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진화의 첫 단계, 욕실의 면적이 좀더 넓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 홈 네트워크와 같은 첨단 기술이 도입된다. 향후 5~6년 내에 우리 집에서도 일어날 변화이다. 우리가 바라고 꿈꾸던 욕실이 지금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스페인 디자이너 제이미 헤이온Jamie Hayon이 디자인한 욕실
2008년, 욕실을 디자인해야 할 시점이 왔다
분주했던 하루를 마감하며 욕조에 몸을 기대고 앉는다. 밀려오는 행복감은 욕실이 아니고서는 맛보기 힘들다. 책을 보거나 와인을 한잔 하거나, TV를 보기도 할 것이다. 바로 욕조 안에서. 새벽녘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한기를 달래기 위해 샤워기의 물을 틀고 그 아래 선다. 따뜻한 물이 비처럼 내려 온몸에 스며든다. 오히려 그 따뜻한 물의 감촉이 잠을 깨운다. 10분이고 20분이고 그냥 그대로 서 있고 싶은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으리라.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욕조에 비누거품 풀고 들어가 장난도 치며 한바탕 목욕 소동을 일으킨다.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것만큼 훌륭한 교감은 없다 하지 않았는가. 욕실이 아니고서야 어디 알몸으로 그렇게 아이와 부모가 몸을 맞댄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욕실이 그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공간이라 생각했다면 스스로의 일과를 한번 돌아보라. 하루를 시작하는 곳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곳도 욕실임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욕실은 이렇듯 우리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방’이다. 침실과 주방처럼 하루를 이어주는 소중한 공간임에도 지금까지 욕실은 외면당해왔다. 하지만 요즈음 타운하우스, 전원주택, 주상복합아파트처럼 획일성에서 탈피한 주거 공간은 욕실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주거 양식인 아파트에서는 발코니 확장이 허용되면서 확보된 여유 공간을 욕실로 돌리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래미안 주택사업본부 크리에이티브팀 추두원 선임은 “기존의 욕실이 생리적 욕구 해결의 기능이었다면, 지금은 보다 넓고 여유 있는 공간에서 지친 일상의 재충전과 여가를 즐기는 기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래미안 동천에서는 발코니를 확장시켜 욕실을 확장할 수 있게 평면을 계획한 ‘릴랙스 욕실’ 평면을 개발했다”고 한다. 보통 아파트 욕실의 최소 면적은 3.15㎡(1.5×2.1m) 정도. 래미안 동천은 욕실 확장형의 경우, 욕실 면적이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한다는 결론이다. 기본형도 욕실 면적이 109㎡(33평형)는 3.8㎡, 142㎡(43평형)는 4.2㎡이며, 2006년과 비교했을 때 10%가량 증가했다. 한편 푸르지오에서는 욕실을 중심으로 동선을 재구성하며 욕실의 위상을 재정비했다. 대한민국 대표 주거 양식인 아파트에 적합한 건식 욕실을 구축하는 그들 나름의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건식 욕실의 도입기를 걷고 있다.
영화에서 보듯이 욕실에 마루를 깔고 욕조를 놓아 마치 방에서 목욕을 하듯 만들어놓은 공간. 건식 욕실은 디자인에 많은 여지를 남겨준다. 욕실 시설도 마치 가구처럼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게 제안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더불어 습식 욕실에 비해 세균 및 채광, 환기 조건이 대폭 개선되기에 훨씬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08년 한국 욕실 시장에 바야흐로 전성기가 도래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동서산업, 대림통상, 로얄토토, 새턴바스등 국내 주요 욕실 업체들이 욕실 토털 컨설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아메리칸 스탠다드와 같은 해외 브랜드들은 국내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욕실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지난 2월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한국을 찾았다. 새턴바스와 함께 디자인한 욕조 및 수전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젠 욕실에도 디자이너의 이름이 더해지고, 또 욕실 전문 디자이너가 있는 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카림 라시드의 등장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5년 후, 10년 후에 당신의 욕실은 더욱 놀라운 세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바로 지금부터다!
