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해서 얼마나 기쁜지는 생략하고^^) 영국에서 7년을 넘게 산 해외파이고 학원은 13개월을 다녔습니다. 김수연 선생님 수업을 왕기초반부터 수강했습니다. 왕기초반을 3개월, 기초반을 3개월 수강한 후 4월부터 실전반에서 공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전반에 가는 것이 실력을 쌓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착각인 듯 싶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실전반에 올라가는 경우 오히려 제자리걸음만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역대학원 준비는 우리나라에서 웬만큼 영어를 한다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찔러(?)보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해외에서 살았다거나 영어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실전반에서 시작하려고 한다면, 물론 예외가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다듬지 못한 채 실전 준비를 하게 되고 이러한 경우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처음부터 배운다는 자세로 왕기초반부터 수강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다른 반들은 이미 기본 지식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발표 위주로 가지만 왕기초반 같은 경우에는 문법과 표현부터 자세하게 다뤄지므로 특히 유창한 듯 보이지만 기본 실력이 없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꼭 거쳐야 할 과정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의 경우, 단지 영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화, 시사 등 배경지식을 함께 배우게 되기 때문에 더욱 도움이 되었습니다.
독해와 듣기는 같이 갑니다. “난 독해는 잘 하는데 귀가 안 뚫려서 듣기가 안돼 혹은 듣기는 잘 되는데 독해가 안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독해라 함은 오래 여러 번 읽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한번 읽고 나서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모든 시사지들을 다 섭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하나만 골라서 꾸준히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 읽으면 더 좋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기사를 몇 개밖에 소화 할 수 없었습니다. 학원에서 숙제로 주는 독해자료가 3개에서 6개 정도 되었고 일주일에 한번 독해자료를 갖고 시간을 재면서 사이트를 하거나 읽고 요약하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숙제를 할 때 처음에는 사전 없이 한 번만 쭉 읽고 혼자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그 이후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면서 꼼꼼히 정독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신 게 있는데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적은 양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Economist 기사를 외우는 사람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독해를 꾸준히 하면 듣기는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내가 아는 국내파인 한 사람은 듣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Economist지만 죽어라 파고들었는데 저보다 듣기 능력이 더 뛰어났습니다. 그렇다면 듣기를 꾸준히 하면 독해를 잘하겠네? 라는 질문이 성립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은 게으른 쪽이 아닐까 합니다. 듣기야말로 가장 수동적인 영어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직접 땀을 흘려서 얻은 것만이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므로 독해를 통해서 듣기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힘들어도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길은 결국 먼 길임을 항상 염두에 두었습니다.
쓰기와 말하기 역시 같이 갑니다. 저는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를 쓰거나 말하는 데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수월하게 준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저의 장점은 intuition이 있다는 것이겠지만 문법이 틀릴 경우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잘 고칠 수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듣다 보니 문법도 많이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자신의 실수를 잘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없을 경우 발표를 하지 않거나 작문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나는 모자라는 것 투성이고 나보다 잘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므로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발표를 피하게 된다면 통역 일이 절대 적성에 맞을 리 없다는 생각으로 발표를 하고 실수를 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독해를 정독하게 되면 자연히 쓰기가 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저도 완전한 분석은 하지 못했습니다. 게으르고 문법을 너무 많이 모르기 때문에 분석이 되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분석을 하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파가 해외파처럼 영어를 많이 접하고 살지 않은 이상 분석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분석 대신 수업 자료의 PBS 내용을 요약해서 외웠습니다. 물론 두 달 정도 하고 그만뒀지만 두 달이면 24개 정도의 자료가 생기는 셈입니다. 요약하면서 표현도 사용하고 내용도 정리하고 또한 그 요약한 것을 외움으로 인해 표현도 자기 것이 됩니다. 선생님은 PBS를 외우라고 하셨고 많은 사람들은 단지 기존 자료를 짜 맞추기 식으로 외웠지만 나는 내가 이해한대로 paraphrase를 해서 외웠다. 이렇게 두 달을 한 후 확실히 내 영어 쓰기는 늘었다.
