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쇠불에 구워내는 장어의 고소한 냄새가 발목을 잡는데 여기가 성지동 장어구이 거리다.
진주 사람들은 외지 손님에게 남강의 장어구이 맛을 선사하고 싶어하고 한번 맛을 본 손님들은 잊지 않고 다시 찾는 명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성지동 장어구이집들은 진주교 건설 전 배다리 밑에서 평상을 펴고 장사를 하다 진주성지 정화사업으로 도로가 나고 고수부지가 정비되면서 자연스레 들어서 5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11곳의 구이집이 성업중이다.
성지동 장어구이 맛은 양념, 소스를 만드는 주인의 손맛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업소마다 독특한 맛으로 미각을 돋운다.
관광객이 모여드는 토요일과 일요일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밤늦도록 문전성시를 이룬다. 양념과 소금구이 2종류로 1인분에 1만3천원.
오전 7~8시께 삼천포항에서 장어를 가득 실은 수조차가 도착하면 장어구이집들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맛자랑장어구이집(743-2028)을 운영하는 민태자(여·41)씨는 “성지동에서 쓰는 장어는 대부분 남해안 청정해역인 사천만 일대에서 어민들이 잡아 올린 싱싱한 갯장어”라고 말했다.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눈코 뜰 새가 없어 집집마다 4~5명씩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데 장어를 장만하는 이들의 리드미컬한 손놀림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석쇠에 올려 5분 가량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는 초벌구이를 한 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대형 냉장고에 넣어 이틀정도 급랭시킨다.
양념을 자주 발라 구워내는 방법도 특이해 요리방법에서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는데 이 또한 이곳만의 노하우로 맛의 비결이다.
양념장어구이는 장어머리와 큰멸치 양파 계피 감초 등 한약재를 넣고 푹 삶아 낸 육수에 간장 고춧가루 생강 마늘 참깨 등을 다져 넣어 만든 양념장을 급랭시킨 장어에 발라 다시 석쇠에 5~7분 가량 구워 내면 된다.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이때 양념을 3~5차례 발라 장어살속에 잘 스며들게 하면 최상의 맛이 난다고 한다.
양념구이 맛은 대체로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섞여 있는데 희한하게 뒷맛은 깔끔하다.
소금구이는 양념구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육수를 만든 뒤 참기름 마늘 참깨 등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초벌구이해 급랭시킨 장어에 발라 다시 구워 낸다. 고춧가루가 첨가되지 않아 맵지 않고 느끼하지 않으며 맛이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2대째 대물림한 일미장어(742-1283)는 성지동 장어구이집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주인 심영희(여·76)씨는 “장어구이의 재료로 사용하는 갯장어는 잔뼈가 없어 큰 뼈와 머리를 잘라내고 조리하면 노인과 어린이도 먹기가 좋아 여름철은 물론 사시사철 스태미너식으로 최고”라며 “이곳 장어구이 맛은 어느 곳에서도 흉내내지 못한다”고 자랑했다.
성지동 장어구이거리에선 갯장어와 함께 민물장어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도 맛 볼 수 있다. 1인분에 1만5천원 정도. 하지만 이곳의 진미는 역시 갯장어구이다.
/ 진주 / 김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