부터는 인공등반은 안할거다.”
“나 보고 등반하라고 하지 마라”
여포의 말에는 어느정도 무개가 실려있었다.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으면 이럴까? 라고 생각하고 농담이라도 좀 해야겠다싶어서...
“야 그래도 어떻게 한 피치 해보고 안한다고 하냐?”
“내가 전부 리딩할테니까 넌 후등이라도 해라”
“최소한 하던 루트는 끝내야지?”
나의 이 말에
“아 안한다고 했지~~”
목소리가 단호하다.
“영희야 넌 어떻게 할래?”
“저는 리딩은 못해도 형이 가면 따라는 갈께요”
조금은 안심이다.
“나 아주 죽는 줄 알았다”
여포의 말이다.
“와 나는 후등으로 가는데도 여기를 어떻게 올라갔나 싶더라”
영희의 말이다.
“너 내가 훅을 몇 번이나 쓰고 갔는지 아나?”
여포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이건 뭐 장비를 쓸게 없더라.”
“돌은 전부 부서지는 돌이라 버드빅도 박기 어럽지...”
“그래서 그 코스가 없어졌나 보다”
나의 말이다
“너 내일 등반 해봐라~ 어떤가~”
다시 여포의 말이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다시 지영이팀이 보이는 넓은 도로가 까지 걸어 나가서 그들의 등반 모습을 지켜보았다.
3피치 종료 후 포타랫지를 설치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포타랫지가 펼쳐지지 않아서 거의 한 시간을 고생했었고, 선아는 울기직전까지 갔었다고......
(이런 경우 때문에 뭐든지 직접 경험을 해야 한다.)
나는 캠프장으로 돌아와서 내일 있을 등반에 대하여 대원들과 의견을 나누웠고, 다음날 등반은 영희와 나 이렇게 둘이서만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좀더 빠르고 효과적인 등반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하였다.
일단 여포팀이 잘못된 루트에 고정하고 내려온 홀링자(120m) 한동과, 등반자 로프 2동을 회수하는 일이 큰 걸림돌이 되었다. 또한 로프를 고정하기 위하여 많은 양의 킉드로를 사용한것도 결국은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어째든 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120m 홀링자일을 이용하여 3피치를 건너뛰고 바로 4피치에 진입하기 위하여 20m 펜듈럼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잠을 청하였다.
어김없이 금요일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고 아침잠이 많지 않은 나는 아침시사 준비를 하고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면서 다시 한번 오늘 있을 등반에 대하여 머리 속에 각인시켰다.
드디어 주마링으로 여포팀이 고정시켜론 자일을 오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1피치에 도착을 했다.
1피치에 올라서 루트파인딩을 해보니 역시 여포팀은 1피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2피치 종료 지점을 발견 못하고 그대로 통과하여 블렉다이크 루트로 접어들었던 것이었다. 이곳에서 자일이 고정된 블렉다이크 3피치까지는 45~50m 정도일 것이다.
나는 영희를 2피치까지 오르게 하고 다시 3피치까지 주마링으로 오르면서 여포가 지나간 그 루트를 다시 한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개 어찌된 일인가? 그녀가 오른 바로 옆으로 (불가 1m정도) 고정 볼트가 2~3m 간격으로 주욱 박혀 있는게 아닌가? 그랬다. 여포는 등반을 하면서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자기가 가는 코스에 볼트가 박혀있는 것을 발견 못하고 어렵게 등반을 한 것이다. 3피치에 올라서서 살펴본 결과에 의하면 이 볼트는 4피치를 지나서 루프를 통과해야하는 5피치까지 계속해서 박혀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너무나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그냥 이 루트를 계속해서 진행할까?”
“애이 아냐! 이 루트가 새로산 책에는 인공등반 루트로 표시되지 않은 것을 보면 자유등반 코스로 바뀌었기 때문일 거야.”
“자유등반 코스에서 인공등반을 할 수는 없지...”
나는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3피치에서 홀링자일을 걸어서 펜듈럼을 하기 위여여 모든 장비와 등반자일을 철수해서 내 몸에 걸고 20m쯤 하강을 해서 첫 번째 펜듈럼을 시도했다.