CNN 외우기는 사실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쓰기가 늘면 당연히 말하기도 늘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대신 번역 숙제를 꼬박꼬박 했다.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숙제를 단지 빈칸만 채우고 그친 데 비해 나는 꼭 한국말을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국어 표현과 영어 표현을 상황에 따라 비교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게 작문입니다. 일주일에 세 번 제출하는 숙제 외에 시험 한 달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번은 배아 복제라든지 고교등급제라든지 최근 이슈가 되었던 사설을 선택해서 3시간에서 4시간을 투자해서 영작을 했습니다. 이 작업을 하게 되면 시사용어를 국어와 영어 두 언어로 빠삭하게 알게 됩니다. 이 때 ꡐ이진영의 동시통역 기초사전’을 참고해서 정확한 용어 사용에 신경 쓰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시험 한 달 전부터 했지만 이 작업을 일년을 꾸준히 하게 된다면 작문 실력이 많이 향상될 것입니다. 나는 해외파기 때문에 용어를 모르지 않는 이상 말하기는 비교적 수월하게 나오는 편이었지만 국내파들은 좋은 표현들로 짧은 문장들을 만들거나 스토리를 만든 후 그것을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아까 언급한 PBS 외우기와 비슷한 방법)
스터디는 3개를 했습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일주일에 한 번 하던 독해 스터디. 이 스터디는 3명이서 각각 자료를 두개를 완전히 소화해서 준비합니다. 첫 자료는 한 사람이 사이트를 하고 나머지 두 사람이 크리틱 하고 다음 자료는 나머지 두 사람이 읽고 나서 사이트를 하지 않은 사람이 요약을 하면 나머지 두 사람이 크리틱을 합니다. 자신이 준비한 자료 두 개, 상대방이 가져온 자료가 네 개이므로 결국 6개를 단시간에 소화하게 됩니다. 이 스터디가 가장 힘든 분야였습니다. 문장 구역(Sight Translation)이 이해한대로 표현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요약도 항상 엉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스터디를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3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하고 나면 많이 지치지만 그만큼 얻는 것이 많은 스터디였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스터디는 선생님이 주신 연설문 자료를 가지고 ‘영→한’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이해만 하려고 노력했고 나의 메모리 스팬을 탓하기만 했으나 연습량이 많아지면서 결국 연결 고리를 찾아서 억지로 기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물론 지금도 형편없긴 하지만 조금 나아졌구요. ㅡ.,ㅡ;;;) 이 스터디는 45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렸고 일주일에 세 번 했습니다. 마지막 스터디는 ‘한→한’과 ‘한→영’입니다. ‘한→한’은 메모리 스팬 늘리기 연습과 국어 표현을 다듬는데 좋았고 한영은 단지 연습 차원이었습니다. 이 스터디는 30분에서 45분 정도 걸렸고 일주일에 세 번 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스터디 파트너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었는데 여러 사람과 스터디를 한 것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부족함이 없어 보여도 모자람은 있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장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 때문에 한 사람하고만 하지 말고 거리감을 두고 다양한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스터디 파트너들이 모두 너무 좋았지만 그건 내가 그들을 스터디 파트너 이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터디를 할 때는 친구가 아닌 단지 파트너일 뿐이다. 만약 파트너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을 때 가장 좋은 파트너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결국 혼자 하는 것이니 너무 의지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친구와 파트너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일차시험 이후에는 영한과 한영을 평균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했고, 일차 시험 합격 발표 이후 이차 구술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6시간 했습니다. 이런 무리한 스터디는 막판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언을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래 공부를 못 합니다. 마냥 붙들고 있는 것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하고 놀 때는 영어 소설을 읽거나 케이블에서 영화나 soap를 봤고 자막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TV보다는 소설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책값이 조금 나가죠. ᄏᄏ)
영어를 빨리 잘 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통대에 들어갔다고 더 성공하는 것도 아니구요. 오히려 차근차근 기초를 잘 닦은 후 확실한 실력을 갖춘 후 통대에 들어가는 게 더 빠른 길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는 많은 부족함을 안고 들어가지만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꾸준히 노력해서 더 갖춰진 실력으로 입학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통대를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께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