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 시 : 2008년 10월 11일
2. 산 행 지 : 경남 창녕군 창녕읍 소재 화왕산(해발 756.6m)
3. 동 행 인 : 현대우리산악회 회원 9명
4. 산 행 기
화왕산은 가을 산이다.
어떤 산을 특정 계절의 산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타당할지 모르지만
산행인들은 태백산과 덕유산을 겨울 산이라고 부르듯이
화왕산을 가을 산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른다.
그리고 가을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화왕산에 몰려온다.
그것은 화왕산의 억새 때문이다.
이제는 화왕산이 억새 산행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가을 산행은 곱게 물든 단풍 산행이 더 매력적이지만
단풍 산행이 화려하고 육감적인 산행이라면
억새꽃 산행은 조금은 고적하고 사색적인 산행이 아닐까?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의 흔들림에서
또 한 해가 저무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왕산(火旺山)은 불뫼, 큰불뫼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옛날(중세 백악기 시대)에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지형이라
불뫼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창녕지방에 물의 피해가 많아서 물의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산이름에 화(火)를 넣어 화왕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로부터 화왕산에 불기운이 있어야 비사벌(창녕의 옛이름)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에 따라, 지금도 정월 대보름이면 산 정상에서
억새태우기 행사가 진행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화왕산을 오르는 길은 창녕읍 창녕여중에서 자하골, 도성암을 경유하여
환장고개로 오르는 방법과
옥천저수지를 지나 옥천매표소를 통과하여 관룡사 옆 옥천계곡을 따라
오르는 방법이 있다.
자하골, 환장고개로 오르는 길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지만, 경사가 심한 반면에
옥천계곡 코스는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경사가 완만하여 오르기 쉽다.
오늘 우리산악회의 계획했던 코스는 자하골, 환장고개 코스였으나,
아침에 출발하면서 회원님들의 체력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옥천매표소 코스로 긴급 변경했다.

<산행 초입 산성교 부근>
화왕산은 군립공원이다.
국립공원은 입장료 징수가 폐지되었지만, 군립공원은 대인 기준 1,000원과 일일 주차료 2,000원을 징수한다.
관룡사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 좌측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성교를 건너면 화왕산으로 오르는 잘 정비된 아스팔트길이 나온다.
산성교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 관룡사 - 용선대 - 관룡산 정상을 답파한 후에
다시 화왕산에 오르는 코스를 택하면 더 수려한 경치를 구경할 수 있지만
오늘은 화왕산 억새꽃 산행이 주 목적이니, 곧바로 화왕산 정상으로 직행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3.8km로 표시되어 있다.
도로 옆으로는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돌탑들이 도열해 있다.
옥천계곡물은 가을 가뭄으로 물 흐름이 빈약하다.
가을 가뭄은 야채등 농사에도 지장을 주지만
나뭇잎이 메말라서 곱게 물든 가을 단풍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한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포장 길을 따라 6부 능선쯤 오르면
왼쪽으로 화왕산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오솔길 등산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시멘트 길을 벗어나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옥천계곡>
옥천계곡 지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산행길에 먹는 과일 맛이 꿀맛이다.
오늘 우리산악회 산행에 처음 동행하시는 희정이 엄마께서
정성스럽게 배낭속에 넣어 오신 방울토마토를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화왕산 남문 입구에 도착했다.
요즘 산행시 맨 선두에 서서 열심히 산맛을 즐기시는 창석씨께서
카메라 앵글을 향하여 손을 흔들고 있다.
화왕산성 성곽 위에 가을 하늘이 더없이 청명한 쪽빛이다.

남문에서 정상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다.
화왕산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성취감때문에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려본다.
근데 맨 앞줄에서 포즈를 취하시는 어떤 예쁜 아줌마는 왜 혀를 낼름(날름) 내밀고 계실까?
화왕산의 드넓은 억새 평원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혹 당하신 걸까?

화왕산 억새 평원의 중심지에는 창녕조씨 득성 설화지(得姓 說話址)인 용지(龍池)가 위치해 있다.
사실 이곳은 옛날 화산 활동시 분화구였고, 평원의 저지대인 까닭으로 항상 물이 고이는 늪지다.