하지만 내가 목표로 했던 지점은 내 생각 보다는 훨씬 뭔곳에 있었다.
1차 시도는 실패... 다시 10m를 더 하강해서 왼쪽으로 몸이 갈 수 있는 곳 까지 이동을 한 후에 2차시도... 최소한 20m는 뛰어 가야한다.
“영희야~ 이제 뛴다.”
나는 9mm홀링자일에 의지한체 있는 힘을 다하여 뛰었다.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광고처럼.... 하지만 내가 목표로 했던 지점에 닿을려는 순간 몸이 더 이상 앞으로 낳아가지 않고 오히려 뒤로 끌려지는게 아니가?
“형 자일이 걸렸다”
“뭐라구”
“형 몸에 걸고 있는 등반자일이 돌에 끼었다구요~~”
“이런 씨이발”
등반로프가 펜듈럼을 다시 시도도 해볼 수 없도록 내가 있는 곳에서 10m쯤 아래에 끼어있었다. 나도 영희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할 수 없다. 영희가 있는 2피치로 하강을 해서 진행을 할 수 밖에는.....
2피치에서 3피치는 오른쪽 옆으로 약16~17m를 횡으로 가야하는 코스이다.
나는 별 어려움 없이 이 곳을 돌파했고 영희가 후등으로 장비를 회수하면서 쫒아왔다.
(이곳에서 영희는 약 5m 가량의 후등자 펜듈럼을 실전에서 해봤다.)
이제 4피치로 가야한다. 나는 오늘 5피치까지 갈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루트파인딩을 하고 출발을 하였다.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크렉에는 수풀과 잡목이 엄청나게 자라있었고.... 꽤 많은 양의 물이 흐르고... 정말로 최악이다. 최소한 3~4년은 등반을 안한 것 같다.
나는 수풀을 뜯어가면서 또 물이 흘러 이끼가 끼어 몹시 미끄러운 암벽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진행하였다. 이 번 피치의 전체 난이도는 A3라고 책에 나와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등반을 하면서 최고로 어렵고 두려운 등반이었다. 모든 바위가 떠 있는 바위로 피톤을 박기가 두렵다. 왜냐하면 엄청난 크기의 낙석이 일어날건만 같다. (낙석이 일어나면 나와 영희는 죽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가능한 한 작은 크기의 너트와 헤드를 주로 쓰면서 전진했다.(헤드를 연속으로 3개를 박은 곳도 있었다.)
한 20m를 전진했을 때 녹이 많이 끼인 로스트에로우를 발견했다. 이 것은 뜬 바위의 크렉에 약 2/3쯤 박혀 있었는데... 나는 이것을 그 크렉에 마져 때려박고 체중을 옮긴 순간 몸이 뒤집힌체로 7~8m를 추락했다. 몸이 뒤집어 진 것은 로스트에로우에 확보하기 전에 훅에 걸고 서있었기 때문에 추락을 하면서 이것에 발이 걸려 몸이 뒤집어 진 것이다. 추락을 하면서 훅 밑에 있던 마이크로 너트는 터져버렸고, 그 밑에 있던 부가부가 나를 잡아 주었다. (우리는 수도 없이 말하곤 한다. “남이 설치한 확보물은 절대로 밑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한번의 수고스러움을 덜어 볼려고 했다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다.)
아무튼 난 추락하면서 신발 한쪽이 날아가 버렸다. 이제 오늘 등반은 어렵게 된 것이다.
(줄에 걸려서 뒤집어 진체로 영희를 보았는데 아! 글새 머리를 처박고 숨어 있는 게 아닌가?
“야 임마 너는 선등자가 추락을 하는데 너만 살겠다고 숨냐?”
“형 뭐 막 낙하물이 날아오는데 어떻게 해요~~” (이해가 간다. 전날 낙석에 맞아서 부상을 당했으니...)
미치겠다... 왼쪽 신발을 잃어버렸는데 바위에 물이 흘러서 미끄러워 다시 그 위치로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고 어렵다.
