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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4일(토) 청관회 황매산 산행기
코스 : 차황면 장박마을-960봉-황매산정상-베틀굴-모산재-영암사지(산행시간 5시간)
이어서 이주호 집들이
출연 : 강우현, 노익용2, 박선현, 박윤호2, 반종규2, 심우경2, 이주호, 정영오, 장원관2,
정인수2, 최성범2, 홍종화2, 안효성(26회) <총 21 명>
<사진> 황매산을 배경으로 남녀학생 합동 기념사진. 철쭉과 신록, 억새들이 잘 어울린다
새벽6시 꼭두새벽에 나오느라 모두들 쾡한 얼굴이지만 표정들은 밝다. 참가하기로 한 이재인과 임승태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었다(이 분들 회비는 청관회 발전 기금으로 편입된다. 두뿐께 감사드린다.) 6시 10분 잠실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얼마 되지 않아 곧 경부고속도로를 올라타고는 남녘땅을 향해 쾌속으로 달려간다. 우리들의 행선지는 간밤에 두 가지 이유로 바래봉에서 황매산으로 바뀌었다. 첫째, 최근에 다녀온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바래봉 철쭉이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았다. 다음 주 쯤이 절정일 것 같다. 둘째, 대부분의 산악회가 오늘 바래봉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 따라서 너무 붐빌 것이다. 고로 오늘의 하산 시각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시 말해 주호의 집들이 행사에 지장을 가져 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사는 우리들의 조급한 맘을 아는 지 예상보다 빨리 9시30분 경 산청군 장박리 마을에 도착했다. 장박 마을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여수에서 출발하여 합류하기로 한 종화 부부는 30분 전에 벌써 와 있다. 인원 점검을 마친 뒤 드디어 개울 옆 시멘트 길을 걸어 산으로 향한다.
10분 정도 임도를 오르니 우측 숲으로 표지 리본이 가득 달린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임도를 계속 올라 떡갈재를 통하는 것 보다 30분 정도를 단축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등산로로 들어서니 지난 겨울 죽은 듯 황량한 회색 빛깔의 무채색 세계가 어느새 강렬한 생명체의 숨결을 내뿜는 녹색의 세계로 변해 있다. 싱그러운 초록 잎새들의 향기를 맡으며 부드러운 흙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 지 몰라도 양지 바른 숲 속 명당자리에 안식을 찾은 누군가의 무덤을 지나니 숲길이 점점 가팔라진다.
<사진> 등산로 초입의 싱그러운 신록의 숲길. 공기의 맛이 다르다.
“좀 쉬어서 갑시다”란 소리가 뒤쪽에서 심심찮게 들려 온다. 출발한 지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제법 땀방울이 맺힐 무렵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드디어 지능선에 오른 것이다. 녹색 숲들의 장막이 걷히자 새로운 분홍빛 세계가 우리들 눈앞에 펼쳐진다. 활짝 핀 철쭉꽃들이 함박 웃음을 머금고 우리들을 반긴다. 예상치 못한 철쭉꽃들의 환영 인사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계속 산을 오른다. 주위의 철쭉 꽃들에 넋을 뺏겨 피로감을 잊은 듯 사람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가까이 다가서 보기도 하고, 코를 대고 향기를 맡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꽃나무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사진들을 찍기도 하며, 우리들의 바쁜 일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소풍 나온 어린애들처럼 천방지축이다. 언제 저 산을 넘어가나…
<사진> 능선에 오르자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는 철쭉꽃
등산한 지 시간 반이 흐르니 이젠 배도 고프다. 저녁에 주호집에 가서 잘 먹으려고 간이식으로 아침을 때운 휴유증이 슬슬 도지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조그만 바위 옆에서 휴식을 취한다. 아직도 정상은 3,40분은 족히 남은 것 같다. 가져온 과일과 간식들을 일단 여기서 처치 하기로 한다. 점심용 김밥은 남겨 두었다가 정상을 지나서 먹기로 했지만 일부 대원들은 허기를 못참고 그것마저 해치운다. 누군가 얘기한다. 그건 허기가 아니라 습관때문이라고… 학교 다닐 때 두시간 수업 끝나면 도시락 까먹던 습관이 아직 남아 있는 거라고.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 때 좀 놀았던 것 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영락없이 밥을 다 까 먹었다.
