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직전 임기를 마친 전국 기초 단체장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법정에 섰다. 이쯤 되면 기초 단체장이 되고자 하는 자에게 목민심서를 읽게 하여 시험을 보게 해야 할 판이다. 자질 없는 후보자가 당선된 것을 막기 위하여 선출직 후보자를 시험 봐서 뽑자는 비아냥거림이 공허한 말이 아님이 증명됐다.
목민심서는 조선후기의 문신인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예로부터 내려온 여러 책에서 지방관의 사적을 가려 뽑았는데, 수령(守令)이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 도리를 논술한 책이다.
목민(牧民)은 백성을 기르는 것을 말하므로 목민심서란 백성들의 목자인 수령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 실천해야 하는 글이란 뜻이다. 예전부터 수령(守令)은 ‘각 고을을 맡아 다스리던 지방관’이지 ‘한 당파나 무리의 우두머리’인 수령(首領)을 말함이 아니다. 따라서 수령(守令)은 위민정치를 했지만 수령(首領)은 탐관오리일 뿐이다.
다산은 책의 서문에서 ‘요즘의 수령이란 자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목민해야 할 것인가는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병들어 줄지어 쓰러져 구렁을 메우는데 목민관들은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기술하며 당시 수령들의 실정을 신랄하게 꾸짖고 있다.
다산이 책을 편찬한 지 2백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수령이란 자들의 재물욕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임기를 마친 전국의 기초 단체장 230명 중 무려 절반 가까운 113명(49%)이 검찰에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그 중 99명은 유죄가 확정됐고 나머지는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선거법 위반이 70%로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뇌물수수와 횡령도 30%에 달하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광주ㆍ전남 지역의 선거사범이 전국 1위라는 치욕스런 결과를 가져왔다. 당선인만도 65명이 입건됐으며 조직적 관권선거도 전국 최초로 적발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광주지검과 순천ㆍ목포ㆍ해남ㆍ장흥 지청을 통해 총 입건인원은 756명에 구속은 31명이다. 공소시효인 12월2일이 되면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입건인원인 964명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볼 때 감소세가 뚜렷한 것과는 비교된다.
당선인 중 입건된 인원은 65명인데 단체장은 전주언 전 광주 서구청장과 전완준 화순군수, 황주홍 강진군수 등이 기소되거나 불기소 처분됐다.
전 청장은 관권선거를 치른 혐의로 징역 1년 선고로 당선무효 형이 확정됐고, 전 군수는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으며 황 군수는 공무원이 선거운동 기획에 관여한 죄로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허남석 곡성군수는 선거 당시 상대후보 차량의 위치추적기 부착 사건으로 동생 등 4명이 구속되고 6명이 입건 또는 수배되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박철환 해남군수는 금품 살포 개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막말’ 사건이 터져 전국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격이 덜된 군수가 이 나라에 존재하다니’라며 한탄을 했으며 ‘주민소환제를 하심이 어떨까요’라며 대응책까지 제시했다. ‘해남군민들 손가락 자르세요’라며 선택을 잘못한 군민들에게 보낸 따가운 질책도 많았다.
호화 관사를 구입했다는 제보로 취재 온 MBC 기자에게 반말을 했고 해남 경찰서 정보과와 지역기자들은 부하부리 듯 명령했다.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법한 안하무인격인 단체장의 언행은 지역민들의 자존심마저 꺾어 놓고 말았다.
단체장들의 비리와 구설수가 끊이지 않은 것은 근본적으로 유권자의 책임이다. 또한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의회는 단체장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 하며, 경찰서 정보과와 지역 기자들은 단체장의 나팔수를 자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인사와 예산권을 독점하고 있는 단체장의 탈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재ㆍ보궐선거는 지자체의 추가 비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