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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및 주장♤ 스크랩 예술의 향기와 그리움의 미학--김경인론
리헌석 추천 2 조회 58 12.01.20 09: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예술의 향기와 그리움의 미학

--김경인 시인의 시세계--



문학평론가 리헌석

(사) 대전예술단체총연합회 회장



1. 김경인의 뜰에 들어서기


김경인(金敬仁) 시인은 1955년에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다. 청주여자사범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후, 고등학교 교사로 봉직하면서 후진 양성에 전념한다. 학교 교육에 성실함은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품이라서 지역의 여러 단체 임원으로 봉사한다.

충주 여교사협의회 회장, 충주 여성문화제 추진위원장, 충주시 자문위원, 중원문화역사인물기록화 제작 추진위원장, 충주무용협회 회장, 충주 예총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도 충북문화예술진흥위원, 경찰행정발전위원회 위원, 중원 춤 학회 총감독, 전문직여성(BPW) 한국연맹 충주클럽회장 등을 맡아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하고 있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무용만으로 채울 수 없는 열정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1997년 [오늘의문학] 신인작품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후에 우수한 작품을 창작하고 발표하여 시인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졌다. 작곡가 정태준 선생은 [그리움]을 작곡하여, 김경인 시인의 맑고 고운 시심을 노래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삶의 진솔한 기록이어서 다양성을 띠고 있다. 그 중에서 그의 시심을 표상(表象)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사랑한다는 말

하마 해버리면

다시 만나 할 말 없을까 걱정하여

잠시 망설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그보다 더 커다란 의미를 찾으려

오늘 하루

먼 산만 바라봅니다.


사랑한다는 말

그 보다 더 소중한 진실을 찾으면

그때에사 

조심스레 말하렵니다.


사랑한다는 말

그 보다 더 절실한 떨림을 찾아

그대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렵니다.

―「그대」 전문


김경인(金敬仁) 시인의 문학적 근원은 사랑이다. 사랑의 대상은 ‘그대’로 지칭되는데, 이 ‘그대’는 남녀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으나, 막연한 그리움의 대상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그와 인연 맺어진 사람들에 대한 대유적(代喩的) 대상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작품을 감상할 때, 몇 가지 가정이 가능해진다.

그는 내성적 순수를 간직한 시인이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이는사람이며, 그 이유 역시 다음에 만나서 할 말이 없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사물에 대한 지시어(指示語)에서 의미를 찾는 시인이다. 사랑이라는 말에서 진실을 찾고 있으며, 진실을 찾아내었을 경우에도, 섣불리 말을 하지 않는 신중한 성격임을 시사한다. 그러면서도 사랑의 극점(極點)은 ‘떨림’을 통한 절정(絶頂)을 노래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문학 작품에서는 이와 같이 내면적 신중함을 노래하는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새롭게 채움으로써 대외 활동 역시 훌륭하게 관장할 수 있었을 것같다. 작품 「편리한 O형」에서 그는 <무심하게 모르는 듯/ 최고로 단순하게/ 간편하게/ 최대한 내 중심으로 줄인다/ 그리고/ 여유를 갖는다/ 그게 나라고/ 애교도 쓸데없고 다만 상냥할 뿐>이라고 스스로 합리화(合理化)하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스스로 오만해지려고 한다. 작품에서 「오만한 여자」를 지향하고 노래하지만, <쳐들대로 쳐 올린 목을/ 누가 내려놓을까/ 하늘 위에 걸린 시선/ 어디에서 멈출거나>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신을 철저하게 돌아보는 치밀성을 보인다. 이렇듯 다양한 내면의 그림을 언어로 빚어놓은 그의 작품에서 몇 갈래 성향에 따라 감상하기로 한다.



2. 예술의 향기를 찾아


김경인(金敬仁) 시인은 무용을 전공한 예술인이다. 시를 창작하기 이전, 그는 무용인으로 수준 높은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등단 당시에, 이미 충주무용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지도자였다.

그는 자신의 생을 바칠 만큼 무용에 대한 신념이 특별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지역 행사의 책임을 맡아 무용 지도자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였다. 예술 행사는 물론, 여타의 지역 행사에서도 무용과 연관된 분야를 담당하여 완벽하게 성공시켜 찬탄(讚嘆)을 받기도 하였다. 문화관광부장관상, 충북 도지사상, 충북 교육감상, 한국마칭밴드연맹회장상, 충북 우수예술인상 수상 등이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업적의 바탕에는 무용에 대한 자신만의 투철한 철학과 열정, 그리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예술가의 기질이 작용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무용을 실연(實演)하거나 학생들을 지도할 때에는 세상의 어떠한 어려움도 잊은 채 무아경(無我境)에 빠진다.


