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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園帶鋤 (화원대서) 꽃밭에 호미 메고 강희맹 姜希孟 1424(세종6) ~ 1483(성종14) 荷鋤入花底 (하서입화저) 호미 메고 꽃 속에 들어가 理荒乘暮回 (이황승모회) 김을 매고 저물녁에 돌아오네. 淸泉可濯足 (청천가탁족) 맑은 물이 발 씻기에 참 좋으니 石眼林中開 (석안림중개) 샘이 숲속 돌틈에서 솟아나오네.
嘲鼠 쥐를 비웃다. 권구 (權구) 1672(현종13)∼1749(영조25) 爾本無家依我屋 너는 집도 없어 내 집에 사는데 旣依胡乃反穿爲 네가 사는 집에 구멍은 왜 뚫나. 固知爾亦無長慮 너 정말이지 생각이 짧구나 我屋顚時爾失依 내 집 무너지면 너도 살 곳 없는데. 권구는 자는 방숙(方叔), 본관은 안동(安東)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인 <병곡집(屛谷集)>에 실려 있습니다.
鬪者 싸우는 두 사람 권구 (權구) 1672(현종13)∼1749(영조25) 怒臂相交千인側 성난 두 사람 천길 벼랑 위에서 싸우니 懸知飄碎在須臾 떨어지면 그 자리서 가루가 되는 거야. 可憐利害相形處 정말 불쌍쿠나. 이익 손해 따지는 것 只見絲毫不見軀 터럭 같은 이익 앞에 제 몸을 아니 보네.
忍字 참아야지 참아야지 권구 (權구) 1672(현종13)∼1749(영조25) 工夫須向一忍求 공부란 모름지기 참을 인자를 찾아야 해 忍到熟時方自好 참는 것이 익숙하면 참으로 좋은 거야. 看他衆人煩惱處 저 많은 사람들은 번뇌 속을 헤매지만 自家胸中還浩浩 내 마음은 도리어 넓고 넓은 바다 같애.
自詠 내 모습 권호문 1532(중종27)~ 1587(선조20) 偏性獨高尙 모난 성격 홀로 고상함을 지켜 卜居空谷中 텅 빈 골짜기에 집 짓고 살지. 囀林鳥求友 숲속엔 벗 찾는 새소리 맑고 落砌花辭叢 섬돌엔 나풀나풀 어여쁜 꽃잎들. 簾捲野經雨 주렴드니 들에는 지나가는 빗줄기 襟開溪滿風 옷깃 가득 안겨드는 시원한 냇바람. 淸吟無一事 일없이 청아한 한 수 시를 읊으니 句句是閑功 구절구절 참 이렇게 한가로울 수가. * 전(口+轉), 체(石+切)
苔磯釣魚 이끼 낀 물가에서 낚시 드리우고 김 류 1571(선조4)~ 1648(인조26) 日日沿江釣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 낚는데 呑釣盡小鮮 낚시 무는 놈은 모두 잔챙이. 誰知滄海水 누가 알까, 저 푸른 바닷물 속에 魚有大於船 배보다 더 큰 고기 있음을.
김류(金流+玉)는 자는 관옥(冠玉), 호는 북저(北渚), 본관은 순천(順天)이며, 시호는 문충(文忠)입니다. 인조반정의 주역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 <북저집(北渚集), 한국문집총간79집 10p>에 나옵니다. 끝 구절은 /누가 알어? 저 푸른 바닷물 속에 배보다 더 큰 고기 혹시 있을지?/ 이렇게 번역해도 될지? 아직 해결치 못했습니다.
有客 나그네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有客淸平寺 나그네 청평사에서 春山任意遊 봄 산 경치 즐기나니. 鳥啼孤塔靜 새 울음에 탑하나 고요하고 花落小溪流 지는 꽃잎 흐르는 개울물. 佳菜知時秀 때를 알아 나물은 자랐고 香菌過雨柔 비 지난 버섯은 더욱 향기로워. 行吟入仙洞 시 흥얼대며 신선골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씻은 듯이 사라지는 근심 걱정.
牙蚛 벌레먹은 어금니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이석소년일 伊昔少年日 옛적 젊은 시절에는 당미결체견 瞠眉決彘肩 눈 부릅뜨고 돼지다리 뜯었는데 자종아치우 自從牙齒齵 어금니 벌레먹은 뒤로는 이택취감연 已擇脆甘嚥 무르고 단 것만 가려서 먹는다네 세우팽중란 細芋烹重爛 작은 토란도 삶은 걸 또 삶고 아계자부전 兒鷄煮復煎 어린 닭도 익히고 또 익히네 여사득자미 如斯得滋味 이렇게 해야 먹을 수가 있으니 생사가감련 生事可堪憐 사는 일이 참 불쌍타 하겠네 중(蟲/3+中) 벌레 한 마리 '충'자 + 가운데 '중' 자 당(目+堂), 체(돼지), 우(齒+禹 충치)
菊 국화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繞舍循除皆種菊 집둘레와 섬돌가에 온통 국화 심었더니 開窓隨處可看花 창문 열면 곳곳마다 국화꽃 만발했네 翻嫌堆岸黃金色 꽃더미 언덕 이뤄 황금색이 넘쳐나니 却似貪錢富貴家 돈만 아는 부귀가라 남들이 욕하려나 번(飜-飛+羽)
有感 슬픔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世事不堪說 세상 일 차마 말은 못하지만 心悲安可窮 슬픔이 어찌 끝이 있으랴 春風雙涕淚 봄 바람에 두 줄기 눈물 흘리며 獨臥萬山中 홀로 깊은 산속에 누워 있다네
觀史有感 옛 역사를 보면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古史不欲觀 옛 역사는 보고 싶지가 않아 觀之每迸淚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르는 걸. 君子必困厄 군자들은 반드시 곤액을 당하고 小人多得志 소인들은 득세한 자들이 많으니. 垂成敗忽萌 성공할 즈음이면 문득 패망 싹트고 欲安危已至 안정 될듯하면 이미 위태함 따르네. 從來三代下 삼대시대 이후로는 오늘날까지 不見一日治 하루도 제대로 다스려진 적 없다오. 生民亦何罪 백성들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冥漠蒼天意 저 푸른 하늘의 뜻 알 수가 없네. 旣往尙如此 지난 일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而況當時事 하물며 오늘날의 일이겠는가. 병(책받침+幷)
詠李上舍鶴四美亭 이상사(학)의 사미정을 읊다. 김인후(金麟厚) 1510(중종5) ~ 1560(명종15) 江雲一雨肥 강 구름이 비 한번 넉넉히 내려 南畝看春耕 남녘들 봄갈이가 볼 만하더니 日夜自生息 밤낮의 기운 받아 싹이 나와서 欣欣苗向榮 무럭무럭 곡식들 잘도 자랐네. 把鋤去稂莠 호미로 들에 나가 김을 매주니 漸見秋實成 차츰 가을 이삭이 여물어갔지. 兒童驅雀鼠 아이들 새 쥐 지켜 거둬들이니 一廛輸易영 한 뙈기 농부 살림이 풍족하구나. 且詠蟋蟀(실솔)唱 이제 실솔 노래 읊조리면서 酌醴諧性情 숨돌려 한잔 술이나 즐겨볼거나.
