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판정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2003' 시즌)
지난해까지 잦았던 판정 시비가 올해는 잠잠해져 다행이다.
올 시즌 초 한달 동안 홈런 여부, 투톤글러브 사용금지, 경기종료와 번복 소동, 절대 어필할 수 없는
태그아웃 _ 세이프 및 스트라이크 _ 볼 항의, 친분이 있는 선수단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심판들에 대한 불신 등 갖가지 충돌이 쏟아져 나왔다.
이로 인해 리그 소속팀들은 처음에는 으레 일어나는 야구장 해프닝쯤으로 여겨 재미있게
지켜봤으나 나중에는 불신감이 팽배하면서 짜증을 내고 염증을 갖게 됐으며 정치판을
닮아가는 게 아닌가 여길 정도가 됐다.
모 팀 감독은 “말썽이 많으니 차라리 참가팀 중에서 자체심판을 육성해 직접 해결하자.”는
주장도 폈다.
심판협회는 이에 대해 “그들보다 우리들이 낫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고 자극제가 될 수
있으니 환영한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자체심판을 육성한다면 심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매게임 4심제로 진행할 수도 있어 자체
심판을 육성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올 만하나 감히 전문심판과 비교할 수 없으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을 성격이라 검토해 볼 필요도 없었다.
또 어느 야구인은 “말썽이 났을 때 명쾌하게 가려내는 방안의 하나로 비디오카메라를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경기 상황을 촬영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캠코더로
확인한 후 정확히 판정하자는 것이다.
이 제의에 대해 필자는 반대했다.
오랜 시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할 만큼 전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도 드물고 다른
이유로도 실행 불가능한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계를 빌려 판정을 내린다는
자체가 마뜩지 않아서다.
또한 필름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지연되고 경기 흐름에 맥이 끊겨 흥미가 감소될 뿐아니라
심판에 대한 신뢰감이 사라져 분위기가 삭막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뛰는 마당은 사람이 나서서 옳고 그름을 결정해야 하며 그래야 보는 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심판도 사람이어서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한번 내려진 판정에 대해서
번복할 수는 없다.
반대쪽의 어필을 다시 감수해야 하는 등 더 큰 혼란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필은 적당한 것이 좋고 그래야만 경기의 흐름도 끊기지 않는다.
선수단은 “일년 농사를 판정 하나 때문에 망친다”며 항의하기보다는 일단 승복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심판들도 한두 번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실수를
만회한다고 보상해 주는 선심성 판정은 “한 번 거짓말이 열 가지 거짓말을
낳는다”는 말처럼 절대 금물이다.
집중력을 갖고 소신있게, 명랑하게 이끌 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적어도 우리 사회인야구 심판들은 어느 분야보다 깨끗하다. 경험과 노력이
조금 부족할 뿐이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