“씨~이~발 사람 죽겠네”
부가부가 빠지면 그 밑에는 헤드가 연달아서 3개다. 만약에 부가부가 빠지면 또 10m이상 추락을 할 것 같다.
“제발 조금만 버텨라~ 부가부야~~”
나는 공포에 떨면서 간신히 추락지점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했고 임시로 그곳에 리벳볼트 한개를 설치하였으며 부가부와 리벳을 이퀄라이징 시키고 영희에게 하강시켜달라고 했다.
하강해서 신발이 떨어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숲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신발은 보이지 않고..
등반하면서 흘린 카라비너만 주웠다.
“이거 내일 등반을 어떻게 하지?”
캠프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나 쪽팔린다. 한쪽 신발은 없고 온 몸은 흙으로 뒤집어쓰고... 패잔병도 이런 패잔병이 없는 것 같다.
캠프에 돌아오자 여포와 성정이가 우리를 반긴다.
“야 니 모습이 왜 그러노?”
“응 고생 좀 했다.”
“형 목소리도 갈라졌다”
성정이가 얘기한다.
나는 등반을 하면서 물을 먹긴 했지만 충분한 양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 목소리가 갈라진 것 같다.
“야 니 빨리 와바라”
내가 너무 안되어 보였는지 여포가 물수건을 만들어 얼굴과 목을 닦아준다.
“야 그리 힘들드나?”
“아냐 뭐 별로...”
나는 여포에게 거짓말을 했다. 내일 같이 등반을 가자고 할건데 무섭고 어렵다고 하면 안 간다고 할까봐서 이다.
“내일 아침 일찍 다같이 가서 신발을 찾아보고 없으면 신발 사러 가자”
이제 내일이면 지영이와 용국이가 귀국을 하는 날이다.
나는 조촐하게나마 이들의 귀국을 기념하기 위하여 술을 사러 가기로 했다.
그 전날에도 술을 사러 간적이 있었는데... 전 날은 실패를 했고. 오늘은 그 반대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신발이 없어서 용국이 센달을 신고 벤쿠버 쪽으로 걸어갔다. 이 곳으로 오는 날에 내가 봐두었는데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상점들이 있는게 보였었다.
그런데 가도 가도 상점이 보이지가 않는다. 내가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실은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자동차로 오다 보니 가깝게 느꼈던 것이다.
“야 돌아가자”
우리는 2시간 만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저녁7시 정도가 되자 용국이 지영이 선아가 등반을 끝내고 이틀 만에 캠프로 돌아왔다.
우리는 술은 없지만 내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또 등반 무용담을 안주삼아 닭도리탕에 밥을 비벼가며 아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여포 언니와 리가 용국이와 지영이를 데리러 왔다.(‘리’는 여포 언니의 친구)
우리는 서둘러 짐을 꾸려 차에 싫고 기념 촬영을 몇 장 한 뒤에 이들을 보내고 다시 산으로 신발을 찾으러 갔다.(신발이 없으면 등반이고 뭐고 다 물건너 간다.) 그러나 역시 신발은 찾을 길이 없고...
“야 여포야~~ 그만 내려가자. 빨리 신발을 사러 가는게 좋겠다.”
“그래 내려가자”
산을 내려온 우리는 모두 함께 장비점으로 가서 각자 필요한 것들을 사고. 서둘러 캠프장으로 돌아 왔다.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나는 전날 여포를 설득해서 같이 등반을 하러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여포는 영 내키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들 겁을 잔득 집어먹고 있었고, 용국이와 지영이가 먼저 귀국을 하는 바람에 맥이 빠진 것도 작용을 한 것 같다.
아무튼 여포와 나는 다시 바위 밑으로 향했고 나머지 3명은 일반등산로를 따라서 스콰미시 정상을 가벼운 마음으로 하이킹하기로 했다.
이틀을 설치한 로프는 그대로 바위에 있었고, 달라진 것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에 로프가 젖어서 훨씬 무겁고 마찰력이 커져서 자일 유통이 전혀 안되는 것이었다.