< 右農 ;위는 농사짓기를 읊은 것 > 랑유(禾+良, 艸+秀), 영(羸-羊+貝), 실솔(귀뚜라미) * 실솔노래: 시경 당풍에 나오는 실솔. 가을걷이를 마치고 한창 바쁘던 농사철이 지나고 나서 추위가 닥칠 때쯤에 귀뚜라미가 대청에 올라감. 이 때가 되면 농부들은 다소 한가로워짐. 蠶月麗景遲 누에철 다가와 날 따스하니 습桑柔始敷 언덕 뽕나무 잎이 피었네. 攀條철其葉 가지 잡아당겨 그 잎 따다가 采采看朝포 아침 저녁 풍성하게 먹이 주었지. 촉촉佇三眠 꿈틀꿈틀 석 잠을 기다렸더니 滿箔奇功輸 잠박 가득 고치들 기특도 해라. 新絲足自給 새 명주실은 쓰기 넉넉하고 不見充官租 나라에선 세금으로 빼앗지 않네. 萬室樂太平 집집마다 태평시대 함께 즐기어 鼓舞歌康衢 흥겨이 강구노래를 부르는구나.
< 右桑 ;위는 누에치기를 읊은 것 > 습(濕-水+좌부방), 철(手+輟-車), 포(日+甫), 촉촉(蟻-義+蜀, ..) * 隰桑: 시경 소아 습상에서 글자를 인용해서 쓴 것임. 시경의 주석에 의하면, 습하고 낮은 지역에서 뽕나무가 잘 자란다고 하였는데, 통상 우리나라 뽕밭은 언덕진 곳에 있으므로, 위와 같이 번역하였음. * 강구노래: 강구는 사통팔달의 큰 길을 말함. 옛날에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린지 50년이 지나서 미복차림으로 여론을 살피러 나갔더니, 길거리 아이들이 태평성대를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함. 이후 이 낱말은 태평시대를 상징하는 뜻으로 사용됨. 向晩理煙艇 저물녘에 조각배 손질좀 해서 滄波垂釣絲 푸른 물결에 낚시줄 드리웠네. 寓興非爲魚 취미일 뿐, 고기 잡자는 건 아니지만 有得猶可怡 낚이면 그래도 마음 즐겁지. 呼童貫之柳 아이 불러 버들가지 꿰어 들리니 皓月山前窺 하얀 달이 산 앞으로 고개 내미네. 번思赤壁遊 예전 적벽놀이를 상상해 보니 宛爾同襟期 지금이 옛 정취 그대로구나. 更有暮雪時 다시 저녁눈이 내릴 양이면 蓑笠君知誰 도롱삿갓을 그대는 알아 볼런지.
< 右漁 ;위는 고기잡이를 읊은 것 > 번(番+羽) * 적벽놀이: 송나라 소식이 적벽강에서 뱃놀이한 일을 말함. 적벽강에서 뱃놀이한 일을 주제로 하여 적벽부라는 유명한 작품을 남겼음. * 도롱삿갓 : 유종원의 강설(눈내리는 겨울강)에서 배경 이미지를 따왔음. 靑山臨碧水 푸른 산이 푸른 물을 내려다 보니 煙霧生其間 연기 안개 그 사이서 피어오르네. 腰鎌者誰子 허리에 낫을 찬 자 저게 누군가 逕路工躋攀 사잇길 익숙히 잘 오르는 걸. 長歌采薪蒸 노래가락 뽑으며 나무를 하니 幽興飛孱顔 흥겨움은 날아 산 마루 넘네. 日夕始歸來 날 저물어 비로소 집을 향하니 栖鳥相與還 새들도 둥지로 돌아가는군. 偶此入吾賞 우연히 나는 이 광경 보게 된 거라 寧知彼行艱 저들의 고생을 어찌 알리오.
< 右樵 ;위는 나무하기를 읊은 것 > 躋(足+齊) <한국문집총간 33집 河西全集 卷二>
漉米嘆 쌀 건지는 노래 김종직(金宗直) 1431(세종13) ~ 1492(성종23) [원문 주석] 조운선(漕運船)이 침몰하자, 즉시 흥덕현감(興德縣監), 부안현감(扶安縣監), 검모포 권관(黔毛浦權管)에게 명하여, 여덟 고을의 군사들을 독책해서 바다에 잠긴 쌀을 건지게 하여, 3천 7백여 석을 건져냈다. 닷새가 지난 뒤 건진 쌀은 썩어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
漉米滄海中 깊은 바다에서 쌀을 건지니 海暗風不息 바다 어둡고 바람도 거칠다. 人持鐵龍爪 사람들은 쇠 갈쿠리를 들고 崖岸螽蝗集 바닷가에 메뚜기떼처럼 모였다. 東西望壞版 부서져 떠 있는 판자를 바라보니 其下有堆積 그 밑에 잔뜩 쌀이 쌓여 있구나. 潮頭卷連山 산 같은 바닷물이 들이닥치면 折趾仍却立 멈칫 뒤로 물러섰다가 乘退共拽出 물이 나가면 그 사이 함께 끌어내는데 一斛動十力 한 가마 건지는 데 열 사람이 달려든다. 近岸或可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건질 수 있겠으나 大洋誰蹤跡 바다 안에 잠긴 건 누가 가서 건지랴. 厥數萬八千 침몰된 숫자가 모두 일만 팔천 석인데 五分纔一獲 그중에 겨우 오분의 일만 건졌네. 淹旬不出水 열흘 동안이나 물에서 못 꺼낸 건 臭味俱穢惡 썩는 냄새가 진동하여 百步不可近 백 보 거리도 접근할 수 없으니 大豕亦將殼 돼지에게 주어도 먹지 않으리라. 抑配彼農民 그 쌀을 강제로 농민에게 분배하니 嗚呼非令式 아, 그것은 좋은 법령이 아니다. 不如姑置之 차라리 그곳에 그대로 두어서 留與黿鼉食 물고기 밥이나 되게 함이 나을텐데. 漉(水+鹿), 종(冬+蟲-1), 拽(手+曳), 蹤(足+從), 纔(겨우 재, 讒자에 말씀언을 빼고 실사를 더한 글자), 원타(黿은 鼈자의 윗부분에 폐 자를 빼고 元자를 더한 글자) < 한국문집총간 12집-379쪽a >
조선시대에는 남쪽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배에 실어 서해안을 거쳐 서울로 운반하였는데, 중간에 배가 파선하여 곡식이 바다에 잠기면, 그것을 건져서, 먹지 못할 정도로 젖어 부패한 쌀을 인근 고을 백성들에게 강제로 나누어주고 이듬해 가을 추수 때에 그 분량만큼을 새 곡식으로 거두어갔다.
