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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 망덕봉(920m : 제천)
*일 자 : 2004. 10. 3(일), RTNAH 제2차 산행(25명), 날씨(맑음)
*코 스 : 상천 휴계소-용담폭포-710봉-망덕봉-小용아릉-산부인과바위-비석바위
-무덤-능강천-능강교
*소 시 : 오전 9시 35분~오후 2시 45분 → 총 5시간 10분 소요
錦繡山과 망덕봉.
충주호를 끼고 비단 같은 풍광으로 우뚝 솟은 금수산 서쪽 능선에 자리잡은 망덕봉은 금수산 옆에 있는 봉우리로 금수산 정상에서 직선거리 1.5km지점에 솟아 있으니 금수산의 일부로 그 맥을 같이한다. 망덕봉 북쪽으로는 신선봉(845m), 남쪽으로는 가은산(575m)을 마주하서, 서쪽으로 충주호를 굽어보고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 금수산 자락 일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이 봉우리를 '금수산 망덕봉'으로 부른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과 제천시 수산면 郡界에 위치한 금수산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한 산으로 신비한 기암괴석과 짙푸른 녹음, 우아한 산세와 수려한 계곡, 멀리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명산으로 봄 철쭉,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철의 설경이 계절에 따라 수시로 옷을 갈아입는 변화무쌍한 산이다.
백두대간 상에 있는 오대산 두루봉에서 태기산, 치악산을 거쳐 산맥 끄트머리에 솟아있는 금수산은 산명에 걸맞게 비단에 수를 놓은 것같이 고운 산에 단풍이 들면 白岩과 어우러져 황홀하고 초여름 녹음의 색깔 또한 너무나 선명하고 아름답다.
본시 산 이름을 백암산(혹은 백운산)이라 불렀으나,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부임해 이곳을 두루 살핀 후,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한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금수산'으로 고쳐 부르게 됐다.
정상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빼어난 바위 능선과 산재한 비경의 비범함을 자랑하는 망덕봉은 특히 남쪽과 서쪽 능선에는 상여바위를 비롯해 독수리바위, 족두리바위, 용아장성 암봉 등 수려한 암릉지대가 열려있다. 망덕봉 남쪽 골짜기에 있는 용담폭포와 세 개의 탕으로 이뤄진 선녀탕이 비경이다. 말하자면 망덕봉은 금수산의 핵이요, 진수다.
산행 중 계속해서 시원스런 충주호의 조망이 펼쳐지고, 아기자기한 바위지대가 등산로 곳곳에 포진해 있는 서쪽 능선에 서면 감탄 일색이다. 금수산의 정상부의 원경은 길게 누운 임산부의 모습이고, 또는 사자의 머리형상과 유사하다. 남쪽 능선에서는 뾰적봉으로 보이는 등 시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본 산악회 카페에 실린 안내문이다.
*제2차 산행 금수산(錦繡山) 1015.8m 망덕봉(望德峰) 926m 용아능(10월 3일 6시)
-위 치: 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능강리
-경유지:
5:30 김포 사우리 홈플러스 앞
5:35 김포 풍무동 입구
5:50 방화동 개화역
5:55 공항중학교 앞
6:00 발산역 만추부페 앞
6:10 하이웨이주유소
6:15 강서 보건소
6:30 당산역
-준비물 : 간식 (중식제공), 회비(25,000원)
-코 스:상천휴계소-용담폭포-망덕봉-소용아능-산부인과바위-비석바위-능강교(산행시간 5h)
<前略>
망덕봉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상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빼어난 바위능선과 산재한 비경들의 비범함에 있고, 특히 남쪽과 서쪽으로 형성된 능선에는 상여바위를 비롯해 독수리바위, 족두리바위, 용아장성 암봉 등 수려한 암릉지대가 멋지게 펼쳐진다.
또한 망덕봉 남쪽 골짜기에는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龍潭폭포와 세 개의 탕으로 이뤄진 선녀탕이 비경을 빚어내고 있다.
망덕봉은 금수산의 무릉도원을 온전히 품고있는 핵심 봉우리이다.
첫 버스를 동원한 산행이다.