약간의 휴식에 힘을 얻어 다시 정상을 향해 걷는다. 길은 다시 완만한 꽃길로 바뀌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가 되어 있다. 카메라를 가져온 익용, 윤호, 성범 등은 경치 사진 찍으랴 다른 사람들 사진 찍으랴 대목 만난 장사치처럼 동분서주한다.
<사진> 끝없이 펼쳐진 꽃 길을 따라 황홀경에 취해 나아간다. 길도 완만하다.
<사진> 사방 어디를 둘러 봐도 꽃 천지이다.
<사진>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산책길이 계속 이어진다
저 멀리 삐죽 솟은 곳이 황매산 정상이다
<사진> 사면에 핀 철쭉. 뒤로 삼봉 능선이 동쪽으로 뻗어가고 있다.
<사진> 꽃에 취해 싱글벙글인 갱상도 아자씨들
<사진> 정상부 직전에 이르기까지 환상적인 꽃길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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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가까워지니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정상부 비탈의 철쭉 무리들의 빛깔이 더욱 곱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정상을 향해 힘든 발걸음을 한걸음씩 내딛는다. 정상부 바위에 먼저 오른 등산객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아름다운 철쭉 꽃도 점점 이젠 귀찮은 듯 눈길이 가지 않는다.
거의 정오가 될 무렵 드디어 시커먼 바위들 몇 개로 이루어진 황매산 정상에 다다랐다. 좁은 바위 봉우리에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발 아래로 분홍 빛 페인트를 쏟아 부어 놓은 것 같은 황매 평전의 장관이 펼쳐진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다니… 황홀하다는 느낌보다는 현실 같지 않아 오히려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오른 편 아래로는 단적비연순가 하는 영화촬영지가 보이고 촬영지 위쪽으로도 철쭉의 군락이 펼쳐져 있다. 저 멀리 베틀굴 능선을 따라 철쭉 제단으로 이르는 언덕에도 불그스름한 철쭉들이 온 산을 뒤덮고 있다 분홍 빛의 강렬한 자극으로 지극히 잠깐 가벼운 현기증을 느낀다. 예까지 왔는 데 정상으로 솟구쳐 나오는 기를 받고 가야지…황매산 정상(1108m)을 나타내는 표지석을 손으로 한번 쓰다듬는 것으로 정상 정복의 기념식을 가름하고 바위 아래 공터로 내려 서서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아본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북적거리는 인파를 피해 황매 평전으로 내려 가서 점심을 하기로 하고 정상을 넘어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른 내리막에다가 올라 오는 인파들로 인해 내려가는 길이 수월치가 못하다. 평전에 가까워지니 촘촘히 들어선 철쭉꽃 무리들이 만든 거대한 분홍빛 카펫이 눈 앞으로 점점 다가 선다. 평전으로 내려 서서 목장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아침에 배급받았던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다.
<사진> 황매산 정상에 빽빽히 들어찬 등산객들
<사진> 황매산 정상을 가르키는 표지석
<사진> 정상에서 내려다 본 황매 평전의 철쭉 군락들. 황홀하다 못해 어지럽다.
<사진>정상을 지나 하산하면서 돌아본 풍경
<사진> 평전에 내려 서서 돌아다 본 정상
<사진> 정상을 배경으로 출석부 작성
정상에서 내려온 길을 돌아 보니 신록의 나무들과 화사한 철쭉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서 정상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황홀한 꽃 경치에 취해서 일까. 그 동안 우리 청관회가 고수해 오던 남녀칠세부동석의 전통을 무시하고 첨으로 남녀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꽃 잎에 물이 든 듯 모두의 얼굴들이 볼그스레 하다.
점심을 마친 일행은 목장을 좌로 끼고 크게 원을 그리며 모산재로 향하는 나즈막한 능선으로 올라 선다. 후미조는 평전을 가로 질러서 지름길로 철쭉 제단을 향한다. 목장까지 차가 올라 올 수 있는데다가 우측 촬영소에서도 꼭대기까지 임도가 이어져 있어 3,40분이면 평전까지 올라 올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은 등산객 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까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양복입고 구두 신은 아저씨들, 양산 든 아주머니, 하이힐 신은 아가씨, 그리고 중절모 쓴 노인들까지… 저 쪽 평원의 끝에는 술과 음식을 파는 듯한 천막촌이 형성되어 있다. 토요일이 이럴진 대, 내일 일요일은 완전히 시장통을 방불케 할 것 같다. 아침 일찍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을 벗삼아 신록의 숲을 지나서, 철쭉 만개한 호젓한 능선길을 3 시간 넘게 걸어오면서 감동, 또 감동으로 물결 쳤던 우리들의 기분은 여기서 다소 김이 빠지고 만다.