山民 산속에 사는 사람 김창협 金昌協 1651(효종 2) ~ 1708년(숙종 34) 下馬問人居 말에서 내려 주인 계시오 하였더니, 婦女出門看 부녀가 문을 열고 내다본다. 坐客茅屋下 손님을 띠집 안에 모셔 앉히고 爲客具飯餐 음식상을 차려 내온다. 丈夫亦何在 남편은 어디 가셨습니까? 扶犁朝上山 따비를 메고 아침에 산에 갔는데 山田苦難耕 산밭이 참으로 갈기 어려워 日晩猶未還 저물었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四顧絶無隣 사방을 돌아봐도 이웃이 없고 鷄犬依層巒 닭과 개만 언덕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中林多猛虎 숲속엔 맹수들이 많아 采藿不盈盤 나물도 그릇 가득 캐지 못한단다. 哀此獨何好 딱하구나. 무엇이 좋아서 崎구山谷間 이 험한 산골에 살고 있을까. 樂哉彼平土 좋지요. 저 평지에 가서 산다면야. 欲往畏縣官 가고파도 탐관오리 무서워 못간다오. 깊은 산 속에 오두막이 하나 있었겠지요. 해도 저물고 해서 하룻밤 묵어갈 요량으로 나그네가 주인을 부릅니다. 아낙과 그집 어린 딸아이가 문을 열고 내다봅니다. 손님을 모셔 앉히고 음식상을 차려내옵니다. 나그네가 묻습니다. 바깥어른은 어디 가셨습니까? 대답합니다. 따비를 메고 밭을 일구러 나갔는데 밭이 거칠어 일구기가 참 어렵답니다. 날이 저물었는데도 아직 안 오시는군요. 나그네는 사방을 한 번 둘러봅니다. 이웃 없는 외딴집에 기르는 닭과 개들만 집 근처 언덕에 돌아다닙니다. 숲속에 맹수들이 많아서 나물도 제대로 못캔다고 합니다. 나그네가 물어봅니다. 이런 곳이 뭐가 좋아서 여기 들어와 삽니까? 대답합니다. 아, 논밭 많은 평야지대에 살면 좋은 줄이야 누가 모릅니까. 탐관오리들 때문에 못가는 것이지요. 백성들 피를 빨아먹는 잔학무도한 탐관오리들. 그놈들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여기 숨어사는 게 마음 편하답니다. 김창협은 자는 중화(仲和)이고, 호는 농암(農巖), 동음거사(洞陰居士), 한벽주인(寒碧主人) 등이며, 시호는 문간(文簡), 본관은 안동(安東)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 <농암집>에 실려 있습니다.
鑿氷行 얼음 뜨는 자들을 위한 노래 김창협 金昌協 1651(효종 2) ~ 1708년(숙종 34) 季冬江漢氷始壯 늦겨울 한강에 얼음이 꽁꽁 어니 千人萬人出江上 사람들 우글우글 강가로 나왔네. 丁丁斧斤亂相鑿 꽝꽝 도끼로 얼음을 찍어 내니 隱隱下侵馮夷國 울리는 소리가 용궁까지 들리겠네. 鑿出層氷似雪山 찍어낸 얼음이 산처럼 쌓이니 積陰凜凜逼人寒 싸늘한 음기가 사람을 엄습하네. 朝朝背負入凌陰 낮이면 날마다 석빙고로 져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 밤이면 밤마다 얼음을 파 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 해짧은 겨울에 밤늦도록 일을 하니 勞歌相應在中洲 노동요 노래소리 모래톱에 이어지네. 短衣至肝足無扉 짧은 옷 맨발은 얼음위에 얼어 붙고 江上嚴風欲墮指 매서운 강바람에 언 손가락 떨어지네. 高堂六月盛炎蒸 고대광실 오뉴월 무더위 푹푹 찌는 날에 美人素手傳淸氷 여인의 하얀 손이 맑은 얼음을 내어오네. 鸞刀擊碎四座徧 난도로 그 얼음 깨 자리에 두루 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 멀건 대낮에 하얀 안개가 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 왁자지껄 이 양반들 더위를 모르고 사니 誰言鑿氷此勞苦 얼음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알아주리. 君不見 그대는 못보았나? 道傍暍死民 길가에 더위먹고 죽어 뒹구는 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 지난 겨울 강위에서 얼음뜨던 자들인 걸. *간(骨+干), 비(尸+非), 갈(日+曷), 편(두인변+扁) -- 조선시대에는 겨울에 강에 언 얼음을 떼어다가 석빙고에 저장을 했습니다. 얼음을 떼어내는 일은 부역으로 차출된 사람들 몫이었지요. 조정에서 날을 잡아서 부역꾼들을 동원하여 몇날 며칠을 쉬지 않고 얼음을 떼어냈습니다. 허름한 반바지 차림으로 맨발로 얼음 위에서 얼음을 파냈습니다. 매서운 겨울 바람에 손가락이 다 떨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그 얼음을 석빙고로 져날라서 여름에 쓰기 위해 저장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여름이 되면 그 얼음을 잡수시는 양반들은 대개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들인 것입니다. 섬섬옥수 이쁜 여인네들을 옆에 끼고 앉아 그 투명한 얼음을 입에 넣고 찌는듯한 여름에도 더위를 모르고 살아갑니다. 길가에는 굶주리고 병들어서 더위먹고 죽은 백성들의 시체가 있습니다. 죽은 그 백성은 지난 겨울 맨발로 얼음 위에서 부역하던 사람이었습니다.