여포와 나는 3피치까지 주마링으로 올라섰고, 나는 이틀 전에 추락한 곳까지 주마로 로프를 당기기도 하고, 설치한 확보물에 레다를 걸기도 하면서 오르는데... Z모양으로 꺽인 곳의 확보 물이 빠지면서 약2~3m를 또 추락... 가슴이 조마조마 하다. 맨 위의 확보물이 추락 충격으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맨 위가 빠지면 밑에는 연달아서 헤드가 3개다.)
“아이고 죽겠다~~ 부처님, 하느님, 알라신이여 구버살펴 주세요.”
절로 기도를 하게 된다.
신이 보살폈는지 나는 더 이상의 추락 없이 최초 추락지점까지 다시 오르는데 성공했고, 그곳에서부터 약10m를 더 전진할 수 있었다.
나는 사실 추락지점까지 오를 때 조금 위험 부담은 있었지만 자일이 심하게 꺽인 곳은 자일을 확보물에서 빼놓았었다. 이유는 자일 유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 자일이 당겨지지가 않는다. 이제 약8m만 더가면 4피치 종료지점인데....
나는 그곳에다 임시 확보지점을 만들기 위해서 리벳2개을 박고 앵글하켄 1개와 마이크로 캠1개를 설치했으며 이것들을 모두 이퀄라이징 시키고 이곳에 로프를 고정시켰다.
또한 나는 무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훅을 걸고 그곳에 나의 체중을 실었다.
“야 고정했으니까 안심하고 올라와~~”
여포가 회수를 하면서 올라오는데 무척 어려워한다. 바위에 물이 흘러 자꾸 몸이 넘어지고, 꺽인 곳을 회수할 때는 몸이 조금씩 추락도 한다.
이제 거의 다 회수를 하고 올라오면서 한마디 한다.
“너 죽을라고 환장했나? 여길 어떻게 올라왔노?”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나에게 말한다.
“그냥 올라왔지 뭐”
“난 더 이상 못가겠다.”
(전날 나는 여포에게 거짓말을 했었다. 전혀 어렵지 않다고....ㅋㅋㅋ)
이제 회수해야할 마지막 확보물인 앵글하켄이 덧장바위에 박혀있다. 여포가 쿨척을 걸고 당기는 순간 엄청난 바위가 들썩된다. 여포와 나는 서로 얼굴만 바라본체 몇 초 동안 그대로 정지해 있었다. 만약에 저게 떨어 졌으면 우리 둘다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야 뭐해? 빨리 올라와서 확보바라~ 8m만 더가면 4피치 종료지점이야~~”
“싫어 싫어 나 내려 갈래~~”
“무슨 소리야?? 오늘 5피치까지 완료해야해~”
“싫어~~~”
“그럼 3피치에서 확보 볼래?”
“싫어 바닦까지 내려 갈거야”
여포는 정말로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쉽단말야~”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강기를 꺼내서 로프에 걸고 있다.
“야 그럼 나는 어떻게 해?”
“너도 내려와~~”
“아! 4피치라도 끝내야 안전하게 하강을 하지~ 그래야 내일 등반도 수월하고...”
“지금 종료지점도 안전하잖아~~”
“..............”
“그래 알았다. 내려가라~”
나는 두려움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는 여포를 더 이상 붙잡을 수가 없었다.
붙잡아도 안전사고가 생길 것만 같아서 등반 욕심을 일단은 접고 내일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날 저녁!
“영희야? 너 아직 리딩 제대로 못했지?”
“뭐 그렇지”
“그럼 내일 4피치 8m 남은거 하고 5피치는 니가해라~ 임시 종료지점은 안전하게 해놓았으니까 걱정 말고... 주마링으로 올라가서 거기부터 시작하면되”
“내가 할 수 있어요?”
“응 4피치는 어려운 곳은 다 끝났어... 그리고 5피치는 A2인데 볼트 따먹기다. 만약 여기서 리딩을 안해보면 해볼 기회가 없다.”
“........”
“6피치부터는 엄청난 오버를 넘어서야 하고, 난이도 역시 전부A3+또는 A4야~ 그렇기 때문에 많이 힘들고 무서울 거야...”