이대로 하산하다가는 모처럼 느꼈던 등산의 감동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 조금 더 수고를 하더라도 다시 한번 땀 흘린 뒤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모산재의 바위 암릉을 따라 하산하기로 하고 황매산 철쭉의 최대 군락지인 철쭉제단 지역으로 이동한다. 드넓은 초원이 이국적 향취를 발한다. 천황재로 향하는 능선 왼쪽 사면 전체가 분홍빛 철쭉으로 불타 오르
<사진> 천황재 능선 남쪽 사면의 철쭉 군락
고 있다. 또 한차례 사진 찍느라 다들 분주하다. 저 앞 쪽으로 동네 주민들이 설치한 매점 천막이 보인다. 아까부터 줄곧 막걸리 타령하던 인수와 원관이 얼굴에 화색이 돈다. 바람처럼 달려가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선 자리에서 막걸리 한잔씩을 돌린다. 더덕향이 물씬 묻어나는 막걸리가 생각보다 달다.
막걸리 한잔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다시 철쭉동산을 넘어간다. 사실은 여기가 본격적인 황매산 철쭉 군락지이다. 황매산의 남쪽 자락이어서 인지 오전에 올랐던 정상부의 북쪽 사면의 진달래에 비해 색깔이 많이 바래어 이젠 꽃이 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 곳은 다음 주에는 꽃을 보기가 힘들 것 같다. 차츰 철쭉과 헤어져야 할 때가 다가 오고 있다. 아쉬운 맘에 계속 뒤를 돌아다본다. 만발한 철쭉이 일제히 안녕이라고 소리친다. 어지럽다. 싸이렌의 유혹을 귀를 막고 지나쳤던 오딧세이처럼 우리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사실은 더 큰 유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주호집에서 펼쳐질 뻑적지근한 뒷풀이가…서두르자, 음식이 시기전에 도착해야 한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반이다. 계획대로라면 한시간 내에 하산을 완료해야 한다. 아직도 모산재까지 30 여분 남았으니 이미 계획은 어그러졌다. 원래 계획이란 계획이니까…저녁 6시 30분쯤 도착 계획을 7시로 잡았다가 이제는 아예 8시 이전이면 괜찮은 거지 뭘 하며 혼자 속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조금 늦어지는 것을 눈치 채었는 지 주호의 표정이 다소 불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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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철쭉 제단쪽에서 뒤돌아 본 철쭉 군락. 막걸리 마셨던 천막 매점이 멀리 보인다
<사진> 돌아본 마지막 군락지의 철쭉. 일제히 안녕이라고 소리 치는듯 하다.
오후 1시 50분, 모산재에 도착하니 건너편 봉우리 끝에 황포돗대 바위와 그 아래로 81계단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회원들에게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맛보여 주기 위해 지름길인 철계단쪽을 포기하고 왼쪽 하산길로 내려 선다. 이제까지의 육산의 부드러움은 간 곳이 없고 거대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하산길이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 온다. 좌측으로 뒤돌아보니 붉게 물들어 있는 황매산 정상 부근과 평전 끝머리가 아득하게 보이고 왼쪽으로 완만한 능선이 이어져 온다. 저 긴 길을 우리가 걸어 왔단 말이지… 다들 감개무량한 표정이다. .
암릉의 왼쪽 완만한 사면을 타고 마치 평원을 걷듯 허허로이 걸음을 옮긴다. 오른 쪽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우리가 하산할 영암사 절터와 대기 수원지가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것 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지나치며 내려 오는 암릉길은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넓고 평탄해서 걷기가 수월하다.
<사진> 모산재에서 바라본 철계단 봉우리. 왼쪽 끝의 삼각형 바위가 황포돗대 바위
<사진> 바위로 이루어진 순결바위 암릉길. 우리가 하산해야 할 길이다.