(오른쪽) 래미안 동천의 발코니 확장에 따른 확장형 욕실 도면
카림 라시드와 새턴바스가 함께 디자인한 욕실 시리즈로 카림 라시드의 상징이기도 한 핫 핑크와 옐로 그린 등의 컬러로 제안한 욕조, 세면대 그리고 수전 시리즈, 흰색의 수납장과 욕조, 세면대도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이동식 욕조와 보디 샤워
푸르지오가 사회문화적 트렌드에 감성적 개념을 부여한 미래 주택의 욕실. 주방에서부터 거실, 침실을 거친 동선은 욕실이란 독립된 공간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파우더 존에서 시작된 욕실은 가장 안쪽의 욕조까지 닿는다. 욕조에 앉았을 때의 시선 높이에 맞춰 창을 냈다. 바닥에 펼쳐진 타월은 미소니홈, 노란 테이블 위의 소품들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1 욕실은 패밀리 룸이다_나와 가족의 생활 무대
소용돌이처럼 원형으로 돌아 들어가면, 가장 안쪽에는 욕조와 변기가 있고 밖으로 나오면서 세면기와 파우더 존이 있다. 대우건설 ‘푸르지오’가 지향하는 바를 엿볼 수 있는 푸르지오 밸리에서 거실과 침실 사이에 또 하나의 패밀리 룸처럼 제안한 욕실을 만날 수 있다.
욕실이 거실처럼, 집 안 중심에서 독립된 영역을 형성할 것이라는 근미래적 시나리오다. 욕실은 이제 더 이상 자투리 공간이 아니다. 명백한 기능이 있는, 그 어떤 방보다도 쾌적하고 안락하게 ‘디자인해야’ 하는 방이다. 그래서 아파트 브랜드들은 2008년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욕실 디자인을 강조하고 나섰다. 집 안에서 욕실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말하기 위해서다.
(왼쪽) 스트라이프 패턴 매트와 파이프를 이용해 만든 수건걸이 위의 스트라이프 패턴 타월은 한 세트로 트랜드퀘스트 렉슈어에서 판매. 욕조 옆의 빨간 테이블은 아릭 레비가 디자인한 ‘와이어’로 신동가구에서 판매, 테이블 앞의 흰 토끼 조형물은 가가갤러리에서 판매, 보라색 오리 캔들과 주황색*자주색 고무 오리 인형은 베리진 제품. 욕조에 걸친 무지개색 타월은 미소니홈의 히람 타월로 K&P 데코에서 판매.(여기에 사용된 소품들은 푸르지오 밸리의 실제 디스플레이와는 무관하다.)
Bathroom idea 1.
욕실을 중심으로 동선을 재배치하는 푸르지오의 ‘Through the Bath’ 푸르지오에서 전개하고 있는 ‘스루 더 배스’ 콘셉트는 발코니-욕실-부부침실-부속 공간(드레스룸*서재 등)의 순서로 공간을 일직선상에 배치하는 것이다. 자연 채광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발코니를 욕실과 연계된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며 발코니 창을 통해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와 햇빛으로 살균, 환기, 습도 조절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효과는 욕실 바닥이 타일로 되어 물을 뿌려가며 사용했던 습식 욕실에서 서양의 욕실처럼 바닥에 물이 닿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건식 욕실로 옮겨 갈 때, 지금 한국 실정에 적합한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발코니에서 욕실로 유입된 햇빛은 욕실을 거치면서 은은한 빛이 되어 다시 침실로 들어간다. 간접 채광으로 침실은 좀 더 아늑한 공간이 된다. 여기서 동선은 드레스룸이나 서재, 기타 수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속실로 이어진다. 스루 더 배스 콘셉트로 만든 욕실은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욕실이 휴식 공간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거 아파트의 욕실이 사면이 벽으로 막힌 공간이었던 것과는 분명 다른 개념의 욕실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