은근한 염려가 떠날리 없다. '만약'과 '행여'란 염려 때문이다. 노파심이라고 힐책할망정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다. 김포시에서 강영성 이사님의 배려로 예정코스를 통과해 만추부페 앞에 닿은 시각은 새벽 6시 3분이었다. 5분전에 나온 한희자 선생님과 싸늘한 새벽바람을 옷깃에 묻으며 기다리는 시간이 다소 지루했었다. 그러나 新백승여행사 김포하성영업소 이강섭 소장님이 직접 핸들을 잡고 맞은 싸롱형 41人乘 버스(인천78바2410)와 그의 친절한 미소를 받고서야 비로소 모든 시름을 씻었다.
김연자 총무님의 남편이 준비한 물품을 직접 하이웨이 주유소 앞까지 배달해준 성의도 새벽을 신선하게 만들었다. 늦잠으로 택시를 타고 천호동 교각 밑까지 달려온 양경태 대장님의 헤프닝은 뜨악했지만 哄笑를 일으키는 새벽을 만들었다. 그의 떠르르한 자세는 여전했다.
오늘 산행참여인원 25명이다.
29명을 예상하고 산악보험에 들었던 양대장님의 셈이 조금 어긋났다.
10여명이 예약을 어긴 셈이지만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강태영 고문님의 경우는 다소 의외였던 것으로 생각됐다. 그래도 손익분기점 승차인원을 생각하면 그런대로 평균작이다. 김정림씨 소개로 온 임숙향씨, 김총무님 소개로 참여한 홍영미씨 등 새 얼굴이 보이는 반가운 아침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잖은가. 매사를 편하게 생각하면 萬事休矣다.
충주호를 앞에 두고 발달한 성내리 동산 입구 선희휴게소식당(043-652-2866)에 4시 전후에 하산할 것을 예상하고 점심식사를 주문해 두었다. 운영진이 산행과 운영내용 전반에 걸친 안내가 있었다.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를 대신할 21세기형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us), 즉 共生人의 자세로 本 산악회가 共生-共存-共榮을 목표로 운영되기를 빌었다.
오전 9시 35분.
노련하고 편안한 이강섭 소장의 드라이브를 즐기며 들머리 상천리 휴게소에 내렸다.
간략한 제례를 위한 준비한 제수용품을 분담해 관통하는 상천리 마을의 가을은 고개 숙인 누런 벼이삭처럼 충분하게 여물어져 있다. 가을은 기습적으로 찾아든다. 물러설 줄 몰랐던 더위도 추석을 전후해서 완연하게 달라졌다. 금새 달라진 날씨 앞에 가을은 맞은 준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가을은 이렇게 통과하나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단기 단군기원 4337년째 되는 개천절이다.
단군 왕검께서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우리민족의 하늘을 열어준 뜻깊은 오늘이다. 문자 그대로 開川이란 말답게 하늘은 에메랄드 빛 보다 푸르고 맑아 드높아 보인다. 祝福받은 전형적인 우리네 가을 날씨다. 금수산 상천안내소 Box 바로 앞 짧은 백운동교를 건너 포장된 마을의 중앙통로는 서늘한 아침공기에 젖어있다.
<입산통제, 봄철(2.15~5.15), 가을철(10.15~12.15), 제천시장>
<보문정사→>
마을은 온통 빨갛게 익어 가는 산수유 열매로 가득하다. 애써 먼 지리산 산동마을까지 가지 않고 이곳 상천리에서 이른 봄 산수유 노랑꽃을 玩賞해도 큰 차이는 없을 성싶다. 지천으로 깔린 산수유 외에 감나무-대추나무-뽕나무가 콩과 고추밭과 어울려 마을은 보이는 그대로 낙원이다.
<금수산 용담폭포 → > <금수산 탐방로→>
이정표를 따라 차츰 완만하게 고도가 높아간다.
백운산장, 정암산장(011-463-0171)을 지나 좌측에 아담하게 자리한 보문정사(043-651-2467)를 끼고 올라가는 주변엔 광활한 풋고추 밭이 널려있다. 때늦은 풋고추는 어떻게 결실을 이루게 되는지 자못 궁금했다.
오전 9시 45분.
마을냄새에 훔벅 취해 비틀거리는 사이에 만난 삼거리 갈림길 좌측으로 거의 허물어져 버린 폐가 앞으로 열린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내 해발 280m를 알리는 삼거리다.