“그럼 한번 해볼께요”
“야! 함부로 달라들지 마라 응~~ 나 주마링만 했는데도 죽는 줄 알았다~”
옆에 있던 여포가 걱정이 되었는지 한마디 한다.
“여샘 그렇게 무서워요?”
써나의 말이다.
“말 할 필요도 없다. 나 이제부터 인공등반은 안할거다~~ 종쳤다~~”
“아 내가 아까 얘기 했잖아... 4피치는 어려운 곳은 다 통과했고, 5피치는 A2라고~~ 볼트 따먹기라고~~거기까지만 해라, 그럼 그 위에는 내가 전부 할테니까~~”
하지만 여포의 말에 모두 주저한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먼 이곳까지 원정을 왔는데... 그래서 대원들에게 골고루 등반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었다.
“그럼 내가 다 할까? 나 혼자 다하면 너희들은 뭐 할래? 돈이 아깝지도 않냐?”
“형 저는 원정을 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거든요...”
선아의 말이다.
“그럼 영희 너는?”
“형 저는 한번 해볼께요. 써나 언니 한번 해봅시다~~ 쉽데잖아~~”
“.......... 알았어 그럼 빌레이는 내가 볼께”
“좋아 그럼 리딩은 영희가 서고, 선아는 빌레이 보고, 성정이는 이틀간 쉬었으니까 같이 가, 그래서 성정이는 주마링만 해서 5피치까지 하고 와라~~ 그래야 원정온 의미가 있지... 캠프만 지키고 있다가 갈수는 없잖아?”
월요일 아침!
3명의 여성 대원이 장비를 꾸리고 출발을 할려고 한다.
“만약에 5피치까지 올라갔는데... 너희들 스스로 생각할 때 후등으로 따라가는 것도 도저히 자신히 없으면 전부 철수를 해라~~ 여포는 안간다고 하고... 너희들도 안간다고 하면 나 혼자 단독등반을 해야하는데... 오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단독등반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리딩을 나갈때 같이 갈 용기가 있으면 로프를 고정하고 내려오고, 그렇지 않으면 회수를 해라~~~ 차라리 한 피치 내지 두 피치짜리 자유등반을 할테니까...알았니?”
“예 알았어요”
“자 그럼 출발해~~캠프 정리하고 조금 있다가 가볼테니까...”
나는 캠프를 정리하고 여포와 등반 시작점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보니까 선아가 2피치에서 3피치로 주마링을 할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 곳이 약 50도 정도 우측으로 기울어져서 주마링을 해야하므로 당황을 하고 있었다.
“형 여기 고정된거 풀러버리면 안돼요?
“안돼~~~~ 그거 풀러버리면 나중에 하강은 어떻게 하려고~~~~”
선아와 영희가 3피치까지 올라갔다. 이제 성정이 차례인데 성정이가 머뭇거린다.
“야 왜 안가?”
“형 저 못 갈 것 같아요.”
“왜?”
“생리가 터져서.....”
“이년아 내가 미리 조절하고 오라고 했지~~ㅎㅎㅎ”
여포가 한마디 한다.
“아직 예정일이 많이 남아서 신경안썼죠.”
“.........”
“할 수 없지 뭐..... 내려가서 쉬어라”
“선아야~~ 무전기 꼭 켜나야해~~ 내가 밑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볼거니까~~ 문제점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무전해~~~”
“알았어요 형”
나는 산을 내려와서 무전기와 망원경을 챙겨들고 등반모습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깔고 영희와 선아의 등반 모습을 망원경으로 지켜보기도 하고 비디오카메라로 촬영도 하고 또 산딸기도 따먹어 가면서 그들의 등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런데 카나다 친구들은 산딸기를 안먹는지? 아니면 모르는지? 길가에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영희가 4피치를 끝내고... 선아가 후등으로 올라가고... 다시 영희가 선등으로 나아가고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영희가 5피치 종료지점을 얼마 안두고 선아에게 무전이 왔다.
“형 들려요?”
“응 왜?”
“영희가 그러는데 5피치 종료지점이 안보인데요.”
“조그만 오버를 하나 넘어서야 있어”
“예 알았어요”
“.........”
