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는 말 그대로 장애로 인한 활동의 제약을 없애기 위해 활동보조인을 파견하여 장애인 당사자의 활동을 보조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장애인의 완전한 자립생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중증장애인은 시설에 있거나, 집 안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자립생활이념과 밀접히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기존의 사고는 환자이며 따라서 치료를 해야하는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에서 자립생활 운동이 시작되면서 장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태이며 그 상태 그대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살아갈 수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퍼졌습니다. 그러면서 자립생활센터(Center for Independent Living, IL센터)가 세워지고, IL센터를 중심으로 활동보조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장애인복지정책의 하나로 제도화되어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30년이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서야 IL센터가 세워지고 자립생활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활동보조서비스의 제도화가 요구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은 시설 위주의 장애인 정책으로 인해 막대한 시설 비리가 있는 나라이고, 이것이 고발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탈시설함과 동시에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2005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련)의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이 휠체어에서 내려와 한강대교를 기어서 건너는 눈물겨운 투쟁 끝에 도입이 되었습니다. 뙤약볕 밑에서 중증장애인들이 4시간 넘게 무릎으로 기고, 머리로 구르면서 얻어낸 투쟁의 결과였습니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제도는 2006년에 대구, 인천, 서울 등에서 시범사업을 거쳐 작년이 되어서야 겨우 도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구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한 이 사업은 너무 터무니없는 시간이었습니다. 1급 판정을 받은 중증장애인 - 장애인복지법에 의하면 지체장애 1,2급과 지적장애 1-3급을 중증장애로 부르고 있습니다. 1급 장애인에게만 활동보조인을 파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최중증장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 에게만 심사를 거쳐 한달 20시간(4등급), 40시간(3등급), 60시간(2등급), 80시간(1등급)의 활동보조서비스를 파견했습니다. 한 번 활동보조인이 오는데 최소 적용 시간이 2시간이어서 만약 20시간을 판정받으면 최소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해도 10일입니다. 이 정도 시간으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애시당초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집 청소 해주는 수준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 정도는 이미 여러 사회복지기관에서 도우미를 파견하고 있던 것이어서 사업이 공고되었을 때, 다들 기가 막혀 했습니다.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가 몇시간이 필요한 지는 전문가마다 약간씩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지금의 시간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합니다. 생각해봅시다. 하지마비 장애인이 다른 것은 필요없고, 집을 나서기 전에 씻고, 옷 갈아입고, 휠체어에 올라타는 2시간과 집에 돌아와서 마찬가지로 몸 정리하는 2시간만 쓴다해도 한달 120시간입니다. 많이 양보해서 주말빼고 20일만 이용한다고 해도 80시간입니다. 즉, 중증장애인 중에서 제약이 가장 심하지 않은 사람이 필요한 시간이 80시간이라는 것이고, 그렇다면 최소 제공 시간이 80시간이 되어야하는데, 그것을 최고 시간으로 한 것입니다. 제공시간을 20시간 - 80시간으로 정한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단지 예산에 맞춘 것 뿐입니다. 활동보조서비스가 왜 필요한지 전혀 이해가 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최소 80시간이라는 것도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그 밑이 되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복지부 예산관들만 그렇게 주장할 뿐입니다.
각 지역에서 생활시간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투쟁이 벌어졌습니다. 대전에서도 작년 7월부터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단식농성을 벌였습니다. 본인이 지체1급 중증장애인인 조성배 대전장차련 집행위원장과 발달장애 아이를 둔 장애인부모연대 한만승 사무국장, 대전여성장애인연대 김순영 사무국장, 그리고 김윤기 당시 사회당 위원장이 단식을 했고, 보름 넘게 시청 앞에서 농성을 했습니다.
결과 1등급 판정을 받아 80시간을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해서 그 필요도가 높다고 인정하고 대전시에서 별도 예산을 마련하여 평균 40시간 정도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1년에 약 4-5억원 정도의 추가예산을 세운 것입니다. 사실 이것도 많이 부족한 수준이어서 전장련에서는 기본적으로 한달에 180시간(하루 8시간 이용 기준) 정도가 제공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와상 상태의 장애인의 경우에는 24시간 서비스 제공도 고려되어야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올해 서비스 제공량을 10시간 늘려 30-90시간으로, 그리고 독거장애인의 경우 30시간을 추가로 제공하여 최대 120시간까지 받을 수 있도록 약간 개선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160시간 혹은 180시간까지 서비스를 받게 되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개선이 되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초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작년 투쟁을 할 때만 해도 1등급 판정을 받아 80시간을 이용하던 장애인이 53명이었습니다. 대전시에서는 이용자 증가추이를 감안하여 100명 정도의 예산을 세워 추가 제공 사업을 시작했는데, 제도가 알려지면서 이용자가 급증한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기관에서 일부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습니다. 대전시에 1급 장애인이 6000천명인데, 사업 목표량을 600명으로 잡았으니 홍보를 못 할 수 밖에요. 그런데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대전시가 예상한 것을 훨씬 초과한 것입니다.
올 4월 이 문제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대전시가 만났습니다. 대전시는 이 자리에서 추가 제공되는 서비스를 장애인 당사자 측에서 10시간 정도씩만 삭감을 감수하면 대전시에서 더 예산을 세워 늘어난 인원을 감당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전장차련은 그런 것을 합의해줄 어떤 권한도 없지만, 이 추가 제공되는 서비스가 작년 대전장차련이 투쟁하여 시작된 것이라는 '죄' 때문에 '그러마'하고 그렇게 이용자들에게 홍보를 했습니다. 물론 내년에 다시 정상화한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런데 6월이 되어서 대전시에서는 늘어난 인원이 자기들 예상보다 너무 많다며 평균 10시간 수준으로 대폭 삭감을 단행했습니다. 한달 2시간을 판정받은 사람도 있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예산 타령만 하는 대전시와 대전장차련은 더 이상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지난 번 이용자 간담회는 이런 상황을 공유하고,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계획된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투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당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참고로 활동보조서비스 제공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전에 각 구별로 2군데씩 10개의 사업기관이 있고, 이 곳에서 활동보조인을 양성하여 파견합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동사무소에 신청을 하면 판정기관(주로 보건소)에서 면담을 거쳐 제공시간을 정하여 통보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 통보내용을 가지고 가까운 사업기관(10군데 중 어디도 관계는 없지만, 주로 해당 구에 있는 사업기관에 신청을 합니다.)과 계약을 맺고 활동보조인을 파견받습니다. 사업기관에는 활동보조인과 코디네이터가 있는데, 코디네이터가 계약 내용에 따라 적당한 활동보조인을 파견합니다. 이용 비용은 시간 당 8000원인데, 수급자는 무료이고, 차상위 120%는 2만원 상한으로 10%를 부담하고, 그 밖에는 4만원 상한으로 20%를 부담합니다. 나머지는 국가에서 부담합니다. 활동보조인이 받는 급료는 시간당 5500-6000원으로 사업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활동보조인 급료의 현실화도 사실 시급한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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