<숨은 비견 용담폭포 0.2Km, 망덕봉 2.3Km>
자연석에 새긴 안내표지 좌측으로 많은 리본이 걸려있다.
용추폭포를 향해 폭포 아래로 난 길을 따라 급경사를 올라갔다.
10분 후 용담폭포 아래에 섰다. 사진에 담아두고 올라가면 5m 직벽에 걸린 로프를 만난다.
한사람씩 차례로 오르다보니 지체다.
10시 6분.
돌사닥(=너덜)지대가 끝난 삼거리 우측 바위를 타고 30m 올라간 지점에 용담폭포(용추폭포) 상단부 경사도가 급한 슬랩지대다. 경사진 치마바위가 나타나고 치마바위 위쪽은 전망대 바위다. 전망대에서는 금수산 자락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금수산 아래의 울창한 숲과 깊이 패어 들어간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담폭포 위에 걸린 선녀탕이 맑고 푸른 물을 담고 沼를 이룬 모양과, 화강암 협곡사이로 빠져나가는 빠른 流速의 물줄기가 화사하다. 거대한 암반 사이로 유유히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아래에 만난 폭포보다는 위에서 바라보는 폭포의 얼굴은 정 반대였다. 이 지점이 용담폭포를 내려다보는 최적의 포인트로 짐작했다. 자연이 만든 작품치곤 희대의 작품이며 절경이다. 그냥 스쳤다면 두고두고 여한이 되리라.
옛날 중국의 周王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 속에 웅장한 폭포모습이 비추기에 신하에게 그 폭포의 형상을 알려주고 동녘에서 찾아오라고 해서 찾아낸 폭포가 용담폭포였다고 하는 전설이 전한다. 청송 주왕산의 내력과 유사한 전설이다. 이런 전설에 걸맞게 망덕봉의 용담폭포는 물줄기가 우람차고 경관 또한 아름다워 사계절 내내 등산객의 발길을 붙잡는 모양이다.
다시 갈림길로 내려와 정상을 향한 오르막에 섰다.
10시 11분.
지능선 안부다. 전형적인 육산 능선이다.
갈참-신갈-쪽동백-굴참-쇠물푸레-생강나무 등이 어우른 하늘을 가린 숲 능선이다.
10시 13분.
<상천리 0.5Km←(해발 400m)→금수산 3.3Km>
암릉의 시작이다. 뉴 페이스인 홍영미-임숙향씨가 생각보다 발빠른 행보다.
까다로운 암릉지점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잠시 올라왔던 코스를 되돌아 봤다. 충주호 일부가 아침햇살에 녹청색 빛을 발한다. 남서쪽 멀리 월악산 영봉과 그 줄기, 좌측으로 백두대간 능선이 거대한 하늘금을 잇는다. 좌측 지능선에 박힌 기암괴석과 소나무들이 금강산 만물상을 옮긴 자태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일행들의 표정에 보람이 묻어있다. 암릉에 박힌 노송의 인고를 생각하는 사이 새로운 7~8m 로프지대를 만난다. 수직 암릉이다. 우측 깊숙하게 내려앉은 어댕이골 계곡에서 불어오는 秋風이 서늘했다.
노상 술을 자주 마신다고 하여 최영복씨가 명명한 '노상술'씨(오희숙 이사님)가 처음부터 예상대로 힘든 행보다. 로프 타기가 서투른 그네가 쉽사리 통과하기엔 무리였던가 보다. 잠시 1m 아래로 미끄러지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 봄 시산제 사고가 연상되어 잠시 긴장했었지만 별 문제는 없는 헤프닝이었다. 농담을 즐기는 최영복씨가 까다로운 암벽지대를 막 올라선 그네에게 한 마디 던진다.
"곧장 보낼 수 있었는데......"
40대 초반의 부부 한 쌍이 우리들 앞에 붙어 암릉을 오른다.
잽싸게 로프를 잡고 오르는 폼이 풍부한 경험자다. 남편되는 사람이 아래에서 올라가는 부인을 보고 다른 사람이 들으라는 듯 한마디 뱉는다. 다소 무안스런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차이인가.
"우리 마누라, 바위 자알 탄다. 그렇지! 난 마루라 하나는 잘 얻었거든!"
10시 55분. 암릉지대가 끝나고 육산 능선이 나타난다.