聞雁(문안) - 기러기 소리를 듣다. 창강 김택영(1850-1927) 明河初염別書堂(명하초염별서당) 은하 처음 일렁일 적에 서당을 나섰는데 錦水邊山驛路長(금수변산역로장) 금강 지나 변산 가는 길 아득히 멀고 멀다. 鴻雁後飛過我去(홍안후비과아거) 기러기 뒤에서 날아 앞질러 지나가니 秋風秋雨滿江鄕(추풍추우만강향) 가을바람 가을비가 강 마을에 가득하네. --- *문안[聞雁]: 기러기 소리를 듣다. *명하[明河]: 은하수 *초염[初 水+艶]: 처음 일렁이다. 은하수가 물결치기 시작하는 때. 은하수가 반짝반짝 마치 물결이 일렁이는 듯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를 말함. 계절의 어느 시기이거나 한밤중의 어느 시간대를 가리키는 말인 듯한데,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음. *금수[錦水]: 금강(錦江) *변산[邊山]: 변산반도 지역 *홍안[鴻雁]: 기러기 *후비[後飛]: 뒤에서 날아오다. 내 뒤쪽 하늘에서 날아오다. 또는 날아오는 것이, 기러기의 여행길이 나보다 뒤쪽에 있다. 내 뒤쪽에서 날고 있다. *과아거[過我去]: 나를 추월하여 지나가다. *강향[江鄕]: 강마을. 강가의 시골 마을.
看花吟 꽃을 바라보며 박상현(朴尙玄) 1629(인조7) - 1693(숙종19). 世人徒識愛看花 사람들은 꽃을 겉모양만 좋아하고 不識看花所以花 어떻게 꽃이 되었는지는 볼 줄을 모르네. 須於花上看生理 모름지기 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하니 然後方爲看得花 그래야 바야흐로 꽃을 제대로 보는
田 家 농삿집 풍경 박지원(朴趾源) 1737(영조13)~1805(순조5) 老翁守雀坐南陂 늙은이 새 지키려 언덕에 앉았건만 粟拖拘尾黃雀垂 개꼬리 조 이삭에 참새가 대롱대롱 長男中男皆出田 큰아들 작은아들 모두다 들에 가고 田家盡日晝掩扉 농가는 온 종일 사립이 닫혀 있네 鳶蹴鷄兒攫不得 소리개 병아리를 채려다 못 채가니 群鷄亂啼匏花籬 박꽃 핀 울 밑에선 놀란 닭들 요란하네 少婦戴棬疑渡溪 함지 인 며느리는 돌다리를 조심조심 赤子黃犬相追隨 달랑달랑 따라가는 누렁이와 어린아이 * 권(木+卷) 한 폭 그림같은 시입니다. 老翁守雀坐南陂 노옹(老翁), 늙은이, 노인이라는 뜻입니다. 이 농삿집의 시아버지입니다. 수작(守雀), 참새를 지킨다는 말입니다. 참새 떼가 곡식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긴 장대 같은 걸 들고 훠이훠이 새를 지킵니다. 좌남피(坐南陂), 남피는 남쪽 언덕, 좌남피, 남쪽 언덕에 앉아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남쪽 언덕이냐, 동쪽도 있고 북쪽도 있고 서쪽도 있지 않느냐? 남쪽 언덕이라 함은 산의 남쪽자락 언덕을 말합니다. 산의 남쪽 자락은 햇볕이 잘 드는 곳입니다. 늙은이, 노인네가 새를 쫓기 위해 앉아 있는 장소로는 남쪽 가을 햇볕이 따스하게 드는 곳이 제격입니다. 이 노인네는 반 쯤 졸면서 앉아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남쪽언덕 언저리에 있는 양지바른 밭에 잘 영근 조 이삭이 있는 것입니다. 다음 구절은 드리워진 조 이삭에 대한 묘사입니다. 粟拖拘尾黃雀垂 속타구미(粟拖拘尾), 속(粟)은 조입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서숙, 서속이라고도 합니다. 서속은 기장과 조인데, 때로는 조만을 가리켜 말할 때도 씁니다. 타(拖)는 잡아끌다, 견제하다, 아래로 드리우다, 탈취하다, 시간을 끌다. 등등의 뜻이 있습니다. 구미는 개꼬리입니다. 조 이삭은 마치 개꼬리처럼 생겼습니다. 조 이삭이 개꼬리처럼 드리워져 있음을 조가 개꼬리를 드리웠다, 또는 조가 개꼬리를 질질 끌고 있다. 라고 묘사한 것입니다. 토실토실하고 노랗고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 개꼬리로 조 이삭을 비유한 것입니다. 위로 치켜든 개꼬리는 해당사항 없습니다. 황작수(黃雀垂), 황작은 참새죠. 수(垂)는 드리워져 있다, 매달려 있다는 뜻이니까, 참새가 조 이삭에 매달려 있는 모습입니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놈도 있을 것이고 옆으로 매달려 있는 놈도 있을 것입니다. 가늘게 휘어진 조 이삭 목이 참새들 등쌀에 약간 휘청휘청 하는 것같습니다. 너무 많이 붙으면 어울리지 않으니 이삭 하나에는 한 마리나 두 마리 정도일 것입니다. 조 이삭을 부러뜨리지 않으려면 참새는 연신 날개짓을 해야 할 것입니다. 참새들은 장난도 치며 짹짹거리며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며 조를 쪼아대겠군요. 개꼬리처럼 드리워진 노란 조 이삭에 참새가 매달려 있는 그림입니다. 長男中男皆出田 장남(長男)은 큰아들이고 중남(中男)은 둘째아들입니다. 물론 삼형제 이상이면 중간에 있는 아들들 모두일 수도 있습니다. 개출전(皆出田), 모두 들에 농사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아마도 추수를 하는가 봅니다. 논밭은 집에서 약간 멀리 있는 듯하고, 노인이 새를 지키는 곳은 집 근처 텃밭일 것입니다. 田家盡日晝掩扉 전가(田家)는 농가(農家)입니다.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집이죠. 진일(盡日), 날이 다하도록, 하루종일, 온종일. 주엄비(晝掩扉), 주(晝)는 낮, 엄비(掩扉)는 문을 닫다. 따라서 주엄비는 낮에 사립을 닫아놓았다는 뜻입니다. 원래 사립은 낮에는 열어두고 밤에 닫는 것인데, 집이 비어서 낮인데도 닫혀 있음을 말합니다. 鳶蹴鷄兒攫不得 연(鳶)은 소리개, 축계아(蹴鷄兒), 계아는 병아리. 축은 찬다는 뜻인데 발로 공을 차듯이 발길질을 함을 말하죠. 확(攫)은 나꿔챈다는 뜻이고, 부득(不得)은 이루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확부득, 나꿔챘는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소리개가 먹이사냥을 나와 공중에서 빙빙 돌며 목표물을 찾습니다. 집 울타리 근처에는 모이를 찾아먹고 있는 닭 가족이 있습니다. 어미닭이 있고, 삐약거리며 따라다니는 귀여운 병아리떼가 있습니다. 소리개가 닭들을 발견하고 기회를 엿보다가 순간 수직 급강하를 해서 병아리 한 마리를 덮쳤습니다. 그러나 병아리는 용케 몸을 피해 소리개의 날카로운 발톱을 벗어났습니다. 群鷄亂啼匏花籬 군계(群鷄), 한 무리의 닭들이, 난제(亂啼), 어지러이 울어댑니다. 포화리(匏花籬), 포화는 박꽃이니까 박꽃이 피어 있는 울타리 아래에서 놀란 닭들이 울어대는 것입니다. 꼬꼬댁 꼬꼬꼬..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대개 박꽃은 밤에 핀다고 알려져 있죠? 박꽃 필 때 저녁 짓는다는 말이 있는 걸로 봐서 아마 오후 햇살이 서늘해지면 꽃이 피기 시작할 것입니다. 밤새 하얗게 피어 있다가 아침 햇살을 받고 집니다. 시기가 가을이니까, 지금 피어 있는 박꽃은 때늦게 핀 것이고, 일찍 핀 꽃들은 진작에 둥근 박이 되어 매달려 있을 것입니다. 少婦戴棬疑渡溪 권 = 木+卷. 