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호 따님 결혼식은 잘 마치셨어요?”, “어르신, 오늘도 노인정에 나오셨네요.”
서울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입주자대표회의 안병건 총무이사는 단지를 지날 때면 만나는 입주민마다 안부를 묻기 바쁘다. 같은 동에 사는 입주민을 승강기 안에서 만나도 어색하게 지나치는 여타 아파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각 가정의 대소사를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단지 내 10여개에 달하는 동아리의 역할이 컸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웃과 교류하며 친밀함을 키워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이 단지 내 입주민들이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며 정을 나누는 동아리 모임이 늘고 있다. 몇몇 입주민들이 모여 시작한 동아리는 이웃과 화합하는 단지 분위기를 조성하며 공동체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아파트공동체위원회 곽 도 위원장은 “아파트 공동체 운영 현황을 연구한 결과 단지 내 동아리 등이 활발히 운영되는 곳은 시설물·조경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 마을 개념의 공동체가 해체되고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동아리 등 아파트 문화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동아리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아파트에서 동아리의 나아갈 방향과 활성화 방안 등을 모색해본다.
◎ 아파트 내 다양한 동아리 등장
서울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25개동 2061세대)는 단지 내에 ‘맛찾사’, ‘마을사랑’ 등 10여개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각 동아리들은 종류만큼 개성도 다양하다.
‘맛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맛찾사)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된 맛집을 찾아 떠난다. 맛찾사는 회원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55세 이상, 부부동반으로만 참여할 수 있으며, 현재 40여명의 입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봉사동아리 ‘마을사랑’은 입주민 화합을 위한 단체 소풍을 기획하거나 벼룩시장, 척사대회 등 단지 내 다양한 행사를 도맡아 진행한다.
이 아파트에는 또 골프동아리 초아회, 암벽산악회, 한마음 헬스동아리, 스포츠댄스, 에어로빅, 축구동호회, 탁구동호회 등 건강과 취미생활을 위한 다양한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이 아파트 동아리를 총괄하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 안병건 총무이사는 “약 3년 전 아파트 입주 후 입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동아리 활동을 권유하고 운동 등을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처음에는 서먹해하던 입주민들도 자주 접하고 친밀해지자 다양한 동아리 모임을 결성,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본송 대표회장은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입주민 화합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동아리의 각종 행사들이 뜻깊고 보람있게 진행되자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려는 입주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하계청구1차아파트(10개동 700세대)에는 매주 3일씩 모여 연습하는 통기타 동아리 회원들의 연주소리가 울려퍼진다.
지난해 1월 결성된 이 통기타 동아리는 현재 20명 가량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 아파트 대표 동아리다.
처음에는 전혀 기타를 칠 줄 모르던 입주민들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몰라보게 실력이 향상됐고, 지난해 4월에는 창동 문화센터에서 공연도 펼쳤다.
통기타 동아리 박종현 회장은 “무미건조하게 직장과 집만 오가는 것보다 아파트 입주민들과 음악을 즐기면서 좋은 일도 해 보자는 취지에서 동아리를 결성하게 됐다.”며 “앞으로 실력이 더 많이 향상되면 양로원이나 보육원 등 음악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찾아 봉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입주민 화합과 교류의 장
경기도 수원시 청명마을 주공4단지(11개동 946세대)는 지난 97년 입주해 10년이 넘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주민간 교류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단지 내에 역사동아리와 영어동아리, 영화동아리 등이 생겨나면서 단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해 부녀회(회장 조선희) 주관으로 역사기행을 다녀온 후 어린이를 위한 ‘역사교실’과 주부들을 위한 ‘역사동아리’를 결성했다.
역사동아리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관리동 2층에 모여 역사공부와 토론을 하고, 봄·가을에는 유적지 답사를 떠나기도 한다. 역사동아리가 활발히 운영되면서 영어동아리와 영화동아리, 생태모임 등도 생겨났다.
역사동아리 회원들은 “지난 1년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웃끼리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웃사촌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시흥삼익아파트(3개동 786세대)에서 탁구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승순 씨는 지난 2005년 2월 탁구동호회가 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단지 내에 알고 지내는 입주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탁구동호회를 통해 많은 입주민들을 만나고 교류하면서 아파트 관리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동대표로서 동호회원들의 의견을 대표회의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승순 회장은 “동호회 활동을 하기 전에는 혼자 등산을 즐기는 등 입주민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단지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교류가 활발해졌다.”며 “전에는 대표회의에서 업무 추진시 입주민 홍보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동호회원들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등 단지 화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파트 동아리 운영의 한계와 과제
많은 아파트에서 동아리 운영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지만 동아리 운영상 한계를 드러내는 아파트도 적지 않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음악동호회가 결성돼 활동했으나 주로 활동하던 입주민들이 이사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재 활동이 끊겼다.
또 군포시 산본의 한 아파트도 입주 초기에 탁구·축구·헬스·디카 동호회 등 다양한 동호회가 결성됐으나 입주민 참여율이 저조해 무산됐고,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간 갈등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동아리가 해체됐다.
현재 통기타와 요가동아리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노원구 하계청구1차아파트는 중국어동아리와 영화동아리 결성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이 아파트 정재홍 관리소장은 “중국어의 경우 배우다가 어려워 포기하는 입주민들이 많았고 회원 모집도 잘 되지 않았다.”며 “영화동아리는 입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흐지부지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아파트 동아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기도 수원시 청명마을 주공4단지아파트 입주민들은 동아리를 활성화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부녀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는다.
지난해 새로 선출된 조선희 부녀회장은 역사탐험, 별자리체험 등 입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부녀회 기금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아파트 동아리 회원들은 “부녀회가 입주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세워 지원하고 있다.”며 “부녀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기부여로 동아리가 결성되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렸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한 북한산아이파크는 입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동아리 가입을 적극 권유한 안병건 총무이사의 헌신으로 다양한 동호회가 결성되고 활성화 될 수 있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아파트공동체위원회 곽 도 위원장은 “각 단지별 상황과 입주민 취향 등을 고려해 동아리를 결성하고 대표회의가 예산에서 공동체 비용을 책정하는 등 재정적으로 지원하면 동아리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에서도 공동주택 지원제도를 확대해 시설보수비뿐 아니라 단지 내 동아리나 공동체 운영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위원장은 또 “아파트 동아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입주민들을 이끌어 갈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아파트 리더십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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