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바로 우리의 이야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다. 이 영화는 존 쿠삭이 자신의 연애담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음반이 작가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단이듯이. 이 영화에서도 영화 중간에 난데없이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나와서 존 쿠삭에게 사랑에 관한 충고를 한다. 사실, 레코드라는 매체 역시 작가가 얘기하고 표현하고자 싶은 것을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인 셈이다.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생산자 주변을 서성이며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음악의 소비자의 다양한 태도들이 나온다. 특히 음반가게를 지키는 세명의 배우들은 음반 컬렉터의 특화된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쿨한 듯 해도 쪼잔한 존 쿠삭의 졸린 듯 우울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 과장되고 독설적이지만 밉지 않은-물론, 록음악의 팬이라면-잭블랙, 자의식이 강하지만 소시민적인 소심함을 보여주는 토드 루이소.
이 영화의 대사와 상황은 우리가 음반과 가지는 관계와 매치된다. 존 쿠삭이 만난 다섯명의 여자의 개성은 우리가 듣는 음반의 개성처럼 느껴진다. 또, 존쿠삭이 얘기하는 로라의 다섯가지 매력-유머, 개성, 편안함, 스타일, 자극-은 음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 레코드의 소비와 수집
이 영화는 레코드와 관련된 영화다. 테어도어 그래칙은 '록 음악의 미학'이라는 책에서는 재미있는 주장을 한다. 록은 레코딩의 미학이란 것이다. 록은 활기찬 공연 실황의 음악이라 생각하던 이들에게는 뒤통수 때리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렇다. 록의 역사는 실제로 녹음된 매체를 판매하는 역사와 거의 일치한다. 최초의 록앤롤인 Rock Around the Clock과 함께 음반 시장이 본격화되었다. 록음악이 있었기에 음반산업은 영화와 함께 대중문화자본의 거대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록음악 역시 레코드라는 매체가 있었기에 지역적 시간적 한계를 벗어나 전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사실, 공연 실황을 통해 음악의 창작자와 직접 만나는 것은 사실 상당히 제한적이다. 처음 레코드의 발명이 단순히 공연 실황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본격적으로는 Revolver와 Sgt. Peppers가 나온 1960년대 중반이후, 더 나아가서는 필스펙터의 Wall of Sounds등의 개념이 나온 1950년대 후반부터는 단순한 공연 실황의 재현을 벗어나 레코딩 스튜디오는 하나의 악기가 되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레코드는 실제 연주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며, 레코드의 구매층은 공연실황의 구매층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레코드는 공연실황과 완전히 다른 가치를 지니며, 새로운 상업적 가치를 지닌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가요를 유행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짧은 주기로 유행을 타면서 팔리는 것이 레코드인 셈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도 불변의 가치를 가지는 음반을 록클래식이라는 명칭으로 특별 대우를 해주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음악은 요구되는 수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측면보다 생산 자체가 소비를 일으키는 면이 작지 않다. 없을 수도 있는 소비를 만들어내며 주기적으로 새로운 소비를 창출한다는 것은 자본의 입장에서는 축복인 셈이다. 다른 상품과 달리 레코드는 활발하고 다양한 아이템의 생산은 권장할만한 일이며 그러기에 사회와 자본에서 요구하는 덕목에 대해 다소간의 일탈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눈감아 준다. 결과적으로 그런 일탈은 창조력과 생산을 보장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많은 이들은 레코드 컬렉션을 해왔다. 이에 대해 '그거 다 들어요?'라고 콜렉션의 유용성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짜피, 컬렉션이란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서 자신에게 사회적 차별성을 부여하는 그런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행위 역시 자본에게 새로운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남들이 듣지 않고 구하기 힘든 상품을 찾는 그런 행위는 마이너한 상품이 시장에 남도록하는 효과가 있으며 그러한 마이너한 상품이 유지되어야 효과적으로 음반 시장이 유지된다. 그런 면에서 컬렉션이라는 방식은 시장을 유지하는 한 형태일 수도 있다. 영화 중 존 쿠삭은 '색다른 것은 찾는 것은 포르노 매니아와 비슷해, 같은 매니아의 돈을 받는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라는 얘기를 한다. 소량 다품종이라는 레코드 컬렉션 특성으로 인해 음반 소매업에서 생산-소비구조는 소매업자가 최고의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상품의 생산 소비구조와 다소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담이지만, 상대적으로 불황을 덜 타는 일본 시장과의 비교했을 때, 최근 국내 음반시장의 불황은 다양성을 확보못한 컨텐츠 생산구조와도 직결되지 않을까? 다양한 상품의 존재는 건전한 시장의 조건이 될 수 있다.