소부(少婦)는 나이 어린 부인, 갓 시집온 며느리를 말하겠죠. 아마도 막내 며느리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큰며느리 둘째며느리는 이미 농사일을 하러 들판에 나갔을 것이고 점심을 준비해 나르거나 새참을 마련하는 일 등은 막내 며느리 몫일 것입니다. 대권(戴권), 권은 함지 같은 것입니다. 음식그릇을 담아 나르는 기구죠. 밥 함지, 또는 음식을 담는 소쿠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나이 어린 며느리가 함지를 이고 들에 나갑니다. 아마도 오후 새참을 마련해 이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의도계(疑渡溪), 도계(渡溪)는 시내를 건너는 것입니다. 새참 함지를 이고 시내를 건너는데, 마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의(疑)는 조심조심 발을 떼어놓는 것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시내에 돌다리가 있다면 더 어울리겠죠. 함지를 이고 어린 며느리가 돌다리를 건너는데 미끄러지면 안 되니까 아주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赤子黃犬相追隨 적자(赤子)는 어린이를 말합니다. 옷도 별로 걸치지 아니하고 나다니는 어린 아이입니다. 고추를 다 내놓고 다닐 정도 나이의 남자 아이가 연상됩니다. 황견(黃犬)은 누렁이, 털빛이 누런 개를 말합니다. 상추수(相追隨), 추수(追隨)는 뒤따르는 것, 서로 뒤따르다. 서로라는 것은 적자와 황견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적자와 황견이 주인 아주머니, 즉 아이의 엄마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함지를 이고 가는 며느리, 즉 어린아이의 엄마를 아이와 그집 개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따라가는 것입니다. -- 이렇게 풀이를 해 놓고 다시 시를 읽어보면 한폭 시골풍경이 떠오릅니다. 곡식이 익은 가을, 양지쪽 햇볕이 따스한 오후, 맑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조 이삭과 참새, 닫힌 사립문, 노란색과 고요함의 어우러짐. 나른한 오후의 적막감을 깨는 긴장감, 소리개와 병아리, 평화와 공포, 소란. 새참을 이고 들에 가는 며느리, 돌다리를 건너는 조심스러움, 아이 하나와 노란 개 한 마리, 시내 저 너머로 멀리 이어져 있는 들길. -- 박지원은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미중(美仲),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 연상(煙湘), 열상외사(洌上外史) 등입니다.
送僧之楓嶽 풍악산으로 가는 중을 보내며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 1338년(충숙왕복위7) ~ 1423년(세종5)
일만이천봉 一萬二千峯 일만 이천 개의 봉우리가 고저자불동 高低自不同 높낮이가 저마다 다 다르네 군간일륜상 君看日輪上 그러나 해 솟을 때 한번 보게나 고처최선홍 高處最先紅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게 물들지 * 이 한시는 한국문집총간 6집 92쪽(독곡집)에 실려 있습니다. * 송승지풍악 : 풍악은 금강산의 다른 이름입니다. 송승, 중을 전송한다는 뜻이죠. 저는 번역할 때에 승을 스님이라고 하지 않고 중이라고 번역합니다. 중이 비속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또한 번역에서는 중이라는 낱말이 더 원뜻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지는 간다,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중을 전송한다, 어떤 중이냐? 풍악으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풍악으로 들어가는 중을 전송하는 시입니다. 아마도 저자와 친분이 두텁던 중이었을 것같습니다. * 일만이천봉 : 금강산 일만이천봉입니다. * 고저자불동 :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이 높낮이가 각기 다릅니다. 고저는 높낮이이고, 자는 절로, 스스로, 저대로 각기 등의 뜻이며, 불동은 같지 아니하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아니불 자를 불로 읽지 않고 부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문법 따지시는 분들은 뒷글자의 소리값이 디귿이나 지읒인 경우에는 리을이 탈락하여 부로 읽는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이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부 명사형태의 단어인 경우에는 굳어진 습관대로 읽을수도 있겠습니다만, 모든 한문 문장에 그러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규정에도 없을 뿐 아니라, 옳다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장에서는 불로 읽기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 군간일륜상 : 일륜은 해를 말합니다. 상은 솟아오르다라는 뜻이죠. 일륜상은 해가 솟는 것입니다. 군간은 대개 '그대는 보았나'로 번역합니다. 그 방식을 적용하면 '그대는 보았는가? 저 솟아오르는 해를..' 이 되겠죠? 저는 여기서 '그대는 한번 보게나' 정도의 의미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물론 실험이기 때문에 제 번역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고처최선홍 : 고처, 일만이천봉 가운데서 높은 봉우리를 말합니다. 최선홍은 가장 먼저 붉어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가장이라는 글자가 있기 때문에 앞의 고처는 그냥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높은 곳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높은 곳이 가장먼저 붉어진다라는 내용 속에는 '가장높은 곳' 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口箴 입을 경계하는 글 안방준 安邦俊 1573(선조6)~1654(효종5)
言而言 말해야 할 때에는 말하고 不言而不言 말해서는 안 될 때에는 말하지 말라. 言而不言不可 말해야 할 때에 말 안 해도 안 되고 不言而言亦不可 말해서는 안 될 때에 말해서도 안 된다. 口乎口乎 입아, 입아, 如是而已 그렇게만 하여라. 이 글의 문체는 시(詩)가 아닌 잠(箴)입니다.