동쪽 우측으로 금수산 정수리가 보이고, 정 남쪽으로 가은산 줄기가 눈 아래로 깔려있다. 그 초경동계곡에 자리잡은 상천리 시외버스종점과 이웃한 초경동 산골주막(김문기씨댁)이 콩알만하게 다가온다.
망덕봉으로 가는 길의 능선에서 바라다보는 충주호의 시원한 풍광이 산행의 한 재미다.
졸참나무 그늘 능선이다. 좌우 주능선들이 선명한 지금과 비교해 완만한 오르막이다.
그러나 망덕봉 정상으로 갈수록 숲이 옅어지며 산세도 전형적인 육산이다.
11시 21분. 삼거리 갈림길이다.
<상천리 2.2Km← (해발 880m) ↗망덕봉 0.15Km, ↘ 금수산 1.6Km>
갈림길 좌측으로 붙어 올라가는 마지막 스퍼트다.
발가벗긴 우측의 금수산 정상일대가 확연하게 눈에 든다.
본격적 주능선 T자 갈림길에서 망덕봉 정상은 30m 지척이다.
예서 북쪽으로 난 능선을 타고 비탈길을 내려가면 얼음골로 들어선다. 금수산 한양지 유곡 양편에는 기암괴석과 청산이 있고, 우거진 숲 사이 십리계곡이 있는데 이 계곡을 '능강구곡'[쌍벽담(雙璧潭), 몽유담(夢遊潭), 와룡담(臥龍潭), 관주폭(寬珠瀑), 춘주폭(春珠瀑), 금병당(錦屛堂), 연자탑(燕子塔), 탈당암(脫塘岩), 취적대(翠滴坮)]이라 부른다.
한양지라고 불리는 얼음골의 얼음을 캐기 위해 제천시의 관광홍보에 따라 최근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이 얼음을 캐 먹으면 속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밀양의 얼음골과 동일한 지형적인 요소를 갖고있는 계곡이다. 양대장님이 얼음골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정상에 오른 시각은 11시 27분이었다.
망덕봉 정상에 누군가 우듬지에 걸어 둔 태극기가 펄럭인다. 30평은 됨직한 정상에 먼저 오른 일행들이 땀을 씻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방은 숲이 둘러섰지만 거의 裸木에 가까운 樹林이었기에 조망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금수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조망됐다. 숲 속의 작은 공터를 이룬 정상은 가장 높은 곳이라는 의미 외에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 정상엔 그 흔한 안내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본디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중간에 훼손됐는지 모를 일이다.
더 멀리 월악산이, 북으로는 제천시가, 동으로는 소백산 連稜이 잡히고, 서쪽 발 아래로 상천리 백운동 계곡과 능강리 능강계곡이 펼쳐져 있어 조망만은 일품이다.
김미숙님이 그린 '금수산'이 황장목 보다 더 노란 판목에 陰刻되어 떡갈나무 가지에 걸려있는 카페사진이 刻印처럼 되살아났다.
'걸친 옷
하나 없이
속살 드러내고
요염하게 누워있는 너/
먼발치의 나그네
네 모습에 매혹돼
차마 눈을 감아버리고/
소근대며 시샘하는
아낙네 보란듯이
봉긋 솟은 몸매
초록으로 단장하고/
지나가던 봄비 불러
긴 밤 지새우고
한참 물오른 모습
뿌연 안개로 가리우네'
비록 詩心은 무디더라도 도종환 시인의 고백처럼 先景後情(생각을 풀기 전 마주선 경관을 우선함)에 빠져본다. 더 멀리 월악산이, 북으로는 제천시가, 동으로는 소백산 連稜이 잡히고, 서쪽 발 아래로 상천리 백운동 계곡과 능강리 능강계곡이 펼쳐져 있어 조망만은 일품이다.
'國必自伐然後人伐之'
(하나의 나라가 멸망하는 것은 반드시 그 나라 스스로 멸망한 연후에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멸망시켜 버린다)
멍쯔(孟子)의 말씀이다.
왜 갑자기 이 말씀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무의식의 基底에 깔린 오늘의 우리형편이 가뭇없이 되살아나기 때문인가. 환한 오늘만큼은 우울한 생각은 털어 버리자. 짐짓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달라붙은 벌레라도 떼어버리려는 완강한 몸짓처럼......