“형 오버 밑에 썩은 볼트가 하나 있긴 한데 그거 믿고는 도저희 못가겠데요.”
“야 중간에서 그러면 어떻게 하냐?”
“지금 있는 곳이 볼트가 확실하기 때문에 거기서 내려오고 싶데요”
“야 A2는 확보물 설치가 용이하고 확실하기 때문에 A2인거야~~ 밑에가 확실하니까 올라가보라고 해~~ 한 6~7m 만 더가면 된다고~~”
“..........”
망원경으로 지켜보니 이곳저곳 살펴보는 모습이 보인다.
“형”
“응 말해”
“오버를 넘어갈 자신이 없데요”
나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럼 내일 등반은 물 건너 간건가? 나 혼자서 등반을 마무리해야 하나?
“선아야 그럼 영희랑 상의해서 내일 내가 등반을 할 때 빌레이를 보고 후등으로 쫒아 올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 로프를 고정하고 내려오고... 아무도 안한다고 하면 모두 철수해라·”
“........”
“형”
“어 얘기해”
“철수할께요. 영희도 자신 없어 하고, 저도 자신 없고요”
“알았다. 철수해라~ 그리고 해가 지기 시작했으니까 조심하고.... 헤드렌턴 가지고 갔지?”
“예 저는 가지고 왔어요”
“조심해서 내려와~~”
영희가 하강을 하고 선아가 회수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 있어서 4피치에서 선아가 3피치로 하강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가 되어서 여포와 내가 렌턴을 가지고 등반지점으로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숲속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렌턴 없이는 길을 찾기가 불가능 했다. 우리는 열심히 산을 오르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악”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영희 목소리 같은데...”
나는 순간적으로 사고가 발생했음을 알았다.
“영희야~~ 영희야~~ 영희야~~”
선아의 울부짓는 목소리가 들린다.
“야 너는 관리사무소에 가서 구조 요청해”
“어떻게 구조요청을 해”
“아~ 그냥 가서 헬프미해~~”
나는 여포를 산 밑으로 내려 보내고 한 다름에 산을 뛰어 올라갔다.
“영희야~~”
선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선아야 내가 간다~~~”
“형 빨리 와요”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나는 등반시작 지점까지 숨이 막힐 정도로 뛰어 올라갔다.
“선아야~~”
“예 형”
“영희는?”
“밑으로 추락했어요. 흑흑... 그런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요”
“알았다. 영희야~~ 영희야~~”
“네 형~”
아주 작은 영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30m 위쪽 숲 속에서......
나는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쉴 수가 있었다. 영희는 살아있었다.
“영희야 지금부터 내말 잘 들어~~ 알았어~~ 대답해~~”
“예 형 흑흑....”
“울지마 임마~~ 정신 차려야 살 수 있어~~ 선아도 울지 말고 내말 잘들어”
“영희야~ 먼저 어디 부러진데 없는지 발끝부터 하나하나 살살 움직여봐”
“.........”
“어때 부러진데 있어?”
“없어요”
“자 그럼 어디 찟어져서 피가 흐르는 곳이 있나 천천히 살펴봐”
“없어요”
“휴~~ 하늘이 도왔다”
“자 그럼 선아야~”
“예 형”
“지금부터 니가 구조를 해야되니까 내말 잘 들어”
“.........”
“영희가 추락한 지점으로 하강해~ 하강할 때 로프의 한쪽은 고정해. 혹시 다시 올라가야 할지도 모르니까.. 알았니~~”
“예”
“영희 너는 선아가 하강 할 때 렌턴으로 니 위치를 확인시켜주고 너에게 접근이 용이하게 도와~~ 그리고 2차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서 튼튼한 나무에 슬링 걸고 확보해~ 알았어?”
“네 형”
이때 밑에서 여포의 목소리가 들린다.
“광훈아”
“어 그래”
“살았냐?”
“응 무사해”
그때 구조대 목소리도 들린다.
“아 유 오케이?”
“오케이.. 위 아 올 오케이~~”
선아가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로프가 나무에 걸려 애를 먹는다. 선아 특유의 낑낑거리는 목소리도 드리고..... 잠시 후 선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형 내려왔어요”
“그럼 다시 한번 니가 영희의 상태를 확인해봐”
“.......”
