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엄궁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두고 있는 가정 주부입니다 아들의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아들의 선생님께서는 학부모와 함께 식사 한끼하시는 것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워 하시며 또한 부담을 느끼시고
자신의 교직 생활에 앞으로도 또한 후에라도 학부모님께
경제적인 부담을 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셔서 처음에는 괜히 한번 사양하시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4-5월에 매스컴에서 선생님들의 촌지에 대한 기사와 방송이
흘러나올 떄에도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잘못 하신 것처럼 부끄러워 하시며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반에서 말썽피우는 학생에게는 편지를 써서 학생에게 전해주고 그 학생을 다독거려 주시더군요
소풍을 갈 때도 요즘 학생들은 도시락을 잘 가져가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집 아들더러 선생님 도시락은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으면 선생님께서 다 알아서 하시겠지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더 이상 아들에게 물어볼 수가 없어 그만 두었답니다
어느 학부모님이 김밥 도시락을 보내었는데 선생님께서 전화하셔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맛있게 잘 먹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하셨을 때 그 학부모는 선생님을 다시 보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비단 나 혼자만이 느끼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든지 못하든지 가정 형편이 좋든 가난하든
말썽을 피우는 학생이든 착한 학생이든 모두 다 내 자식 같다며
챙겨 주시는 선생님을 뵐 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요즘은 고등학교 원서를 쓰는 시기입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토요일과 주일을 택하여 전화로 학부모님과 진학문제로 상담을 하고 계십니다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찾아오면 직장에 다니시는 분은
결근이나 조퇴를 해야하고 또 선생님께 빈손으로 못 간다는 인식
때문에 학부모님들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아시고
배려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자꾸 흐르고 학부모님의 전화는 오지 않자 마음이 다급해진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집으로 직접 진학 상담
전화를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장 선생님께서도 얼마나 멋진 분이신지요 저의 아들이 전교 회장이기에 교장 선생님과 얘기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교장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전교 학생 회장 엄마로서 무엇을 하나 선물해 드리면 좋겠습니까" 라고 여쭈었더니 생각을 안했는데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시고는 아직까지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다
솔직히 저는 요즘 경제도 어렵고 여기 저기 부도사태가 일어나는데
가급적 조용히 아들을 졸업시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까지 아들은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습니다만
특히 김상희 선생님께 깊은 감사와 뜨거운 사랑을 느낍니다 선생님 평안하세요.
1997년 5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