10분 후 마지막 후미까지 합류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간단한 산신제를 지냈다. 북향한 자리에 준비한 시루떡과 3가지 과일, 포, 特酒막걸리 두 병, 김총무님이 준비한 지짐이 전부였지만 풍요한 성찬이라고 생각했다. 정성스런 마음이 문제가 아니던가.
"오늘 버스를 이용한 첫 산행입니다. 모쪼록 명년 시산제를 올리는 그때까지 미약한 인간에 불과한 RTNAH 산우회 회원들의 산행 전반에 걸쳐 안녕과 화합이 이뤄지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
먼저 절을 마친 후 생각이 있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차례로 절을 올렸다.
동고동락할 회원간의 同飮同食의 차례를 거쳤다.
제례를 마치고 자리를 털어 버린 시각은 11시 55분이었다.
정상에서 하산로는 서쪽 고사리봉 방면 암릉 길을 택했다.
서쪽 소용아릉을 향한 완만한 내리막 신갈나무 숲 주능선이다. 수평능선이 약 150m 이어가더니 이내 급박한 내리막 능선을 만난다. 이어 3거리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측 능선에서 小용아능선이 시작됐다.
5m 수직절벽 암능이다. 자연 지체다. 거대한 바위군이 앞을 막는다.
용아릉 암봉이라 불리는 봉우리였다. 두 개의 암봉 사이에 형성된 안부에서 용아릉을 올려다보니 아찔했다.
좌측으로 우회하다가 우측 옆구리 수직 암벽을 스파이더 맨처럼 붙었다. 로프가 걸린 오르막이다. 안부에서 용아릉 암봉 정상까지 약 40m 절벽에는 굵은 로프가 걸려 있고 잡고 디딜 만한 곳이 많았지만 초보자에게는 약간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안개가 낀 날씨에는 누구에게나 위험한 구간이다. 준 세미그룹에 가까운 RTNAH 회원들에겐 외려 쾌감에 가까운 재미있는 코스였다. 잠시 지체되는 사이 남쪽 가은산과 제비봉, 월악산 일대에 깔린 충주호 물빛에 눈길을 머물렀다.
충청도 특유의 상록성 꼬리진달래가 자욱한 능선이다.
사남쪽에서 북동쪽 시계방향으로 작은 능선과 계곡을 아우르고 덮어버린 짙게 수해가 감각적이고 율동적이다. 녹색의 파고가 일렁이는 용아능선은 곳곳마다 지, 정체다. 안돌잇길이 나타나는 암릉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오밀조밀한 잔재미가 있고, 때로는 스릴이 적당하게 가미되어 있다.
암릉과 노송은 본디 전생에서부터 맺어진 형제이던가.
바위에 뿌리를 박고 일어선 노송의 생존을 바라보노라면 이승에서 나타난 깊은 緣起를 빠트릴 수가 없다.
12시 35분.
좌측 고두실로 내려가는 코스가 보이는 삼거리다. 우측능선을 택한 행보다.
항상 선두에 서던 정영애-김정림-이근자-김연자씨에 신참한 임숙향-홍영미 씨 두 분과, 최근 들어 잽싼 행보를 과시하는 이희정씨까지 몰아서 '7자매 山제비형제'다. 흐뭇하다는 얘기다. 오여사를 제외한 나머지 아가씨들은 모두가 제비다. 세월이 흐르면 그네도 산제비가 되리란 염원을 그려봤다. 현재도 열심히 산뜻한 행보를 펼치는 그네에게도 쉬 영광이 오리라는 확신이다.
오후 1시.
완만한 大 암릉 슬랩지대다. 선두가 후미를 기다리는 사이 어느새 끓인 라면코펠 주변에 여러 사람이 몰려있다. 짬을 이용한 재빠른 행동이다. 절에 가도 눈치만 있으면 젓 국물을 얻어먹는다는 속언이 사실화되는 순간이다. 긴 휴식을 취하는 일행들은 슬랩 암반 위에 모여 기념시진을 찍었다. 이렇게 회원 전부가 선두와 후미 큰 시차 없이 모여 정상에서 산제를 올리고 전체사진을 찍는 장면은 흔치 않는 경우다.
긴 휴식을 보낸 일행들은 선두대장 양경태님을 중심으로 일어섰다.
