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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17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국선도 단전호흡을 해 왔다. 황 교수는 “명상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며 건강을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황우석 교수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51)는 명실상부한 스타급 연구자다. 노벨상감이란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교수로서는 드물게 개인 후원회가 있다. 그러나 이런 명성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수십년 간 하루도 편하게 쉰 적이 없다. 일주일에 7일간 연구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의 부인은 늘 그의 건강을 걱정한단다. 생명공학 분야 세계 1인자의 건강 비법을 살짝 들여다봤다.》
#단전호흡, 제대로 해야.
오전 4시40분경 국선도(國仙徒) 도장 옆에 있는 대중탕에서 그의 하루일과는 시작된다. 한증막에서 정좌하고 눈을 감은 뒤 명상에 돌입한다. 10여분간 기(氣)를 순환시킨다. 냉탕으로 옮겨 같은 방식으로 명상을 한다.
오전 5시20분경 국선도 수련에 들어간다. 그는 일반인으로서는 가장 어렵다는 ‘진기단법’ 단계. 40여분간 수련하면 땀범벅이 된다.
국선도 자세 중 물구나무서기 동작. -사진제공 황우석 교수
“보통 국선도 하면 명상을 떠올리지만 여러 동작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어려운 자세가 많죠. 가령 바로 누운 상태에서 배를 위로 끌어올리며 발가락과 손가락만으로 몸을 지탱하는 동작은 쉽게 따라하지 못할 겁니다.”
그는 연구 강행군으로 심신이 힘들면 명상을 한다. 명상은 자신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란다.
“정좌하고 눈을 감으세요. 코가 배꼽 아래 10cm 지점에 있다고 상상하세요. 그 곳을 통해 숨을 천천히 들이마십니다. 공기는 배, 가슴을 거쳐 정수리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제 숨을 내 쉽니다. 심신의 모든 찌꺼기를 수거하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갑니다.”
이때 몸에서 힘을 빼고 고르게 숨을 쉬란다. 입으로 호흡하면 안 된다. 초보자라면 1회 호흡에 7초 정도가 좋단다.
#정신 건강 먼저 챙겨야.
“과학은 희망과 전진만 있는 수레바퀴입니다. 좌절과 실망으로 의기소침하면 발전은 없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는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스트레스 천지다. 육체 피로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세계 1인자란 명성은 늘 어깨를 짓누른다. 후발국가의 맹추격을 따돌리고 새로운 연구결과를 계속 내는 것도 큰 부담이다. 그를 시기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밝혀질 것’이라며 별 대응을 하지 않지만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전호흡이 도움이 된단다.
“눈을 감은 뒤 그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이어 이름을 낮게 부르면서 축복을 기원합니다. 이어 고마운 사람, 가족, 주변 사람을 차례로 떠올립니다. 마지막으로 내 몸 속 장기의 안녕을 기원하며 기를 보냅니다. 이 작업을 끝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자신에게 엄격하라.
그가 건강에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은 1988년경부터다. 그 전에는 ‘건강’이란 단어 자체가 사치였다. 병원 신세도 여러 번 졌다.
88년 그는 내부 장기에 이상이 생겨 전신마취를 한 뒤 10시간 동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전에도 네 차례나 큰 수술을 받았다.
그는 88년 국선도에 입문한 후 한때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것을 빼면 감기 몸살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국선도 수련이 효과를 본 것일까. 과학자다운 대답이 이어졌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영향은 있었겠죠. 매일 새벽마다 땀 흘리고 명상하고 신선한 공기 마시는데 몸에 좋지 않겠어요? 사실 국선도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당을 쓸거나 맨손체조만 해도 건강해질 겁니다.”
요컨대 얼마나 규칙적인가,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루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엄격한 그의 성격 때문에 건강도 가능했다.
국선도 입문자의 30%는 3개월 이내에 포기한단다. 3년을 넘어야 비로소 국선도의 제 맛을 알게 되는 것이 보통. 17년 째 그는 국선도를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그의 엄격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 또 있다. 88년 그는 자신과 세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매일 단전호흡을 할 것. 둘째 매주 지압을 받을 것. 셋째 매달 절에서 불공을 드릴 것…. 그는 지금까지 이를 어긴 적이 없다. 심지어 해외출장 도중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잠시 귀국했던 적도 있다.
김상훈기자 3D3Dcorekim@donga.com">3Dcorekim@donga.com">3Dcorekim@donga.com">corekim@donga.com">3D3Dcorekim@donga.com">3Dcorekim@donga.com">3Dcorekim@donga.com">corekim@donga.com
▼전문의 평가…‘명상’ 뇌파변화 유도▼
명상의 최고 경지는 어떤 것일까.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수철 교수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무념(無念) 상태가 최고의 경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일반인이 이런 단계에 이르기는 불가능하다”며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생각을 편안하게 하면 최선이다”고 덧붙였다.
황우석 교수의 단전호흡과 명상은 정신건강→육체건강으로 연결되는 좋은 도구라는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명상과 호흡이 뇌파의 변화를 유도하며 정신은 물론 자연스럽게 육체의 기능도 좋아진다는 것.
조 교수 역시 호흡을 중요하게 여겼다. 보통 불안하고 초조하면 호흡이 가빠지기 때문에 평소 호흡을 고르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단다. 다음은 조 교수가 제안하는 훈련법.
장소는 상관없다. ‘아, 에, 이, 오, 우’를 차례대로 가능한 한 저음으로 낮게 발음한다. 각각의 발음마다 4∼5분 지속한다. 중간에 숨이 차면 한번 호흡한 뒤 다시 소리를 낸다. 이렇게 해서 20∼25분 발음 훈련을 하면 심신이 편해진단다.
조 교수는 이와 함께 명상과 유사한 방법으로 음악을 많이 들을 것을 권했다. 음악소리가 뇌파를 자극해 머리를 맑게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곡이 좋지만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자주 듣는 것도 더욱 권할 만하다.
김상훈기자 3D3Dcorekim@donga.com">3Dcorekim@donga.com">3Dcorekim@donga.com">corekim@donga.com">3D3Dcorekim@donga.com">3Dcorekim@donga.com">3Dcorekim@donga.com">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