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가을 오후, 바깥까지 들려오는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리.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소리에 이끌려 문을 열어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뛰어다니는 아이들, 책 속에 파묻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아이, 컴퓨터에 정신이 팔려 누가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아이.
동네 친구들 모두 모여 공부부터 놀이까지
전주시 동서학동에 위치한 로뎀나무 지역아동. 지역 내 아동들을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고 교육, 문화, 복지, 지역사회 연계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과 생활지원을 위해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개원 이후 현재 유치부 부터 초등부까지 총 35명의 학생들이 등록해 이용 중이며 학생들은 주로 한부모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방과 후 이 곳에 모여 한자, 수학, 받아쓰기 독서 등의 학습지도를 받고 주말이면 각종 문화체험을 즐긴다. 문화체험은 영화감상, 야외학습, 생태체험, 댄스파티, 각종 축제 참석, 명소탐방 등 다채롭게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각종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저녁식사까지 마친 후 집으로 귀가한다.
대학생 선생님부터 정년퇴직한 훈장님까지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을 책임져 줄 교사는 다양한 경로로 수급된다. 일단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 1명과 아동복지교사 전북지원센터에서 파견된 2명의 교사가 배정되어 활동중이고 인근 전주교육대학교에서 교육봉사 실습을 나온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이들은 주5회에 걸쳐 2명씩 총 10명이 배정되어 있다. 교대에서 로뎀나무 지역아동센터는 지리적 여건과 센터의 훌륭한 분위기로 인해 특히 인기가 많아 이곳에 배정받기 위한 자원봉사 대학생들의 경쟁률이 치열할 정도. 또 교사 등 각계에서 이미 은퇴한 사람들이 노인복지관을 통해 파견을 나온다. 노인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지역아동센터는 상대적으로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엄마 같은 존재입니다.” 박수빈 센터장(28)은 힘주어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학습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고 방문, 상담해주는 총체적 보호기관입니다. 이른바 토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학습 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아이들을 보살핌으로써 자칫 꿈을 잃거나 포기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입니다.”
저소득가정 지원하는 총체적 보호기관 역할
전에 속셈학원을 운영하다가 현재 이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주연(43)선생님은 아이들의 학습욕구에 대한 아쉬움을 살짝 드러냈다. “가르치려는 사람들의 열의는 높은데 아이들의 학습욕구가 조금 부족해 아쉬워요.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쪼르르 몰려와 한 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이 아이들이 공부까지 열심히 한다면 정말 더 바랄게 없죠."
로뎀나무는 성경에 등장하는 장소다. 죽기를 결심한 엘리야 선지자가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은 상징적인 장소다. 전주 로뎀나무 지역아동센터도 지역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고 그 안에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로뎀나무 지역아동센터>
이용시간 평일 12:30~19:00, 놀토 10:00~17:00
프로그램 - 방과 후 개별과제지도 / 영어, 수학, 국어, 한자, 예체능 수업 / 문화체험, 견학 / 멀티미디어실, 독서실 운영 / 아동상담 및 가족상담
전화번호 : 063-232-1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