막 산부인과 바위지대를 지났다.
암릉지대가 끝나고 편안한 육산 능선으로 해발이 조금씩 낮아진다.
망덕봉으로 가는 길의 능선에서는 충주호가 계속 내려다 보여 시원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능선의 바위들도 적지 않아 멋진 산행을 보장한다. 그러나 망덕봉 정상으로 갈수록 숲이 울창해지고 산세도 육산으로 바뀐다.
적송 숲을 빠져나가니 남쪽 발 아래로 상천리와 하천리, 충주호의 옥순대교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넓은 암반이 우리를 반겼다. 한쪽에 천길 벼랑이 형성된 이 바위지대에서 보는 상천리 일대의 조망이 압권이다. 독수리바위와 족두리바위가 형성된 아찔한 암릉도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남쪽 건너편 가은산 능선의 촛대바위는 너무도 날카로워 위태롭게 보일 정도다. 더 멀리 충주호는 여전히 고요했다.
적송 숲을 빠져나가니 남쪽으로 발끝에 걸린 상천리와 하천리, 충주호를 가르는 옥순대교는 천상 영상에서 보던 콰이강의 다리다. 모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넓은 암반이 우리를 반겼다. 한쪽에 천길 벼랑이 형성된 이 바위지대에서 보는 상천리 일대의 조망이 압권이다. 독수리바위와 족두리바위가 형성된 아찔한 암릉도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남쪽 건너편 가은산 능선의 촛대바위는 너무도 날카로워 위태롭게 보일 정도다. 더 멀리 충주호는 여전히 고요했다.
두 번째로 갈라지는 고두실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었다.
문득 뒤돌아보던 망덕봉 동남쪽 지능선이 외봉 낙타 등 혹처럼 5개가 일렬로 보이는 것을 발견한 홍기오님의 탄성이다.
"여기도 오봉이 있네!"
모두들 뒤돌아보며 그가 뱉은 말에 동감한다.
5형제처럼 가지런하게 비슷비슷한 키를 보이는 능선의 굴곡이 퍽 아름답고 다정스럽다.
우리 일행보다 4~50분 정도 시차를 두고 뒤따라오는 다른 등산객들이 장쾌하게 누운 소용아능선에 매혹되어 질러대는 탄성이 가깝게 들려왔다. 차라리 고함에 가깝다.
슬랩암릉지대다. 우측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좌측은 급박한 슬랩으로 이뤄진 암릉이다. 암릉 바닥에는 거인의 발자국을 닮은 패임이 여러 개 보였다. 좌측의 고두실계곡과 우측의 능강리계곡의 깊이가 은밀한 女體처럼 신비스럽게 다가왔다.
무념의 상태에서 한참동안 응시했다.
용아릉 암봉 정상에서 서쪽으로 한참 내려선 노송과 어우러진 암반지대다.
위험지대는 거의 끝난 셈이다. 이후로는 순탄한 육산코스가 이어진다.
1시 20분.
비석바위지대를 지났다. 이어 책을 가지런하게 옆으로 쌓아놓은 형태의 책바위 지대를 통과했다. 능강천을 디디고 선 서북쪽 미인봉(=저승봉)과 조가리봉 줄기 9부쯤 보이는 斜面에 자리잡은 정방사가 살포시 보인다. 수림지대가 사라지며 나타나는 암반지대에서 보이는 멋진 호반 풍경은 일품이었다.
잔잔하게 펼쳐진 충주호 수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의 호수는 유리알처럼 맑고 평온했다. 유람선 한 척이 조용한 호수에 흰 포말을 꽁지에 배설하며 빠른 항속을 보인다. 정적인 호수를 가르는 역동적인 장면은 가벼운 충격과 함께 보여주는 평화스러운 광경이다. 당초 생각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보너스다.
1시 30분. 능선내리막
오르내림의 반복이다. 이깔나무가 우거진 내리막이다.
조용한 숲의 遷移과정을 읽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에는 비약이 없다. 그러나 자연의 힘은 어느 힘보다 강하다.
숲이나 생태계에서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자연적인 변화를 천이라고 한다.
농촌마다 늘어나는 묵밭을 관찰하면 숲의 천이과정을 알 수 있다. 산촌의 묵밭에는 망초, 개망초, 뚝새풀, 꽃다지, 바랭이와 같은 1년생초본들이 순식간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쑥, 토끼풀, 억새처럼 다년생초본들이 비집고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묵밭을 쑥대밭이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다.