해발 756.6m의 정상에 도착했다.
산은 높지 않지만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의병 990명과 함께
왜놈들에 맞서서 끝까지 분전했던 곳.
근대사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그곳 화왕산의 정상에 늠늠하고 당당하게 서 계신
현대우리산악회 회원님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화왕산 정상 북쪽 사면>
화왕산 정상에서 북쪽 사면은 천길낭떠러지 단애다.
창녕읍에서 자하골로 오르는 산행로도 산세가 거칠다.
화왕산은 높이에 비해 산세가 거칠고 험한 맛이 있어 더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역광으로 촬영한 억새>
억새꽃은 잎새가 아직 시들지 않고 푸른 빛을 띄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잎새가 시들면 꽃도 윤기를 잃고 시들어 버린다.
둘레 약 2.7km에 22만 6천 790평방미터(6만 8천평)의 화왕 평원은
억새의 대 향연이 물결처럼 넘실대고 있다.
향기는 없어도 할머니 머리칼처럼 정겨운 꽃.
억새는 무리지어 피어 있어 더 아름답다.
창석씨 부부께서 억새꽃 군무(群舞)에 동참하시려는 듯
밝은 모습으로 한 폼 잡으신다.

화왕산의 성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남문과 동문도 보이고 용지못도 보인다.
멀리로는 관룡산의 모습도 보인다.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바라보면 배바위가 약 1.4km를 사이에 두고 건너다 보인다.
화왕산에 오면 배바위는 꼭 들러야 되는 필수 코스다.
정상과 배바위 중간 지점에 화왕산 성곽의 서문에 해당되는
환장고개가 있다.
환장고개에서 2.8km 하산하면 자하곡 매표소가 나온다.
왜 환장고개라는 지명이 탄생했는지 모르지만,
자하곡 코스로 올라오면 맨 마지막에 급경사 된비알이 30여분 정도 지속된다.
그 급경사 코스를 오르기가 환장(換腸)할 만큼 힘들어서 그렇게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배바위에서>


<멀리서 본 배바위의 모습>
배바위에서 바라보는 주위의 조망이 매우 좋다.
배바위는 옛날 대 홍수가 났을 때, 배를 붙들어 맨 장소란 전설이 얽혀있으나, 자세한 전설에 대한
자료는 찾을 길이 없다. 옛날 농경사회에서 물과 불을 중시했던 사상에서 비롯된 전설이 아닐까?
바위 정상에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던 움푹 파인 작은 웅덩이가 있다는데
확인하지는 못했다.
배바위에서 동남쪽으로 통신중계소를 지나, 장군바위 - 팔각정 전망대 - 자하곡 매표소로
하산하는 코스가 화왕산 산행로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코스로 기억된다.
배바위에서 장군바위를 거쳐 옥천계곡 방향으로 하산을 시도했으나,
옛 기억이 희미하고, 송이채취를 하는 일부 산사람들만 다니기때문에 길 찾기가 힘들다는
화왕산 주변에 사신다는 친절한 사람의 조언에 따라, 하산 방향을 선회했다.
체력이 좋은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면 되도록 확인되지 않은 길의 전투산행은 피해야 한다.
다시 배바위 - 헬기장 - 남문 - 동문 - 드라마 허준, 상도 촬영장 - 번지없는 주막 - 옥천계곡 코스로
하산 코스를 잡았다.

<헬기의 모습>
점심식사후 하산하는 길에 화왕산 정상에서 헬기 소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요란하다.
사고가 발생하여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헬기가 출동한 것 같다.
산에는 대부분 바위가 많고 길이 험해서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린다.
등산을 소풍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사고를 일으킨다.
등산에서 과시욕은 절대 금물이다.


영화 촬영 세트장이 재정 형편이 어려운 지방 정부에 수익성 좋은 관광 상품인지는 몰라도
촬영이 끝난 후의 너와집과 볏짚움막의 몰골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너저분하고 추한 모습보다는
차라리 자연 상태로 복원했으면 좋을 것 같다.
본래 영화 촬영 세트장은 제작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여
임시로 조악(粗惡)하게 만들어 진다.
영화촬영장에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관룡산 가는 길과 옥천계곡으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그곳 고갯마루에 번지없는 주막이 있다.
도토리묵과 화왕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으로 담근 송이술 맛이 일품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그냥 지나치기가 섭섭하다.

옥천계곡에서 흐르는 물에 피곤한 발을 담근다.
옥천계곡 중,상류에 대형 음식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어서
물은 차가웠으나, 깨끗한 청류가 흐르지는 않는다.
화왕산의 하루는 그렇게 또 마무리되었다.
2008년 10월 11일
첫댓글 고운 단풍잎처럼 한장 두장 쌓여만 가는 멋진 산행후기를 올려주시는 초모롱마님께서 도맡아 해주심에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먼 훗날 세월의 뒤안길에서 오늘의 자리를 회상할 때면 소중한 추억거리임에 때로는 뜨거운 감동으로 두 눈에 이슬도 맺히리라...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 웃고 웃으며 걸었던 하루 애정에서 나온 현대산악회 회원님들 다들 건강한모습 행복한모습에 득분에 저역시 더 많이 행복했습니다....교과서에서 막걸어나오신 우리두리님 잘 보고 읽고 갑니다....산행대장님 수고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