井中月 우물속의 달 이규보 李奎報 1168(고려 의종22) ~ 1241(고려 고종28)
山僧貪月色 산에 사는 중이 달빛을 탐해 幷汲一甁中 물 긷는 병에 달까지 길었네. 到寺方應覺 절에 가면 응당 알게 될거야 甁傾月亦空 물 쏟으면 달도 없어지는 걸.
山居卽事 次民望韻 산중에서 지내며 - 民望의 詩에 차운하다. -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1347(고려 충목왕3) ~ 1392(공양왕4) 무재감세용 無才堪世用 세상에 쓰일 재능이 없으니 절의투년방 絶意鬪年芳 꽃다운 나이들과 겨룰 생각 끊었다네. 약포풍초난 藥圃風初暖 봄 되니 약밭엔 바람이 따스하고 서창일점장 書窓日漸長 서실 창에는 해가 차츰 길어지네. 요승분수석 要僧分水石 중이 오면 함께 풍광을 즐기고 견객치호상 見客置壺觴 벗 만나면 이곳에서 술잔을 주고받지. 사득한거부 寫得閑居賦 한가한 산중생활 한 편 시에 담아내어 료인편초당 聊因扁草堂 그냥 그렇게 초당에 내걸었네. *민망(民望)은 염정수(廉廷秀)의 자(字)입니다. 염정수는 이숭인의 누이의 남편인데, 자형인지 매제인지는 확인치 못했습니다. 정몽주, 이색 등과 교유하였으며, 이숭인과는 아마도 열 살 이내의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還目魚 환목어(도로묵)
이식 李植 1584(선조17)~ 1647(인조25)
有魚名曰目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海族題品卑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 膏腴(아랫배살찔유)不自潤 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데다 形質本非奇 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 終然風味淡 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박하여 亦足佐冬釃(거를시)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데로 괜찮았지. 유(月+臾), 시(酉+麗) 國君昔播越 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 艱荒此海陲 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目也適登盤 목어가 마침 수라상에 올라와서 頓頓療晩飢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 드렸지. 勅賜銀魚號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永充壤奠儀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수(좌부방+垂) 金輿旣旋反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玉饌競珍脂 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 嗟汝厠其間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詎敢當一匙 맛보시는 은총을 한 번도 못 받았네. 削號還爲目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 斯須忽如遺 순식간에 버린 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거(言+巨) 賢愚不在己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貴賤各乘時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名稱是外飾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委棄非汝疵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洋洋碧海底 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 自適乃其宜 유유자적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 환목어(還目魚) : 동해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이른바 '도루묵'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지금도 한문으로는 목어(木魚) 혹은 환맥어(還麥魚)라고 하는데, 택당 이식이 여기에서 목어(目魚)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과 함께 도루묵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 이 시는 택당 자신의 그 당시 현재 처지를 목어에 비유해 읊은 세태 풍자시라고 할 수 있다.
秋夜雨中 가을비 내리는 밤에
최치원(崔致遠) 857(신라 헌안왕1) ~ ??
秋風唯苦吟 가을 바람에 애써 읊어도 世路少知音 세상에 내 마음 아는 이 없어. 窓外三更雨 창밖엔 삼경 밤비 내리고 燈前萬里心 등잔 앞에서 나는 고향 그리네.
鬪狗行 개떼들
조지겸 趙持謙 1639년(인조 17) ~ 1685년(숙종 11)
衆狗若相親 개떼들 친하게 지낼 때에는 搖尾共行止 꼬리 흔들며 어울려 다니지만 誰將朽骨投 누군가가 썩은 뼈다귀 하나 던져주면 一狗起衆狗起 한마리 두마리 일어나 우루루 달려가 其聲狺狺狋吽牙 이빨 드러내고 으르릉 먹이 다투어 大傷小死何紛紛 큰 놈은 다치고 작은 놈은 물려 죽지 所以貴騶虞(추우) 그래서 추우를 참 고귀하다 하는 거야 高臥天上雲 구름 위에 높이 누워 유유자적하니깐 은은(犬+言, 犬+言),의(犬+示) ,우(口+牛) 추우(騶虞) : 인자한 성질을 지녔다는 전설상의 짐승. 인간들도 개떼와 같습니다. 아무 문제없이 친하게 지낼 때에는 서로 듣기 좋은 말만 하고 다정한 척 합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 눈앞에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아니하고 달려갑니다. 마치 개떼처럼 말입니다. 이익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아수라장이 됩니다. 결국 인간사회의 온갖 갈등도 뼈다귀를 차지하기 위한 개들의 아귀다툼과 다를바 없습니다. 조지겸은 자는 광보(光甫)이고 호는 우재(迂齋)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 <우재집(迂齋集)>에 실려 있습니다.