“다친데는 없는 것 같아요”
“좋아 그럼 하강준비를 하는데 튼튼한 나무에 로프를 묶고... 선아 니 앞에 영희를 세우고 동시에 같이 하강해~~ 알았니?”
“예 알았어요”
이때 여포와 구조대가 도착을 했다. 나는 이들에게 모두 안전하다고 했고, 직접 영희와 선아가 대답을 하게해 제차 확인시켜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지역 민간인 구조대가 또 왔다. 그런데 이들은 영웅심리 때문인지 몰라도 내가 ‘사고자들이 곳 하강을 할 것이다’ 라고 했는데도 굳이 바위를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는 바위를 오르는 솜씨가 영... 그렇다. 그래서 내가 옆에 고정로프가 있으니까 그걸 잡고 올라가라고 했더니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 주마링으로 올라갔다.
“형 같이 하강을 못하겠어요”
“왜”
“줄이 팽팽해져서 영희가 하강기를 끼울 수 없어요”
“그건 니가 먼저 하강기를 끼우고 체중을 실으니까 그렇지”
“형 저 혼자서 하강할 수 있어요”
영희의 목소리다.
“알았어 그럼 선아 먼저 내려오고 영희 내려와~~”
잠시 후 잡목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70도 정도 되는 경사면을 선아가 내려왔다. 구조대는 선아가 사고자 인줄 알고 이것저것 물으니까 선아가 고개를 저으면서 본인이 아니라는 의사표시를 한다. 5분후 다시 영희가 내려왔다. 밑에 워낙 많은 구조대가 있어서 당황했는지 반쯤 정신이 나갔다.
구조대는 영희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기적과 같다고 했다. 선아의 말로는 4피치에서 3피치로 하강하다가 3피치에 거의 다와서 추락했다고 했다. 그럼 30m이상을 추락한 것이다. 그런데도 찰과상 하나 없어보였다. 영희의 충격을 흡수한 것은 1차로 무성했던 숲이 쿠션작용을 한 것 같고, 2차는 작은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이것이 충격을 흡수 한 것 같았다.
우리는 구조대와 함께 산을 내려와 큰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때 구조대가 갑자기 영희를 세우고 뒷머리를 점검하기 시작했고 미리 와서 대기하던 응급구조사도 달려왔다.
영희 뒷통수에서 약간의 피가 흘러나왔는데 그걸 가지고 지혈을 한다고 하고, 갑자기 목에다 보호대를 끼우고, 들것에다 테우고 하면서 부산을 떤다.
(내가 보기에는 떨어지면서 작은 나무 가지에 걸려서 기스(스크레치)가 났을 뿐인데....)
아무튼 영희와 여포 그리고 선아가 앰블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였고 성정이와 나는 캠프로 돌아와서 영희가 별일 없기만을 빌었다.
다음 날 나는 일찍 일어나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고 성정이가 일어나서....
“형 뭐해”
“어 사고 현장에 장비회수 하러”
“형 가지마~ 불안하단 말야~”
“걱정하지마 조심해서 다녀올게”
“나중에 여샘 오면 같이 가~~”
“너 내가 대장인거 몰라... 내가 잘 알아서 하니까 걱정말어~”
“.........”
“그럼 다녀온다”
나는 그렇게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혼자 어두운 산길로 향하였다.
막상 사고 현장에 혼자 와서 뒷수습을 할려고 하니 조금 겁이 났지만 마음을 다자잡고 고정로프에 주마를 끼우고 주마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로프가 너무 많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는 로프를 고정할 때 장비설치가 안정적 이라고 판단되면 로프의 탄성이나 또는 로프가 바위 면에 쓸리는 것을 방지 하기위하여 약15m에 하나씩 장비를 써서 그곳에 글로브힛지메듭을 해놓는데... 어찌된 이유인지 장비는 없고 줄이 전부 풀려있었다.
그 이유는 어제 카나다 구조대 친구 두 명이 올라갔었는데... 뒤에 올라간 친구가 먼저 올라간 자기 동료가 설치한 걸로 알고 철거를 한것이다.