휘휘 돌아 감기는

연풍대 춤사위에

나를 잊는다.


조용한 함성에

일어서는 삶의 소리

하나 되는 열정


내면을 반추하는

무언의 몸짓,

하늘 향한 마음자리


심오한 춤 속에서

쏜살 같이

세월이 간다.

―「무아경(無我境)」 전문


연풍대는 기생이 추는 칼춤의 한 가지로, 기생들이 노래를 부를 때 빙빙 돌아다니는 곳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한국무용의 기본 동작 중의 하나로, 돌아앉아 휘감아 손을 뻗는 동작을 지칭한다. <휘휘 돌아 감기는> <춤사위>에서 이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러한 춤사위에 심취한 시인은 순간일망정 몰아(沒我)의 경지(境地)에 이른다.

그 춤사위에서 시인은 <조용한 함성>을 찾아낸다. 그 함성에서 다시 <삶의 소리>를 연상하게 되고, 이는 자신도 모르게 솟아나오는 <열정>으로 승화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춤사위는 <무언의 몸짓>으로 비유되고, 이어 자신이 평생을 바쳐 지향하는 <하늘 향한 마음자리>에 이르게 한다.

그는 예술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고 해석해 낸다. 때로는 실연자(實演者)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지도자로서의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술 전시장을 찾아서 <온통 물감 쏟아 분 듯/ 제 빛과 향이/ 화폭마다 가득하다>고 노래하면서, 무용인으로서의 시각도 보인다. <치맛자락 휘 감기듯/ 붓 깃으로 산수 담고/ 온전한 사랑도 담>고 있다고 노래하는 데에서 확인된다.

예술가로서의 시인은 예술 작품으로 드러난 결과도 소중하게 여기지만, 때로는 창작의 과정에서 충실을 지향하기도 한다.


삶은 하나의

퍼포먼스다


완성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행위,

그 안에 내가 있다

우리도 있다


화폭마다 무대마다

덧칠을 한다

파괴도 한다

새로운 시도로

서로를 엮게 한다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간다

―「퍼포먼스」 전문


그는 삶을 퍼포먼스라고 인식한다. 무용과 퍼포먼스는 결과보다 낱낱의 과정을 더 중시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무용의 동작이나 퍼포먼스의 과정이 갖는 순간성 때문으로 보인다. 지나간 동작의 아름다움은 그 순간에 감상해야 하고, 그 순간을 지난 후에 결과물로 확인할 수 없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 사진과 동영상으로 다시 감상할 수 있지만, 무용과 퍼포먼스의 현장성은 감동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예술 행위는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감동의 극점(極點)에 이르도록 유도하기도 하지만, 다른 예술 분야에서는 잔잔한 감동을 수반하기도 한다. 수묵화를 감상하면서 그는 <세월의 깊이>를 찾아내고, 화선지 가득 담담함에서 <운치>를 찾아내어 예술의 <향내>를 음미하기도 한다. 그는 순간적 움직임을 중시하는 예술에 자신의 생을 바친 사람이지만, 결과물을 중시하는 조형 예술에 대한 사랑 또한 지극하다.

그는 「바람꽃」에서 <야생에 발광하는 매력>과 <온실의 귀품을 함께한 자태>를 노래한다. 그리하여 <알 수 없는 열병>으로 피어나는 꽃을 보며, 예술가의 기질을 다시금 조감(照鑑)하는 것 같다.



3. 자연에서 찾은 삶의 진리


시인의 감성은 자연의 크고 작은 현상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자연 현상 그 자체로 인식하기도 하고, 그 현상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를 궁구(窮究)해 내기도 한다. 아름다운 꽃에서 사랑을 느끼거나, 시드는 꽃에서 상실을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일반적 특성이다. 시인들은 이러한 보편적 성향을 뛰어넘어, 시인 자신만의 정신과 감정을 오버랩 시킨다. 그리하여 얻어진 새로움을 자신만의 언어로 직조하는 것이 바로 문학 작품이다.

김경인(金敬仁) 시인 역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그 자연에 자신의 사상 감정을 이입시키기도 하고, 그 자연 현상에서 삶의 진리를 캐내기도 한다.


안으로만 

품어 둔

가슴 가득한 소망.

촛대 같은 모습으로

하늘만 바라보다

살랑이는 바람에

옷깃 여민다.