이들 다년생 초본들은 차츰 1년생초본들을 몰아낸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다.
이내 싸리나무 종류나 찔레나무, 진달래와 같은 관목들이 차츰 자리를 잡는다. 이때쯤이면 소나무 씨가 날아 들어와 소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몇 년 사이에 숲은 온통 양수인 소나무 숲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사람의 간섭 없이 그대로 두면 소나무 숲은 어느 틈에 음수인 참나무종류에게 서서히 자리를 빼앗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참나무 종류도 영원한 승자는 아니다. 참나무 숲 그늘 밑에서 기다리던 서어나무나 박달나무가 참나무보다 더 높이 솟아오르면서 숲은 또 다른 주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숲의 발달은 이렇게 200년 안팎에 걸친 오랜 과정을 거치므로 사람들은 숲이 변하는 모습의 일부만 만난다.
2시.
처음 만난 계류에 내려 잠시 손을 씻고 음용수를 담고 손을 씻었다.
가을의 계곡수답게 제법 서늘한 水溫이다.
2시 10분.
얼음골에서 발원하는 능강천 계곡에 내렸다. 우리 일행들은 물론 다른 많은 등산객들이 계류에서 땀을 씻고 있었다. 땀을 씻어내기 바쁘게 하산주란 명목의 발빠른 巡杯가 있었다.
입술보다 더 따뜻한 것
꽃은 아무리 고와도 결국은 차갑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얼굴은 따뜻합니다.
언제나 따뜻합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따뜻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입술은 얼마나 더 따뜻합니까?
특별히 여인들의 입술은 가만히 다물고만 있어도 많은
따뜻한 말들을 속삭여 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입술보다 더 따뜻한 것이 있습니다.
'눈빛'입니다.
사람의 '눈빛'보다 더 따뜻한 것이 세상에 무엇이 있던가요?
- 이관희의 <꽃과 여인을 노래할 수 없는 시대> 중에서 -
한국일보에 실린 고도원 님의 아침편지 내용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교환하는 언어 중 보디 랭귀지에 속하는 눈빛 언어만큼 정확한 언어가 어디 있겠는가.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속담은 둘러치고라도 눈은 모든 것을 표현하는 1차원적인 언어창구다. 마음의 뜻은 '눈빛'을 통해서 비롯된다. 그래서 시인들은 눈을 마음의 창이고, 영혼의 창구라고 했나보다.
3m 높이의 원뿔형석탑 여러 기가 세워진 이 있는 지점이다.
<얼음골→>
배경이 좋아 회원들의 표정을 담는 시간이 있었다.
편안하게 펼쳐진 너른 내리막길이다.
2시 42분. 갈림길이다.
<능강교 ← 淨芳寺↗ 얼음골 6.0Km→>
정방사를 오르는 바튼 비탈길이 우측에 열려있다.
2시 45분.
능강교에 내렸다.
상천리 휴게소를 출발, 용담폭포-710봉-망덕봉-小용아릉-산부인과바위-비석바위-능선-고사리봉 직전의 안부에서 우측 능강리 계곡으로 내려서 능강교에 이르는 코스는 약 10km 거리로, 산행시간이 5시간 10이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登路였다.
<한 여름의 신비 금수산 얼음공, 능강계곡 입구>
2시 49분. 중식장소인 성내리를 향해 능강교를 출발했다.
좌측 충주호 담수 안에 설치한 인공 분수가 하늘을 향한 멋진 飛翔이다.
성내리 선희식당에서 청국장으로 맛있는 파티시간을 가졌다.
겸손한 이강섭 소장의 친절이 돋보였다.
4시 10분 성내리 출발했다.
귀로 도중 일부 지정체구간이 있었다. 호법I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직진했다.
낮이 많이 짧아졌다.
밤 시간이 길어지는 가을저녁이 되면 우울과 나른함이 더 쌓인다는 연구보고다.
