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아이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불임으로 고통받거나 임신 트러블로 유산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고민하고, 또 아이를 가져서도 낳는 순간까지 죽을 만큼 고생했다는 엄마 10인의 임신 & 출산 성공담을 취재했다.
○ 사진/ 이정민 (프리랜서) ○ 취재/ 이미종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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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년만에 아이 낳은 라보순 (50세, 부산시 진구 초읍동) 씨
`불임치료 10년 만에 임신에 성공했죠`
칠현 (4세)이는 우리 부부에게 20년 만에 찾아온 보물이에요. 결혼 후 일년이 지나고 처음 임신을 했지만 자연 유산이 됐어요. 그 후로 몇 번인지 모를 실패를 반복했어요. 이유를 알면 어떻게든 치료를 하겠지만 원인불명이어서 답답하기만 했죠. 10년이 지난 후 남편과 함께 지속적으로 불임치료를 받았어요. 몇 번이나 인공수정을 했지만 계속 착상이 안됐어요.
인공수정을 반복하다 보니까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거의 포기하고 지냈는데 결혼 20년만에 임신이 됐어요. 처음엔 실감도 안나고 또 잘못되지 않을까 해서 두려웠죠. 그렇게 태어난 칠현이는 100일까지 엄마 아빠를 조마조마하게 했어요. 2.24㎏의 미숙아로 태어나서 좀처럼 크지 않아서 걱정했죠. 요즘엔 너무 많이 먹고 잘 커서 자잘한 걱정 없이 보내지만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요.
2. 5번이나 유산을 했던 김애숙 (38세,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씨
`임신하면 입원하기를 밥 먹듯 했어요`
임신이 되는 순간 바로 입원을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병원에선 저를`고 임신 클리닉`으로 분류를 하더라고요. 임신 중 합병증으로 아이를 낳기 힘든 위험한 산모로 판단한 거죠. 정원 (35개월)이가 6번째 아이예요. 임신을 하면 영양실조, 갑상선, 당에 문제가 생겨서 몸이 견디지 못했어요.
엄마가 합병증으로 고생하니까 당연히 아이도 정상일 수 없는 거죠. 6개월 넘은 아이를 잃은 것만 두 번이에요. 남편과 함께 입양을 생각하던 중에 아이가 생겼어요. 입덧이 심해서 탈수현상이 나타나면 보름씩 입원하고 다시 퇴원하기를 반복했어요. 병원에 갔더니 예전에 교통사고로 골반 뼈가 부러져서 순산할 가능성이 50%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죠. 9개월이 됐을 때 수술날짜를 3번씩 바꿔가면서 제왕절개로 지원이를 낳았어요.
3. 3번이나 계류성 유산을 한 이은정 (33세,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씨
`5년만에 얻은 아이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어요`
아이는 천천히 낳자고 남편이랑 약속했죠. 여유 있게 지내는 동안 자꾸 시간이 흘렀어요. 막상 임신을 하면 8주에서 9주 사이에 자꾸 유산이 됐어요. 엄마 뱃속에서 아이가 크질 않는`계류성 유산`이었죠. 불임으로 유명한 병원에 가서 유전자 검사까지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어요.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그냥 휑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승은 (13개월)이를 갖고도 계속 누워있었어요. 임신 초기부터 유산기가 있어서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라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유아용 아스피린을 30주까지 먹으면서 조심조심 했어요. 5년 만에 낳은 승은이는 이제 아장아장 걸을 만큼 컸어요. 정말 힘들게 낳은 만큼 튼실하게 키우고 싶어요.
4. 자궁이 약해 고생했던 방정순 (33세,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씨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한약을 먹었어요`
결혼 후 3년이 되도록 임신이 안 되서 조급한 마음이 들었어요. 병원에 가서 난소검사를 하고 배란일을 체크해도 착상이 안됐어요. 집안 어른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몸을 보한다는 한약, 그리고 약초를 액으로 내서 보내주셨죠. 그 쓴 약을 1.5ℓ로 열두 병은 먹은 것 같아요. 또 한의원에서 자궁이 약하다고 해서 늘 보온팩을 허리에 차고 다녔어요.
그러던 중에 거짓말처럼 아연 (31개월)이를 갖게 된 거죠. 임신 10개월 때도 원래 몸무게에서 8㎏ 밖에 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우리 아연이는 주위 분들의 따뜻한 배려로 생긴 아이 같아요.
5. 열 달 내내 입원했던 이미영 (29세, 서울 노원구 상계동) 씨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입원시켜 미안해요`
승현 (18개월)이를 갖고 2개월 때부터 출혈이 있었어요. 20일 정도 입원했는데, 선생님이 움직이지도 말라고 해서 계속 누워있었어요. 임신 7개월에는 손발이 붓고, 고혈압에 당이 다 빠지는 임신중독증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했어요. 36주만에 승현를 낳았는데 아이를 엄마 아빠한테 보여주지도 않고 천에 싸서 간호사가 들고 가버렸어요.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아서 중환자실로 보내진 거였죠. 전 3일만에 퇴원했지만 승현이는 한달 동안 인큐베이터에 있었어요. 병원에서는 아이 신장에 구멍이 났다면서 약재를 아빠더러 구해 오라고 했죠. 지금은 우리 딸 비싼 아가라고 농담으로 말하지만 정말 소중하게 얻는 하나뿐인 딸이에요.