“아이고 씨발”
날카로운 바위 면에 내가 주마링을 할 때 마다 로프가 쓸린다.
어찌되었건 나는 3피치까지 올라가서 어제 영희가 추락한 지점을 내려다보았다. 한마디로 까마득하다. 정말로 살아난게 기적이다.
나는 3피치에서 각종 장비와 얼기설기 걸려있던 로프를 풀어서 철거한 다음 영희가 추락한 지점으로 하강을 하였다.
영희가 추락을 했던 숲은(바위 경사면에 마치 조그만 섬이 있는 모양)영희가 추락을 할때 충격을 흡수한 모양 그대로 하고 있었다. 나무 가지가 여기저기 부러져 있었고, 상운이가 만들어준 빌레이시트도 나무 가지에 걸려있었다.(등에 빌레이시트를 메달고 하강을 했기 때문에 이것도 충격을 흡수하는데 일조를 한 것 같다.)
나는 그곳에 잠시 머물면서 혹시 또 떨어트린 장비가 없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스스로 웃고 말았다. 나는 내 신발이 혹시 이곳에 떨어지지 않았나 하고 살피고 있던 나를 스스로 발견했기 때문이다.(결국 신발은 없었다)
아무튼 그 곳에서 모든 장비를 철거해서 캠프로 돌아 왔더니 어느새 여포가 와있었다.
“야~ 기다렸다 같이 가지 왜 혼자 갔어?”
“그냥!!! 영희는 좀 어때?”
“어! 씨티도 찍고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데... 의사가 기적이래”
“언제 퇴원해?”
“한 10시 쯤”
그때 여포 언니와 리가 아침 일찍 술과 식료품 몇 가지를 사들고 왔다. 우리는 어제 있었던 사고를 설명했더니 너무 놀라시는 모습이다. 위험한 등반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고가 우리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한 열시쯤 여포와 여포언니 그리고 리가 영희를 퇴원시키키 위하여 스콰미시 병원으로 향하였고 얼마 후 영희와 선아를 데리고 다시 캠프로 왔다.
나는 영희를 보는 순간....
“야 30m기스”
“왜 형..ㅎㅎㅎ”
“살아온 축하주 한잔 하자~~”
“좋지”
우리는 아침부터 술잔을 돌리며 영희가 무사한 것을 무용담으로 이야기 하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지나가던 카나다 친구에게 여기에 30m를 날아다닌 여자 버터플라이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 친구들은 어제 이미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며 다가와 ‘그 여인이 이 여인이냐?’ 고 물으며 ‘만나서 영광이다. 악수 한번 하자’하며 영희에게 악수를 청하고 머리에 키스를 하고 갔다.
이후 나는 대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등반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접고 관광을 할것인가에 대하여 물었고, 대원들은 모두 더 이상의 등반은 어렵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나는 좀 아쉽기는 하지만 ‘산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데....’ 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우리는 수요일 하루를 더 캠프장에서 묶고 목요일 아침에 철수를 했다.
나는 나를 믿고 따라준 대원들이 모두 자랑스럽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모두 최선을 다하였다.
그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새겨본다.
여정숙, 조용국, 이선아, 김지영, 김영희, 허성정,...........
----------스콰미시 원정을 마치고-------------
영희가 추락을 하게된 원인:4피치에서 선아가 하강을 할 때는 로프의 한쪽 끝을 고정하고 한줄 하강을 했었는데, 영희는 로프를 회수하기 위하여 로프의 반을 접어 두줄 하강을 하여야만 했다. 이때 로프 두동을 연결해서 하강을 했어야 하나 판단 착오로 한동을 반으로 접어 하강을 하였다. 이때 로프의 한쪽 끝이 3피치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착각을 한 것 같다. 따라서 로프 한쪽이 짧아서 로프가 4피치에서 빠지면서 추락을 한 것 같다.(여포의 사고 때와 비슷한 경우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로프의 한쪽이 3피치에 고정되어 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조금이나마 영희의 몸을 충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참 다행이네요..형 말대로 산은 거기 있잖아요..모두 화이팅,,여포형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