題德山溪亭柱(제덕산계정주) 덕산 계정의 기둥에 써붙임 請看千石鍾(청간천석종) 보게. 저 천석의 종을. 非大扣無聲(비대구무성)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잖아.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그래도 저 두류산만은 못하지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산. 구(手+口) : 두드리다. 천석종:천 섬 무게의 종. 천 섬의 곡식이 들어가는 크기라고 번역하기도 함.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시입니다. (한국문집총간 31집 464페이지)
偶 吟 그냥 생각이 나서 읊어봄 조식(曺植) 1501(연산군 7) ~ 1572(선조 5) 인지애정사 人之愛正士 사람들이 바른 선비를 아끼는 것은 호호피상사 好虎皮相似 호랑이 털가죽을 좋아함과 같아. 생즉욕살지 生則欲殺之 살았을 땐 잡아죽이려 하고 사후방칭미 死後方稱美 죽은 뒤엔 아름답다 떠들어대지. 이 시는 한국문집총간 31집 465쪽(남명집 권1)에 실려 있습니다.
漫 成 심심해서 한 수 짓다 조식(曺植) 1501(연산군 7) ~ 1572(선조 5) 天風振大漠 하늘을 흔드는 바람 소리 疾雲紛蔽虧 빠르게 어지러이 움직이는 구름 鳶騰固其宜 솔개야 응당 이 기운 타고 날아야 하나 烏戾而何爲 까마귀가 높이 날아 무얼 하려고?
獨 笑 홀로 웃다.
다산 정약용 有粟無人食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多男必患飢 아들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으며, 達官必창愚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才者無所施 재주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으며, 家室少完福 집안에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至道常陵遲 지극한 도는 늘상 쇠퇴하기 마련이며, 翁嗇子每蕩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婦慧郎必癡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이며, 月滿頻値雲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物物盡如此 세상 일이란 모두 이런 거야 獨笑無人知 나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을걸. 창(春-日+臼+心)
曉坐 새벽에 일어나 앉아 정약용(丁若鏞) 1762(영조38)~1836(헌종2) 缺月生殘夜 새벽에 뜬 조각달 淸光能幾何 그 빛이 얼마나 가랴. 艱難躋小嶂 간신히 작은 산을 올랐으나 無力度長河 긴 강은 건널 힘이 없구나. 萬戶方酣睡 집집이 다들 단잠 속인데 孤羈獨浩歌 타향 나그네는 홀로 노래하네. 제(足+齊), 장(山+章), 감(酉+甘)
春 봄 정몽주 鄭夢周 1367 ~ 1392 春雨細不滴 봄 비 가늘어 방울 없더니 夜中微有聲 밤 되자 빗소리 귀에 들리네. 雪盡南溪漲 눈 녹아 시냇물 불어날 테고 草芽多少生 파릇파릇 풀싹도 돋아날 거야.
泰仁鄕約契軸 태인향약계축
정극인(丁克仁 1401~1481)
人倫有五 인륜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朋友居一 붕우가 그 가운데 하나라네. 竝生斯世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것도 號曰難得 참 어렵다고들 말하지. 矧同一鄕 더구나 한 고을에 같이 살면서 從遊朝夕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냄에랴. 以友輔仁 벗으로써 인을 돕는 거니 是謂三益 유익한 벗 셋이 있다고 하는 거야. 作契誠信 진실과 믿음으로 계를 만드니 猶膠與漆 아교처럼 옷칠처럼 단단해야 해. 吉慶必賀 경사엔 반드시 서로 축하를 하고 憂患必恤 우환엔 반드시 서로 도와야 하지. 回路管鮑 안회와 자로, 관중과 포숙은 輝映簡策 책에 그 이름이 빛나고 있어. 山礪海帶 산이 닳고 바닷물 마르도록 終始不忒 시종 변치 않았었다네. 凡我同盟 우리 모든 계원은 最宜矜式 마땅히 공경하고 본받아야지. 言不盡意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하여 重爲之約 이렇게 거듭 규약을 정하는 거야. 挾富挾貴 부귀하다 하여 뽐내지 말고 背憎面悅 등 뒤에 욕하는 일 하지 마세나. 多般巧詐 그런 온갖 교묘한 속임수들은 不恤其德 그 덕을 돌아보지 않음이라네. 豈曰誠信 그걸 어찌 진실과 믿음이라 하랴. 神明其殛 신명이 그에게 벌을 내리리. 豈曰誠信 그걸 어찌 진실과 믿음이라 하랴. 罪當黜伏 그 죄는 축출당해 마땅하리라. 신(矢+引), 특(代-人+心), 극(殞-員+極-木)
言悔 말을 뉘우침 이규보 李奎報 1168 ~ 1241 我性本訥言 나는 본디 말이 둔하여 庶幾無口過 지금까지 거의 말 실수 없었는데 昨日率爾言 어제는 선뜻 내뱉은 말이, 我死誰代者 나 죽으면 누가 나를 대신하리 하였네. 有客笑而對 객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子語似未可 자네의 그 말은 옳지 못하이. 才俊世所稀 뛰어난 재주는 세상에 드무니 當憂代者寡 대신할 이 드물다 근심할 수 있지만 子非異於人 자네는 남들처럼 평범한 사람이라 所益無一箇 세상에 도움준 거 하나도 없다네. 何必見代爲 자네같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가 俚唱宜無和 어찌 굳이 대신할 이를 찾는단 말인가. 其言雖似訐 그의 말이 비록 비방하는 말 같지만 其意未大左 그 뜻은 크게 틀린 말도 아닌지라 我悔前言失 나는 내 말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起拜再三謝 일어나 거듭거듭 감사의 절을 했네. 알(言+干)
四時(사시) 봄 여름 가을 겨울 도연명 陶淵明 365 ~ 427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 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산마루엔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네. 이 시에서 춘수, 하운, 추월, 동령 등을 위와 같이 번역하는게 일반적입니다만, 제목의 뜻을 살려 이렇게 번역해 볼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 봄에는 물이 못에 가득하고 여름엔 봉우리같은 기이한 구름 많지. 가을엔 달이 밝은 빛을 비추고 겨울엔 고개마루에 한그루 소나무 돋보여.
山中問答 왜 산에 사느냐 묻길래 이백 李白 701 ~ 762 問余何事棲碧山 왜 산에 사느냐 묻 길래 笑而不答心自閒 웃기만 하고 아무 대답 아니 했지.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잎 아득히 물에 떠가는 곳 別有天地非人間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라네.