말하자면 일조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원인은 체내에 있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기 때문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다. 봄은 여인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란 '春女悲 秋士悲'란 말이 절로 느껴진다. 의학적인 전문용어는 '계절증후군(SDA, Seasonal Affective Disorder), 또는'계절우울증'이라 한다. 아직 우울증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천국과 지옥을 자르는 칼이다. 마음의 감기쯤으로 우울증을 무심하게 넘기면 자살로 연결된다는 관계학자들의 진단이다. 좋은 생각과 즐거운 시간들을 기억하자. 그리고 새롭게 맑아질 내일 아침을 생각하자.
경부 톨게이트를 통과한 직후 오늘의 산행정리와 차기 산행안내를 했다.
동시에 선박을 이용한 한라산 등반계획 안내와, 일부 회원들이 독점하는 카페 지양하고 동참의 기회를 확대하도록 부연해 당부했다. 이어 김총무님의 1일 결산보고가 있었다. 가을밤이 은근하게 내리는 사이 서초IC에서 반포 방면으로 버스는 밀려들어갔다. 오영삼 이사님 일행들이 반포부근에서 하차했다. 이제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시간이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섭섭한 인간관계를 재음미하는 밤이었다.
8시 25분 하이웨이 주유소, 8시 28분 발산역에 떨어졌다.
방화동을 거쳐 김포거주 일행들이 마지막을 열 것이다.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교통 :
-승용차[중앙고속도로 南제천IC-82번 지방도로금성면-청풍대교 앞에서 좌측 20번 도로로 능강교-상천리 입구에서 좌회전-상천리]
-대중교통편[서울 동서울터미널~제천 30분 간격(06:30~21:00)으로 운행하는 고속직행버스 →제천역 앞 1일 3회(06시 50분, 15시시 25분, 18시 30분) 운행하는 수산면 상천리행
버스 이용, 능강리나 술모기, 상천리 하차]
-열차[서울 청량리역에서 1일 16회(06:50~23:30) 운행하는 중앙선, 영동선, 태백선 이용,
제천 역에서 하차. 예약전화 1544-7788, 홈페이지 www.korail.co.kr]
*숙식 :
-산골주막(김문기 043-651-5884, 011-9842-5884,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97)
-상천리 숯불가마[가마와 콘도형 민박운영, 043-653-5501]
-성내리[진주식당(043-643-6559, 민박가능), 선희식당(043-652-2866),
영동기사식당(-645-9414), 성내기사식당(-648-6577), 버섯마을(-652-7375)
청풍 느티나무 횟집(-647-0089), 황금가든(-652-4796), 별장횟집가든(-652-8833)]
*기타 :
-주변볼거리 : <청풍 문화재단지>
충주호를 굽어보는 호수의 산마루에 자리잡고 있는 청풍 문화재단지는 충주댐 건설로 인해 청풍의 옛날 화려한 이름만을 전설처럼 남긴 채 물에 잠기게 되자 1983년부터 3년여에 걸쳐 현재의 위치로 이전되었다. 이 곳에는 한벽루, 금남루, 팔영루, 응청각, 청풍향교 고가4동 등 보물 2점, 지방 유형문화재 9점, 비지정문화재 42점과 생활유물 1,900 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옛 선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청풍문화재단지가 위치한 물태리에서 제천까지 약 10km 구간은 충주댐 건설로 인한 청풍호반조성 시 아름다운 금수산 5부 능선 상으로 만들어진 구불구불한 도로로, 이 길을 달리면 한편에는 금수산의 기암괴석이 보이고 아래로는 淸風호반의 물이 드리워져 있어 주변경관이 빼어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또한 이 거리는 청풍호 조성 후에 植栽된 벚나무들이 몇 년 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새로운 벚꽃 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 중순 청풍문화재단지, 인근마을에서 벚꽃 축제가 개최된다.
*참여자 명단
오영삼, 조희순, 박문식, 송원동, 한희자, 김광석, 김자연, 정재근. 강세진, 이희정,
강영성, 이근자, 박관례, 홍기오, 정영애, 김연자, 홍영미, 강성윤, 양경태, 황경희,
최영복, 오희숙, 김정림, 임숙향, 송채화(이상 25명)
첫댓글 회장님 노심초사하시는모습뵈면마음찡~우리모두알티나를사랑한다면예쁜결실이되겠죠?믿습니다
nice하고, fine하고, excellent하고, handsome하고... 또 뭐시다냐?? 멋들어진 산행을 준비해 주시고 정리까지 해주신 회장님과 총무님, 대장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알티나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