수줍어 가만가만 저만치

참다 참다 터지는

계집애 웃음

한바탕

자지러지듯 

흐드러지는

웃음아, 울음아

―「목련」 전문


시인이 바라본 것은 ‘목련꽃’이지만, 목련꽃에 대한 직접적 묘사는 보이지 않는다. 목련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투영(投影)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제목을 적시하지 않는다면 중심 제재(題材)를 찾지 못할 정도로 시인의 주관적 정서에 충실하다.

이 작품을 간단하게 재구성하면 이렇게 될 듯하다. 시인은 목련꽃이 환하게 피어날 것을 기대하면서 <가슴 가득한 소망>을 찾아낸다. 그 간절한 소망에 <옷깃>을 여미는 경건성을 보이는데, 그때 벙글었던 꽃이 피어난다. 그 꽃잎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그는 <참다 터지는 계집애 웃음>을 연상한다. 자지러질 듯한 그 웃음은 연속하여 이어지고, 한참 웃다가 보면 눈물이 나오는 현상에 견주어 본다. 즉 시인은 꽃을 기대하는 마음만이 아니라, 꽃이 졌을 때를 예견하여 <울음>까지 찾아내는 걸출함을 보인다.

그는 사계절을 통해서도 유사한 시상을 전개한다. <살짝 내려놓을 듯/ 겸손하다가/ 시샘하듯 앞질러 피고/ 살짝 뒤로 몸 숨기듯> 수줍음을 보이는 봄날의 아지랑이를 노래하기도 하고, 또한 <하염없이 놓칠 듯 불안하고/ 미로 속/ 깊이>를 모르는 여름의 안개를 확인하기도 한다. <절정은 끝없어/ 발길 잡는/ 억새>에서 가을의 그리움을 노래하기도 하고, 까치발 딛고 오는 <초겨울>의 서정도 보인다.

이러한 작품에서 보이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 사상이다. 즉 자연에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작업이다.


어둠 속에서

침묵을 깨우는

법고의 울림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녹향 묻어나는 산사

휑하니 스쳐간 바람에

마음이 뚫린다.


무심이 동심일까

동심이 무심일까


오르막 내내

시선은 발등을 찍고

들어낼 사 가벼울까

가슴에 담고

산사 가는 길

―「산사 가는 길」 전문


산사에서 울리는 범종, 법고, 범패, 목어 소리는 깨달음과 연결된다. 삼라만상의 깨달음을 기구하는 범종, 두드리면서 깨달아 열반에 오르게 하는 법고, 쉬지 말고 정진하라는 목어, 그리고 돈오돈수(頓悟頓修)에 이르라는 범패에 이르기까지 오성(悟性)의 가르침에 닿아 있다.

시인이 산사를 찾아가는 길에 법고가 울린다. 법고의 울림을 듣고 그의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와 함께 산사의 바람이 세상의 번뇌를 씻어낸다. 그 사이에서 시인은 무심(無心)의 경지를 경험한다. 무심(無心)은 마음을 비운 상태인데, 시인은 마음에 채워져 있는 동심(同心)을 같은 경지로 파악한다. 있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없는 것이기도 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서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시심(詩心)을 노래한다.

이렇듯이 그는 자연에서 새로운 사상과 감정을 환기하고, 나아가 삶의 진리를 찾아낼 줄 아는 시인 중의 시인이라 하겠다.



4. 가족 사랑의 노래를 찾아


자연에서 삶의 이치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자신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작업도 소중한 일이다. 또한 더불어 사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넘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삶의 공동체에서 느끼는 사상 감정은 문학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며, 아름답고 절실하게 노래하는 것이 서정시의 본령이기도 하다.

김경인(金敬仁) 시인도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 익숙한 듯하다. 그리하여 부모와 자녀, 나아가 남편과 이웃들을 향하여 서정의 시각이 확산된다.


너는 누구냐고

발목을 잡는다

자화상을 그리란다.


을씨년스러운 12월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이

문틈 새 바람에 그저 그렇게

흔들림이 서글프다.


거울을 바라보다

또 다른 얼굴에

새삼 놀란다.


그곳에

엄마의 얼굴이 있다

세월도 곁에 있다.

―「자화상」 전문


한해가 저무는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보면서 그는 자신을 돌아본다. 이루어 놓은 성과와 보람도 컸을 터이지만, 이 시기에 이르면 <문틈 새 바람>에 흔들리는 문풍지처럼 외로움과 실망감에 서글퍼지기도 하였으리라. 그래서 거울을 바라보는데, 그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어머니의 얼굴이 오버랩 된다. 결국 그는 세월을 건너 특정 시기의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자화상을 확인한다.

