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부 중 마지막) 2부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한편으로는 수긍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에 답답함을 느끼실 것이다. ‘그러면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적게 버는 사람은 평생 열악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한 번 좋은 곳에 입성한 사람은 계속 자산증가의 혜택을 본다는 말인가.’
여기에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의 한계가 있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부족한 세수를 더 확보하고 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래엔 지금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고자 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희망에는 절대 부응을 못한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20%의 주거환경이 좋은 곳’에 살지 못하는 80%의 대다수 국민에게 질시와 증오심을 키워준다고 그 분들의 삶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더구나 20%의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고 해서 80%의 나머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낼 만큼 우리 국민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주거환경이 좋다는 곳인 20%의 주택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언제나 80%의 국민은 주거의 질에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택정책의 목표를 ‘국민에게 더 좋은 주거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방향이 바꾸어진다면 나머지는 아주 쉽다.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한계
다시 섬나라로 돌아가 보자. 좋은 집 20% : 보통 집 60% : 열악한 집 20%의 구도가 계속되면 유동성 증감에 따라 집값의 오르내림은 있을지언정 그 근간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 좋은 집 40% : 보통 집 60%의 구도로 바꾼다고 생각해 보자. 풍경이 좋은 바닷가의 집을 단층이 아니라 2층으로 신축한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다.
결국은 ‘공급의 확대’ 없이는 현재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도 주택 보급률은 100%에 달했고, 지방에 가면 미분양된 아파트들이 수두룩한데 무슨 소리냐’고 정부 당국자들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대동강변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오지탄광 옆에 있는 아파트로 가라고 하면 가겠는가. 바닷가 풍광이 좋은 곳에 살고 싶은 사람에게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었으니 아무데서나 살면 되지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냐고 하면 그 말에 수긍할 사람이 있겠는가. 더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조차 바닷가 풍광이 좋은 곳에서 ‘실수요(?)’로 살면서 말이다.
입지가 좋은 곳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고서는 지금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 수 없다. 그러므로 규제로 점철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바닥에서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재건축 규제를 풀면 지금의 소유주들에게 막대한 개발 이익이 돌아간다고 우려를 많이 한다. 그러면 개발이익 환수제는 괜히 만들었는가. 백 번 양보해서 재건축 소유주에게 일부 이익이 돌아간다고 해도 사회로 환원되는 이익 부분이 많으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강남 등의 지역에 이미 10만 가구 공급계획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그러면 공급 과잉이 된다는 걱정도 한다. 그러나 공급 과잉이 되면 시장의 원리로 집값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양극화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책 제안은
필자가 제안하는 주택정책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대책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고 수요가 적은 곳에는 공급을 줄이자는 것이다.
현 정권의 주택정책 중 시장을 왜곡시키는 두 가지가 있다. 재건축 규제와 양도세 강화다. 재건축 규제 강화는 수요가 많은 지역의 공급을 원천적으로 막게 되어 그 지역 기존 아파트들의 희소성만 더 보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강화된 양도세는 매물을 나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매물은 없고 매수세만 있는 기세 상한가 현상이 가끔씩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일부 주상복합과 신규 아파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버블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 정권에 있다. 우리나라 주거문화에 비추어볼 때 주상복합이 과연 바람직한 주거형태인가는 논란이 많다. 물론 뛰어난 보안성 등 나름대로의 장점도 많지만 현재 주상복합의 시세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신규 아파트의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 요지에 있는 새로운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시켜 줄 유일한 대안이 현재로서는 주상복합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는 용적률을 적게 허용하는 것이 무슨 투기방지 대책으로 아는 것 같다. 그 지역에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다면 그 지역의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므로 소형의무 비율, 임대주택 건설 등 자잘한 규제 사항을 모두 풀고 용적률도 주위 인프라가 허용하는 대로 최대로 높게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발이익 환수제는 강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소유주는 새집이 생겨서 좋고, 정부는 개발이익 환수에 따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다. 소유주들이 욕심이 많아서 정부에 협조하지 않는 단지는 용적률을 적게 하고, 개발이익 환수에 적극적인 단지는 용적률을 많이 주면 된다.
현재 입법화되어 있는 개발이익 환수제는 과거의 이익을 소유주로부터 거두어 드린다는 측면에서 위헌의 논란도 있다. 그러나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늘리게 되면 과거의 이익이 아니라, 용적률 확대에 따라 얻어지는 미래의 이익을 어떻게 나누는가의 문제가 되므로 위헌의 소지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강남 등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니까 집값이 급속도로 안정이 되면서 중산층이 대거 진입하게 된다. 이 말은 분당, 용인 등에서 하루 몇 시간씩 허비하면서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인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직장과 사는 집이 가까워지는 도시공학에서 말하는 ‘직주(職住) 근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부자들은 어디로 갈까. 직장인들이 바글거리는 강남지역을 벗어나 오히려 한적한 경기도 지역으로 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 때쯤이면 ‘게이트 커뮤니티(Gate Community)’ 등 단독주택이나 타운 홈으로 구성된 부자동네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용인/분당/판교를 거쳐 출퇴근 전쟁에 시달리는 많은 직장인들이 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보다 가치있는 곳에 쓸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자들은 매일 출퇴근에 목매달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현 정부 부동산정책 재검토해야 민심도 돌아온다
국민의 민심은 아주 냉혹하다. 국민의 삶의 질이 앞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런 정책은 환영받지 못한다.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주택정책의 방향은 지금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게 해달라는 소박한 것이다.
이러한 소박한 꿈을 외면하고, 투기꾼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놓고 투지만 불태우는 현 정권의 부동산정책에 모두들 염증을 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투기꾼을 잡는 것도 좋고 세금을 더 걷는 것도 좋다. 그러나 주거의 질이 지금보다 좋아지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 정권에서는 지금이라도 모든 부동산정책을 재검토하여야 한다. 국가 경제정책의 목표는 국민을 잘 사게 하는 것이고, 국가 부동산정책의 목표는 국민이 보다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도록 해주는 것이다. 현 정권의 정책 입안자들이 이 점을 다시금 생각한다면 그 때 국민의 신뢰도 되돌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