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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에 입문하고 약 1년정도 지나서 한참 왈바생활을 할 시절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후기로 다운받아놓았던 것인데 올려봅니다. 생생한 현장감과 감성이 결집된 한편의 소설과도 같은 주옥같은 글의 주인공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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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3일 (화)
청명한 날씨.....
눈부신 가을 햇살이 마당 감나무 잎새 위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약 8분 20초전, 1억 5천만 km의 거리에서 출발한 너는, 이 지구로 이렇게 날아
와서는, 지금 내 발밑에서 깨지고 바스라져, 소리도 없이 산화(散華) 하고 있구나.... 나는 아직 스스로를 불사르지 못했는데, 너는 이리도 나를 아득하게 하는구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아득한 빛이 머리속으로 하얗게 밀려 들어온다.....
이제, 다시금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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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0일 (토) : 대회 하루전...
어제 확인해둔 기상청 주간 날씨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맑고, 그리고 또 높은
가을하늘이다. 선선한 바람, 적당한 습도 그리고 눈을 아리는 햇살.....
요 몇 일간 한반도가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는 예보는 정확했다...
내일은 드디어 몇 달을 기다리던 강촌 챌린지 대회 출전의 날이다.
오전중 마지막으로 한양 엠티비에 가서 정비를 받았다.
타이어는 speciallized team control 2.0(front)/skinny jimmy1.9(rear) 로 세팅을 했다.
이것은 긴 임도 다운힐 구간에서 최대한 코너링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힐클라이밍과
초반 도로 구간에서의 스피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셋팅이었다. 타이어 압력은
50 psi 로 맞추었다. 업힐에서 접지력의 상실을 고려하여 더는 넣지 않았다.
휠 트루밍, 브레이크 간격 조정,
헤드셋 및 핸들부분을 다시 조이고, 체인 및 주요부분 윤활로 마무리를 한다.
길가에 나의 애마를 세위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하얀색 rock shox juke SL 과 2001년도
모델 scott expert racing 의 파란색/하얀색 투톤 칼라가 어우러진 모습....
' 이놈아, 제발 내일 시합에서는 말썽부리지 말고, 끝까지 무사히 달려주라. 알았지?'
맘속으로 웅얼거린다. 이제 자전거 셋팅은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몸상태 조절이 쉽지 않았다. 긴 추석연휴동안, 꾸준히 해오던 운동을 하지
못한 관계로 체중이 70kg 에서 71.5kg 까지 상승하였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 대회가 바로
코앞인 7일 앞으로 다가와 버렸다... 지난 10 개월간 나름대로 꾸준히 준비 했는데, 막판
실수였다. 운동 강도를 높일수도 없다. 시합 3일전 부터 근육에 젖산이 쌓이는 것을
막고, 나름대로 글리코겐 축적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점이 맘에 걸린다....
또, 오늘 저녁에는 친구 결혼이다. 오랜만에 모이는데, 맥주한잔 사양하기란 생각보다
항상 쉽지 않았다..... 잠실쪽으로 결혼 피로연을 가는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8시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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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1일 (일) : 대회 당일...
* 05:00. 시계가 울린다.
일어나자 마자, 우선 여친에게 전화를 한다... 오빠 출전하는거 응원하고, 사진도 찍어야
한다고.... 고맙고, 또한 부담스럽다.... 이 오빠가 자전거 굉장히 잘타는 줄 알텐데....
오늘 다 뽀록나게 생겼다 ㅋㅋㅋㅋ.
* 06:00
여친을 태우고, 북부 간선도로를 따라 경춘가도로 접어 들었다...시원스런 차량의 흐름 속
에서 가끔씩 캐리어에 자전거를 올린 차들이 지나간다.... 쌍동이 해장국 집에서 우리
엠엔엠 식구들과 조우 했다.. 말발굽님, 고나비님, 김영제님, 쏘가리님 등등.... 사뭇 웃음
속에서도 평소 투어와는 다른 긴장된 분위기가 흐른다....
* 08:00
강촌에 도착했다. 창촌 중헉교 운동장엔 수많은 클럽 부스가 세워져 있다. 속속 캐리어를
단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활기가 넘친다.... 참가 인원만 1000 이 넘는단다...
강촌으로 오면서, 오늘의 대회를 천천히 image training 해 보았다.
일단 총 47 km 구간을 6개의 check point 로 분할 하였다.