이러한 바탕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려낸다. 「어머니의 품」에서 그는 <당신의 품은/ 고향이며 조국이며 우주>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당신의 품은 언제나/ 내 삶의 산실>임을 고백한다. 「아버지」에서 그는 아버지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으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백발이 되는 노년>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아이 같은 미소 속에/ 노년의 빈 가슴>이 있었음을 눈치 채지 못한 미안함에 젖는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만큼 자녀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다. 「서로 닮은 아들」에서 남편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면서 <서로 닮지 않았다고 해 놓고/ 남편은 큰 아들에게/ 나는 작은 아들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고 말한다. 또한 아들을 군에 입대시키고 나서 쓴 「입영하는 날」에서 그는 <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아무 말도 없었다> <휑한 네 방이 왜 그리 커 보였는지/ 저녁도 굶었다/ 오늘 아빠는 그곳에서 주무신단다.>고 남편과 자신의 지극한 사랑을 실토한다.


같은 곳을

늘 그렇게 바라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 폭은 조절되고

편안함에

기댈 곳이 되어준다


안주하며 휴식하며

다시 충전하는


함께 

그렇게

걸어가는 사람.

―「동반자」 전문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터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동반자를 만나게 되고, 어려운 일을 서로 나누면서 살아간다. 가정에서만 동반자가 필요한 것은 아닐 터이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 ‘같은 일에서 만난 사람’ 등 우리는 여러 동반자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한 가정을 이루어 사는 동반자의 의미가 가장 가까울 것이다.

김경인 시인의 남편은 대학 교수인 관계로,학문에 열중하는 신분인데도 아내를 위해 주부의 일을 돕는 것 같다. 「그 이는 지금 주부 습진 중」에서 <외조의 힘이/ 내 안의 정열을 끌어내주며/ 내게서 빛을 발>하게 한다면서 고마움을 숨기지 않는다. 「메일이 왔다」에서는 <아직도 우린 연애를 한다>면서 <그이의 눈에는 내가 꽉 차 있다>고 행복해 한다.

이처럼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자녀를 극진하게 보살피고, 남편과 훌륭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시를 빚는다.



5. 김경인의 뜰에서 나서기


김경인(金敬仁) 시인의 작품을 몇 분야로 묶어 간략하게 감상하였다.

그는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열정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오늘의문학] 신인작품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후에 우수한 작품을 창작하고 발표하여 시인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다.

그는 무용에 대한 자신만의 투철한 철학과 열정, 그리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예술가의 기질로 작품으로 빚는다. 그는 무용을 하거나 지도할 때에는 세상의 어떠한 상황도 잊고 스스로 무아경(無我境)에 빠질 정도로 예술가의 길에 충실하다.

그의 감성은 자연의 크고 작은 현상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 자연에 자신의 사상 감정을 이입시키기도 하고, 그 자연 현상에서 삶의 진리를 캐내기도 한다.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 익숙하다. 그리하여 부모와 자녀, 나아가 남편과 이웃들에게로 서정의 시각이 확산된다. 더불어 삶의 공동체에서 느끼는 사상 감정은 문학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데, 이를 아름답고 절실하게 노래한다.

이와 같이 정리를 한 후에, 그가 신명을 다하여 부르는 노래 속에 담긴 그리움을 재음미하면서 맺을까 한다.


어느 틈새

비집고

들어왔나 


실눈 틈새

비집고

길이 되었나


한밤을 휘젓고

한낮을 물들이다


곁눈질 그 틈새

홀연히

떠났는가.

―「그리움 1」 전문


그리움은 그 자체로 남았을 때에 절실한 노래가 된다. 그리하여 독자들에게 동질적 그리움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도 모르게 생성된 그리움, 그러다가 흔적없이 사라지는 그리움, 이 같은 그리움은 시간-장소-대상을 초월하여 영원한 가치를 지니게 마련이다. 여러 사물들에서 그리움이 생성되겠지만, 문학 작품 창작에 대한 간절한 소망도 그리움으로 승화된다.

「시작노트」에서 그는 자유를 외치면서도 자신이 만든 틀에 구속당한다고 한다. 절창의 노래를 빚기 위해 <밤샘하던 시간들> <꽃망울 터뜨리는 작은 함성> <보이지 않는 떨림>등을 지향하며 시를 쓰는 사랑에 빠지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짐 역시 작품 창작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에 바탕을 둔다.

세월과 함께 희미해지는 그리움이 아니라, 세월을 거슬러 왕성해지는 김경인 시인의 그리움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그가 빚어낼 절창을 기다린다. 이런 기다림으로 그의 작품 감상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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