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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구 장애인 시 낭송회'에서 정영옥 전문 시 낭송가가 김현숙 시인의 작품, '같은 하늘아래'를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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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아래 같은 생명으로, 아니! 가장 존귀한 존재로 보내어진 우린데…. 북녘에 봄은 우리와 너무도 다르다고…."
읊조림이 이어지는 동안, 이 공간을 채운 60여 명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무대 앞, 좌석에 앉아 자신의 시를 읽어주는 전문 시낭송가를 바라보는 장애 시인들의 눈빛은 애틋하고도 강렬했다.
장애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시의 향연이 지난 9일 오후 7시 대구 달서구 푸른방송 아트홀에서 열렸다. (사)열린장애인문화복지진흥회 대구지부가 주최한 '제1회 대구 장애인 시 낭송회'. 지역 장애 시인들에게 창작 의욕을 높여주고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에서 활동중인 9명의 장애 시인들이 참여, 자작시 17편이 낭독의 무대에 올랐다.
"시(詩 )속엔 장애도 편견도 없어요" 뇌성마비, 시각장애 등 신체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들. 이날 낭송회를 통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아무런 차이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그들의 도전은 사뭇 아름다웠다.
장애2급으로 매일이 통증이고 고통의 연속인 주부 유태선씨. 그녀에게 유일한숨구멍이자 진통제는 '글쓰기'이다. 목소리에 혼이 실린 유씨의 낭독에는 '장애'라는 몸의 속박을 벗어난 그녀의 영혼이 시어의 세계를 통해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우리들의 글을 볼 때 만큼은, 장애를 빼고 봤으면 해요. 일반 시인들의 작품과 같은 시각으로…." 울퉁불퉁한 점자로 가득한 하얀 백지에서부터 삐뚤삐뚤한 글씨체. 불편한 몸을 비틀며 힘겹게 한 음절씩 시를 토해내는 시인들. 발음은 부정확해도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시심(詩心)'을 통해, 이들의 끈질긴 장애 극복 의지는 청중들의 마음을 흠뻑 적셨다.
장애 시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이들의 작품을 재조명하기 위해 이번 시낭송회를 주관한 (사)열린장애인문화복지진흥회 대구지부 차방부 지부장(64)이 한마디 던진다.
"장애시인들이 미래를 향해 소망을 뿜어내는 시구(詩句) 한 소절 한 소절이 세상을 향해 울려퍼지길 바랍니다. 신체적인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세상의 편견을 이긴 이들에게 있어, 이번 행사는 따뜻한 희망이 된답니다."
서러운 마음을 고운 그릇에 담아 시심으로 빚어낸 이들의 글귀에는 소망을 피력하는 간절함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