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이백(701~762)
1. 花間一壺酒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獨酌無相親 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 擧杯邀明月 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對影成三人 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影徒隨我身 그림자는 나를 따르기만 하네. 暫伴月將影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行樂須及春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지. 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醒時同交歡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醉後各分散 취하면 각자 헤어지는 거. 永結無情遊 무정한 교유를 길이 맺었으니 相期邈雲漢 다음엔 저 은하에서 우리 만나세. 2. 天若不愛酒 하늘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酒星不在天 주성이 하늘에 있지 않을 거고, 地若不愛酒 땅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地應無酒泉 땅에 주천이 없었을 거야. 天地旣愛酒 하늘과 땅도 술을 사랑했으니 愛酒不愧天 내가 술 사랑하는 건 부끄러울 게 없지. 已聞淸比聖 옛말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네. 賢聖旣已飮 현인과 성인을 이미 들이켰으니 何必求神仙 굳이 신선을 찾을 거 없지. 三杯通大道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할 수 있고 一斗合自然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거라. 但得酒中趣 술 마시는 즐거움 홀로 지닐 뿐 勿爲醒者傳 깨어 있는 자들에게 전할 거 없네. 3. 三月咸陽城 춘삼월 함양성은 千花晝如錦 온갖 꽃이 비단을 펴 놓은 듯. 誰能春獨愁 뉘라서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 이럴 땐 술을 마시는게 최고지. 窮通與修短 곤궁함 영달함과 수명의 장단은 造化夙所稟 태어날때 이미 다 정해진 거야. 一樽齊死生 한 통 술에 삶과 죽음 같아보이니 萬事固難審 세상 일 구절구절 알 거 뭐 있나. 醉後失天地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 홀로 베개 베고 잠이나 자는 거. 不知有吾身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此樂最爲甚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야. 4. 窮愁千萬端 천갈래 만갈래 이는 수심에 美酒三百杯 술 삼백잔을 마셔볼거나. 愁多酒雖少 수심은 많고 술은 적지만 酒傾愁不來 마신 뒤엔 수심이 사라졌다네. 所以知酒聖 아, 이래서 옛날 주성이 酒酣心自開 얼근히 취하면 마음이 트였었구나. 辭粟臥首陽 백이는 수양 골짝에서 살다 죽었고 屢空飢顔回 청렴하단 안회는 늘 배가 고팠지. 當代不樂飮 당대에 술이나 즐길 일이지 虛名安用哉 이름 그것 부질없이 남겨 무엇해. 蟹螯(오)卽金液 게 조개 안주는 신선약이고 糟丘是蓬萊 술 지게미 언덕은 곧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 좋은 술 실컷 퍼 마시고서 乘月醉高臺 달밤에 누대에서 취해 볼거나. 감(酉+甘), 螯(敖+蟲/3)
七步詩 일곱 걸음에 지은 시 조식 曹植 192 ~ 232 煮豆燃豆萁 콩을 삶는데 콩대를 때니 豆在釜中泣 솥 안에 있는 콩이 눈물을 흘리네. 本是同根生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相煎何太急 어찌 그리도 세차게 삶아대는가. 기(艸+其 ; 콩깎지, 콩대)
위(魏) 나라 조조(曹操)는 평소에 문학적 재능이 있는 둘째 아들 조식을 매우 사랑하였다. 큰 아들 조비(曹丕)는 제위(帝位)를 물려받은 뒤 아버지에게 사랑받던 아우 조식을 박대하였다. 하루는 아우를 불러 말하였다. "네가 그토록 재주가 있다면 일곱 걸음 걷는 동안에 시를 지을 수도 있겠지. 만약에 짓지 못한다면 혼을 내주겠다." 조식은 이 말을 듣고 위의 시를 지어 형을 풍자하였다. 콩을 삶을 때에 콩대로 불을 때니 콩대는 아궁이에서 세차게 타오르고 콩은 익어가면서 솥에서 눈물을 흘린다. 콩이 눈물을 흘린다 함은 솥뚜껑을 닫고 콩을 삶을 때에 콩이 삶기면서 뚜껑 아래로 콩 물이 끓어 넘치는데 이것이 마치 콩이 솥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음이다. 끓는 콩물이니 참으로 뜨거운 눈물이 아니겠는가. 太行路 태항산 산길 백거이(白居易) 772 ~ 846 太行之路能최車 태항산 험한 산길이 수레를 망가뜨리지만 若比君心是坦途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평탄한 길이요 巫峽之水能覆舟 무협의 험한 물이 배를 엎어버리지만 若比君心是安流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잔잔한 물입니다. 君心好惡苦不常 님의 마음은 좋아하고 미워함에 변덕이 심하시니 好生毛髮惡生瘡 좋아할땐 모발이 나고 미워할땐 제 몸에 종기가 납니다. 與君結髮未五載 님과 혼인한 지 다섯 해도 채 안 되었는데 豈期牛女爲參商 견우직녀처럼 멀리 떨어져 지낼 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古稱色衰相棄背 옛말에, 이쁜 얼굴 늙어 버림을 받았다 하였으니, 當時美人猶怨悔 당시의 미인들은, 늙어서 버림받은 것도 원망했던 것입니다. 何況如今鸞鏡中 더구나 지금 거울 속을 보면 妾顔未改君心改 제 얼굴은 변함 없는데, 님의 마음이 변했습니다. 爲君熏衣裳 님을 위해 옷을 향기롭게 하여도 君聞蘭麝不馨香 난향과 사향도 님은 향기롭게 여기지 않으시고 爲君盛容飾 님을 위해 몸치장을 성대하게 하여도 君看珠翠無顔色 주옥과 비취에도 님은 기쁜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行路難難重陳 가는 길이 험난함은 더 이상 말할 수 없습니다. 人生莫作婦人身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百年苦樂由他人 한평생의 고락이 타인에게 달려 있으니까요. 行路難難於山險於水 가는 길의 험난함이 산보다 험하고 물보다 험합니다. 不獨人間夫與妻 세상의 부부 사이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近代君臣亦如此 근래 임금과 신하 사이도 또한 그러합니다. 君不見左納言右納史 그대는 못보았습니까. 왼쪽의 언관과 오른쪽의 사관이 朝承恩暮賜死 아침엔 은총을 받다가 저녁에 사약을 받는 것을. 行路難不在水不在山 가는 길의 험난함은 물에 산에 있는 게 아니지요. 至在人情反覆間 이리저리 변덕스러운 사람 마음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시가 어느 것인들 어렵지 않겠습니까만, 위의 시도 전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대체적인 내용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하기에 용기를 내서 홈페이지에 올려놓습니다. 틀린 부분이라든지 새로운 해석 방법에 대한 기탄없는 글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