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낮을 지내고... 저녁.
마음도 잘 맞고 취미도 같아 늘 잘 다니는 동서가 닭요리를 싸들고 왔다.
반가운 마음에 소주 한잔 나누다 보니 어느덧 어두운 밤이다.
찌불을 밝히고 드리운 낚싯대를 마주하고 앉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그러나 찌는 미동도 없이 서있고, 취기로 슬슬 졸음이 밀려오기에
새벽녘을 기대하며 저녁 9시 반경 이른 잠을 청해본다.
새벽 두시 반경에 일어나 혼자 낚싯대를 마주하고 앉았다.
어두움 속에서 물안개와 함께 슬며시 밀려오는 한기가 느껴지는 순간
깜빡이는 찌를 보고 채었더니 올라오는 것은 자그마한 살치 녀석.
잠시 낚시를 뒤로하고 닭도리탕을 끓여 한기를 달랠 겸 속을 채운 후
다시 낚시를 마주하였더니 이번에도 고만한 크기의 살치가 지렁이를 물고 올라온다.
이럴땐 미끼를 바꾸어야 한다.
모두 구루텐과 어분으로 바꾸어 던졌다.
잠시 후.
찌 두마디 정도가 솓더니 옆으로 찌익 끌려가는 느낌이 들어 낚아채었다.
후두둑 떨리는 강렬한 힘이 손끝으로 전해온다. 보통놈이 아니다.
자욱한 물안개를 헤치고 올라온 녀석은 준척급.
조금 지나니 첫닭이 울고 또다시 입질.
강한 챔질에 이번에는 더욱 강한 저항이 이어진다.
어두움 속에서 캐미 불은 파르륵 떨고, 랜턴빛을 따라 하얀 물안개가 자욱이 몰려든다.
한참을 실갱이 끝에 드디어 뜰채 안으로 들어오는 녀석을 보니
월척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동서를 깨웠다. 이때를 놓지면 붕어 얼굴 보기가 힘들테니까 말이다.
이어서 동서도 월척급으로 두마리를 체포하고 한마리는 놓지고 말았다.
집에와서 계측을 해보니 31.2cm 월척이다.
나머지 3마리는 아쉽게도 27~29cm급에 머문다.
그런데, 너무 흥분한 탓인가.
계측하며 촬영한 사진이 엉망이다. 그게 너무 아쉽다.
오래 전에도 동서와 같이 가서 월척을 했는데, 이번에도 동서와 함께 월척을 했다.
종선아빠.
당신과 나는 인연이 있는가봐. 자주 다녀보자구.
손맛 진하게 보도록 안내해 줘서 정말 즐거웠어.
그리고 처제. 닭도리탕 정말 맛있더군. 잘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