- 대중음악은 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용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재밌는 캐릭터는 단연 잭블랙이다. 스티비 원더의 음반을 찾는 이를 쫓아내보내는 싸가지의 주인공. 이 캐릭터를 업데이트시켜서만든 영화가 바로 스쿨 오브락일 듯 하다. 사실, 록음악을 듣는 이들의 특성 중 하나가 자신이 듣는 음악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유사한 음악을 듣는 이들로부터 강하며 폐쇄적인 연대의식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 점은 클래식을 듣는 상류층에서 발견되는 점인데, 재밌는 사실은 그다지 교양있는 음악도 아닌 록음악에 대한 애정이 영미권의 노동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표출하는 아비투스로 표출된다는 점이다. 마치, FC리버풀을 좋아하는 북잉글랜드의 노동자들처럼. 심지어 많은 비평에는 이런 요소들이 음악성에 대한 잣대가 되곤 한다. 영화 중 잭블랙은 '둘이 골프나 치러가면 어울리겠다'라는 대사를 통해 음악적 성향이 계급적 요소와 연계됨을 얘기한다.
사실, 문화 컨텐츠를 통한 사회적 성향의 표출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상외로 관대한 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서의 문화와 사회적 일탈로서의 문화의 특성이 절충점을 형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록음악은 자본주의 중심에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자 자신의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수단이 되곤 한다. 물론, 서구사회에서의 얘기이며 국내는 완전히 다른 분석이 있어햘 것 같다. 음악만큼 사회적 성향과 높은 연관성을 지니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런 분석은 재미있는 주제가 될 듯 하다.
- 레코드는 추억을 담는 그릇
영화는 LP가 도는 첫장면으로 시작된다. 돌고도는 인생의 추억들 얘기하듯.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흘러나오는 히트 싱글들은 주인공의 추억과 절묘하게 매치된다. 록음악이 지니고 있는 특성 중 하나가 동시대성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음악은 시대를 추억하고 규정지을 수 있는 중 수단의 하나가 된다. 영화 중 존 쿠삭은 요즘 청소년이 자신의 세대음악을 듣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며, 자신의 추억에 따라 레코드를 정리한다. 딥퍼플에서 하울링 울프까지. 어디선가
레코드에 대한 취향에 대한 다양성은 사회적인 의미만큼이나 개인적인 의미를 담는다. 존쿠삭이 말한데로 많은 이들이 음악을 들으며 베트남이나 너바나를 생각하지만 자신은 음악을 통해 자신이 만난 여자를 생각한다고 했다. '상품'이라는 거북스러운 존재일 수도 있지만 레코드라는 것이 없었다면 극단적인 소외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20세기 사람들의 자살율이 훨씬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라가 존쿠삭에 대해 '넌 한결 같지만 난 아냐'라고 말한 부분은 우리가 늘 변치 않는 레코드를 두고 하는 얘기인 듯 하다.