# Check Point 1. 도치골 입구(산악구간 시작점) 약 10 km 지점 /통과예정시간 19:00
# Check Point 2. 소나무 정상 약 15 km 지점 /통과예정시간 53:00
# Check Ponit 3. 삼거리 갈림길(한치령이전) 약 22.5 km 지점/통과예정시간 1:10:00
# Check Point 4. 한치령 정상 약 25 km 지점 /통과예정시간 1:20:00
# Check Point 5. 가정리 약 27 km 지점 /통과예정시간 1:30:00
# Check point 6. 봉화산 정상 약 35 km 지점 /통과예정시간 2:05:00
Finsih 2:16:00
전 구간을 6개로 분할하여 계산해보니 왠지 자신감도 들고, 막연하게 느껴졌던 코스가 이제
손안에 잡힐듯 하다... 이제껏 강촌코스를 10 번 정도 타 보았는데, 정확히 시간을
계산해서 레이싱 모드로 달려본 적은 없었다. 물론 대회 참가도 이번이 처음이었고....
위 수치는 이제껏 다니면서 눈대중으로 잰 시간을 좀 체계화 한 것이라,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 09:00
이제 정말 많은 분들이 도착하신다. 국내 최대의 산악자전거 대회 답다. 나도 모르게 조금
흥분이 된다. 99년 축령산 대회 이후 처음 출전하는 대회이니까....
어느덧, 번호표를 교부하기 시작한다... 548번 시니어 2급. 내 번호다..
살펴보니 우리 엠엔엠에서 시니어 2급으로 출전하는 분이 4명이다. 쏘가리님(김성근)이
546번, 채태순 님(아이디가 쑤니
?)이 545번, 한범수 님(아이디가 ?)이 547번... 그리고 나...
그사이 어느덧 선수정렬 시간이 되었다. 정말 시합이 시작되는 것이다.
* 10:00
드디어 start line 에 각 급 선수들이 정렬한다. 먼저 상급자/중급자 들의 전원출발.....
역시 내공이 높은 초고절정 고수들인 만큼 앞자리를 다투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출발 1분전. 30초전, 10초전 ... 그리고 출발....
선두는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바로전부터 슬금슬금 조금씩 앞으로 나오더니, 출발신호에
탄력을 붙여 질주하기 시작이다. 뒤이에 중급자들이 뒤에 바로 붙어 튀어나간다. 언듯보니
이태등님이 보인다... 비장미가 입가에 흐르는듯, 하더니 금새 운동장을 빠져나간다...
10분후 초급자 베테랑 1 출발, 그리고 또 10 분후, 초급자 베테랑 2 출발....
이제 내 차례다....
스타트라인 앞쪽을 선점하기 위해 초급자 베테랑 2가 출발하기 전부터 그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법진님이 얼마전 올려주신 레이싱 지침을 머리에 떠올린다. "초반 혼잡구간에서
무조건 치고 나간다. 그리고, 앞에 4-5명을 두고 선두 그룹에서 도로구간을 달리다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사람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체력손실을 줄이며, 도로 구간을 몸풀듯
통과하라"
이 지침을 따라 스타트 라인 선점에 성공했다, 인코너에서 아웃코너 쪽으로 2번째였다.
10분의 시간이 너무 길다. 작렬하는 태양.... 앞선 출발을 기다리며 한참을 서있었던 탓에
좀 다리가 뻐근한 느낌이며, 목도 조금 마르다... 발밑에 누가 버리고간 생수통이 걸린다
재빨리 뚜껑을 열여 한모금 넘기고, 다리 근육도 자세를 바꿔가며 최대한 풀어준다.
그러고 보니 기어위치 셋팅이 되어 있지 않다. 재빨리 2-8 의 기어비로 바꾼다.
10분이 시간이 이리 길게 느껴지다니.... 마치 30 분 같다...
" 자 ! 출발 1분전"
권영학 경기진행 위원의 말에 새삼 정신이 번쩍든다..
출발 30초전. 10초전. "출발"
힘차게 페달을 누르며, 안장에 엉덩이를 올린다. 첫번째, 트랙 코너를 지나 창촌중학교
정문으로 나선다. 가이드 라인 바깥쪽에 줄지어선 수많은 갤러리들,,, 누군가 파이팅!!!