<사진>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암릉의 왼쪽 사면을 따라 하산하는 대원들
<사진> 암릉의 오른 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아래로 대기 저수지가 보인다
암릉의 거의 종반부에 이르니 순결바위라는 안내판이 있어 잠시 둘러본다. 두 개의 바위가 사람하나 들어갈 틈을 두고 크레바스를 이루고 있다. 이 틈에 사람이 들어 가면 순결하지 못한 사람은 바위틈이 오므라들어 영원히 나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단다. 아줌마들이 일행인 듯한 한 아저씨를 보고 들어가 보라고 재촉한다. 그 아저씨 한참 동안 바위틈을 내려다 보더니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아이고 무서워… 난 자신 없어”
그러고는 줄행랑을 쳐 버린다. 아줌마들이 그 싸나이 등 뒤에다 대고 온갖 음해성 농담들을 퍼부어 댄다. 약간의 호기가 발동해서 바위를 가만히 살펴 보니 대단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바위 틈을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바깥 쪽은 틈 밑바닥이 뻥 뚫려 있어 자칫하다간 절벽 아래로 곧장 추락할 판이라 차라리 바위가 오므라드는 게 더 나을 성 싶다. 안쪽은 막혀 있는 대신 틈이 좁아 발이나 몸이 끼이면 나오기가 힘들어 어차피 온갖 혐의를 다 뒤집어 쓰게 되어 있는 신통한 구조이다. 바쁜 시간을 핑계로 일단 모험을 피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사진> 순결바위.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 틈새로 들어가면 바위가 자동으로 오므라들어 납작가오리가 된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을 가진 바위
암릉에서 산길로 내려서는 마지막 구간은 몹시 가파른데다 까다로와 예상외로 시간을 잡아 먹는다. 주호네 집 뒷풀이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봐 마음이 점점 조급해진다. 산길을 내려오니 갈림길에 간이 매점이 있어 나물과 식혜, 차 등을 팔고 있다. 500원 하는 식혜가 단연 인기 짱이다. 일행들이 너도 나도 한잔씩 들이킨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야 영암사 절터인데 후배 효성 군이 우리 일행 5명이 왼쪽으로 갔다고 한다.
솔향기 가득한 부드러운 흙길을 잠시 걸으니 영암사 절터가 나타났다. 새로 절을 짓느라 공사가 한창이다. 길을 잘못 든 우경이 쪽에서 연락이 왔다. 영오, 성범이 그 쪽에 있단다. 성범이는 지난번 사량도에서도 다른 쪽으로 하산한 전과가 있는 데 잘못하다간 고질적인 습관병이 되지 않을 지 걱정이다. 일행들은 황매산 식당에서 도토리 묵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며 다른 길로 하산한 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그 쪽에서 오는 버스가 있어서 이탈 그룹들은 채 5분도 되기 전에 모두들 무사히 돌아왔다.
2시반 출발 하리라던 예상보다 50여분 늦게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여수로 돌아가야 할 종화 부부를 차황면 삼거리에 내려 주고는 아침에 내려온 길의 역코스로 산청 IC 쪽으로 향한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슴이 터지도록 눈요기를 실컷 했던 터라 이제는 주호네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으로 배가 터지도록 채워 넣어 영육간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토요일 오후 경부고속도로는 생각보다 많이 붐빈다. 그러나 버스전용차로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버스는 7시쯤 서울요금소에 도착했다. 우경이 부부를 톨게이트에 내려 준 뒤 버스는 주호의 문정동 래미안 아파트로 직행했다. 따져 보건대 정말 대단한 집들이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역사상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집들이 집으로 손님을 모신 사례가 있었던가?
<사진> 주호 집들이에 동원(?)된 청관회 회원들
<사진> 주호 안주인의 솜씨와 정성이 가득한 진수성찬
<사진> 순전히 남의 재산으로 자신의 생일 잔치를 치르고 있는 뻔뻔한(?) 장군
이처럼 역사적인 집들이에 걸맞게 등산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최윤 부부, 우현 처, 영오 처, 부산에서 대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올라온 황보 윤 등이 같이 합류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 날은 또 원관이의 생일이기도 했다. 덕택에 원관이는 주호네가 제공한 음식과 장소를 이용하여 역사상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손님들을 모아 놓고 생일 잔치를 치르는 생뚱맞은 기록을 남겼다.
좋은 여행, 풍성하고 맛 있는 음식, 21년짜리 고급 발렌타인 양주, 게다가 좋은 친구들, 흥이 오른 분위기에 취해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가까워 온다.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들을 비우고 난 빈 그릇에 주호네 가정과 사업에 대한 축복을 가득 담아 전한 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자리를 떴다. 서울의 밤공기가 의외로 상쾌하다. (끝)
(사진: 노익용, 반종규, 최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