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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범어로 시라(sila)라 하는데 습관성, 경향, 성격 등을 의미하다가, 점차 변하여 착한 습관, 착한 행위, 도덕적 행위' 등의 의미로 쓰여지게 된다. 원래 시라(sila)는 불교만의 독특한 용어가 아니며 당시 인도 종교 일반에서 브라타(vrata 警戒), 삼바라(samvara, 律儀, 防護) 등과 함께 종교적 행위를 나타내는 말로 쓰여지고 있었다. 불교는 이처럼 당시 여러 종교에서 쓰이고 있던 시라(sila)를 처음에는 비구들의 실천 수행상의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 받아들여, 이를 '계(戒)'라고 하였던 것이다.
불교교단은 기본적으로 거기에 들어가 수행하려는 개인의 의지가 집약되어 형성된 단체였으나 여러 사람들이 모여 단체행동을 하는 이상 집단이었으므로 객관적 규범이 없을 수 없었다. 그래서 승가에 들어가 수행하려는 비구 개인의 결의를 '계'(戒sila)라 하고, 승가 단체로서의 규칙을 '율'(律vinaya)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계율의 시작이다.
불교에 있어서 계(sila, 戒)라는 말은 어떠한 의미로 쓰여졌을까? <사문과경沙門果經>에는 석존이 마가다 국왕 아자타삿투에게 계를 갖춘 비구에 대하여 계속하여 '범행(梵行)'이 아닌 것을 버리고 범행을 닦는 것', '망어(妄語)를 버리고 망어를 떠난 진실을 말하는 것' 등을 설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불살생계(不殺生戒)', '불음도계(不飮盜戒)' 등이 설해지고는 있지만 그것이 '죽이지 마라' 든가 '훔치지 말라'고 하는 금지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비구는 살생을 금지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의하여 '살생을 버리고 살생을 떠나는' 것으로 살생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지니고, 나아가 더욱 적극적으로 생명을 갖고 살아가는 일체의 것에 대해 자비의 마음을 지님으로써 생명을 갖고 살아가는 것을 죽여서는 안된다고 하는 결의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악을 떠나려는 이러한 결의를 바로 계라고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투도계(不盜戒)는 스스로 투도를 떠난 것이며 불사음계(不邪淫戒)는 스스로 사음을 버린 것이다.
즉, 계(戒)는 원래 단순히 금지적인 조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악행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고 생명을 갖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자비의 마음을 지니며 진실을 말하여 사람들에게 화합을 갖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자비의 마음을 지니며 진실을 말하여 사람들에게 화합을 낳게 한다고 하는 불교의 근본적 입장에 서서 비구가 자발적으로 악을 떠나고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려 하는 정신력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같은 결의에 근거하여 어떠한 악을 떠날 것인가 하는 계(戒)의 덕목이 순서대로 정해지게 된 것이다.
불교에 있어서 계(戒)는 이같은 사실에 근거하여 처음에는 주처(住處)나 원(園)에서 많은 비구, 비구니가 출가수행의 생활을 영위해 가는 데 부수적으로 생겨난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그때 그때 제정된 것이다. 비구들이 독주(獨住)의 생활에서 출발하여 주처(住處), 원(園)에서의 반영구적인 정주단계를 거치면서 점차 정주지에서 집합적인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 비구의 개인생활은 승가라고 하는 단체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따라서 얼마 후 '율(律)'이 형성되었다.
'율(律, vinaya)'이라고 하는 말은 원래 '훈련하다, 교육하다'라는 의미에서 변하여 '규정'을 의미하는 말이 되고 <율장(律藏)>에서는 '승가의 규칙'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승가의 규칙에는 승가에 들어온 비구, 비구니가 개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과 단체로서 실행해야 할 규칙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비구, 비구니가 개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을 '학처(學處, sikkhapada)'라고 하며, 이를 모은 것이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patimokkha)이다. 살생, 투도, 사음, 망어처럼 '실행하는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에 대한 규칙'이라는 의미에서 지지계(止持戒)라고도 한다.
단체로서의 규칙은 매년 한 번 열리는 안거의 행사나 반 달마다 열리는 포살(布薩, uposatha)의 의식 등과 같이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규칙을 말한다. 이것은 승가의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작지계(作持戒)라고 하며, <율장(律藏)>에서는 승가의 운영 법규를 모은 '건도분(度分 khandhaka, skandhaka)에서 설해지고 있다.
율(律) 가운데 규정되고 있는 학처(學處)는 벌칙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학처(學處)를 모은 바라제목차(patimokkha)는 전체 조문 중 승가 규정에 대한 위반사항은 중죄(重罪)로부터 경죄(輕罪)에 이르기까지 8가지 조항으로 나누고 있다. 율이 법칙을 갖고 있는 것은 그것이 승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규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승가는 불교를 배우고 실천하려는 비구, 비구니 스스로가 결의하여 형성된 단체이기 때문에 제일의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결의에 의해 악을 떠나는 것이 불교 계율의 근본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계율의 제정 불교교단은 성립할 때부터 번쇄한 계율체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며, 또한 계율이 처음부터 석존의 실천 체계로서 완성된 형태로 설하여졌던 것도 아니다. 다수의 비구가 출가수행의 생활에 들어가면서 승가가 발전함에 따라 비구 자신의 수학(修學)하려는 결의를 지속시키고 승가의 질서를 유지시켜 보다 나은 종교교단으로 나아가기 위한 규칙을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이것이 계율로 정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초기불교에 있어서는 승가에 들어가려고 할 경우 석존에게 이를 요청하면 '오라, 비구여'라는 말로써 그것이 바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교단이 확대되면서 먼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그 뒤에는 '나는 부처를 받들어 귀의합니다. 나는 법을 받들어 귀의합니다. 나는 승가를 받들어 귀의합니다'라고 하는 삼귀의문(三歸依文)을 세 번 외움으로써 승가로의 입단이 허락되었다. 나아가 교단이 더 한층 확대되어 많은 비구를 거느리게 되면 삼사칠증(三師七證)이라고 하는 다수의 장로비구들이 입회한 자리에서 완전히 계(戒)를 받는 의식을 거쳐야만 승가로의 입단이 허락되었던 것이다. 초기불교에서는 처음부터 출가 수행자는 탐욕의 마음을 끊고 무일물(無一物)의 경지로 일관하여 일체의 소득(所得)을 떠나고, 일체의 성적 관계를 멀리하여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설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 가운데 특히 뿌리 깊은 성적 충동으로 불교에서는 이것을 끊도록 되풀이하여 설하고 있는데, 비구들에게는 독신금욕의 범행(梵行, brahmacarya)이라고 하는 청정행(淸淨行)의 실천이 엄격히 요청되었다. 그것은 '혼자 있을 때에는 한 사람의 여자와 말해서도 안된다'고 할 정도로 엄격한 것이었다. 훗날 계율의 체계가 완성되면 여인과 교섭한 비구는 파라지카(parajika, 波羅夷)라고 하는 가장 큰 죄를 범한 것이 되며, 불교교단으로부터 추방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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