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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가을로 가는 여정-서산 마애삼존불을 찾아서… | |||||||||
게재일 : 2001/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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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이제 곧 사람들 마음을 설레게 하고 물들게 만드는 가을의 마지막 항연 단풍잔치가 시작되리라… 지금 소개하는 곳은 글쎄, 사람들에게 거창하게 이름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들 아하, 거기! 하고 무릎을 칠 곳이 되지 않을까? 공식적으로는 '서산 마애삼존불'이지만 그곳으로 가는 여정 자체를 소개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충청도 도우미를 맡고서 어디를 갈까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계속 만나게 되는 장소가 어쩐지 서산근처를 헤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아마 오늘 내가 소개하는 곳을 본다면 그게 오히려 내게 행운이었음을 어찌 수긍하지 않으리….. 여정, 글자 그대로 旅程이었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 마애삼존불'로 가기 위해 떠난 길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꼭 그곳이 목적지였을까 싶다. 그저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만으로 여행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은 아니었을는지… 당진까지 서해고속도로로 도착한 뒤 운산이라는 곳으로 가는 길, 차는 계속 뻗어진 아스팔트위를 달리건만 어느새 경사진 곳을 올라와 있었다. 그다지 구불거리지도 그다지 급경사로 올라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마치 하늘 위 다리를 건너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살펴보니 저 아래로 저수지를 발견하게 되고 아!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험하지도 그렇다고 녹녹하지도 않은 산으로 둘러 쌓인 길을 따라 쉬엄쉬엄 구경하듯 올라온 사이 순간 나타난 저수지, 그리고 길을 따라 계속 따라가서 만나게 되는 양방 통행이되 차선이 하나밖에 없어 터널이라 하기엔 너무도 작은 굴…..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고풍지 저수지였고, 그 굴은 고풍지 터널이었다.
왜, 마애삼존불(磨崖三尊佛)일까?
마애는 절벽을 깎아서 만들었다는 뜻이란다. 아하~ 그러니까 절벽을 깎아낸 돌에 모셔진 세분의 부처라…..
눈이 아니라 마음이 열려야 보이는 곳 -사라진 것들에 대한 재발견, 폐사지 보원사터 마애삼존불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험하진 않다. 작은 암자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알고 보니 이 곳은 암자가 아니라 마애삼존불보존회인가 하는 관리소였다.) 암자입구를 지나자 마자 왼쪽으로 평평한 바위에 모셔진 작은 애기불이 보였고, 절벽을 우로하고 좁게 난 바위길을 오르니 드뎌 마애삼존불이 모셔진 각이 있었다. 이 각의 이름을 고란각이라고 하는데 이유인 즉슨 주변의 환경이 암석되어 있어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고란초가 많이 자라는 조건을 갖춘 터라 석불(石佛)을 보호하기 만들어진 것이 고란각이라 한다. 고란각에 모셔진 삼존불을 한 번 올려다보고 저 아래 계곡을 내려다보니 내가 바로 절벽에 올라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조심조심 올라온 길을 되내려가는데 아까 무심히 지나쳤던 애기불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보니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데서 이리로 모셔진 것인지 사뭇 궁금해졌다. 여행에서 호기심은 그 여행을 더욱 살찌우는 기회가 된다. 마침 암자처럼 관리사무소에 계신 분이 있어 여쭤보았다. 계곡 더 안쪽으로 보원사 터에 버려져 있던 것을 이곳으로 가져다 놓은 것이라 했다. 보원사? 그럼 그렇지 마애삼존불 같은 유명한 불상이 있는데 절이 없을 리 없지, 근데 터라니? 알고 보니 폐사지였다. 가까운 거리라고 하니 보원사터를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1Km 정도 떨어진 아주 가까운 곳에 보원사지가 보였다. 아니다, 첨엔 그냥 지나칠 뻔했다. 아주 작은 팻말만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주위로 드문 집과 논이 있었고 그야말로 경작지 사이사이로 들풀이 자라고 있는 폐사지였다.
이제껏 내가 본 폐사지는 잘 정돈된 잔디밭 위로 탑이 덩그러니 있고,
마애삼존불을 찾아왔다가 우연히 다다른 곳이지만 묘하게 폐사지인 보원사터가 주는 느낌은 강렬했다. 예전의 위용은 온데 간데 없고 쓸쓸히 풀섶이 자라고 있는 폐사지의 바람소리. 정말 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마음이 열린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풍경이리라….
앞으로 가을여행을 계획하신 분이라면 흙 속에 진주를 찾는 심정으로 마애삼존불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오르시길 바란다.
서산지역 참고사이트
<트래블조선 충청도 도우미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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