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언듯 눈에 익은 엠엔엠 식구들이며, 스친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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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구간 (창촌중학교 - 도치골 입구): 약 10km, 예상 통과시간 0:19:00
정문을 나서자 마자 기어를 2-9 로 내렸다. 3-4명이 페달을 찍어누르며, 무서운 속도로
나서기 시작한다. 초반 도로 구간 기어비는 2-9 셋팅하고 회전력으로 따라 잡으리라 마음
먹었기에 standing/hammering 은 하지 않는다.. 잠시 급커브를 지나 강변도로로 내려
선다. 이번 초급 시니어 1,2 의 출전자 수는 약 200 명이다. 이중에 초반 도로구간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하는 수는 아마 30 명 내외일 것이다. 일단 제 1구간의 목표는 이 선두 그룹에서 낙오되지 않는 것이었다. 강변도로로 내려서 철도 굴다리를 지나 본격적인 직선 도로 구간 시작이다. 힘좋은 몇명이 앞으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튀어나가더니, 어느덧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그 뒤로 3명 정도가 서로를 견제하며 앞바람 막이가 되지 않으려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나는 그 뒤에 바짝 따라 붙었다. 앞 선수는 힐끗 뒤를 확인하더니 꼬리를
내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살짝 앞브레키를 잡는지, 급격하고도 미세한 감속 및 좌우로
살짝 살짝 움직이면서, 바짝 따라 붙는 것을 견제한다. 순간 나의 앞바퀴가 앞선 선수
뒷바퀴와 미세하게 마찰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찔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뒷 사람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조향력을 잃고 전복될 확율이 크기 때문이다. 어느덧, 스타트
위치가 불리했던, 하지만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 선두그룹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약 20명
가량의 선수가 한 뭉텅이가 되어 달리고, 서로 꼬리를 잡히지 않으려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속도계를 언듯언듯 보니 시속 40 km 를 전후로 유지되고 있다. 한동안 선두에서 물색모르고 달리던 선수가 힘이 빠지는지 시속 38 km 정도로 내려 안기 시작이다. 앞선수
힘이 빠지는것을 눈치챈 선수들이 서로 눈치만 보는 양상이다. 섣부르게 선두로 나섰다간
자칫 후미 선수들의 바람 막이 노릇만 할수있기 때문이다. 이럴때는 기다려야 한다...
잠시 38km 정도의 다소 느슨한 흐름이 이어지더니, 한 선수가 앞으로 뛰어나가자, 기다렸
다는듯, 4-5명의 선수가 그 뒤를 급하게 쫏는다. 나도 그 뒤에 바짝 붙었다. 언듯 뒤를 보니
처음 선두를 잡았던 선수는 조금씩 처지는 것 같았다... 새삼 법진님의 레이싱 지침이
떠오른다.. 다시, 속력이 올라간다 강촌 CC 지나기 전 직선 주로 에서 시속 42km유지된다
이때 갑자기 우측 강변 전방 45 도 각도에서 맞바람에 들이친다. 순간 선두그룹은 서로
바람을 덜 받기 위해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앞에 공사구간이 보인다, 갑자기 길이 좁아
진다. 옆 선수와의 거리가 아찔하다, 선두 대오는 마치 부챗살이 오므렸다 퍼지듯 병목구간
을 통과한다. 잠깐, 대오가 어수선해졌다가, 다시 정리가 된다. 이제부터 경강역 까지는
약한 내리막이다. 속도계는 시속 42-3 km를 오르내린다. 이 속도는 지난번 2kmun 님과
이태등님과의 투르드 퇴촌에서 덕소-팔당 구간시 경험했던 속도이다..
이제 저 멀리 경강역이 보인다. 이윽고, 도치골 입구 아스팔트길에 진입한다. 나지막한
경사가 지속된다. 옆을 보니 와우님이 길에서 응원해 주신다. 힘이 쏟는다.
이 도치골 입구 까지의 아스팔트 구간은 선두그룹의 1차 분열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제껏 강변도로 구간에서 오버페이스를 한 선수는 여기에서 1차로 뒤로 처지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무리하게 선두를 고집한다면, 첫번째 업힐에서 페이스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5-6 명의 선수를 앞으로 보내고, 숨을 가다듬는다. 마을 통과
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박수를 받는다. 앞에는 10여명의 선수가 30 미터 안에 있다.
도치골 입구 비포장 구간의 시작점이 보인다. 언듯 속도계를 본다. 19분 20초 정도의
페이스다. 예상 통과 시간을 약 30초 초과 한것 같다.... 초조해 진다...
# 제 2 구간 (도치골 입구 - 소나무정상): 약 15km 지점, 예상 통과시간 0:53:00
이 구간은 첫 번째 업힐 이며, 강변도로를 숨차게 달려온 선두그룹이 본격적으로 1차 분열을 시작하는 곳이다. 만약 입상을 바라본다면, 최소 50분 안에는 통과해야 하는 코스이다.
이전의 경험에서 미루어보면, 이곳에서 최선두의 페이스에 말리면 나머지 구간을 망칠 수
있다. 속도를 조금 더 내렸다. 4-5 명의 선수가 앞을 치고 나간다. 보내준다. 도로구간에서
그리 오버페이스 하지 않았는데, 이상스레 좀 지친 느낌이다. 역시 인터벌 훈련을 등한시한
결과이다. 기어를 2-9로 내리고, 독가촌 마지막 가옥 바로앞 돌길을 올라선다. 앞에 물
웅덩이가 몇 개 보이고, 드디어 첫번째 임도 헤어핀 구간이 보인다. 벌써 선두는 약 100미터
첫댓글 일단 댓글부터,,,,,올해 강촌 대회가 엄청 기대 됩니다,,,ㅋㅋ
목표가 있다는게 중요하죠~....삶의 자극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