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 위천면 금원산 자연휴양림. 금원산은
원래 '검은산'으로 불리다 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산은 전설이 모여 산을 이루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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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domin.com%2Fnews%2Fphoto%2F200705%2F219779_172457_129.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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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방갈로가 들어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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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원산 이름에 관한 전설 하나. 옛날 이 산에
금빛 나는 원숭이가 살았으니, 매일 농작물을 훔쳐 먹으며 피해를 주다가 어느 도승에게 걸려 바위 속에 감춰 두었다 하여 금원산이라 불린다.
애니메이션 <손오공>과 스토리가 조금 흡사한 점이 있다.
# 선녀담에 관한 전설 둘. 휴양림 입구 부근 조그마한 담이
있다. 이 곳은 보름달만 뜨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던 자리였다. 아이를 낳지 못해 시댁에서 쫓겨나기 직전인 새색시가 이 곳에서 목욕을 하고
소원을 빌었더니 아이가 생겼단다. '선녀'와 '수태'가 얼마만큼 이야기 연결고리를 가지는지 알 수 없기에 '믿거나
말거나'다.
◇ 놀고… 쉬고… 잡담하고
레저 팀을 마을 입구부터 휴양림 관리사무소로
인도해준 건 다름 아닌 카네이션. 어버이날 어버이 가슴에 꽂혀 있어야 할 꽃들이 1열 종대를 하고 줄지어 서서 입장객을 환영한다.
카네이션 퍼레이드가 끝나는 관리사무소. 출타중인 소장을 대신해 관리사무소를 '느슨하게' 지키는 혼혈(도베르만+진돗개) 검은 개
'깜순이'가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다. 인기척에도 꿈쩍하지 않다가 다가가니 눈만 뜨고 눈동자만 굴리고 있다. 아뿔싸! 개 목걸이가 없네. 그래도
순둥이라 눈빛만 나눴는데도 주인처럼 복종하는 것이 등산객들에게 많이 '얻어먹은' 솜씨다.
휴양림의 산책코스는 2시간이면 느긋하게
둘러보며 유유자적할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구경을 하게 되는데, 유안청 폭포다. 옛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곳이었던 유안청이
자리하였다는 유안청 계곡은 1.5km에 이른다. 그 중 3개의 폭포가 3종류의 선비를 맞이하였을 법한데, 3곳 모두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높이 80m에서 물이 떨어지는 유안청 1폭포는 그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선비요, 190여m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유안청 2폭포는 미끄럼을 타고 노는 선비요, 붉은 빛깔을 띤 화강암을 깔고 물결모양을 만드는 자운폭포는 이상을 좇아 뜬 구름을 잡으려는
선비와 닮았다. 유안청 계곡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산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란 소문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 곳은 영화
<남부군>에서 수백 명의 파르티잔(빨치산)이 알몸으로 목욕하던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그렇다고 폭포만 보고 지나간다면
눈만 즐거운 산행이다. 바위를 뒤져보면 틈에 가재며 도롱뇽이 살고 있고, 웅덩이가 있는 곳엔 1급수에만 산다는 '중태기(망태기의 북한어)'도
보인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석산의 겨울은 하얗다. 그 위를 흐르던 계곡물이 얼어붙으면 영판 눈썰매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겨울에
등산하러 왔다 한잔 걸친 분들이 가끔씩 얼음썰매를 타다 크게 다치기도 한단다. 경남 거창과 전북 무주는 옆 동네다. 알아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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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domin.com%2Fnews%2Fphoto%2F200705%2F219779_172458_129.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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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모양의 암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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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문
한해 입장객 7만 명(입장료 기준)이 다녀가는 이 곳은 가족형
산행지로 적합하게 통나무 산막과 야영데크(평상), 캠프파이어장, 족구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도심과 떨어진 휴양림에서
잠시나마 세속과 인연을 끊을 것 같더니 어쩔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인터넷이다. 한 평 남짓한 조그만 통나무집이 화장실인줄 알았더니 문에
인터넷이라고 또박또박 쓰여 있다. 2대의 컴퓨터가 자리한 산속 PC방이 3곳서 무료로 절찬리에 '영업 중'이다. 덕분에 피곤해진 건 관리사무소
직원들. 번개라도 칠라하면 코드를 뽑기 위해 빗속을 뚫고 이 산 저 산을 헤매야 한다.
지재미 골로 가는 길에 있는 문바위. 나라
안에서 단일바위로는 제일 큰 바위로 옛 가섭암으로 통하는 일주문에 해당되는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그 미지의 세계
중심에 국가지정보물 530호인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이 있다. 고려 초의 작품이라는데 자세히 보면 부처의 표정이 정말 소박하다.
또 부처의 머리 위로 ㅅ모양으로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부처가 빗물에 젖지 않게 하려는 이 아이디어의 원천은 불심(佛心)이 아닐까.
작년까지 적자로 허덕이던 휴양림이 이제 경남도에서 거창군으로 관리권이 넘어갔다. 이에 따른 공격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관리사무소에선
올 여름 숲속 어울림 공연으로 도민들을 '꼬드길' 계획이다. 도내서 취미로 무용이나 연극·음악 등을 하는 16개 팀을 초청해 하루 한 팀
공연으로 16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아마추어 팀만 초청해 진정한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주겠단다.
또 코스모스 군락지를 만들어 볼거리를 만들고, 자연휴양림 위쪽으로 2010년까지 100억 원을 들여 200㏊ 규모의 생태수목원이
조성된다. 숲이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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