6. 저체중으로 고생한 이미숙 (43세,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 씨
`12년만에 낳은 귀한 아들이에요`
전 체중이 39㎏ 밖에 나가지 않았고 나팔관 한 쪽이 막혀서 임신이 어려웠어요. 신혼 초에 한번 유산을 하고 7년 후에도 겨우 힘들게 임신을 했지만 또다시 유산을 했어요. 간절한 마음에 굿도 해봤죠. 친정 어머님이 미안한 마음에 이혼을 하라는 말씀까지 하셨어요.
결혼 12년 만에 세 번째 임신을 해서 떨리는 맘에 남편한데 전화했더니 진정하라면서 기대하지 말라고 했어요. 병원에서도 상상 임신일거라고 미리 제 부푼 마음을 진정시킬 정도였어요. 진웅 (4세)이를 임신할 걸 확인한 후 나오는 길에 장미 꽃 한 송이를 샀어요. 내가 기특해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어요. 진웅이를 낳고 체중이 24㎏나 늘고 노산 후유증으로 손이 저리지만 상관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아이를 얻었잖아요.
7. 오랜 진통으로 고생했다는 황금옥 (38세, 서울시 구로동) 씨
`노산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기엽이 (11개월)를 서른 일곱에 낳았어요. 노산이라 주위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임신중에도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아이 낳을 때까지 일을 계속했지요. 매장에서 하루 종일 서 있는 중노동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임신기간을 보냈어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에서도 자문을 많이 구했지만 별문제가 없어서 자연 분만할 수 있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막상 진통이 시작되니까 정말 하늘이 노랗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노산이어서 그런지 진통이 너무 심해서 이제 죽는구나 싶었어요. 23시간이 넘게 진통을 하면서도 자연분만을 하고싶어서 계속 고집을 부렸어요. 결국 산모가 위험하다는 말과 가족들의 만류로 제왕절개를 했지만 한동안 통증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늦게 낳은 아이 키우느라 직장도 그만뒀는데 그렇게 만만하지 않네요. 한참 손타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에요.
8. 2차 불임으로 고생한 김윤희 (32세,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씨
`늦둥이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어요`
둘째 아이 경은 (4개월)이를 7년 만에 낳았어요. 결혼하자마자 큰 아이를 낳아서 한번도 아이 낳는 게 힘든 일 인줄 몰랐죠. 아기는 갖고 싶을 때 낳을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임신이 안되서 고민 끝에 병원에 갔더니 난자가 너무 작아서 자궁에 착상이 안 되는 무배란증이라고 하더군요.
듣기에도 너무나 생소한 2차 불임이었어요. 진단을 받고부터 남편과 병원을 다니면서 초음파로 6∼7 개월 동안 계속 난포의 크기를 재고 배란일을 체크했어요. 병원을 다닌 지 7개월만에 임신을 했지만 유산기가 있어서 5개월까지 이틀에 한번 링게를 맞고 유산방지 약을 먹었어요. 요즘은 휴직을 하면서 늦둥이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답니다.
9. 임신중독으로 고생했다는 강미라 (32세,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씨
`수혈을 40봉지 넘게 받았어요`
고은 (12개월)이가 8개월 됐을 때, 임신중독이 걸렸어요. 온몸이 부을 때까지도 제가 다니던 병원에선 전혀 몰랐던 거죠. 친정에 와서 큰 종합병원에 갔더니 엄마 몸이 붓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에게 영양분이 전혀 안 간다고 말하는 거예요. 거의 9개월이 다 될 때야 알았으니 너무 속상했죠. 무사히 고은이는 건강하게 낳았지만 저는 출혈이 멈추지 않았어요. 아이를 집으로 보내고 오랫동안 저 혼자 입원해있었어요. 수혈을 40봉지가 넘게 받고야 퇴원했어요.
이젠 건강해졌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할 때가 많아요. 힘들게 낳아서 더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둘째 딸이랍니다.
10. 마음 비웠더니 임신 됐다는 마현주 (33세,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씨
`황금 휴가에서 생긴 복덩이죠`
결혼하고 4년 만에 민서 (15개월)를 낳았어요. 천천히 낳자고 느긋하게 생각은 했지만 어른들 생각은 또 그렇지 않으신가 봐요. 한 번 유산을 하고 난 후에 고민끝에 병원에 가서 배란일을 물어봤어요.
솔직히 생리 날짜도 정확한 편이라 마음만 먹으면 아이를 갖는 줄 알았어요.
조바심을 내면 낼수록 부담스럽고 스트레스가 쌓였어요. 잠시 쉴 겸,남편과 여행을 떠났어요. 주변에 아이를 힘들게 가진 분들이 많이 조언 해주셨거든요.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요. 병원에서 정해준 배란일을 맞추려고 해도 무슨 거사를 치르는 것 같아 싫었어요.
하와이에서 며칠을 푹 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혹시나 하면서 조심했어요. 처음에는 초기여서 시약에 잡히지 않았지만 전 임신을 직감했어요. 여행지에서 극적으로 얻은 우리 민서 요즘 얼마나 예쁜지 모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