- 마치며
이 영화에 대해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는 어떻게 팝송이 모든 이들로부터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객들은 원인 모를 행복감에 젖어 극장문을 나서게 된다."고 얘기했다. 사실, 우리가 추억에 젖은 레코드를 들을 때 느끼는 행복감과 동일한 느낌일 듯 싶다. 레코드의 시대는 갈지 모른다. 레코드라는게 사라진다면 지금 세대는 무엇을 가지고 추억하게 될까? 레코드를 통해 느꼈던 행복감을 느낄 수가 있을까?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High Fidelity, 2000)
출연 : 존 쿠삭 (John Cusack), 잭 블랙 (Jack Black), 리자 보넷 (Lisa Bonet), 조엘리 카터 (Joelle Carter), 조안 쿠삭 (Joan Cusack), 사라 길버트 (Sara Gilbert), 아이벤 헤즐 (Iben Hjejle), 토드 루이소 (Todd Louiso), 릴리 테일러 (Lili Taylor), 나타샤 그렉슨 와그너 (Natasha Gregson Wagner), 팀 로빈스 (Tim Robbins)
Co-PD : 존 쿠삭 (John Cusack), D.V. 드빈센티스 (D.V. DeVincentis), 스티브 핑크 (Steve Pink)
각본 : D.V. 드빈센티스 (D.V. DeVincentis), 스티브 핑크 (Steve Pink), 존 쿠삭 (John Cusack), Scott Michael Rosenberg(Scott Rosenberg)
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Stephen Frears)
관련영화사 : Touchstone Pictures Presents, A Working Title Films Production, In Association With Dogstar Films/New Crime Productions, A Stephen Frears Film
사운드트랙
1. "I Want Candy" - Bow Wow Wow
2. "Crocodile Rock" - Elton John
3. "Crimson And Clover" - Joan Jett & The Blackhearts
4. "Seymour Stein" - Belle & Sebastian
5. "Jacob's Ladder"
6. "Walking On Sunshine" - Katrina And The Waves
7. "Baby Got Going" - Liz Phair
8. "Little Did I Know" - Brother JT3
9. "I Can't Stand The Rain" - Ann Peebles
10. "The River" - Bruce Springsteen
11. "Baby, I Love Your Way"
12. "Jesus Doesn't Want Me For A Sunbeam" - The Vaselines
13. "Cold Blooded Old Times" - Smog
14. "On Hold" - Edith Frost
15. "Hyena 1" - Goldie
16. "I'm Gonna Love You Just A Little More, Babe" - Barry White
17. "Soaring and Boring" - Plush
18. "Leave Home" - The Chemical Brothers
19. "Four to the Floor" - John Etkin-Bell
20. "Loopfest" - Toby Bricneno and Jay Cryka
21. "Robbin's Nest" - Illinois Jacquet
22. "Rock Steady" - Aretha Franklin
23. "Suspect Device" - Stiff Little Fingers
24. "We Are The Champions" - Queen
25. "I'm Glad You're Mine" - Al Green
26. "Your Friend and Mine" - Love
27. "Tonight I'll Be Staying Here With You" - Bob Dylan
28. "Get It Together" - Grand Funk Railroad
29. "Soul Surfer" - James Cooperthwaite & Oliver Vessey
30. "This India" - Harbhajhn Singh & Navinder Pal Singh
31. "Tread Water" - De La Soul
32. "The Moonbeam Song" - Harry Nilsson
33. "Juice (Know the Ledge)" - Eric B. & Rakim
34. "Doing It Anyway" - Apartment 26
35. "What's On Your Mind" - Eric B. & Rakim
36. "Where Did You Get Those Pants" - Fishbone
37. "Good and Strong" - Sy Smith
38. "Mendocino" - Sir Douglas Quintet
39. "The Night Chicago Died"
40. "Chapel of Rest" - Dick Walter
41. "La Boob Oscillator" - Stereolab
42. "The Anti-Circle" - The Roots
43. "Homespin Rerun" (Cornelius Remix) - High Llamas
44. "Hit the Street" - Rupert Gregson-Williams
45. "I Get The Sweetest Feeling" - Jackie Wilson
46. "My Little Red Book" - Love
47. "Shooting Star" - Bob Dylan
1. "You're Gonna Miss Me" - 13th Floor Elevators
2. "Everybody's Gonna Be Happy" - The Kinks
3. "I'm Wrong About Everything" - John Wesley Harding
4. "Oh! Sweet Nuthin'" - The Velvet Underground
5. "Always See Your Face" - Love
6. "Most Of The Time" - Bob Dylan
7. "Fallen For You" - Shiela Nicholls
8. "Dry The Rain" - The Beta Band
9. "Shipbuilding" - Elvis Costello & The Attractions
10. "Cold Bloded Old Times" - Smog
11. "Let's Get It On" - Jack Black
12. "Lo Boob Oscillator" - Stereolab
13. "The Inside Game" - Royal Trux
14. "Who Loves The Sun" - The Velvet Underground
15. "I Believe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 Stevie Wonder
첫댓글 와우~ 싸운드트랙이 엄청나네요.....스프링스틴의 "더 리버"가 여기에도 쓰였었군요....다른 곡들은 들어본 기억이 영.....-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